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 트리 멸종위기
 오늘의 기후
  
'우리가 알던 날씨가 아니다'

성탄절을 앞둔 지난 23일 밤 9시 10분경, 전북행 버스를 타고 가던 저는 중간 휴식지인 정안휴게소(충남 공주)에 내리자마자 말로만 듣던 '서해안 폭설'을 직접 몸으로 겪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내가 아는 날씨가 아니다.'

보통 눈이 펑펑 쏟아지면 평소보다 따뜻하죠. 바람도 별로 없고, 그러나 그 날은 달랐습니다. 눈은 펑펑 오는데 기온은 영하 8도, 강풍까지 세게 붑니다. 마치 시베리아 벌판에 서 있는 느낌....그것이 무려 나흘 간 전북, 충남, 전남 일부 지역을 최대 60cm의 눈으로 덮은 '서해안 폭설' 입니다.

서해안 60cm 폭설...한파강풍과 폭설로 곳곳에서 꽝꽝

25일 기준으로 전북 지역에는 지난 21~24일 나흘간 최대 60㎝의 눈이 내렸습니다. 붕괴된 시설물은 비닐하우스가 189건, 축산 42건, 일반 건축물 5건...냉해 등 농작물 피해도 많습니다. 익산, 정읍, 임실, 부안 등 4개 시·군에서만 냉해 면적 2.8헥타르, 눈이 그치며 피해 신고는 좀더 늘 것으로 보입니다. 순창에선 마을 2곳에서 수도권 동파로 343가구가 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눈길 교통사고도 잇따랐습니다. 23일 오전 7시 30분쯤 전남 곡성군 순천방향 호남고속도로에서 고속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왼쪽으로 넘어졌습니다. 승객 10며명은 모두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23일 오전 8시 40분쯤 전남 장흥군에서는 액화 산소 가스를 싣고 가던 탱크로리가 눈길에 미끄러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90cm 폭설 제주...이틀간 하늘길 물길 다 막혀

강풍과 폭설...초속 10~16m(순간최대풍속 20m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과 폭설이 겹치면서 22일과 23일 이틀간 제주의 하늘길과 바닷길이 셧다운 상태였습니다. 24일 오전 6시 기준 제주지방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제주지역 주요지점의 적설량은 사제비 92.6cm, 삼각봉 76.1cm, 어리목 58.1, 한라생태숲 32.2, 제주가시리 34.5, 산천단 18.3, 유수암 9.4, 새별오름 7.0, 성산수산 8.4, 중문 7.7, 대흘 3.6, 서귀포 2.8, 고산 1.0, 제주 0.8 ㎝였습니다. 육상과 해상 모두 바람이 강하게 불며 강풍특보와 풍랑특보가 발효되며 제주공항에서는 22일 279편, 23일 477편의 항공편이 결항, 3만명 안팎의 관광객의 발이 묶였습니다. 풍랑경보로 8개 항로 11척의 여객선 운항도 통제됐고, 제주도내 산간도로와 일주도로 등 주요 도로도 통제되거나 운행제한...다행히 24일 오후부터 기온이 점차 오르며 묶였던 하늘길과 바닷길은 풀린 상황입니다.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북극 담벼락 붕괴와 '호수효과'

한반도 전체를 꽁꽁 얼리는 북극 한파가 장시간 지속되는 가운데 물온도와 대기온도의 차이에 따른 결빙이 폭설로 이어지는 '호수현상'이 서해안과 제주 폭설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북극 한파의 지속은 지난 글에서 소개드린 것처럼 영하 50도 가량 북극 한파를 북극에 머물도록 하던 '폴라보텍스' (북극 소용돌이)가 기후변화로 인한 북극 기온 상승으로 허물어지면서 북극 한파가 무너진 벽 사이로 마치 뱀처럼 구불구불 내려오는 '사행'을 하며 한반도로 내려와 머무르기 때문입니다. (지난글 보기 : https://bit.ly/3GjfOJJ)

이런 가운데 서해안과 제주에 내린 폭설에 대해 기상청은 '호수효과'로 분석했습니다. '호수효과'란 기온과 수면의 온도 차이로 인해 눈구름대가 만들어지는 현상으로 상대적으로 따뜻한 수면에서 올라온 수증기가 찬공기와 만나면서 결빙 효과로 눈을 머금은 구름이 만들어지는 원리입니다. 서해상의 수온은 9~12℃인 반면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찬공기의 온도는 영하 16~-18℃ 안팎, 보통 해기차(수면과 공기의 온도차)가 15℃ 정도만 돼도 눈구름대가 만들어지는데 해기차가 무려 25~30℃ 수준이 되니 매우 강한 눈구름대가 만들어져 뿌린겁니다.

