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김봉진의 처갓집과 냉장고

옆집 스타트업의 숟가락 숫자는 몇 개일까요. 시즌1 #5 <스푼라디오>첫번째 레터입니다
Season 1 | 5번째 인물 | 첫번째 이야기 | 6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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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김봉진 창업자의 처갓집 냉장고와 자석 전단지 
쫌아는기자들 1호 성호철

 배민 김봉진의 장인어른 냉장고 이야기를 들어보셨는지요. 한 장의 냉장고 사진입니다. 삼성전자의 지펠이고요. 10년 전쯤, 처가집에서 디자이너 김봉진은 냉장고에 붙은 자석 전단지를 봤습니다. 
 치킨집, 중국집, 피자집 자석 전단지가 덕지덕지, 예쁘고 값비싼 냉장고의 앞면을 도배하는 장면, 당시엔 정말 흔했습니다. 
 네오위즈와 네이버(당시 사명 NHN)에서 디자이너를 했던 김 대표는 이 지저분함을 깔끔하게 바꾸고 싶었나 봅니다. 이걸 없애는 비즈니스를 해볼까, 생각했답니다. .

 당장 사무실 얻을 돈이 없어, 지인의 사무실 한켠에 책상을 넣었습니다. 책상은 디자이너답게 직접 만들었습니다. 절대 돈이 없어서는 아니구요. 그리고 내놓은 게 배민앱입니다. 
 배달의 민족이란 이름은 다소 장난스럽게 붙였다고 합니다. 
 법인을 설립하기도 전에 일단 서비스명을 단 거죠. 배민이란 명칭에 대해 김 대표는 과거에 쫌아는기자들 1호에게 “그땐 별 생각없이, 재밌는 이름을 붙었어요. 나중에 사업이 커지면서 아, 이거 엄청나게 책임을 느껴야하는 이름을 덜컥 썼구나하고 반성했을 정도예요.”라고 말했죠. 

 김 의장은 딱봐도 멋있는 디자인의 배민앱을 만들었지만, 사실 당시 배민 앱은 테크놀로지보다는 여전히 예쁜 전단지에 가까웠습니다. 
 소비자가 배민앱으로 자장면을 주문하면 배민 직원이 그 주문을 PC에서 보고, 중국집에 대신 전화하는 방식입니다. 냉장고에 붙은 자석 전단지를 스마트폰 앱에 정리했을 뿐, 뭔가 자동으로 척척되는 건 없었던 겁니다. 

 말하자면 변변한 기술력도 없이, 무조건 냉장고 앞면의 자석 전단지를 없애는 도전에 나선 셈입니다. 쫌아는기자들 1호는 스타트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 분들께 어줍지않은 조언을 할 때가 있습니다. 

  “냉장고 앞면에 덕지덕지 붙은 자석 전단지를 한번이라도 안 본 사람이 있을까요. 지저분한 전단지를 없애면 좋겠다고 생각, 한번쯤 다들 했겠죠. 하지만 성공은 오직 실행한 사람만 얻을 자격이 있습니다. 자칫 최고의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찾는게 성공의 제1 조건이라고 믿는다면 그건 착각입니다. 성공하는 아이템은 존재하지 않아요. 사업 아이템을 끝까지 실현하는 창업자만 있을 따름입니다.” (※ 막상 써놓고보니, 딱 라떼네요.) 

 김봉진 대표는 음식주문앱을 감행했고 경쟁에서 승리했고, 4조~5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장인어른집 냉장고’는 김 대표가 3~4년 전쯤 처가집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합니다. 중국성, 중국관, 눈꽃스테이크피자, 도원…. 

 김 대표는 “창업 당시인 2010년 이전엔 어느 집에서나 흔히 볼 수 있던 장면 아닌가요. 사실 우리집도 그랬으니까요. 냉장고 뿐 아니라, 현관 철문에도 자석 스티커가 빼곡하게 붙었죠. 싱크대 한쪽 서랍엔 전단지랑 책자가 가득 했고요. 냉장고의 주인공이신 장인 어른께선 제가 사업 시작하자 전단지 주워오는 일을 도와주시기까지 했습니다. 사업 초기의 배민 앱에 강남 상가 만큼이나 길동 상가들이 많았던건 장인 어른이 가져다준 전단지를 입력해서 그래요.”라고 합니다.

