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서 & 기획안 투고 루틴, 다시 시작
안녕하세요. 단단입니다.

지난주는 마음이 가라앉는 일이 연달아 있었어요. 준비하던 일이 여럿 취소되고 거절 회신도 받았거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었고 다들 배려있게 말씀해주셨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래도 꾸준히 일기를 쓰면서 바뀐 게 있어요. 제 패턴을 보니까 이렇게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일이 있어도 일주일이면 툭툭 털고 일어나더라고요. 이번에는 딱 3일이 걸렸어요.

3일 동안 충분히 아쉬워하며 드라마도 보고 책도 읽었어요. 그리고 4일째 되는 날, 제안서와 기획안을 다듬어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레터에는 새롭게 고쳐쓴 세 번째 책의 프롤로그를 담았습니다. 이 프롤로그가 좋은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요? 반가운 소식이 생기면 가장 먼저 구독자 든든님께 전할게요. ✨
💌 오늘 나눌 이야기

[나를 찾는 기록법] 세 번째 책, 프롤로그 초고
[프리워커 주간보고] 새로운 루틴: 도서관에 북토크 제안서 보내기
[단단의 소식] (8/30) 미니멀 노션 정리법, (9~11월) 기록정리 3개월 리추얼
[우리들의 이야기] sy, 삶을짓다, 듣는마음, 해달 든든님 댓글 소개

※ 세 번째 책의 프롤로그 초고를 구독자님께 슬쩍 보여드려요.


2021년 12월 31일.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발표일이었다.


당연히 안 될 거라고 생각했으면서도 내심 기대했는지 긴장감에 입술이 바짝 말랐다. 발표 게시물을 클릭하는 오른손이 덜덜 떨린다. 스크롤을 한 번, 두 번... 침까지 꼴깍 삼키며 계속 내렸지만 역시나 수상자 명단에 내 이름은 없었다. 속상한 마음을 애써 누르고 게시물 마지막까지 스크롤을 쭉 내렸더니 심사위원 총평이 나왔다. 인터넷 창을 닫으려던 찰나, 한 심사위원의 심사평에 시선이 멈췄다.


"자기 치유 이상의 작품, 자신뿐 아니라 타자를 입체적으로 등장시키는 작품, 호기심과 탐구와 실천이 계속되는 작품을 주로 선택했다."


자기 치유 이상의 작품.


이 문장을 보자마자 가슴에 못이 콕 하고 박혔다. 내 작품이 선정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거였구나. 그냥 나 혼자 좋자고 쓴 얘기였어, 자기 치유를 넘어서지 못한 작품이었구나. 나를 콕 집어 남긴 심사평이 아닌 게 분명한데도, 한번 박힌 못은 쉽게 빠지지 않았고 비슷한 글을 읽을 때마다 상처가 덧났다.


‘책 읽는 사람보다 책 쓰는 사람이 많은 시대’라는 말을 누가 할 때마다 속으로 ‘난 쓴 책보다 읽은 책이 1천 배는 더 많다’며 투덜거리기도 했다. 이렇게 좁은 내 속을 어떻게 알았는지, 커리어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 기고한 포트폴리오 작성법 아티클에는 이런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왜 일기를 여기에 써놨냐." 덧난 상처는 아물 틈이 없었다.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많은 시대'. 자조 섞인 이 말은 3,700년 전 고대 수메르 점토판에 새겨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잔소리만큼이나 시대를 뛰어넘는 논쟁이다.


200년 전 조선 시대에도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많다’며 혀를 끌끌 차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개혁 군주 정조다. 당시 조선에는 사소하고 흔한 일상 이야기를 담은 자유로운 문체의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출판 문화의 대중화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정조는 새로운 문체인 소품체로 쓴 책을 금서로 정하고 이를 읽은 신하를 벌하기도 했다. 블로그도 스레드도 없던 시대에도 '그런 잡문은 일기에나 쓰라'고 꾸짖는 왕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왕이어도 글을 읽고 쓰는 사람 모두를 바꿀 수는 없는 법. 말과 글은 결국 쓰는 사람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


내 이야기를 쓰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상황만 허락한다면 누구에게든 어디에든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한다. 그것이 공적 가치를 지닌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내 이야기 쓰기는 자기 치유 효과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행위다.


