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른아홉 처럼, 40대 우정은 다를까?

출처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 스틸컷

인간관계가 야외 음악 페스티벌 같던 때가 있었다. 내 친구들과 돗자리를 펼친 채 놀다 보면 친구의 친구들이 들러 인사하고, 주저앉아 각자 싸온 음식을 나눠 먹다가 또 누군가를 데려오고, 그들 중 누군가의 돗자리로 건너가서 앉아 놀다 보면 어느새 노을이 지고 헤드라이너가 무대에 오르는···. 음악과 술을 통해 너의 친구가 곧 나의 친구가 되는 일이 어렵지 않던 시절. 즐거웠고, 모르던 여러 가지를 배웠으며, 늘 분주했다. 지금보다 체력도, 호기심도 많던 20~30대였고, 내가 외향인이자 직업적으로(늘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지 않을 수 없는) 에디터였으며, 코로나19 이전이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다.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사람들, 가까워졌다가 여러 이유로 소멸된 관계들이 대부분이지만, 그중 몇몇은 여전히 좋은 친구로 남아 있다.
 
마스크와 모임 없는 일상에 익숙해진 몇 년 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제약이 많아질 때 삶은 단순하게 규모를 줄이고,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요즘 나는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될 일은 거의 없으며, 훨씬 적은 수의 친구를 만나고, 만나지 못하면서도 더 자주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낸다. 코로나19의 외부적 영향만은 아닐 것이다. 40대 중반이 된 나와 친구들의 나이에 따라 우리 관계도 나이를 먹었다. 우정에도 생애주기가 있다면 조금 더 여유가 생기고 느긋해지며, 깊어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까.
 
10대에는 단짝 친구의 존재 유무나, 따돌림당하지 않고 어떤 그룹에 소속된다는 것이 곧 필사적 생존의 문제였다. 20대에도 주변 친구들이 준거집단으로 작용하면서 가치관 형성에 치열한 격동을 제공했다. 30대 초반까지 결혼은 특히 큰 사건이었다. 비혼과 기혼, 무자녀와 유자녀의 친구들이 섞여서도 잘 지내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적령기에 대한 자기 압박감을 심하게 드러내거나 상대에게도 적용하는 경우는 갈등이 됐다. 한 친구는 자신을 제외한 모임 구성원 전원이 육아 중일 때 참다 참다 포효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너희 지금 두 시간째 유아차 브랜드 이야길 하고 있는데, 다음에 만날 때도 이럴 거면 그냥 나는 부르지 마라.” 상황의 차이보다 대화 지분과 관심사의 편중이 문제였다. 거꾸로 아이 엄마인 친구들이 양육자로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을 때, 경험해 보지 못한 나로선 거들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다만 잠시 집안 일을 잊을 수 있도록 기분 전환하는 것뿐이었는데, 그런 시기에는 내가 뜻하지 않은 서운함을 주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친구들의 아이들은 대부분 중학생이고, 외출한 엄마에게 연락하는 상황은 배달 음식을 시켜달라는 주문이 전부다.

출처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 스틸컷

여자들의 우정이 연애와 비교해 평가절하되던 시기도 있었다. 그 둘이 마치 양립 불가해서 택일해야 할 무엇처럼 취급되는 이유부터 질문을 던져 볼 일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문학작품에 나타나는 여성들 간의 관계가 복합적 우정이 아니라 단순한 질투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썼다. “거의 예외 없이 여성은 남성과 맺는 관계를 통해서만 제시됩니다. (중략) 남성과의 관계는 여성의 삶에서 아주 자그마한 부분밖에 차지하지 못하는데 말이지요.” 이게 무슨 말인지 온전히 이해하게 된 것도 40대가 되어서인 것 같다. 호르몬이 흑마술사처럼 나를 조종하던 어린 시절에는 그 부분의 비중이 조금은 더 컸다.
 
사회에서 내 자리를 찾고 적응하느라 여유가 없어서, 호르몬에 추동되어 헤매 다니느라, 양육자로서 아이들을 돌보고 뒤치다꺼리하느라 바빴던 시기를 거쳐 이제 친구들은 대체로 홀가분해졌다. 직업적 책임이 커지고 일이 어깨를 짓눌러 올 때나 커리어에 큰 전환을 맞을 때도 그런 고민을 털어놓고 공감할 상대로서 서로 또 든든한 역할이 되어준다. 업계를 막론하고 여자에게 팀장 자리를 쉽게 주지 않는 조직에 함께 분개하고, 어느새 꼰대가 되어버린 나이에 어린 사람들에게 취할 수 있는 최선은 뭘까 고민하며, 하나둘 시작된 신체의 노화 증상과 영양 보조제 정보를 함께 나눈다. 내가 정말로 기대하는 건 친구들이 하나둘 은퇴하게 될 50대 이후인데, 함께 좀 더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긴 여행을 다닐 그날이 몹시 기다려진다.
 