미국을 덮친 살인한파...바이든 "우리가 어릴 때 알던 그런 날씨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폭설과 강풍을 동반한 ‘폭탄 사이클론’이 곳곳을 강타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22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50개 주 중 48개 주에 한파 주의보가 발령됐고 북서부 몬태나주 산악 지대의 기온은 영하 45.6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서부 콜로라도주 덴버 역시 32년 만의 최저치인 영하 31도....미국 기상청은 이번 추위가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위력이라며 미국 내 최소 100개 지역에서 역대 최저온도 경신이 예산되다고 밝혔습니다. 전 인구의 약 60%인 2억 명이 한파 영향권 안에 드는 수준, 뉴욕, 텍사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은 주정부 차원의 비상사태를 속속 선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긴급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어릴 때 알던 그런 날씨가 아니다. 날씨 경보에 주의를 기울이자"며 여행자제를 촉구했습니다. 현지시각 24일 워싱턴포스트는 폭탄사이클론으로 인한 잔인한 겨울 폭풍으로 현재 미 전역에서 사망자가 최소 22명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폭탄 사이클론은 역시 북극 온난화에 따른 폴라보텍스의 붕괴로 인해 빚어진 현상으로 차가운 북극 기류가 습한 공기가 만나 생성되는 저기압성 폭풍입니다. 24시간 이내에 기압이 24밀리바 넘게 떨어질 때 나타납니다.

홋카이도 하루동안 168cm 폭설...일본 전역서 14명 사망

22일 하루 동안 홋카이도섬 오토이넷푸촌에는 168cm의 눈이 내렸습니다. 야마가타현에서 눈에 파묻혀 숨진 남자의 옆에는 제설삽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폭설 피해 현장 소식입니다. 25일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25일 2시 기준 야마가타현 니시카와초 오이자와가 1m50㎝의 적설량을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홋카이도 엔가루초 시라타키에서 1m16㎝, 기후현 구조시 나가타키에서 62㎝, 니가타현 도카마치 38㎝, 군마현 미나카미초는 35㎝의 눈이 내렸습니다. 방송은 일본의 북쪽과 동쪽을 중심으로 지난 17일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진 눈의 적설량은 평년 대비 3배 이상 달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소방청 발표에 따르면 이번 폭설로 14명이 사망하고 34명이 중상, 53명이 경상을 입었습니다.

지구촌 곳곳이 북극 한파와 폭설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전역을 얼리고 있는 한파는 이번주에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참고 자료>
- 박성은, <나흘 만에 25㎝ 폭설에 미끄러진 버스…광주전남 사고 잇따라>, (광주CBS, 2022년 12월23일) https://bit.ly/3HUcwOc
- 김경락, <호남 폭설 피해 눈덩이…신속 제설로 대중교통 등 정상화> (한겨레, 2022년 12월25일) https://bit.ly/3BYYJ4Y
-허호준, <제주 산간 77㎝ 쌓인 눈…폭설·강풍에 하늘·바닷길 모두 끊겨>, (한겨레, 2022년 12월23일) https://bit.ly/3vdgdXK
-위영석, <'90㎝ 폭설' 잦아든 제주지방 항공기 운항 재개>, (한라일보, 2022년 12월24일) https://bit.ly/3hOGk4f
-김도균, <이승우도 갇혔다…제주 폭설 원인은 '호수효과'>, (머니투데이, 2022년 12월23일) https://bit.ly/3PPSJkJ
-이채완, 이상훈, <美, ‘영하 45.6도’ 폭탄 사이클론 피해 속출…日선 폭설로 최소 8명 사망>, (동아일보, 2022년 12월23일) https://bit.ly/3vcYiAk
-김소연, <눈에 파묻혀 숨진 남성 곁엔 제설 삽이…일본, 1m 폭설로 피해>, (한겨레, 2022년 12월25일) https://bit.ly/3VpaqZP
크리스마스 트리 멸종위기!