게다가 AI 기술의 발전으로 (AI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내 이야기의 가치가 오히려 더 높아졌다. 기사, 학술 논문, 심지어 소설까지 AI가 써주는 이 시대에 AI가 쓰지 못하는 유일한 글이 바로 '내 이야기'이다. 내가 직접 써서 AI에게 전해주지 않는 한, AI는 내가 경험한 일과 감정을 알 수도 쓸 수도 없다. 2014년에 개봉한, AI와 사랑에 빠지는 미래를 예고한 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 테오도르의 직업이 '편지 대필 작가'인 이유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제 인간이 유일하게 AI보다 잘 쓸 수 있는 글은 자신의 내밀한 감정과 경험을 쓰는 글뿐이다.


그래서 나는 200년 묵은 이 지겨운 논쟁을 다시 한번 꺼내려 한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우리 인간의 숨길 수 없는 욕망이라면 차라리 당당하게 드러내보자. 어차피 이제 이것만이 인간이 더 잘 쓸 수 있는 글이라는데.


물론,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망에는 두려움이 뒤따른다. '고작 일기나 썼다고 욕먹으면 어쩌지.', '악플조차 달리지 않은 채로 조회수 0인 게시물이 되면 어쩌지.', '막상 공개하려니까 부끄러운데, 누가 보면 어쩌지.' 어쩌지로 끝나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나 역시 그 수많은 어쩌지를 뚫고 내 이야기를 꺼내 왔다. 책을 쓰고 유튜브, 뉴스레터, 인스타그램, 브런치, 링크드인까지 온갖 SNS에 내 이야기를 하며 나만의 길을 만들고 있다.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쓰고 안전하게 사랑받으며 그 힘으로 내가 속한 세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기회를 얻으면서 말이다. 


이제 기대감이 생겼다고? 그렇다면 미리 일러두어야겠다. 나는 한 달 만에 팔로워 몇십만을 약속할 수도, 월 1천만 원 수익을 보장해 줄 수도 없다. 대신 느리지만 나답게 내 이야기로 사랑받는 법은 알려줄 수 있다.


빠르게 성장하면 부작용이 뒤따르는 법이다. 너무 급하게 숫자를 불리려고 하면 찐팬이 아닌 구경꾼을 모으게 된다. 우리가 원하는 독자는 변덕스럽고 의리없는 구경꾼이 아니라 나를 믿고 응원해 줄 든든한 찐팬이다. 찐팬을 모으려면 조급함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며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그럴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이 책을 덮을 때쯤, 어서 내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손가락이 근질거릴 것이다.

8/13 ~ 8/19
프리워커 주간보고

이제 보고할 상사가 없어서 여러분께 보고합니다.
지난 일주일간 경험하고 배운 것을 일기 형식으로 씁니다.



🌊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했어?

[매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번역 2시간씩

[8/14] 두 번째 유튜브 라이브

[8/18] 원고 투고 & 도서관 북토크 기획안 제안




🌊 돈보다 절실한 기회
 

전업 작가를 꿈꾸며 서른다섯에 퇴사. 왜 그때여야만 했을까? 작가라는 꿈에 도전하기에 더 어울리는 나이는 20대가 아니었을까. 20대는 다들 아직 고만고만해서 나의 못남이 크게 튀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돈 때문이었다. 돈 때문에 절실해지는 게 싫었다. 없어 보이는 것도 싫었고, 실제로 없는 것도 싫었다. 무엇보다 돈 때문에 장기적으로 좋은 선택을 하지 못할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회사를 10년 넘게 다니다 뒤늦게 전업 작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모아둔 돈도 있고 매일 성실하게 출근하는 남편도 있기에, 30대의 꿈 찾기 모험은 20대의 무모한 도전보다 안전해 보였다.


