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기도와 피정 안내를 받을 때 자리한 40여 명의 참가자들과 그들의 참가 소감을 들으며 하나님과 함께 있고 싶어 각지에서 이곳에 달려온 이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룹 나눔에서 처음 대하는 7명의 스토리와 바램, 아픔을 들으며 각자의 숙제를 하나님 안에서 어떻게 풀어가게 하실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놀라운 것은 피정을 마치며 다시 모였을 때 우리 모두가 그 숙제를 잘 풀어내어 밝고 평안하고 기쁨을 간직한 모습이었다는 점이었다. 아~ 이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주님이 이곳으로 불러내어 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침묵 안에서 사각사각 움직이며 내 안에 계신 주님과 만나는 경험이 신선했다. 걷는 기도와 라브린스 시간에 나는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라브린스의 문양이 생경하고 프리메이슨을 연상시켜 밤에 인터넷으로 찾아보기까지 했었는데 라브린스를 걷는 동안 주님이 끊임없이, 퐁퐁 샘솟는 것처럼 말을 걸어주시는 것이 놀라웠다. 주님을 향하여, 주님과 함께, 주님 안에서, 주님을 품은 다른 이들과 조우하며 주님을 발견하는 길, 은총이 가득한 길.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같이 희미하나 이 순례길이 끝나면 주님의 얼굴을 또렷이 마주할 그 길. 인생의 모든 것이 합력하며 선(구원)을 이른다는 것을 알게 된 길. 매끼의 식사는 정갈했고 속이 편했고 경건했다. 식탐이 있던 나는 천천히 음미하며 감사하며 마지막 한 톨까지 다 먹었다. 소리와 침묵을 통해 기도하기 시간에 주님은 강당을 조용히 걷는 동안 계속해서 성경 말씀과 찬양의 가사로 응답하셨다.
이콘 역시 보수적인 개신교도인 내게 생소했지만 지그시 응시하며 걷는 동안 탕자 그림이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다. ‘아버지의 사랑이 아들을 이끌어 돌이키지 않을 수 없게 했구나, 아버지는 아들을 한시도 잊은 적 없이 그와 함께 있었구나’. 아들의 죄책감과 민망함을 다독여 주시며 “괜찮아. 괜찮아.”하며 안아주시는 아버지의 사랑이 가슴 가득 느껴졌다. 예수님의 얼굴을 그린 이콘은 퓨시케 같은 나, 신부로서 신랑의 신뢰를 배신한, 자격 없는 나를 무한한 사랑으로 받아 주시는 신랑의 모습 같았다. 순결, 사랑, 자비, 지혜, 엄위하심, 다 아심, 다 받아주심, 너무나 사랑해서 자기를 내어줄 수 밖에 없는 사랑이 그저 깨달아졌다.
렉시오 디비나 말씀기도는 말씀이 살아서 그대로 나에게로 꽂히는 경험을 했다. ‘아~ 새 사람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이런 것이었구나. 나의 감정, 나의 정서, 나의 성품이 어떠하든지 나의 속사람이 예수 안에서 지식에까지 새로워짐을 받는다는 것, 나의 영은 언제나 하나님의 현존 앞에 있다는 것’. 놀라운 일이었다. 40여 년의 신앙 여정에서 이제야 비로소 말씀에 눈이 열려지는 경험. 부끄럽지만. 한없이 감사했다.
조용한 섬김으로, 부드럽지만 범접할 수 없는 영적 카리스마로 이 모든 프로그램을 이끌어 주시는 리더들을 보면서 예수 안에서 성숙해가고 싶은 열망과 갈망이 생겨났다. 돌아와서 며칠이 지나 이 글을 쓴다. 그곳에서 경험했던 하나님 나라는 지금 내 안에 있음을 안다. 아직 내 삶은 여전히 게으르고 평범하게 흘러가지만 보행신호등 앞에 멈춰 기다릴 때, 산책할 때, 소파에 앉아 하늘을 바라볼 때, 나는 조용한 호흡을 통해 내 안의 하나님을 알아차린다.
- 이연주(대전 도안서부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