내가 아끼며 가꾼 정원을 바라보듯 친구들을 본다. 앞으로도 새로운 꽃이 피어나거나 새가 날아들거나 하겠지만,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의 커다란 존재감이 소중하다. 우리 사이에는 얼마큼의 물이 적당한지, 바람이 통할 수 있게 필요한 거리는 어느 정도인지 서로 오래 지켜보고 또 다투기도 하며 노력해 온 시간이 있다. 40대는 여자들이 우정을 쌓기에 아주 멋진 시기다.


Writer 황선우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를 쓰고 인터뷰집 〈멋있으면 다 언니〉를 펴냈다. 오랜 시간 잡지 에디터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의 일과 몸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운동 애호가.

우정의 생애주기 - <엘르> 2022년, 3월호 발췌


✨ELLE가 들려주는 반짝이는 이야기

김혜수여서 고마워요_요주의여성 #49
진심을 담은 연기란 이런 것. <소년심판>의 김혜수.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년심판> 스틸컷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검은 화면 위에 제일 먼저 뜨는 세 글자, 김혜수. 이렇게 믿음직하고 다정한 이름이 또 있을까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년심판〉이 한국 톱10 콘텐츠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다소 충격적인 카피로 시선을 모았던 드라마는 예상보다 훨씬 묵직하고 사려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 사회 소년범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시리즈. 신중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소년범죄 이면에 존재하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끄집어내며 시청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이렇게 의미 있는 고민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를 만난 게 얼마 만인지. 제작진과 배우들이 이 작품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저절로 느껴진다고 할까요. 드라마를 준비하며 김혜수 배우는 실제로 소년 재판을 참관하고 판사들을 만나보기도 했다죠.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말합니다. “당연히 다른 작품을 할 때도 최선을 다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는 현장에서 서 있을 기운이 없을 정도로 준비하고 나갔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이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 메시지였다. 제대로 잘 만들어져서 많은 분이 공감하고 인식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 너무 컸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잘해내고 싶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돌아보면, 김혜수는 늘 그렇게 진심이었습니다. 과거 〈타짜〉〈차이나타운〉에서 보여준 기념비적인 변신도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지만, 〈시그널〉을 기점으로 〈국가부도의 날〉 〈내가 죽던 날〉로 이어진 작품에서 김혜수의 존재감은 가히 절대적이었습니다. 원칙을 지키며, 진실을 좇는, 정의감과 연대의식을 지닌 캐릭터들은 우리가 아는 배우 김혜수의 면모와 겹쳐지며 더욱 생생하게 피어났습니다.
 
그리고 〈소년심판〉의 ‘심은석’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김혜수의 모든 것이 더해진 캐릭터이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김혜수이기도 합니다. 책상에 피해자의 사진을 붙여 두고(김혜수 배우의 아이디어!), 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 직접 만든 도시락을 전하고, 폭력 당한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부당한 지시를 하는 상사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찢어진 마음을 붙잡고 냉철한 얼굴로 재판장에 서는… 검은 수트 한쪽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뒷모습까지… 심은석의 모든 순간에 집중하게 하는 배우 김혜수의 힘

〈엘르〉 2019년 1월호 커버 Photo by 김영준

에디터로 일한 시간 속에서 영화처럼 간직된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김혜수 배우를 마주한 때였지요. 화보 촬영을 마치고 어둑어둑해진 저녁, 빈 호텔 방에서 김혜수 배우와 단둘이 마주 앉았던 시간. 최고의 배우이자 스타, 늘 강인하고 위대해 보였던 그가 이렇게 소탈하고 순수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는지 놀라고 말았죠. 36년 차 배우, 언제나 영광 속에 있었던 것 같지만 그는 ‘숱하게 길을 잃었다’고 고백했지요. “중간에 어려운 시기도 많았어요. 내가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나한테 관심 갖지 않았던 기간도 꽤 길었고요. 이 길이 맞는 건지 확신도 없고, 늪에 빠져 돌아가거나 주저앉아 헤맬 때도 너무 많았어요. 사실은 늘 길이 안 보이죠. 그럼에도 가야 하는 거잖아요. 그게 인생인 거 같아요.”
 
