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부터 <복면가왕>까지, 세계에서 다시 만들어지는 예능의 비밀
2026. 10. 20.│156호│웹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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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헤어진 연인들이 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합니다. 지난 사랑과 새로운 인연 사이에서 흔들리는 출연자들의 선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둘이 다시 만날까?” 혹은 “새로운 사람을 선택할까?”를 궁금해하게 되죠. 국내 시청자에게 익숙한 <환승연애>의 설정입니다.

그런데 화면 속 출연자들이 일본인이고, 프로그램의 이름이 <러브 트랜짓>이라면 어떨까요? 일본에서 다시 만들어진 <러브 트랜짓>은 한 번의 리메이크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현지 시청자의 호응을 얻으며 시즌3까지 이어졌고, 최근에는 35세 이상 출연자들의 연애를 다룬 <러브 트랜짓 35+>도 등장했어요. 브라질판 제작도 확정되면서 한국에서 출발한 포맷의 이동 범위가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


이런 흐름은 <환승연애>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피지컬: 100>도 이탈리아와 멕시코에서 현지 출연자와 제작진이 참여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어요. 같은 시기에 공개된 두 현지판이 넷플릭스 글로벌 톱10에 함께 오르면서, 한국 예능을 자막으로 보는 단계를 넘어 각 나라가 직접 제작하는 단계로 확장됐죠. 🎬

여기서 흥미로운 건 한국판의 장면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환승연애>는 ‘헤어진 연인들의 재회’를, <피지컬: 100>은 ‘100명 중 가장 강한 한 사람을 가린다’는 구조를 남겼습니다. 대신 출연자와 공간, 세부 미션에는 각 나라의 색을 더했고요. 이처럼 좋은 포맷은 해외에서 복제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자라납니다. 지금 좋아하는 예능 하나를 떠올려보세요. 출연자와 배경이 모두 바뀌어도 그 재미는 그대로 남을까요? 🤔 오늘 콩! 에서는 한국 예능이 세계의 예능으로 다시 태어나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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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예능은 출연자의 개성과 관계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 인물이 친구를 만나거나 여행을 떠나는 모습만으로도 프로그램이 만들어지죠. 촬영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캐릭터가 발견되고, 새로운 관계가 생기면 그것이 다음 회차의 방향을 바꾸기도 해요. 국내 시청자에게는 익숙하고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하지만 그 출연자를 빼면 프로그램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 <복면가왕>을 떠올려볼까요? 참가자의 정체를 가면으로 숨기고, 오직 노래만 들으며 누가 무대에 섰는지 추리합니다. 출연하는 가수와 선곡, 진행 방식은 나라마다 달라져도 ‘가면 뒤의 인물이 누구인지 맞힌다’는 핵심 재미는 그대로 남아요. 미국판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현지판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죠. 🎭 <너의 목소리가 보여>도 비슷합니다. 겉모습과 몇 가지 단서만 보고 실력자와 음치를 구분한다는 규칙이 프로그램의 중심이에요. 어느 나라에서 제작하든 참가자의 정체가 공개되는 순간 반전이 만들어지고, 시청자는 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됩니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도 현지판이 제작되며 규칙의 확장성을 보여줬고요. 🎤

글로벌 포맷에는 이처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중심 규칙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참가자의 선택이 결과를 어떻게 바꾸는지, 회차가 거듭될수록 긴장이 어떻게 높아지는지까지 설계돼야 하나의 포맷이 됩니다.

