연금이 깎였을 때 드러난 투자 행태
하지만 인구 고령화와 저출생이 심화하고 있던 상황에서 연금 기금은 그대로 유지가 불가능했다. 미래의 연금 수령자뿐만 아니라 현재의 연금 수령자도 연금이 축소됐다. 75~95%에 달하는 소득대체율은 30~60%대로 대폭 삭감되기에 이르렀다.
추 박사 등 연구진은 이렇게 연금이 줄어든 은퇴 공무원과 일반 회사에서 퇴직한 개인의 자산을 비교해 보았다. 특이한 현상이 관찰됐다. 연금이 깎인 은퇴 공무원들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자산을 더 안전하게 지키고자 예금을 늘리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이들은 총자산 대비 주식 투자 비중을 10% 이상 늘렸고, 시장 평균보다 변동성이 큰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웠다. 예금 비중은 22%나 줄어든 반면, 주식 비중은 개혁 후 4년 차에 16% 이상 치솟았다. 특히 부양해야 할 자녀가 있는 가구일수록 주식 투자에 더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전망 이론’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안정된 이익 구간에서는 위험을 극도로 피하지만, 손실이 확정되면 이를 빠르게 만회하고자 위험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연금이 깎인 은퇴 공무원들에게 줄어든 연금은 확정 손실이었고, 이들은 손실을 메우기 위해 주식 비중을 늘렸다.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 자산을 줄이는 고전적인 이론에 역행하는 선택이다.
추 박사 등 연구진은 추가로 이 투자가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도 관찰했다. 은퇴자들은 이익이 조금만 나면 조급하게 팔고, 손실이 난 종목은 원금 회복을 바라며 끝까지 손절하지 못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들의 총자산은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만의 연구 사례는 정기적인 소득이 갑작스럽게 줄었을 때 개인이 합리적인 투자 행태를 보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