 참, 전설 같은 배민의 초기 성공 전략인 ‘막내 마케팅’도 처가집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장인 어른은 배달 음식을 많이 안 드시는데 가끔 주문하면 처남에게 시켰어요. 그걸 보고, 배민 앱에서 주문하는 사람을 가정의 막내, 혹은 사무실의 막내로 상정해 소위 ‘막내 마케팅’을 했죠.”라고 설명합니다. 성공의 법칙은 멀리 있지 않나 봅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은 세상의 모든 스타트업을 응원합니다. 창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 분들도 응원합니다. 스타트업 시즌1의 다섯번째 인터뷰는 스푼라디오의 최혁재 대표입니다. 누가봐도 성공하겠다싶은 아이템으로 창업했다가 호되게 실패한 경험을 가진게 바로 최 대표라고 합니다. 
시즌 1 No.5  오디오의 유튜브 가능할까,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2019년 12월 스푼라디오는 4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시리즈C입니다. 앞선 투자까지 합치면 665억원입니다. 창업자끼리 다들 알죠, ‘시리즈C’라는 건 창업자에겐 어쩌면 세상 헛살지 않았다는 훈장이라는 걸. 
 그해 이승건 대표의 토스 770억원, 김재현-김용현 공동대표의 당근마켓 400억원, 김슬아 대표의 마켓컬리가 1000억원을 유치했습니다. 

 스푼라디오는 2016년 5월에 시작했으니, 시리즈C는 3년 만에 받은 성적표입니다. 그래서 최혁재(42) 스푼라디오 창업자를 운 좋은 ‘원샷원킬’(첫 창업이 대박 난 사례)이라고 아는 분들도 적지 않죠. 하지만, 쫌아는기자들 2호는 그에게 대뜸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최 대표님 한 번 망했었다는 걸요”. 
 최 대표는 “아, 정말 말 되는 아이템이었는데 잘 안됐죠”라며 “벌써 8년 전 일인데요. 어떻게 아시고. 그때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님한테 ‘사업 접어라’는 조언을 들었죠.”라고 답합니다. “장 의장님, 정말 훌륭한 분이세요. 사업 접으라는 조언, 그거 아무나 못하는 거 아닌가요?” 

LG전자 그만두고 창업했다가 망한 아이템, 대체 뭐였죠. 
 2012년, 그러니까 스마트폰 배터리가 분리되던 시절에 시작했죠. 어디서나 휴대폰 배터리를 대여하는 배터리 공유 서비스였어요.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500 스타트업에서 10만달러 투자를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2015년 배터리 일체형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망했어요. 투자금도 전부 떨어졌고요. 
 어느 술집에 “배터리 왔습니다!” 하고 들어갔더니 전부 지인들이 앉아있는 거예요. ‘대기업 들어갔다더니 이런 일 하느냐’며 조롱하듯이 몇만원을 쥐여주더군요. 그전에는 LG전자 안드로이드 개발자였거든요. 
 가게를 나와 길거리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했습니다. ‘두고 봐라, 반드시 성공한다’고 다짐했죠. 

그 정도로 회사가 어려웠으면 아예 회사를 폐업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낫지 않나요 
 투자자셨던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님을 찾아갔어요. 장 의장님이 ‘접어라’고 하더군요. 이해가 안 됐어요. ‘투자를 하셨는데, 왜 접으라고 하세요. 그 돈 다 날리시잖아요’고 물었죠. 
 장 의장님이 그러시더군요. “나도 창업가고, 네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힘든지 안다. 그래서 계속 하라는 희망고문은 못 하겠다” 

 그 이야기 듣고 더 폐업을 못 하겠더군요. 오기가 생겼거든요. ‘그러면 뭐라도 만들어서 다시 오겠습니다’고 한 다음, 스푼을 만들어서 다시 장 의장님을 찾아갔죠. 그런데 또 접으라는 거예요.
 “스푼이 뭔지 감이 잘 안 온다. 힘들면 쉬어라. 마음부터 추슬러라.” 
 저는 끝내 고집을 부렸어요. 성공에 대한 오기 같은 것들이 억눌렸다가 폭발했거든요. 이제는 스푼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니까 그런 말씀은 안 하시네요. 

