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문영은 학예사
책은 사람이 만듭니다. 
유유에서는 보름에 한 번, 책의 사람을 만납니다. 
책의 세계에서 일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궁금해하실 독자께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보름유유 구독자 여러분!
무더운 여름이 서서히 끝나가는, 한가위를 앞둔 가을에 새로운 얼굴로 인사드립니다. 연휴 전이라 이번 달은 발송일을 이틀 당겼어요.  
지난 8월부터 유유와 함께하게 된 편집자 ‘뱅디터’ 정민기입니다. 반갑습니다😃

사실 처음 유유에 합류했을 때부터, 구독자님들께 어떤 이름으로 저를 소개할지 고민하며 혼자 ‘내면의 사주 작명’ 시간을 보냈어요. 저는 무언가 궁금하면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다 혼자 뒤에서 열심히 찾아보는 편인데, 막상 사람들에게 직접 질문할 기회가 생기면 어색해서 몸이 뱅글뱅글 돌아가더라고요. 이번 기회를 통해 ‘책과 사람’을 중심에 두고 뱅그르르 돌아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열심히 찾아 나누어 보겠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국립한글박물관’을 알고 계셨나요? 유유는 계절마다 계절학기를 열어 한 가지 주제로 독자님들과 책을 함께 읽고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번 가을학기 주제는 사투리예요. 입말로는 흔히 존재하지만 글말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게 사투리지요. 사투리로 쓰인 글과 책, 사투리에 관한 이야기, 특정 지역 사투리에 애정이나 지식을 가진 작가님들을 함께 만나 우리 언어를 더 풍요롭게 살찌우는 시간을 가져 보고자 합니다. 이렇게 가을 계절학기를 준비하던 중에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사투리는 못 참지!’라는 전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얼른 가서 살펴보니 정말 알차고 재미있었지요. 전시가 끝나기 전에 구독자님들께 재미난 사투리 이야기를 전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유유 식구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박물관을 찾았지요. 

사투리는 종종 표준어에서 벗어난, 고쳐야 할 촌스러운 입말로 여겨지곤 하잖아요? 하지만 이 전시를 보시면 사투리가 우리의 언어생활을 다채롭게 하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넓고도 자유로운 사투리의 세계를 살펴볼까요?
사람들은 모두 자기 지역 말과 문화를 사랑해요
국립한글박물관 문영은 학예사

뱅디터 안녕하세요, 학예사님? 처음 뵙겠습니다. 전시가 정말 좋았어요. 이걸 다 어떻게 준비하셨지 싶을 정도로요. 박물관 공간도 멋지고요. 부끄럽지만 저는 이번 전시 덕에 한글박물관에 처음 와 봤어요. 학예사님은 언제부터 여기서 일하셨어요?

문영은 2017년 7월부터 일하고 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저도 들어와서 보니 생각보다 하는 일이 많더라고요. 한글 자료를 모으고 보존 처리하는 일을 주로 하는 곳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전시도 전시지만 박물관 소장 유물이나 특정 주제를 정해서 자료 연구나 교육도 꾸준히 하고, 전 세계 언어·문자 관련 박물관 및 기관들과 교류도 하고. 이외에도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한글이라는 무형의 콘텐츠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다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아닐까 생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이 설립된 지는 얼마나 됐나요?

2014년 10월 9일에 개관했어요. 올해로 10주년 되었고요.

아, 그럼 학예사님은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국립국어원에서 일했어요. 그래서 실은 박물관 학예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로 입사했어요. 전시는 주로 전시 내용을 기획하는 저 같은 학예사와 다양한 연구원들이 협업해서 만들어요. 내용을 기획하는 연구원이 있는가 하면 연출하는 연구원도 있고, 영상 제작 담당 연구원, 전시 연출 공사를 도맡은 연구원, 그래픽 담당 연구원 등 여러 분야 연구원들이 협업해서 한 전시를 함께 꾸립니다.

맥집자 일하시는 분들은 주로 한국어 전공자인가요?

다 그렇지는 않고, 국어학·국어교육·사학·미술사 등으로 다양한데, 대다수가 국어 전공자이기는 해요.

전시 준비하는 데는 대략 얼마나 걸리셨어요?

작년 10월 10일, 한글날 다음 날부터 시작했어요. 전시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는 기본적으로 이론 연구, 그러니까 토대 연구를 먼저 하고 이때는 주로 방언의 개념, 방언과 관련된 문헌 조사를 해요. 이 조사는 제가 속한 부서가 아니라 다른 연구 부서에서 4월부터 10월 초까지 해 주셨어요. 그걸 이어받아서 대략 2월까지 내용 준비, 이후부터는 전시 연출·촬영 및 영상 제작·공사까지 바쁘게 진행했습니다. 대략 1년 정도 걸린 셈이에요.


