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피의 게임2> by. 슬
‘사냥할 것인가? 사냥 당할 것인가?’라는 프로그램의 슬로건답게 <피의 게임2>의 설계는 상당히 지독합니다. 두뇌 게임을 하러 온 플레이어들을 야생과 저택 둘로 나눠, 야생팀에게 저택을 습격하라는 미션을 주는 것은 예사고요. 매 게임마다 1등을 한 플레이어가 한 명을 지목해 야생으로 방출하도록 하는 룰을 만들었습니다. 야생으로 떠밀려온 이들은 텐트도, 물도 없이 벌레가 우글우글한 야외 공터에서 밤을 보내야 합니다.
이때, 감자가 등장합니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음식물로 제공되는 것인데요. 힘겹게 피운 불에 감자를 구워 먹은 플레이어들의 얼굴에 약속이라도 한듯 진실의 미소가 떠오르는 걸 보며, ‘감자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왜, <마션>에서도 맷 데이먼이 하필 감자를 기르잖아요? 찾아보니 감자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데다, 같은 양의 물을 주었을 때 밀의 2.4배, 쌀의 2.8배의 에너지를 제공한다고 하네요. 즉, 생존력과 효율이 뛰어나다는 거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이 하는 결정도 딱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합니다. 이 선택으로 내가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 선택일까? 일상에서 우리를 움직였던 도리나 배려같은 것들은 거세되고 오로지 우승만을 향해 달려가는 플레이어들의 정치와 야합, 배신은 신물날 만큼 싫은데도 결국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짜증나지만 저게 인간이지, 싶어서요.
하지만 두뇌 서바이벌의 진짜 백미는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던 게임 장면 위로 박진감 넘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누군가의 눈빛이 싹 변하는 순간 아니겠어요? <피의 게임2>에선 13화까지 그런 순간들이 흥미진진하게 배치되어 있는데요. (홍진호 이 남자는 다 해줍니다.) 이실직고하자면, 서바이벌에서 가장 중요한 파이널 라운드에서 힘이 훅 빠져버리기 때문에 마지막 화인 14화는 버리시길 추천드립니다.
마지막 화를 빼고 추천하는 신개념 추천에 놀라셨나요? 저도 1년 넘게 노가리 클럽에서 영업을 하며 이런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못했는데요. 이건 다 13화까지 몰입하게 만들어놓고 마지막 화를 말아먹은 <피의 게임2> 제작진 때문입니다. 제작진은 야생에 방출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실제로 일어날 수 있으니 각오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화에서 눈을 감더라도 13화까진 꼭 봐주세요. 그리고 저와 함께 절규해주세요😇
*<피의 게임2>는 웨이브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