김혜수는 동료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아낌없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로도 유명합니다. 좋은 작품을 선보인 동료나 제작진에게 꼭 문자를 보내고, 눈 여겨 본 신인들의 이름을 기억했다가 추천하는 등 많은 이들이 김혜수에게 받은 감동에 대해 증언했지요.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자기도 모르게 동료의 손을 붙잡고 끌어안아 주게 된다는 사람. 이번에는 김혜수 배우에게 그 푸근한 마음을 돌려주고 싶어요. 넘치는 응원과 축복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당신의 연기와 진심에 감동받았다고, 김혜수가 김혜수여서 고맙다고요.
 
+〈소년심판〉에서 김혜수의 심은석 외에도 나근희 판사(이정은), 참여관 주영실(이상희 배우), 임산부로 나오는 주임 우수미(박지연) 등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다양한 여성들이 존재하는 게 좋았어요. 〈소년심판〉 시즌2를 기대합니다!


Writer 김아름
전 <엘르> 피처&라이프스타일 디렉터 김아름.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좋은 이야기의 힘을 믿으며 책과 영화, 각종 컬처 콘텐츠를 탐닉합니다.
김혜수여서 고마워요_요주의여성 #49 - <엘르> 2022년, 3월 웹기사 발췌


세상의 일면,
📣더 들려주고 싶은 목소리📣

최초의 N번방 보도자, 추적단 불꽃
타인과 '연결'되며 살아가는 법을 잊지 않는 이들을 만났다. 모두의 안녕을 위한 지금의 고립이 끝나면 우리는 또다시 어깨를 맞댈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추적단불꽃 유튜브

N번방을 추적한 기록을 책으로 펴냈다. 제목부터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인데 ‘우리’는 디지털 성폭력이 뿌리 뽑힐 수 있도록 감시하는 모두를 뜻한다. 책을 읽는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사는지는 중요치 않다. 디지털 성폭력을 해체하자는 목표를 갖고 ‘우리’와 함께 싸워주길 바란다.

책을 읽으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취업, 대학원 진학 같은 일상이 흔들리면서도 사명감을 한 번도 놓지 않았다는 것에 놀랐다. 둘이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걸까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몇 번이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성 착취와 불법 촬영을 당한 피해자들의 마음은 얼마나 더 간절할지 상상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연락해서 지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추적을 계속하는 당위가 됐다. 심적으로 많이 지쳤을 때, 서로 고통과 슬픔을 나눌 친구 한 명이 있다는 게 큰 위로였다. 추적단불꽃의 불꽃이 꺼지지 않은 것은 ‘우리’였기 때문이다.

후배가 ‘지인 능욕 방’에 올라온 것을 목격하고, 아는 사람이 성착취방에 들어온 걸 발견하기도 했다. 국회나 언론, 사법부에 실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믿는 힘은 우리를 응원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더 많다. 우리 활동으로 인해 피해자 한 명이라도 삶의 선택지가 하나 더 주어진다면 그걸로 족하다. 〈보건교사 안은영〉에 이런 대사가 있다. “어차피 언젠가는 지게 돼 있어요. 친절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계속 이겨요. 도무지 이기지 못하는 것까지 친절함에 포함돼 있으니까 괜찮아요. 져도 괜찮아요. 그게 이번이라도 괜찮아요. 도망칩시다. 안 되겠다 싶으면 도망칩시다. 나중에 다시 어떻게든 하면 될 거예요.” 우리도 같은 마음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쉽게 바뀌지 않을,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끔찍한 결합물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도 ‘우리’는 꺼지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믿음으로.

책에도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연대를 끊고 싶다’는 표현이 나온다. “버닝썬과 N번방은 사건의 공간만 다를 뿐 여성의 성을 판다는 점에서 같다”고 이수정 교수도 발언한 바 있다 현재 우리도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는 시간 외에 ‘성매매’를 자본주의, 정치경제, 사회문화적 시각에서 본 논의를 공부하고 있다. ‘성매매’의 맥락 또한 ‘디지털 성착취’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근절되어야 한다.