사업 초기부터 고생했던 분들은 여전히 회사에 계시나요. 지금도 그 시절 이야기 하시나요. 
 10명 있었는데 한 분만 개인 사정으로 퇴사하셨고 모두 계세요. C레벨이 되신 분도, 팀장이 되신 분도 있고요. 솔직히 지금은 과거 이야기를 잘 안 해요.  소원해진 분들도 있고요. 회사가 커거니 바라보는 곳이 똑같지는 않아요. 
 누구는 ‘이 회사가 100억 밸류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져서 ‘이제 됐다’고 만족할 수도 있어요.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지금이 끝이 아니고 다음 레벨, 또 다른 목표가 계속 생겨요. 이런 부분이 안 맞아서 사이가 예전 같을 수는 없어요. 그렇다고 속마음을 내색할 수는 없어서 힘들죠.

만땅 서비스를 하던 시절 스푼라디오(과거 법인명 마이쿤)의 모습. 거리 곳곳을 이렇게 다니면서 배터리 대여 서비스를 했다. 

1억원 투자마다 어깨에 1kg 벽돌이 쌓인다
수백억원 투자받으면 어떤 기분인가요. 
 창업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을 하거든요. 투자 1억원당 어깨에 1kg씩 벽돌이 올라온다고요. 예전에 2~3억원씩 투자받을 때는 20억원 투자받는 창업가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아주 신나고 재미있을 것 같고,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으냐’고요. 
 그분들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할 게 또 생기고, 고민거리가 더 많아지고,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 말이 실감나요. 

 부대표랑 저랑 ‘100억 밸류 회사 한번 만들어보자’ 이렇게 시작했어요. 하다 보니 돈이 들어오고, 일에 몰두하다 보니 사람들이 성장했다고 하고, 또 돈이 들어오고, 그럼 또 책임과 할 일이 생겨요. 
 그래서 co-founder(공동창업가)들이 저에게 물어봐요. “대표님, 이 지옥의 굴레가 언제 끝나요?”라고. 여기서 장병규 의장님 이야기가 또 나오네요. 그래서 바로 전화했어요. “의장님, 이러이러해서 너무 힘든데, 언제까지 이렇게 일해야 하나요?”라고 물었죠. 
 그랬더니 “끝날 줄 알았니? 이건 계속 가는 거야. 이 판에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갔다 할 뿐이야. 끝나는 걸 생각했다면 애초에 창업판에 발을 딛지 말았어야지. 스푼 잘 되고 끝나면 뭐할 거야?” 라고 하시더군요. 고민하다가 “또 창업하겠죠?”라고 답했죠. 

 “그러면 끝이 아니지. 계속 창업가로 인생을 살아갈 거야. 창업을 결정했으면 끝을 생각하면 안 된다”고 나무라시던데요. 하하. 런닝머신에서 계속 뛰는 거예요. 개인적인 고민도 할 여유가 없어요.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쯤 퇴근합니다. 

투자자들은 큰 돈을 왜 스푼에 투자했을까요 
 막 서비스가 나왔던 시절부터 해외 진출을 이야기했거든요. 지금 오디오 시장이 비어 있고, 우리가 글로벌 시장을 먹어보겠다고요. 오디오 비즈니스의 한국 시장은 너무 작아요. 목표가 아니라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죠. 
 저희에게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에요. 이걸 믿어주는 투자사들에게 투자를 받은 거죠. 사업 초기, 해외 진출을 위한 기본 세팅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희는 일본에 진출하겠습니다’라고 PT를 했어요. 
 투자사 대부분 반응은 ‘일본은 그렇게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쉽지 않다’였죠. 제 말주변이나 데이터가 부족했는데도 운 좋게 믿어주는 분들이 있었던 거고요.

