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4
2024.01.31.
새해 인사를 나눈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또 한 달이 쏜살같이 지나가버렸네요. 여전히 바람은 차지만, 어느덧 입춘이 코앞입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찬 겨울을 버티고 있습니다. 《왼쪽 귀의 세계와 오른쪽 귀의 세계》의 이문영 작가님이 힐링이 필요한 순간마다 찾아보신다며 추천해주신 〈인생정원〉 영상을 뒤늦게 보았어요.

《데미안》, 《파우스트》 등을 번역하신 전 서울대 독문과 교수 전영애 선생님이 3700평에 달하는 여주 여백서원을 가꾸는 모습을 보며, 인생의 계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세계 최고의 석학이면서도 《파우스트》를 40년 읽고 나니 그제야 번역할 자신이 생겼다는 겸손함과,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박수를 보낸다며 길가에 핀 들꽃을 보면서 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천진함을 바라보며 끓어오르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여백서원은 토요일에만 일반인에게 개방한다고 해요. 저도 봄이 오면 꼭 가보려고 합니다. 봄을 기다리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네요. 선생님의 거의 모든 말씀이 필사를 하고 싶을 만큼 주옥같았지만,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옆에 가서 그냥 가만히 서 있는 일”이라는 말씀이 유독 가슴에 남았어요. 서로의 곁에 그냥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일, 그게 위픽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그래도 오늘 공연에서는 손을 흔들어볼까 싶다.” 강화길 작가님의 〈영희와 제임스〉가 오늘까지 공개됩니다. 
지방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녀 용희와 ‘나’, 정해진 인생만이 기다리는 듯한 두 소녀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바로 두 사람이 좋아하는 인디밴드 ‘영희’입니다. 두 소녀는 같은 밴드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 가까워집니다. 온 마음을 다해 좋아했던 것들이 과거가 되고, “이유 없이 서러워지고 삶의 모든 것이 실망스러워지는 순간”에도 좋아했던 마음은 빛바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언제든 우리가 뒤돌아보길 기다립니다.


2011년 〈미치가 미치(이)고 싶은〉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소설집 《트랙을 도는 여자들》을 출간한 차현지 작가님의 신작 〈다다른 날들〉을 위픽에서 공개합니다.

‘준이’의 엄마는 종종 꿈을 꿉니다. 별스럽지 않은 장면이 등장하는데, 꾸고 나면 불안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꿈이에요. 기분 탓만은 아닌 듯 꼭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준이는 엄마처럼 꿈을 꾸지는 않지만, 예사롭지 않은 장면을 자주 맞닥뜨립니다. 마치 어떤 예감처럼, 운명처럼 다가오는 장면들을요.

어느 날, 준이는 사고처럼 죽은 새를 밟습니다. 이미 죽어 있었는지 준이가 밟아서 죽었는지는 알 수 없는, 그러나 이제는 죽어 있는 새입니다. 그날 준이는 애인과 6년째 동거하던 집을 떠나 엄마가 홀로 지키고 있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엄마는 또 무슨 꿈이라도 꾼 듯 전혀 놀라지 않고 준이를 맞아요.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에 지레 겁을 먹고,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을 미리 셈하느라 정작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을 때, 그만하면 괜찮다고,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마음 편히 말할 수 있는 날에 준이는 다다를 수 있을까요?
우리 딸은 똑똑하니까 나보단 잘 살 거야.
 6년째 결혼을 유보한 채 동거 중인 준이에게 엄마는 걱정 섞인 잔소리 한번 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게 더 부담을 주는 건 줄도 모르고.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해버리는 것일 수도 있었다. 후회 없이 네 직성대로 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던 엄마였다. 미련하게 버티며 살진 말라고도. 마치 엄마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준이는 만일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면 엄마가 또 다른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엄마의 인생에 더 나은 옵션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도. 그래서였을까. 엄마가 아버지와 헤어지기로 했을 때, 준이는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레아 : 이번 달 위픽 마감이 없는 저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일주일을 보냈어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그동안 멈춰두었던 일들을 조금씩, 느릿느릿🐌 진척시키는 중입니다. 지난주에는 🐿️ 소연 님이 지하철에서 읽다가 그만 역을 지나치셨을 정도로(!) 재미있는 외서를 한 권 검토했어요. 192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그 이름도 파격적인 《○○○》! 매주 위픽과 함께 수요일을 보내시는 여러분도 분명히 좋아하실 거예요.🥰 이 작품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소개하도록 할게요. “겨울에 먹는 아이스크림 같은 미스터리 스릴러” 《만조를 기다리며》 독파 챌린지를 앞두고 조예은 작가님께 챌린지 응원 메시지를 부탁드리고, 새로운 약속도 해버렸어요. 온라인 북토크도 계획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성원, 응원 부탁드려요!!💗