돈이 절박하지 않으니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내게 올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있는 건 좋았다. 하지만 때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냥 무서워서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나를 계속 따라다녔다. 안전함이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인지 내 앞을 가로막는 장벽인지 계속 헷갈렸다.


"패기라도 넘치던 20대처럼 여기저기 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나를 알려야 하는 것 아닐까."

vs "안 해본 거 아니잖아, 쭈뼛거리다 아무것도 못 하고 집에 돌아와 며칠씩 멍때리는 네트워킹 파티가 무슨 의미가 있어." 두 마음이 끊임없이 다퉜다.


나는 SNS를 열심히 하니까 괜찮다고, 내향인 기질에 맞게 나답게 하고 있는 거라고, 애써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혹시 이게 자기합리화면 어떡하냐는 내면의 목소리가 커져만 갔다.


여전히 절실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20대보다 돈은 절실하지 않지만 30대가 되니 기회가 절실해졌다. 그냥 이번에 안 된 게 아니라 선택지가 하나씩 눈앞에서 사라지는 기분이랄까.


여전히 혼란스럽다. 아직은 방 안에 틀어박혀 조용히 내공을 쌓을 때라는 생각과 나가서 기회를 만들고 부딪혀야 오히려 내공이 쌓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어떤 시간일까.




🌊 도서관 북토크 문 두드리기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나의 고민은 결국 실행으로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이번 주부터 도서관에 북토크 기획안을 보내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도서관 담당자 연락처가 모두 공개되어 있었다. 메일이 아닌 전화라는 게 의아하긴 했지만 있는 게 어디야. (업무 흐름 끊기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나로서는 메일이 백배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겠지.)


회사 취업 준비하듯이, 투고 리스트 작성하듯이, 스프레드 시트를 만들어서 서울 시내 도서관 연락처를 하나하나 리스트업했다.


출판사 투고는 홈페이지나 메일로 연락하는 방식이라 크게 부담되지 않았는데 도서관에 전화를 걸려니 너무 떨렸다. (혹시 그래서 메일 대신 전화번호를 안내해 주는 걸까)


"저.. 안녕하세요. 제가 쓴 책 북토크를 제안드리고 싶은데, 담당자 선생님 메일 주소를 알 수 있을까요?"


이 한마디를 못해서 며칠을 미루다가, 청계천 달리기로 땀을 쭉 빼고 심박수를 올린 후 샤워하고 책상 앞으로 돌아와 일단 집 근처 도서관 세 곳에 전화를 걸었다.


다들 너무 자연스럽게 알겠다고 하면서 메일 주소를 알려주셨다. 이게 뭐라고 며칠이나 고민했던걸까.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앞으로 매주 출판사 투고 5곳, 도서관 북토크 3곳씩 해보자. 루틴처럼 하다 보면 굳게 닫힌 문도 결국 어떻게든 열리겠지.





단단의 워크숍
& 프로그램 소식

8/30 토 10시 | 미니멀 노션 정리법 워크숍 신청하기
9~11월 | 3개월동안 기록 습관 만들기! 밑미 리추얼 신청하기
월간 단단 워크숍!
8월의 주제는 미니멀 노션 정리법

딱 두 페이지로 노션 정리하는 법
간단한 기능으로 노션 활용하기

강의가 아닌 '참여형 워크숍'입니다. 제공해 드리는 템플릿으로 직접 노션 정리 같이 해볼 거예요.

  • 일정: 8월 30일 토요일 오전 10시
  • 장소: 온라인 zoom 워크숍
💪 3개월 동안 매일 함께 기록 습관 만들기

리추얼 커뮤니티 '밑미'와 진행하는 프로그램 입니다. 매일밤 딱 10분! 하룻동안 남긴 메모와 사진을 정리하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겨서 기록으로 쌓아요. 3개월 동안 제가 옆에 딱 붙어서 단단한 습관 근육을 만들어 드릴게요.