그렇다고 지역적인 색을 모두 지워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세계 어디에서나 이해할 수 있는 뼈대를 먼저 만들고, 출연자와 공간, 유머와 정서는 현지에서 채울 수 있도록 열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뀌어도 되는 요소와 반드시 남아야 하는 요소가 구분될 때, 콘텐츠는 비로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에서 유명 출연자와 익숙한 배경을 모두 덜어낸다면, 시청자를 붙잡을 단 하나의 규칙은 무엇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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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맷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은 완성된 방송만이 아닙니다. 아이디어와 규칙을 정리한 기획안부터 영상 자료, 제작 방식까지 하나의 상품이 될 수 있어요. 국내에서 방송되기 전 해외에 포맷이 먼저 판매되고, 현지에서 제작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글로벌향 포맷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어떤 프로그램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작 전 단계의 기획서인 ‘페이퍼 포맷’에는 핵심 콘셉트뿐 아니라 참가 방식과 규칙, 회차별 전개, 보상과 탈락 구조, 시즌의 결말까지 담겨야 해요. 한 줄짜리 아이디어가 실제 프로그램으로 반복 제작될 수 있다는 근거를 보여주는 셈입니다. 📝

완성된 방송이 없는 상황에서는 짧은 소개 영상도 중요해요. 모든 내용을 빠짐없이 설명하기보다, 이 포맷에서만 볼 수 있는 순간을 압축해 보여줘야 합니다. 독특한 세트와 상징적인 소품, 참가자의 결정을 끌어내는 장치처럼 화면을 보는 즉시 콘셉트가 전달되는 요소가 힘을 발휘하죠. <복면가왕>의 가면이나 <피지컬: 100>의 석고 토르소처럼 프로그램을 한눈에 기억하게 만드는 이미지도 포맷의 자산이 됩니다. 제목 역시 마찬가지예요. 길게 해설해야 이해되는 이름보다 핵심 행동이나 갈등을 바로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 해외 파트너의 눈길을 끌기 쉽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재미있을 것 같다’는 감상이 아니라, 그 재미가 매회 다른 모습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증명입니다. 첫 회의 설정만 강하고 이후 전개가 비슷하다면 시즌으로 이어지기 어려워요. 반대로 기본 규칙 안에서 출연자의 선택이 매번 다른 결과를 만들고, 새로운 국가와 시즌에 맞게 규모와 난이도를 확장할 수 있다면 포맷의 수명도 길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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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규칙을 사용한다고 모든 현지판이 똑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피지컬 100: 멕시코>에는 마야와 아즈텍 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미션이 등장하고, 이탈리아판은 현지 참가자와 전개 방식에 맞춰 일부 경기와 탈락 구조를 바꿨어요. ‘가장 완벽한 몸은 무엇인가’라는 원작의 질문은 유지하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각 나라의 색을 입힌 겁니다. 💪 <최강야구>의 일본판 제작도 비슷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야구와 선수들의 도전이라는 기본 구조는 유지하면서도, 출연 선수와 팀 문화, 관객의 응원 방식은 일본 시장에 맞게 달라질 수 있죠. 현지화는 한국판의 장면을 그대로 따라 하는 일이 아닙니다. 핵심 재미가 새로운 환경에서도 작동하도록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에요.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고 해외 진출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K-콘텐츠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에도 해외에 직접 수출하는 콘텐츠 기업은 전체의 약 20%에 불과해요. 수출을 시작한 기업 가운데 약 3분의 1은 다음 해에 수출을 중단하고요. 현지 판매 채널을 찾고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조율하며, 제작을 함께할 파트너를 확보하는 일까지 뒷받침돼야 합니다. 🤝

(🔗 참고 자료: [KOCCA포커스 통권 213호] 콘텐츠 기업의 수출은 어떻게 시작되고 지속되는가)


그래서 기획 단계부터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과 현지에 맞게 바꿀 수 있는 요소를 구분해두어야 해요. 이 기준이 있어야 원작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현지 제작진이 자유롭게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러브 트랜짓>이 시즌3와 35+ 버전으로 이어진 것처럼, 성공적인 현지판은 새로운 시즌과 파생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어냅니다. 한 번의 판권 계약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로 계속 성장하려면, 원작자와 현지 제작진이 함께 포맷을 발전시키는 관계가 필요하죠. 좋은 글로벌 포맷은 완성된 방송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가 계속 태어날 규칙을 건네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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