🍙 서니 : 위픽 마감으로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어요.😵‍💫 지난주까지 되게 바쁘게 보냈는데, 주말 이틀 쉬고 오니 머릿속에서 모든 게 지워졌습니다. 김유담 작가님과 《스페이스 M》 교정지를 주고받고, 《소녀는 따로 자란다》 《오로라》 독파 챌린지를 위해 안담 작가님과 최진영 작가님께 응원 메시지도 부탁드렸어요. “이 익숙하고 낯선 교실로 걸어 들어오신 모두를 환영합니다.(안담)” “객석은 텅 비었고, 공기는 차갑고, 조명 아래를 떠돌다 잠깐씩 빛나는 먼지들.(최진영)” 이 멋진 응원 메시지의 전문은 독파 챌린지 신청하시는 분들께만 공개됩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레터 하단의 ‘위클리 미션’을 참고해주세요! 챌린지 마지막 날에는 작가님과 함께 하는 온라인 북토크도 예정되어 있답니다.😝


🐿️ 소연 : ((((((((((마감 지옥))))))))))


🐯 엘라 : 《화장실 전쟁》이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꽤 즐겁게 보도자료를 썼고요. 애써주신 역자 선생님께 제일 먼저 곱게 싸서 책을 보내고 정말 좋아하는 우리 천재 디자이너님과 즐거운 식사도 했답니다.😍 이번 주엔 위픽을 마감합니다! 최의택 작가님의 《논터널링》🛞과 전삼혜 작가님의 《나름에게 가는 길》👻, 마지막 점검에 힘을 쏟고 있어요. 이번 주엔 두 가지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시놉시스의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무척 설렜어요.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는 기분! 낯선 세상을 즐거이 헤매볼게요!


🌷 은혜 : 눈이 팽팽 돌 것 같은 한 주를 마치고, 또 한 주를 시작했습니다. 연휴 전까지 끝마쳐야 할 일들이 많아요.😝 엉덩이 붙이고 교정을 보는 데 시간을 몽땅 쓰는 중입니다. 시뻘게진 눈으로 귀가한 뒤에는 도저히 책을 읽을 수 없는 거예요. 그래서 〈고려 거란 전쟁〉에 이어 〈세작, 매혹된 자들〉까지 재미난 드라마들을 챙겨 보는 요즘입니다. 아, 역사물이라면 지난주 공개된 위픽 현찬양 작가님의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를 빼놓을 수 없겠죠.❤️ 작품을 읽고 난 뒤에 “너무 재밌다!!”💌라는 리뷰를 달아주신 독자분이 계셨다지요. 이 재미 함께 누려요!



🛝나는 내가 되기 바빠서 그들을 거기 두고 왔다.
🍙 서니 : 이번 주 위클리 토크는 화제의 소설, 안담 작가님의 《소녀는 따로 자란다》입니다. 이 책에 관해서라면 지금까지 너무 많은 말을 했고, 너무 많은 말을 들었고, 작가님께도 너무 많은 질문을 했던 터라, 뉴스레터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걱정과 고민이 끊이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엄청난 화제 몰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따자’를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정석으로 작품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온종일 벗어날 수 없는 교실은 그 어떤 곳보다 정치적인 공간입니다. 아이들은 사춘기의 초입을 서성이며 소녀에서 여자로, 여자애에서 여자로 거듭날 준비를 해요. 그러나 여자애도 남자애도 될 수 없는 아이, 응시의 대상이 되지 못해 배제된 ‘나’는 정치의 장에 속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나’를 발견하는 것은 삼촌이 선물한 포켓몬 도감을 가져왔을 때, 그리고 아이들에게 비밀이 생겼을 때뿐이에요.
소녀들은 여자가 되기 전, 여자가 되고 싶은 연습을 하고 싶을 때 ‘나’를 비밀스레 찾아와요. 대신 청소를 해달라거나, 친구와 싸웠으니 함께 하교해달라거나 좋아하는 남자애에 대한 상담을 하고 싶다며 팔짱을 낍니다. “차라리 여자랑 사귀고 싶다고 말하면서” 울고, “너 같은 남자친구 있으면 좋겠다”며 몸을 기대죠.

남몰래 경멸하는, “대접받는 게 익숙한 여자애”의 머리카락이 그네 사슬에 콱 끼어버리기를 바라면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누구도 감히 의심할 수 없는 여자가 되는 꿈을 꿉니다. 소녀들은 가본 적 없는 세계의 여자, 어른들만 아는 진짜 여자로 다시 태어나는 꿈을요.
《소녀는 따로 자란다》는 그 시절을 졸업했든 졸업하지 못했든 서랍을 열고 기억을 꺼내 읽게 되는 소설입니다. 나의 어린 시절은 얼마나 ‘나’와 닮았는지, 혹은 닮지 않았는지 자꾸만 변명하고 싶어지고요. 님은 어떤 기억을 길어 올리셨는지, 독파 챌린지에서 함께 나눠요!  