앞서 말씀하셨듯이 이번 전시가 국립한글박물관 10주년 기념 전시인데, 전시 주제를 특별히 사투리로 정하신 과정이 궁금해요.

전시 주제를 잡는 게 쉽지 않은 이유가 다른 박물관에는 보통 유물이 있잖아요. 소장 유물에 관한 이야기나 역사 같은 것들을 주요 전시 주제로 잡을 수 있어요. 그런데 한글박물관에서 주로 다루는 한글은 무형의 유산이라, 그걸 시각적으로 풀어내기가 너무 어려워요. 한글과의 관련성이 크지 않은 전시를 하면 ‘왜 한글박물관에서 이런 전시를 하지?’ 하고 의아해하는 분이 생기고요.

사투리에는 입말이라는 속성이 있죠. 글말로 남기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고 보존되지 않잖아요? 그런 속성 때문에 전시할 만한 주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른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실은 우리 모두가 사투리 화자잖아요. 이 전시만큼은 누가 와도 전시의 일원이 될 수 있겠다, 전시의 일원이자 하나의 콘텐츠가 돼서 다 같이 누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실제로 여러 지역에서 오신 관람객들이 “야, 이거 너네 동네 말이잖아. 진짜 이렇게 말해? 해 봐, 해 봐” 하면서 서로를 통해 전시를 더 풍부하게 즐기는 것도 볼 수 있고, “우리 할머니가 진짜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하며 보시는 분도 계셨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사투리가 세대 간 소통을 돕는 역할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아! 각 사투리에 적용한 폰트도 정말 잘 쓰셨다고 생각했어요. 주로 해당 지역에서 제작한 서체를 사용하셨어요? 혹시 제작하신 폰트도 있나요?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만든 폰트들은 아니고요, 내용 기획팀에서 둥글둥글하다, 투박한 편이다 하는 식으로 각 지역 사투리의 특징을 정리해 전달하면 담당 디자이너가 그 느낌에 맞는 시안을 가져와서 공유하고 돌려보면서 정하는 식으로 결정했어요. 지역 방언의 어감과 말맛을 살려 라인 그래픽과 색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요.

네, 실은 저희가 최근에 사투리에 관한 책을 만들면서 전국 어떤 지역에서 어떤 서체를 제작했는지 싹 한 번 검색해 볼 일이 있었어요. 정말 찰떡이다 싶을 만큼 그 지역 사투리랑 어울리는 서체를 제작해 쓰고 있는 지역도 있었는데, 또 어떤 서체는 지역과 연결되는 지점은 있어도 그 지역 사투리 어감과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고, 아니면 아예 지역색이라 할 만한 시각 요소를 담은 것 같지는 않게 느껴지는 서체도 있더라고요.

전시를 보면서 흐름이 좋다고 느꼈어요. 1부에서는 사투리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실제 음성을 들어 볼 수 있었고, 2부에서는 문학 작품 속에서 사투리를 보고, 3부에서는 사투리 연구 과정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전시의 흐름을 정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 있을까요?

일단 기획할 때부터 세 가지 방향을 고려했어요. 먼저 방언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정체성’이니까, 그 정체성이라는 걸 전시에서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두 번째로는 방언에 녹아 있는 우리 언어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세 번째로는 기록문화유산으로서의 한글의 힘. 이렇게 세 가지를 보여 주자고 생각하면서 틀을 잡았죠.

이게 각각 1부·2부·3부가 됐고, 전시장 꾸리면서 방언이라는 건 ‘몸에 박힌 말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쓰지 않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가장 자연스러운 말, 모태로부터 배운 몸에 박힌 말. 그래서 전시장 구조를 신체 구조와 연결시켜 봤어요.

먼저 1부의 정체성은 입과 연결시켜서 전시장 이름을 ‘입에 붙은 말’로 정하고 수많은 방언 화자의 목소리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게 내용을 구성했어요. 2부 다양성은 손·귀와 연결시켜서 ‘손에 익은 말’ 코너에서는 각 방언 화자들이 각각 자기들의 방언을 사용해 쓴 문학 작품을 보여 주려고 했고, ‘귀에 낯선 말’에는 다른 지역에 갔을 때 귀에 낯설게 들리는, 그래서 그 풍경과 그 사람들의 정서를 들었을 때 ‘아, 내가 다른 지역에 왔구나’를 느낄 수 있는 지점·기록 들을 보여 주는 공간을 꾸렸어요. 3부는 발과 연결시켜서 ‘발로 뛰며 모은 말’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한글로서의 방언이 기록·보전되고 지금까지 남겨지게 된 이야기를 모아 보았습니다.


저는 특히 1부의 수많은 음성자료에 완전히 마음을 뺐겼어요! 전시 초반부터 각 지역 사투리를 직접 듣고 비교해 볼 수 있는 게 좋았어요. 대부분 직접 채록하셨죠? 음성·영상 자료를 직접 준비하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어떻게 다 마련하셨어요?