어쩌면 엽서에 나오는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는 엽서에서만 보게될지 모릅니다. 기후위기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랑받아온 멋진 나무들의 집단고사와 멸종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1. 미국 전나무 집단고사

미국에서는 살아있는 나무를 사서 장식을 달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 문화가 있습니다. 가장 사랑받는 나무는 '전나무'로 영어로는 'Fir tree' 라 부릅니다. 헌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나무 부족 현상이 보도됩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오랜 가뭄으로 집단고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월20일 미국의 공영라디오 <NPR>은 숲의 고장인 오리건주에서 기록적으로 많은 나무들이 말라죽고있음이 관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매년 실시해온 산림 항공조사에 참여했던 산림청 조사관들은 비행기 안에서 관찰하다 너무나 그 피해면적이 넓어 깜짝 놀랐다고 할 정도...전나무들의 고사면적은 오리건주에서만 110만 에이커로 평수로는 13억4천7백만여평에 이릅니다. 전문가들은 이 사태를 '퍼마겟돈'(firmageddon)이라 표현합니다. 전나무(fir)가 아마겟돈(Harmagedon) 상태라는...

2. 한국 구상나무 멸종위기

그보다 오래전부터 멸종위기에 빠진 나무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원조'로 불리고 있는 우리나라 토종 '구상나무'입니다. 우리나라의 제주 한라산이나 지리산, 덕유산 등 해발 1000미터 이상에서 자생하는 순수 토종식물입니다. 'Abies Koreana'라는 학명에서도 나타납니다. 이 소나무과 전나무속의 침엽수는 엽서에 나오는 그 트리처럼 아름다운 자태와 색감, 향을 갖춰 1900년 대 초반 영국 식물학자에 의해 서양에 소개된 뒤 지속적인 개량을 거쳐 가장 사랑받는 트리가 됐습니다. 지금도 캐나다의 한 온라인 식물 판매 사이트에 가면 구상나무에 대한 이런 광고문구가 있다는...

‘아름다운 초록 잎 뒷면에는 은백색 빛이 어려 있습니다. 이 나무는 무거운 크리스마스 장식을 매달아도 견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신의 집을 신선한 향기로 가득 채울 겁니다’

그런데, 최근 지리산의 구상나무 군락을 관찰한 <녹색연합> 기후위기기록단원들은 <한겨레>에 이렇게 썼습니다. 그곳은 구상나무의 집단무덤이었다고.

'무덤이었다. 지리산 정상 천왕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서식한다는 구상나무가 집단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쫓아 해발 고도 1,600m 지점에 오르니 울창한 숲이 계속되던 아래와는 다르게 앙상한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구상나무들의 ‘집단 무덤’이 시야에 들어왔다. 가을 산행의 정취가 물러가고 비로소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느껴졌다.'

지난 2019년 제주 세계유산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2006년 738.3헥타르에 이르던 한라산 구상나무 숲 면적은 11년 뒤인 2015년 626㏊로 감소했습니다. 국립공원연구원은 지리산의 경우 2018년 기준 지리산 반야봉 일대 1㎢에 서식하던 구상나무 1만 5000여 그루 중 47%인 6700여 그루가 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 2013년부터 구상나무를 멸종 ‘위기’ 단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구상나무의 위기는 겨울기온상승과 적설량 감소, 국립공원연구원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지리산 반야봉 일대 2월 평균기온을 측정한 결과, 2012년 영하 9.1도에서 2017년 영하 5.8도로 연평균 약 0.76도씩 온도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토양에 함유된 수분은 16.5% 줄었습니다. 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비정상적으로 이른 시기에 활동을 시작하는 나무가 뒤늦게 오는 추위에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된 결과입니다.

구상나무 뿐 아니라 우리나라 주요 침엽수종인 분비나무, 잣나무, 전나무, 주목도 최소관심이나 준위협 단계로 기록될만큼 아슬아슬합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침엽수 고사 문제는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 2013년부터 전 세계 침엽수림의 34%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음을 경고해왔습니다.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90년대 후반부터 고사 현상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 Juliana Kim, <A record high number of dead trees are found as Oregon copes with an extreme drought>, (NPR 온라인, 2022년 12월20일)
- 정용환, <성탄절 앞두고 美 전나무 부족 현상 왜?>, (Tech Recipe, 2022년 12월22일)
- 녹색연합 기후위기기록단, <지리산 천왕봉은 무덤이 됐다…하얗게 죽어간 구상나무들>, (한겨레, 2022년 12월14일)
- <[보도자료] 지리산 구상나무 집단 고사 지도 작성, 기후위기로 인한 집단고사 가속화 확인 돼> (녹색연합 누리집, 2022년 8월25일)
- <크리스마스 트리는 알고보면 '한국산'··· 멸종위기의 구상나무를 구하라> (동아사이언스, 2020년 12월12일)
[말말말] 김동연 "경기도의 기후대응, 중앙정부보다 훨씬 세게"
기후레터는 2022년 3월16일 첫발송을 시작으로 매주 화,목 발송합니다. (평일 공휴일은 쉽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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