"가봤어요? 공기라도 마시고 오세요"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동(아랍어 서비스), 미국까지 진출했어요. 꽤 성공했네요. 
 아뇨. 이야기를 잘 안 해서 그렇지, 실패도 엄청나게 많았어요. 미국 같은 경우에는 마케팅비를 많이 쏟았는데 결론적으로 실패했어요.  예상했던 것만큼 사용자들이 모이지 않았죠. 나라마다 문화가 달라서 그걸 파악하는 것이 제일 힘들어요.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하나요 
 인도네시아 진출 전에 알토스벤처스 한 킴 대표님과 액세스벤처스의 찰스 림 대표님이 그러시더군요. “진출할 나라에는 가보셨나요”라고요. “아직 못 가봤다”고 답했죠.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두 분이 똑같이 말씀하셨어요. 
 “해외에서 서비스하겠다는 사람이 그 나라도 안 가보고 무슨 사업을 합니까. 당장 티켓 끊고 가서 공기라도 마시고 오세요.” 

 공동창업자들과 곧바로 인도네시아로 갔죠.  진짜 공기만 마실 수는 없잖아요. 현지 한국 스타트업들도 만나보고, 대학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인도네시아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무슨 콘텐츠를 이용하는지 봤어요. 막연하지만 감이 오더군요. ‘잘하면 통하겠다’는 감. 
 지금은 현지에 정통한 기획자를 뽑는데 열을 올리고 있어요. 얼마 전 미국 지사는 디즈니 출신 서비스 기획자를 3개월 설득 끝에 채용했고요. 

글로벌 시장 규모가 얼마쯤 되나요 
 원래 계산이 있었는데 이젠 저도 감이 안 와요. 클럽하우스의 성공을 보면서 다시 느꼈죠. 생각보다 이 판이 크다는 것을요.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사실 클럽하우스를 보고 ‘아차’ 했어요. 한 방 먹은 거죠. 저희는 오디오 스트리밍(방송) 플랫폼, 클럽하우스는 오디오 커뮤니티라 결이 약간 달라요. 사실 저희도 오디오 커뮤니티 기능을 준비해왔고, 올해 출시 예정이었거든요. 
 이렇게 콘텐츠와 미디어 트렌드가 빠르게 변해요. 시장 트렌드가 오디오로 가는 것이죠. 클럽하우스를 보고 ‘우리도 아직 갈 길이 멀구나’를 느꼈죠. 

왜 오디오가 갑자기 뜰까요. 
 비디오는 포화 상태에요. 넷플릭스도, 유튜브도 있죠. 텍스트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잡았고요. 오디오만 남들과 즐기고 소통할 수단이 부족했어요. 음악도 오디오지만,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이고요. 
 사람들이 자기표현하고, 소통하려고 할때 많이 쓰는 수단이 뭘까요. 비디오, 사진, 글도 있지만, 제일 편한게 대화잖아요. 그런데 바로 그 오디오 플랫폼이 부족했던 것이죠. 

 스푼라디오를 처음 출시했을 때, 유사한 서비스 5개가 안 됐었어요. 지금은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가 글로벌에 40개가 넘어요. 오디오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지고 있죠. 중요한 문제는 여기서 누가 승자가 되느냐죠.

대표가 방송을 했더니 당장 "아재네" 반응
스푼라디오 써봤는데, 대체 누가 이걸 쓰고, 왜 열광하는지 모르겠어요. 스푼은 이용자에게 본질적으로 무얼 팔고 있는건가요.
  사람과 사람의 스토리죠. 스토리에 열광하고, 재미를 느끼고, 감정의 변화를 느낀 분들이 후원하는 것이죠. 정기적으로 듣겠다는 분들은 돈을 더 쓰는 것. 그게 가장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는 BM(비즈니스모델)이고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70% 정도 돼요. 그 연령대에 특히 집중해요. 