서울 사투리 화자들은 저희가 찾아가서 모으고 녹음했고, 팔도 사투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팔도의 말맛’도 저희가 직접 출연자를 섭외해서 만들었어요. 그 외에 사투리 청음 공간에 비치한 음성 자료는 대부분은 원래 있던 자료고, 하나만 새로 제작했어요.

아, 그 ‘같은 듯 다른 듯 경상도 사투리’ 음성 자료 말씀하시는 거죠? 깜짝 놀랐어요. 저는 고향이 진주인데, 진주 사투리를 다른 경상도 지역 사투리랑 구별해서 보여 주는 콘텐츠가 잘 없거든요. 그런데 정말 정확한 진주 사투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러니까 같은 경상도인데 지역에 따라 억양이 그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게 저도 신기했어요. 경상도 분들이 특히 좋아하시더라고요. 부산 화자는 쭉 부산에 살고 있는 분인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들리는 부산 사투리는 오히려…

그거 진짜 이상해요ㅋㅋ

ㅋㅋ네, 이상하잖아요. 그분도 말씀하시기를 진짜 부산 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대요. 그래서 외려 다른 지역 관람객들은 ‘이게 부산 사투리라고? 너무 약한데?’ 같은 반응을 보이시고, 아는 분들은 더 재미있어 하시죠.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각각의 사투리에 특색이 좀 명확한 편이었는데 이후로는 조금씩 흐려지고 있어요. 물론 그것도 그 지역 사투리이지만요. 그런 점에서 그 자료는 사투리에 박혀 있는 고정관념을 조금 걷어내 주는 콘텐츠이기도 한 것 같아요. 녹음할 때 화자는 모두 30대 여성으로 섭외했어요.

아, 딱 지금 그 지역에서 흔히 쓰이는 사투리를 담으려고 하신 거예요?

그렇다고도 볼 수 있죠. 전시 보신 분들이 전라도 지역별 사투리 음성 자료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셨는데, 이후에 이런 생생한 자료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생기면 좋겠어요!

그렇죠. 쉽지 않으셨을 거 같아요. 그 외에 또 수집하기 어려우셨던 자료는 없어요?

문헌이요. 특히 고문헌 찾기가 어려웠어요. 전국 각지에 지금은 잘 쓰이지 않지만 옛날부터 꾸준히 써 오던 방언이 있을 거고, 그럼 입말로는 남아 있지 않더라도 문헌을 보면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자료를 찾았는데요, 옛날에는 지금보다 책이 더 귀했잖아요. 그러니까 중앙을 벗어나서 제작된 책이 흔하지도 않고, 지역에서 책을 제작한다고 해도 자기네 방언을 반영해서 만드는 경우가 잘 없었던 것 같아요. 방언이 쓰인 문헌 찾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특히 애정하시는 자료가 있는지 궁금해요. 기억나는 에피소드도 좋고요.

아! 박숙희 해녀라고 제1회 여성어업인의 날에 표창도 받으시고 대통령상도 받으신 해녀회장님이 계신데, 쓰시던 태왁을 저희가 이번 전시에 쓸 수 있게 선물로 주셨어요. 제주어 전시 코너에서 보실 수 있는데, 그 태왁을 조카 편에 보내겠다고 하면서 조카 전화번호를 알려 주셨어요. 전화를 걸었더니 젊은 남자 분이셨는데 제주 사투리를 정말 잘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지금 제주 사투리 하시는 분을 섭외하고 있는데, 딱 맞는 분을 찾은 것 같다, 혹시 태왁 가져다주시는 김에 영상 출연도 해 주실 수 있느냐고 요청해서 섭외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이분이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15만 명도 넘는 인플루언서였던 거예요. 엄청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셨어요.    

와! 누구예요?

박린준 디자이너님이요.

ㅋㅋㅋ 근데 보통 제주 사투리를 아무리 잘해도 전화할 때는 잘 안 쓰지 않아요?

그럴 수도 있는데, 그 분 말에서는 특유의 억양이 정확히 느껴졌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주 해녀 문화를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작업도 하고 계셨고, 그런 작업을 개인전에서 보여 주시기도 하고, 전시 콘텐츠 외에 다른 것들도 꾸준히 만들고 계셨어요.

제주 구좌읍 평대리 최고령 이희순 해녀와

제주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여쭤 보면, 이번 전시에서 제주도 사투리 코너는 특별히 따로 마련하셨어요. 제주 해녀 분들 물건도 거기 전시돼 있었고요. 전 이번 전시를 통해서 2010년에 유네스코에서 제주어를 ‘심각한 소멸위기 언어’로 지정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어요. 제주 사투리를 조금 더 집중해서 다루신 이유가 있을까요?

