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잠깐 날이 풀리나 싶더니, 요 며칠 사이 다시 꽃샘추위가 찾아와 겨울 코트를 다시 꺼내 입게 되었네요. 날씨처럼 쉽지 않은 사회적 상황 속에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요즘이지만, 하루하루 주어진 일상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려 합니다.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이 뉴스레터를 시작해 봅니다.
오늘은 지난 연말에 큰 이슈가 되었던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0다247190)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참고로 대법원에서의 심판은 전원합의체와 대법관 3인 이상의 '부(部)'에서 이루어지며,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참여해 재판합니다. 보통 사건은 부에서 심리하지만, 기존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사안 등은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합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통상임금의 개념에 대한 기존 판례를 변경하면서, 그 정의를 보다 명확히 하였는데요,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통상임금’의 정의 규정
현행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는 통상임금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제6조(통상임금)
① 법과 이 영에서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所定)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일급, 주급, 월급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
2. ‘통상임금’의 기능
통상임금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의미를 가지기보다, 근로기준법상 여러 수당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임금’으로 기능합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본질을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기준임금”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실제 지급된 임금이 아니라, 사전에 제공하기로 정해진 대가로서의 임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변경
(1) 기존 판례(대법원 2012다89399, 2012다94643 전원합의체 판결)
기존 판례는 임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기준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이 중 '고정성'이란,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임금"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특정 시점의 재직을 조건으로 하거나,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해야만 지급되는 임금은 고정성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2) 변경된 판례(대법원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기존 판례에서 제시하였던 '고정성' 요건을 통상임금 판단의 기준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⓵ 통상임금은 법적개념이므로 원칙적으로 법령상 정의에 충실하게 해석해야 함에도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될 것을 의미하는 고정성 개념은 법령의 근거가 없음.
⓶ 통상임금은 법정수당 산정의 도구로서 연장근로 등에 대하여 법이 정한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한 강행법규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어야 함에도 기존 판례에 따르면 사용자가 우월적인 지위에서 임금에 조건을 부가하여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할 위험이 존재.
⓷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개념이므로, 실근로와 무관하게 소정근로 그 자체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여야 함.
⓸ 통상임금은 연장근로 등을 제공하기 전에 사전적으로 산정될 수 있어야 함.
⓹ 통상임금의 개념은 연장근로 등의 억제라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여야 하는데 고정성 개념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근거 없이 축소시켜 통상임금이 소정근로의 가치를 합당하게 평가한 단위 임금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하고 결국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발생시킴.
위와 같이 변경된 판례는 ‘고정성’요건을 통상임금 판단의 기준에서 제외하고 통상임금을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앞으로는 '고정성'이 없더라도 '소정근로의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이 인정되면 통상임금으로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