왜 10대~20대인가요.  
 제 이야기인데요. 초창기에 사실 DJ로 몰래 방송한 적 있어요. 근데 제 이야기에는 청취자들이 반응을 안 해요. 나이도 이름도 익명으로 했는데도, 채팅창에서 청취자들이 ‘아재네ㅋㅋㅋ(아저씨네)’라고 해요. 
 10대~20대에게는 제 이야기, 제가 만드는 콘텐츠가 재미없는 거예요. 제가 대표고 창업가지만, 제 감만으로는 고객들이 좋아하는 걸 짚어낼 수 없는 거예요. 
 그냥 있는 그대로, 그들이 좋아하는 것 자체를 존중하는 거죠. 

유튜브는 인기 라이브 방송엔 시청자가 1만명도 훌쩍 넘겨요. 스푼은 청취자가 100명을 넘지 않아요. 
 소수 정예, 소규모 방이 여러 개 열리는 형태에요. 청취자와 인터랙션(interaction), 소통을 할 수 있는 범위가 계속 유지가 돼요. 스푼 DJ들은 청취자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으면서 진행해요. 방에 들어오면 늘 직접 이름을 불러주죠. 100명만 넘어도 인사만 하다가 방송이 끝나요. 저희 사용자, DJ들도 오히려 그렇게 규모가 큰 방을 원하지 않아요. 대부분 25~50명 수준 방을 베스트라고 생각하죠.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모두 동시 시청자가 수천명을 넘어가야 돈을 벌어요. 시청자들이 방송 중에 현금성 아이템을 쏘잖아요. 스푼 DJ들은 적은 청취자로 수익을 낼 수 있나요 
 생각보다 청취자들이 적극적으로 돈을 내요. 10대는 적지만, 20대 사용자들은 오디오를 들으면서 콘텐츠에 돈을 내는 것이 익숙한 연령대거든요. 
 스푼에서 돈을 쓰는 분은 주로 20대고요, 30대만 넘어가도 이런 경험이 익숙하지 않아서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확 줄죠. 이런 패턴은 비디오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도 마찬가지예요. 
 스푼에서 DJ에게 돈을 내는 사용자와 내지 않는 사용자의 비율이 5대5 정도요. 수입 규모는 청취자 수 상위 5%의 DJ가 일반 직장인보다 좀 많은 수준이에요. 전업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인 셈이죠. 

결국 스푼은 30~50대와 잘 안 맞는다? 
 왜냐하면 본인이 과거 접했던 미디어 채널, 그것과 괴리감이 있는 거에요. 저와 기자님도 비슷한 연배니까요. TV와 라디오로 처음 콘텐츠를 소비하고, 그 다음 PC데스크톱으로 넘어온 다음에 스마트폰을 썼어요. 스마트폰의 미디어와 콘텐츠도 기존의 것들과 비교하죠. 
 10~20대는 처음부터 스마트폰이예요. 앞에 두 단계가 없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영상, 사진, 글 모두 스마트폰으로 소비했어요. 이 친구들에게 과거의 미디어, 그러니까 라디오의 형식을 빌린 스푼을 보여주면 ‘오, 신기한데’ 하면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소비하는 거예요. 

역설적이군요 
 네. 새로운 것. 기존에 과거의 미디어 콘텐츠를 겪은 세대들은 과거에 익숙해져서 새로운 미디어와 콘텐츠에 거부감이 있어요. 새로운 것에 대해 일종의 거부감은 누구나 있거든요. 
‘방송을 보면서 돈을 낸다고? 저런 방송을 보면서 누가 돈을 내?’ 
 사람들이 처음에 미쳤다고 했어요. 저도 미쳤다고 했어요. 그런데 아프리카 TV가 1년에 몇천억원씩 돈을 벌고 있잖아요. 스푼도 그래요. 이야기만 듣고 돈을 내요. 
 10~20대들은 어릴 때부터 접했던 플랫폼이 아프리카tv, 트위치 같은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이에요. 거기서 돈을 내는 걸 봤고, 내왔거든요.  그냥 습득하고 자연스러운 사용자 경험이 된 거예요. 
 저도 구닥다리예요. ‘게임을 안 하고 게임 방송을 본다고, 이해가 안 되네?’ 그랬죠.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저도 했어요. 너무 재밌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손이 안 따라주는 거예요. 계속 죽고, 열만 받았죠. 그런데 남이 하는 게임 방송을 보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속으로 ‘와, 이게 콘텐츠가 되고, 대리만족이 되는구나’라고 했죠. 정말 재밌는 방송은 돈을 내고 싶더라고요.