두 사람 모두 언론 고시를 준비하는 기자 지망생이었다.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논쟁조차 남녀 대결 구도로 몰고 가지 말라는 반응에 대한 대응은 마침 우리 유튜브 채널 ‘추적단불꽃’에 질문 내용과 똑같은 댓글을 단 사람이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는 남녀 대결 구도를 만들려고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범죄’입니다. 이런 댓글은 오히려 우리 사회의 범죄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론장을 흐리는 태도입니다”라고 강경하게 답했다.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는 남성과 여성 모두 존재하지만 착취 영상의 수요가 더 많은 여성은 n차 피해를 겪을 확률이 훨씬 높다. 모두가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편으로는 ‘탈코르셋’이나 ‘비연애, 비혼’ 같은 최근 페미니즘 흐름이 공유하는 정체성 때문에 겪는 내면의 갈등도 느껴졌다. 각자의 애인과 아버지 이야기 등 가깝고 친밀한 남성의 이야기를 담은 이유는 우리 자신을 툭 터놓고 독자에게만은 솔직하게 다가가고 싶었다. 20대 페미니스트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점을 가감 없이 쓸 수 있었던 게 예명의 장점일 수도 있겠다. 
“20년 3월까지만 해도 우리가 아니면 이 사실을 알릴 사람이 없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공론화가 되면서 많은 사람이 연대했고, 사건을 바로잡고자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이들도 생겼다. 혼자라면 못했을 일들인데 함께여서 할 수 있었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추적단불꽃이자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첫 책.

성착취 현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하고, 범죄의 만연함을 체감하며 자연스럽게 피해자가 된 자신을 상상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성들이 가진 힘, 서로의 강인함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우리는 말하고 생각하고 분노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19년 7월 N번방을 처음 접한 순간부터 ‘이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없는 범죄’라고 선언하고 분노하고 있다. ‘왜 대대적으로 공론화되지 않을까?’ 생각한 후에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언론사와 협업하는 등 분노를 행동에 옮겼다. 현실에 눈감지 않고 맞서 싸우는 용기를 가졌다는 점에서 우리와 연대자 모두 강인한 존재임을 느낀다.

다른 형식의 성착취 범죄가 지금도 일어나고 있으며, 수사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범죄의 순환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연대해야 할까 우리가 ‘추적’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과 연대했듯이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한 대학생에게 이메일을 받았는데 우리 활동에 자극받고 경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에 불법 촬영물 유포 웹사이트를 지속적으로 신고하고 있다더라. 이렇게 불법 촬영물을 범죄로 직시하고 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 활동을 더 많이 알리고 싶은 이유다.

N번방 관련 재판 소식을 꾸준히 전하는 계정(@nbun_out), 손정우 ‘웰컴투비디오’ 같은 아동 성착취를 알리는 타임스퀘어와 유튜브 광고를 진행하는 이들과는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나 재판 방청 연대를 이끄는 여성들을 알고 있고, 책에 그분들의 활동을 언급하고자 연락한 바 있다. 모두 마찬가지로 익명으로 싸우는 중이라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사실 서로 얼굴을 보고 힘을 얻고 싶다.

디지털 성범죄 관련 강의 활동을 하며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도 많이 만날 텐데 그들을 통해 느끼는 것은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은 존재만으로 힘이 된다. 그 용기와 끈기를 본받고 싶다. 공론화 이전까지 지치지 않고 추적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강원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성폭력수사팀 수사관들 덕도 크다.

국제단체가 아동 성착취에 대한 본격적인 근절 캠페인을 시작했고 N번방 방지법과 디지털 성범죄 형량 등 가시적인 결과들이 보인다. 가장 뿌듯한 성과는 추적을 시작할 때부터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바랐기에 피해자가 ‘피해자성’을 벗고 본인답게 사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차다. 한 피해자 분이 하늘을 보고 우리가 생각났다며 무지개가 뜬 하늘 사진을 찍어 보내주셨는데 울컥했다.

피해자들은 고유하며, 피해 사실 하나로 그들을 재단하지 말고 개인의 삶 자체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에 따라 인식하고 발화하는 형태가 다르다는 것, 모든 피해 경험이 각기 다르다는 걸 느낀다. 인터뷰에 응하는 피해자를 보는 것은 우리에게도 용기가 된다. 그래서 손을 잡거나, 안아주거나, 편지를 써서 우리의 용기를 전한다. 국가는 범죄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수년간 방치하고 외면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법적·심리적 지원은 더 확대되어야 한다.

두 사람 또한 심리상담을 받았다. 아웃리처 추적단불꽃의 단과 불이 아니라, 두 사람의 일상에서 얻는 기쁨은 (단) 혼자 책을 읽는 시간.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자리에 내 마음도 같이 앉아 있는 느낌을 좋아한다. 독서, 명상, 청소, 식물 돌보기 등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 (불)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는 드라마 정주행을 좋아한다. 최근 운동도 시작했는데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 활동을 오래 하기 위해서 건강도 잘 챙겨야 하니까.