💌 안담, ‘작가의 말’에서


《소녀는 따로 자란다》는 그런 멋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소망을 증거하는 원고다. 이 소설이 기억하는 진실은 다음과 같다. 아무도 청탁하지 않을 때에도 나는 썼다. 글로 써야만 살 것 같은 소중한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알아볼 독자를 만나게 되기를 기다렸다. 재밌으니까 더 해달라고 누군가 말해주기를 바랐다. 내 허름하고 진실된 소망이 빼곡히 서린 글을 내놓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언제나 자기가 가짜라고 느끼는, 귀여움받기에는 어딘가 징그러운, 지나치게 농담하고 부적절한 폭소를 터뜨리는, 음란하고 불온한 소녀를 가슴속에 품은 사람들이 즐겁게 읽어주면 좋겠다.

  

📚위픽 리와인드
🌈 테오 :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박소연 작가는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를 비롯한 여러 책에서 직장 생활 속 지혜를 맞춤하게 전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가 쓴 오피스 배경의 소설이라니 얼마나 현실감이 있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소위 ‘빡치는’ 상황들 말이죠. 아래 몇 대목 골라오긴 했는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빡치는 이야기를, 그것도 현실에서 겪은 경험을, 굳이 왜 찾아 읽는 걸까.

“도망가고 싶다.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많은 사람이 오지만 이름은 누구도 모르게. 이게 뭐람.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아……. 점심때 뭐 먹지.”  
  
“우리는 클라이언트가 설사 똥을 전시하고 싶다고 해도 완전 깔끔하게, 입이 딱 벌어지게 해주는 사람들이지만, 이건 너무 다른 종류의 똥인데, 물론 아직 검토 단계겠죠?”  
  
“그동안 온갖 헛발질을 하는 다른 곳을 보면서 생각했거든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결정을 내렸지? 중간에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단 말이야? 그런데 남 일이 아니었네.”  
  
작가는 “읽고 나서 ‘내가 겪어본 이야기잖아’라고 기시감을” 느끼며 “온통 서툴렀고 매일 동동거리던” 나를 “좀 더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언뜻 이해가 되면서도 당장 내가 저 빡침의 원흉은 아닌지 돌아보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최소한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말을 하지는 말아야 할 텐데요. 물론 그럼에도 아예 “입을 닫자”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메리카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지혜를 구합니다.  

  
💝[EVENT] 위픽을 독파!
🐯 엘라 : 지난주 미션은 “독서 연말정산📚이었어요. 소개해주신 책들을 함께 볼게요. 《일인칭 가난》과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는 제 보관함에도 들어 있는 책이랍니다. 한 권씩 차근차근 읽어보고 싶어요. 보내주신 사진 속 깜찍한 부엉이 찾으셨나요? 위픽이 이렇게나 많이! 올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 주 미션은 “위픽 독파챌린지 신청하기”! 위픽 첫 제휴 이벤트예요! 🎉 독파에서 위픽 독파챌린지를 신청하고 아래 링크에 기대평을 남겨주시면 추첨을 통해 총 여섯 분께 안담 작가님의 《소녀는 따로 자란다》, 조예은 작가님의 《만조를 기다리며》, 최진영 작가님의 《오로라》 3종에 독파 1개월 무료 쿠폰까지 드립니다.(~2/4)  

📍 위픽 독파챌린지에 참여하시면


  • 작가님들의 다정한 응원 메시지와 함께 일주일에 위픽 한 권을 읽어요.
  • 🥐 레아 님과 🍙 서니 님이 여러분의 독파메이트가 되어줄 거예요.
  •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재미있게 읽고 나서 작가님과 온라인 북토크로 만나요!
  

📍 위픽 독파챌린지 일정


  •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모집 : 1/31~2/15
    챌린지 진행 : 2/16~2/22
    줌 북토크 : 2/22 19:30
    비용 : 무료
    👉 신청하러 가기

  •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모집 : 1/31~2/22
    챌린지 진행 : 2/23~2/29
    줌 북토크 : 2/27 19:30
    비용 : 무료
    👉 신청하러 가기

  • 최진영 《오로라》
    모집 : 1/31~2/29
    챌린지 진행 : 3/1~3/7
    줌 북토크 : 3/7 19:30
    비용 : 무료
    👉 신청하러 가기
신청을 마치셨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이벤트에도 참여해주세요. 독파에서 만나요~👋  

  
이번 주 위픽, 재밌게 읽으셨나요?
위픽에 대한 후기도 들려주세요.🤗 클릭
위픽을 만드는 사람들
🥐 레아, 🍙 서니, 🐿️ 소연, 🐣 쎄오리, 🐯 엘라, 🌷 은혜, 🌈 테오
지난 위픽 다시 읽기 클릭
인스타그램 방문하기 클릭

🥐 레아 : 누워서 아이돌 유튜브 볼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 서니 : 매일 야외 록 페스티벌(의 생맥주)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 소연 : 책과 아이들 사이에서 매일 종종거립니다.

🐣 쎄오리 : 친절한 세호 씨.

🐯 엘라 : 이다음에 커서 웃긴 사람이 되는 게 꿈입니다.

🌷 은혜 : 제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는 사람은 오직 저뿐입니다.

🌈 테오 : 10년 단위로 별명이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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