라디오와 스푼, 그 차이는 뭘까요. 
 기존 레거시 미디어에서 뉴 미디어로 전환은 엄청 빨라요. 업계 관계자나 시장 플레이어들이 못 따라가는 거예요. 의사 결정하는 분들은 30~50대라서요. 
 본인들이 그런 경험을 안 해본 세대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의 콘텐츠 소비 방식을 예측하기 어려워요. 가끔 지상파나 종편 방송 중간에 ‘나머지 이야기는 유튜브에서 보세요’라고 자막이 떠요. 
 제가 방송 관계자면 정말 짜증 날 것 같아요. 쪽 팔릴 것 같고요. 5년 전만 하더라도 지상파 3사의 위상이 엄청났었어요. 지금은 어떻게든 유튜브를 이용하려고. 처지가 바뀐 거죠. 
 
 1세대 오디오 매체, 한국 지상파 라디오도 전부 매출 역성장이에요. 스푼 처음 시작할 때, 한국 라디오 방송국의 매출 규모가 2000억원이 넘었어요. 
 KBS, MBC, SBS 3사가 시장 점유율이 90% 정도였으니까, 한 회사가 500~600억원 매출 정도인거죠. 4년 사이, 작년 기준으로 시장 매출 전체가 1700억원이 채 안 돼요. 역성장한다는 것은 라디오를 안 듣는다는 말이고요. 

 반대로 스푼 매출이 증가한다는 건, 라디오 같은 전통 매체에서 스푼 같은 매체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죠. 
 이런 현상이 여러 카테고리에서 나오고 있어요. 종이 만화에서 웹툰으로 넘어갔고, 만화가들이 웹툰 작가들 엄청 무시했거든요. 지금은 반대죠. 이렇게 각 카테고리로 넘어가고 있고, 이런 속도는 앞으로 빨라졌으면 빨라졌지 느려질 것 같지 않아요. 

스푼이 아직 임자 없는 오디오 플랫폼을 차지한다? 
 갈 길 멀지만, 최종적인 모습은 그래요. 첫번째 목표는 손익분기점 돌파예요. 아직 적자거든요. 올해 새로운 BM을 붙이면 내년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봐요. 
 올해는 오디오와 디스플레이 광고를 모두 테스트할 생각이고, 유튜브 프리미엄처럼 광고를 안 볼 수 있는 유료 구독 상품도 팔 계획이에요. 청취자가 DJ에게 줄 수 있는 유료 아이템도 다양화할 계획이고요. 

 그다음 목표는 과거 UCC나 유튜브처럼 지금보다 훨씬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이 되는 것이에요. 
 전문가들이 만드는 고퀄리티 비디오를 보고 싶으면 넷플릭스나 OTT 플랫폼으로 가잖나요. 사용자들이 만드는 비디오를 보고 싶으면 유튜브로 가고요. 전문가들이 만드는 음악 콘텐츠는 스포티파이나 멜론으로 가요. 그런데 사용자들이 만드는 오디오 콘텐츠, 이 자리는 비어 있어요. 그 자리를 스푼이 차지하고 싶어요. 