전시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1·2부와 3부는 결이 좀 달라요. 두 공간을 잇는 전이 공간이 필요했고, 이 전이 공간에서 ‘아무리 소멸 위기라고 해도 제주도에 가면 너무나 풍성한 삶의 언어인 제주어가 있다. 이런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 그러니 사투리를 보전하고 기록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하는 메시지를 보여 주고 싶었어요.

물론 다른 사투리도 약해지고 있지만 제주어는 관람객 입장에서 더 낯설게 느껴지는 사투리일 거거든요. 다른 사투리는 ‘어’라고 잘 안 해요. 충청 방언, 전라도 방언, 부산 사투리라고 하지 ‘부산어’라고 하지 않는 거죠. 그런데 제주 방언은 유독 ‘제주어’라고 하잖아요. 그만큼 언어로서 인식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할 거고요.


그러네요. 실은 저희도 2~3년 전부터 그런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경상북도 사투리로 번역된 생텍쥐페리의 『애린 왕자』를 정말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잖아요? 그때 사람들이 사투리에 대해서 예전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단 느낌을 처음 받았어요. 희화화의 대상이 아니라 텍스트화되어서 책으로 나왔을 때 얼마나 좋아할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그걸 눈으로 처음 확인했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입말이기만 했던 사투리가 글말이 되면 좋아할 사람이 있을 거다, 그런 책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럼 ‘사투리로 책 만들면 왜 안 돼?’ 하면서 사투리가 그대로 쓰인 책을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그렇게 만든 책을 이번 달 말부터 착착 출간할 거고, 특별히 사투리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깊게 나눠 보려고 저희가 계절마다 준비하고 있는 계절학기 주제로도 선정했는데, 마침 이 전시가 열린 거예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전시 취지에 더 동의가 됐고, 이 재미난 전시 우리만 볼 수 없다는 마음을 먹게 된 거죠. 선생님도 이번 전시를 준비하시면서 사투리에 특별히 더 관심을 갖게 되신 거죠?

그렇죠. 인식의 변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투리 쓰면 촌스러워, 사투리 쓰는 사람은 교양이 좀 없어, 사투리는 ‘공식적인 언어’가 아니야 같은 사회 인식이 없어지면 자연스럽게 사투리가 더 널리 쓰일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바뀌고 있기도 하지만 이런 인식에 대한 공감대가 좀 넓어지면 좋겠어요.

자료 수집 하시면서 느꼈던 유독 특별한 지역 정서 같은 것도 있었어요?

유독 특별한 지역 정서가 있었다기보다,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자기 말과 지역 문화를 사랑해요. 경상도 사람도, 제주 사람도 자기네 말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느꼈어요. 물론 다른 지역 사람들과 소통할 때는 사투리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지역어 채집하러 왔다고 하면 다들 좋아하고, 자기 지역을 아끼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 주세요. 그리고 또 재미있었던 게 특히 해외에서 비슷한 말투 쓰는 사람을 만나면 더 반갑잖아요. 여러 지역에서 뵌 분들이 다들 그런 경험 이야기를 해 주시더라고요. 말의 정체성과 말이 갖는 연대감이 정말 크다는 걸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많이 느꼈어요.


좋네요. 저도 그런 정서를 느꼈어요. 마지막으로 학예사님이 전시를 통해 꼭 전달하고 싶으셨던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관람객들께서 많이 가져가시는 메시지는 ‘다양성의 가치’인 것 같아요. 내가 쓰는 말과 다른 사람이 쓰는 말이 서로 다른데 그것을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태도가 전시를 통해 공유·전달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왜 우리가 사투리는 사회 통합의 기능이 있다고 말하잖아요. 그런 점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나의 정체성, 내가 속한 집단, 그 집단 내의 의식과 문화 같은 것들이 사투리에 많이 담겨 있는데, 이것들이 한글이 있기 때문에 기록될 수 있고 보전될 수 있다는 것도 얘기해 드리고 싶었어요. 

또 사투리라는 것이 과거의 것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가 쓰고 있고 앞으로도 쓸 것이라는 것. 불변의 것이 아니라 변한다는 것. 사회가 계속 변하고, 변함에 따라서 우리가 쓰는 말과 글도 달라지잖아요. 사투리도 당연히 변하고, 그 모든 변화가 자연스러운 거라는 점도 보여 주고 싶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쭉 경기 남부 지역을 옮겨 다니며 살았는데, 늘 고향이 없다는 생각이 좀 들었거든요. 근데 그 생각이 어쩌면 제가 사투리를 안 쓰고 있다는 것과 맞닿아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발붙이고 있는 지역이 없다는 생각. 그런데 전시를 보면서 저도 특정 사투리 영역 안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네, 쓰고 계실 걸요?

네. 저도 사투리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뭔가 고향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다시 이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면서. 저 말고도 이런 느낌을 받을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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