  • 일정: 9월 1일 ~ 11월 21일
  • 장소: 온라인 실천 모임
지난주 레터를 읽고 남겨주신 댓글과 답글을 요약해서 소개합니다.
게시판에 풀버전 댓글과 답글이 있어요.

오늘 레터를 읽고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 sy 든든님
솔직함이라는 건 인간관계에서도 글쓰기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군요! 너무 솔직하기만 한 건 서로에게 부담이고 오히려 안좋은 영향을 줄수도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 단단: 솔직하고 안전하게 나를 드러내는 방법에 대해서 요즘 엄청 골몰하고 있어요. 이 주제에 새로운 답을 찾게 된다면 또 전해볼게요. 🧡


📫 삶을짓다 든든님
이번 호를 읽으면서는 단단님의 글쓰기 루틴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프리워커란 저렇게 매일의 일을 정확하게 일정으로 세울 수 있어야겠구나 생각도 했어요. 제가 생각보다 훨씬 즉흥적이더라고요. 그래도 매일의 삶에 조금씩 루틴을 쌓아가고 있어요. 이제 매일 달리는 것도, 릴스를 촬영하고 기획하는 것도 조금씩 몸에 익고 있어요. 이 루틴이 몸에 익고나면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오겠죠?

💬 단단: 매일의 삶에 조금씩 루틴을 쌓아가는 짓다님을 늘 응원하고 있어요. 우리 둘은 너무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라 저의 이야기가 짓다님께 정말 도움이 되긴 할까 늘 조심스럽고 자신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늘 이렇게 이야기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


📫 듣는 마음 든든님
뒤늦게 <나는 미래를 보았다>를 읽고 나서 후기 남겨봅니다 :) 저는 전문직으로 학위과정까지 포함해서 10년 넘게 일을 하고 있어요. 근데 요즘 잘 풀리지 않다보니 자꾸 진짜 내가 원하는 길이 이 길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절 괴롭히더라고요. 하는 일 외에도 너무 좋아하고 관심있는 것들이 많아서 이제는 그 것들을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내가 진짜 좋아서 대가없이 할 수 있는 일들과 취미로만 즐길 수 있는 일, 좋아하면서 벌이도 되는 일 등등을 정리해보면 저도 조금 더 선명하게 제 미래가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단단: 학위과정까지 포함해 10년 넘게 일을 하는 전문직이시라니, 일단 부러운 마음 가득 느끼며 댓글 읽었어요. 분명 누군가는 듣는마음 든든님을 바라보며 한없이 부러워하고 있을텐데, 정작 우리는 마음 속 이상향이라는 게 있다보니 나를 대견하게 바라봐주기가 참 어렵지 않나요? 좋아하는 일, 돈벌이가 되는 일, 그 둘 사이의 교집합이 되어주는 일을 돌아보며 더욱 선명한 미래를 '보실 수 있기를' 응원 가득 보냅니다. 감사해요. 🧡

📫 해달 든든님
지난주 레터를 읽으며 와닿았던 문장은 “우리가 좋아하는 술술 읽히는 솔직한 글은, 절대 쉽게 호로록 써지지 않습니다.”입니다. (...) 저도 번역 연습을 하고 책을 읽으면서, 선호하는 문체가 있단 걸 최근에 알게 됐어요. 읽다 보니 공통점이 보였는데, 기자 출신인 사람이 쓴 글이란 점이었습니다. 장강명 작가가 쓴 <먼저 온 미래>나 김욱 번역가가 쓴 에세이 등이요. 클레어 키건의 문장도 간결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것 같아요.

💬 단단: 정말 그렇지 않나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려면, 그 글을 쓰는 사람은 쓰려는 주제를 200% 장악해야 하더라고요. 말씀해주신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와 김욱 번역가 에세이 꼭 읽어볼게요. 해달님 추천이라면 믿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장강명 작가님의 오랜 팬이라 <먼저 온 미래>가 내내 궁금했는데 바로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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