 앞세대 미디어와 콘텐츠와 차이점은 커뮤니케이션이죠. 누구나 소통하고 싶어 하잖아요. 방송이나 전통적인 매체들은 정말 제작의 영역이죠. 부담감을 갖고 아주 잘 만들어야 해요. 그런데 새로운 오디오 플랫폼들은 가볍게 이야기하듯이 접하죠. 나는 편하게 이야기했는데, 이게 콘텐츠가 되는 거죠. 

유튜브의 경우 점점 고퀄리티화 되고 있는데요. 투자도 그만큼 많이 하고.
 그렇게 경쟁이 치열해지는데도 계속 스타가 나오잖아요. 순환이 되고요. 떴다가 사그라지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플랫폼의 순환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유튜브가 잘 된 이유가 수백가지인데요.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유튜브 플랫폼 때문에 돈을 번 사람들이 생긴 거예요. 돈을 번 사람들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 콘텐츠 퀄리티를 업그레이드 하는 거죠. 이제는 스튜디오에 전문장비, 작가들도 붙잖아요. 

 그들이 수익을 냈기 때문이에요. 저희도 그런 단계를 밟는 과정이에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방송 콘텐츠를 관리하는 DJ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일주일 방송 시간과 콘텐츠를 예고하고, 게스트를 초대하고, 합방을 한다든지요. 기획된 콘텐츠를 하는 크리에이터들이요. 저희도 가이드를 배포하고 있고요. ‘이렇게 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교육 프로그램도 하고 있고요. 
 수다방과 고퀄리티 오디오 콘텐츠가 공존하는 거죠. 내부에서는 지금 스푼 오리지널이라고 해요. 막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저희가 직접 제작하거나, 외부 소싱을 통해서 스푼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고퀄리티 오디오 콘텐츠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하려고 해요. 
 청취자와 쌍방 소통을 하면서도, 셀레브리티를 초대하는 방송 포맷 등을 기획하고 있죠. 저는 오디오 플랫폼의 판 자체가 커질 것 같아요. 고퀄리티 콘텐츠도,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봐요. 

스푼의 경쟁자는 누구죠. 클럽하우스, 유튜브, 게임... 다 경쟁자 아닌가요. 모두 사용자의 시간을 뺐어가니까요. 
 재미있는 포인트를 알려 드릴게요. 오디오도 멀티태스킹이 돼요. 주 타깃인 젊은 사용자들이 그렇게 쓰고 있어요. 사용 패턴을 분석하면 방송을 들으면서 다른 앱을 켜요. 스푼을 하면서 인터넷 하고, 게임도 하고요. 특히 10대 친구들은 앱을 3~4개 씩 왔다갔다하면서 써요. 시간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간에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하나 더 늘었고, 그게 오디오가 된 거예요. 
 이런 콘텐츠는 오디오가 유일하다고 생각해요. 잘 생각해보세요. 학창 시절 공부하면서 음악 듣고, 라디오도 들었잖아요. 오디오가 흘러나오는 매체, 그게 지금 10~20대에게 스푼으로 바뀌고 있고, 그렇게 될거예요. 

#쫌아는기자들 2호는 2018년에 최 대표를 처음 만나, <온라인서 별밤 같은 라디오… 月이용자 100만>이라는 인터뷰 기사를 썼었다. MZ세대에게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라디오를 노린다는 의미였다. 당시 취재팀장이 현재 쫌아는기자들 1호였는데, "좀 오버 아냐, 제목 이거 너무 세지 않아? 괜찮아" 햇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스푼의 월 이용자는 300만을 넘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발송합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 시즌1은 13명의 창업자를 인터뷰 합니다. 

1. 런드리고 조성우 대표 2. 퍼블리 박소령 대표 3. 고피자 임재원 대표 4. 센시 서인식 대표
5.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6. 스티비 임호열 대표 7. H2K 홍창기 대표 8. 모토브 임우혁 대표 9. 뉴닉 김소연 대표 10. 수퍼빈 김정빈 대표 11.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12. 캐플릭스 윤형준
대표 13. 뤼이드 장영준 대표 

화요일은 창업자 인터뷰, 금요일에는 구독자 여러분의 질문에 창업자들이 직접 답하는 뉴스레터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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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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