Writer 이마루, 류가영
최초의 N번방 보도자, 추적단 불꽃 - <엘르> 2020년, 11월 웹기사 발췌


💋MYVOICE EVENT💋


<엘르보이스>를 구독자분들이 전해주신 '나다움'에 대한 이야기.
많은 분들이 나눠주신 사연 하나하나를 읽으며 저희도 굉장히 뭉클했답니다. 모두의 이야기를 소개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에요😭 오늘만큼은 여러분이 나눠주신 나다움에 대한 사연을 읽고, 내가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Q. 내가 가장 나다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책임감 느끼고 스스로 일을 잘 마쳤을 때!
세상에 쉬운 일은 없지만, 직장에서만큼은 성별 떠나서 맡은 일은 잘하는 사람이라고 주변에서 이야기가 들려올 때 가장 나답게 행동했다고 생각해요. "

"회사에서 프로페셔널하게 위급상황을 해결하고 넘길 때 제법 나 젠틀해요.🌝"

"일과를 마친후 영화를 볼때 순수하고 몽글몽글한 나의 감정이 나올 때."

"늦은 저녁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개운하게 화장을 지우고 세수를 끝마친 후 거울을 보았을 때 "무장해제"를 느끼는데요. 그때 참트루 '나'다움을 느낍니다~ 가장 솔직한 제 모습이고 지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찰나의 '나'를 위한 순간입니다"

"다 잊고 운동에 집중하고 보니 근육이 펌핑되었을 때💪"

"버터를 녹이고 밀가루를 체에 걸러요. 정신없이 빠져들다 보면 어딘가 미흡하지만 멋진 결과물이 완성돼요! 베이킹을 할 때 가장 나다운 나를 만날 수 있어요. 결과물이 어떻든 언제나 달콤하니까요. 나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빵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되길 바라요. 그게 바로 나이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에요.🍞"

"참아왔던 불편한 상황에서 'NO'라고 말할 수 있었을 때"

"엄마가 되고 나다움을 지우고 살고 있지만 아기가 자는 시간, 좋아하는 장르의 신곡을 들으며 디저트에 커피 한 잔 하는 그 시간, 남들에게는 특별할 거 없어보일지라도 저의 기호성 가득한 그 시간이 제가 저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에요.🎶"

"제가 가장 나다울 때는 혼자 있을 때인 것 같아요 항상 사람들 앞에서는 가면을 쓰고 있는 느낌이지만 혼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취미생활을 할때면 가장 나다운 것 같아요"

"나이가 많다고 경력단절이라고 포기하지 않고 내가 꿈꾸는 미래를 위해 파이팅 할때 저는 가장 나답다고 느껴요.✨"


💄[MYVOICE EVENT] 당첨자 안내💄
이름과 핸드폰 뒷자리로 당첨 여부를 확인하세요. 경품의 경우 기입해주신 정보로 3/24(목) 이후 발송될 예정이며 잘못된 정보 작성으로 인한 오배송시 재발송 되지 않음을 안내드립니다. 

이*연 6582, 정*지 2707, 최*지 0718, 허*욱 4995, 한*옥 8954, 김*현 2293, 박*희 3868, 설*진 4882, 정*애 9123, 김*범 0131, 김*람 0233, 이*정 8458, 전*주 2019, 윤*주 2335, 이*아 0666


📚<엘르보이스>필자들의 신간안내📚

동시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엘르보이스가
‘찐’인 이유를 말해주는 여섯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엘르> 2022년, 4월호 지면 발췌

<엘르보이스> 필자들이 얼마나 이야기에 진심인지는 최근 엘르 보이스 필진들이 펴낸 책 목록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엘르보이스>의 시작을 함께한 황선우 작가는 연재했던 글에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보태 세 번째 책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를 펴냈습니다. ‘목숨 걸지도 때려치우지도 않고,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기’라는 부제에 걸맞는 작가의 올곧으면서도 다정한 시선이 담겼어요.

최지은 작가의 근작 <이런 얘기 하지 말까?>는 작가의 가장 솔직한 면모를 담은 책입니다. 내밀한 고백에 나도 모르게 공감의 박수를 보내게 될거예요.

울프소셜클럽의 대표인 김진아 작가의 <곱게 지지 말기로 해>, 2022년 엘르 보이스에 합류한 뉴페이스 정지음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에서도 <엘르>의 흔적을 찾을 수 있어요!

2021년 부터 함께하고 있는 두 사람, ‘비혼세’라는 닉네임으로 더 친근한 곽민지 작가와 임현주 아나운서 또한 각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와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를 통해 여전히 수다 떨고 싶은 ‘이야기꾼’임을 한 번 더 보여줬어요.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는 에세이는 가장 용기 있는 발화이기도 하죠. 끝없이 펼쳐지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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