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호

이어지는 미디어셀러 강세

: 굿즈가 된 책

<헤어질 결심>, 사진 출처: YES24  

이어지는 미디어, 스크린셀러 강세

미디어셀러는 미디어에 나온 뒤 인기를 끌어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스크린셀러는 영화가 나온 뒤 인기를 끌게 된 책을 말합니다. 요즘 계속해서 미디어셀러, 스크린셀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원작이 먼저 인기를 끌어 영상물로 제작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이렇게 영상물의 인기에 힘입어 베스트셀러가 되는 역유행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가 무엇이고,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자료 출처: YES24
애니메이션의 영향력

작년에 나온 <슬램덩크>를 시작으로, 애니메이션셀러의 계보가 <스즈메의 문단속>, <봇치 더 록!>, <최애의 아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애의 아이>는 전권이 교보문고 베스트에 들어갔고, 특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은 5월 종합 베스트 9위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영향력이 강합니다.


(출처: 교보문고 5월 북트랜드)

 

드라마 강국, 대본집 열풍

드라마에 쓰인 대사를 그대로 옮긴 대본집도 인기입니다. 작년에 방영했던 <나의 해방일지>도 작품성을 인정받아 대본집이 출간되었고, 최근 종영한 <나쁜 엄마>도 예약 판매를 받고 있습니다. 여운이 많이 남는다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은 영화 각본 사상 종합 베스트셀러 1위(교보문고)에 가장 오래 머무른 데 이어 스토리보드북까지 발간되었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작품이 인기리에 종영되면 대본집으로 출간되는 것이 하나의 루트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넓어지는 감상의 폭

이미 영상으로 인기를 끈 작품들을 책으로 다시 읽는 이유는 아마 곱씹고 싶은 마음 때문이 가장 클 것 같습니다. 한 작품을 여러 번 접하면서 매체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며 더 깊고 넓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미디어셀러의 매력입니다. 또한 영상물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미 검증된 작품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책을 고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책 자체의 영향력 축소

사람들은 마치 굿즈나 오브제처럼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책을 선택합니다. 특히 대사를 그대로 옮겨놓은 대본집의 경우 이런 경향이 강하고요. 하지만 구매율이 늘었다고 실제 독서율도 늘어났는지는 알 수 없고, 이렇게 책이 다른 부가 상품들처럼 소비된다면 책 자체의 영향력은 줄어든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꼭 영상화된 작품이 아니더라도 유튜브나 TV를 통해 비춰진 책이나, 미디어에 나와 이슈가 된 인물의 책이 갑자기 유행한다는 것은 콘텐츠 자체보다 광고나 미디어 인기에 편승한 결과, 즉 유명 프로그램이나 인물의 굿즈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실용성을 고려한 상품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굿즈는 상품 자체의 실용적 기능으로 잘 쓰이지 않습니다. ‘책의 실용적 가치’는 글을 읽고 생각이나 감상을 얻는 일인데, 책이 굿즈가 된다면 이 기능이 떨어지겠죠. 책이 가진 힘(특징)이 약해지는 것입니다. 영화, 드라마의 인기에 ‘더불어’, 상승세 ‘덕분’이라는 말로 소개되는 것을 보면 이 특징이 확실히 드러납니다.

 


💡에디터 think

  • 판매량 급감 이어 영상매체 종속
  • TV의 부록 혹은 파생상품으로 전락
  • 독자가 ‘매개물’ 없이 책 만나야

(출처: 신동아 2015년 3월호, 정해윤 시사평론가)

 


6월호 주제를 잡고 찾아본 칼럼의 전문입니다. 2015년도에 나온 글로, 미디어셀러와 스크린셀러 인기를 향한 우려를 담고 있는데요. 지금 미디어셀러는 다시한번 출판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작아지는 시장에서 단비같은 기회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하나의 경향, 하나의 카테고리가 된 게 아닐까 싶지만 그럼에도 책 자체가 부가적인 상품처럼 소비되는 것은 경계해야 하는 일입니다. 지난달 매거진 주제도 ‘장서의 균형화’였듯이, 다양한 작품들이 골고루 활성화되고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으려면 ‘매개물’ 없이 책을 고르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좋아하는 책이 영상화되는 것을 지켜보고, 두 작품을 서로 비교하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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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에디터 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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