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감독 이인의)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46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2월 17일 오늘의 큐 💡
Q. 메일 제목...잘릴까요? 😬

안녕하세요, 님! 오늘의 인디즈 큐...제목이 안 잘리고 잘 도착했을까요? 인디즈 큐 46호만에 가장 긴 제목의 영화가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레터 제목을 줄여봤는데요. 영화 제목만 무려 열두글자! 오늘 소개할 영화는 이인의 감독의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입니다. 길지만 마음에 쏙 들어오는 제목이죠?👀

이 영화의 매력은 가,나,다로 정확히 설명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가, 극영화 속 다큐멘터리까지? 독특한 형식! 나, 차근차근 발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착하고 맑은 서사! 다, 통통 튀는 신예청춘배우들의 매력! 
생활에 어려움을 겪지만 자신도 모르게 다큐멘터리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민규, 처음으로 다큐멘터리 촬영을 접하게 된 한나, 생모를 찾아 한국으로 와 다큐팀과 함께 하게 된 주희, 그리고 다큐멘터리 현장의 두 선배 상규와 태인까지! 모두 어렵고 힘든 길이란 걸 아는데도 카메라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그 이유는 간단할지도 몰라요. 그들은 다큐를 사랑하고, 다큐 속 인물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으니까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사람들, 모든 이야기를 아우르는 재미있는 형식의 영화를 만나보세요. 더불어 여성의 노동을 다룬 세 편의 단편 다큐도 소개해드립니다. 얼떨결에 카메라를 잡았지만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람과의 연대를 이어가는 세 명의 감독들은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까요? 카메라 너머의 모습을 상상하다보면, 민규와 한나의 모습이 떠오르실 거예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듣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영화의 시작,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와의 인터뷰 촬영을 하러 간 다큐멘터리 촬영기사 민규는 오디오 누락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오지 못한다. 목소리가 사라져 버린 인터뷰 영상은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일상적으로 누락되는 현시대의 암시처럼 느껴진다. 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이들의 모습을 따라가는 동시에 이들이 취재하는 사람들(콜트콜텍 해고노동자, 친생부모를 찾는 해외 입양인, 실향민)들을 함께 조명한다. 청춘의 ‘시작’이란 키워드와 세 개의 취재거리가 중심을 잃지 않고 단단하게 쌓여 올라간다.
 
한나는 다큐와 취재를 처음 접한 인물이다. 그녀는 고공농성을 하기 위해 송전탑에 올라간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을 보며 그들이 언제 내려오느냐고 묻는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몇 백일이 넘는 시간 동안 좁고 높은 송전탑 꼭대기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상상하는 일은 어렵다. 한나는 300일 넘는 시간 동안 저 높은 곳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다큐에 막 흥미가 생긴 인물 한나의 시선과 질문들은 관객의 시점과 매우 비슷하다. 그녀를 통해 영화는 행동하지 못하고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관객의 자리를 긍정하고 있는 것 같다. 
(...) 인터뷰를 하던 할머니 댁의 전구를 갈아드리고, 이런 저런 가전제품을 수리해주느라 늦었다는 민규의 말에 상규는 “그러려고 다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에는 다큐멘터리 현장에 오래 있어본 사람만이, 다큐멘터리를 진정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장면들이 스쳐간다. 그러한 장면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제목의 ‘가나다’를 처음 보면 시작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연상된다. 한글 낱글자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실향민인 앵두 할머니가 북에서 남편과 함께 한글을 공부할 때 외우던 가나다는 풋풋함을 상징한다. 한나가 다큐를 시작하고, 알아가는 단계인 가나다는 극복을 상징한다. 민규와 한나의 막 시작한 연애의 가나다는 치유이고, 엄마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온 주희의 긴 여정의 가나다는 불안을 상징한다.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시작된 가나다는 고통을 상징한다. 시작은 영화 속 모두에게 서로 다른 의미다. 영화는 가나다의 끈으로 묶인 이들의 연결 감각을 강조한다. 가나다는 가깝게 붙어있는 것 같지만 가에서 나까지, 나에서 다까지의 거리를 명확히 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에게 다른 가나다의 여정을 다정하게 지켜보는 일은 서로에게 큰 힘을 준다.
 
영화의 마지막,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와 민규는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된다. “잘 들려요?” 라는 물음에 민규는 “예, 듣고 있어요.”라고 답한다. 관계의 끈을 놓지 않았을 때 들을 수 있고, 같이 말할 수 있다.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사실 같은 곳에 있기 때문에.


 인디즈 15기 최유진
투박하고 아름다운, 다큐의 세계 🎬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은 그야말로 다큐를 만드는 사람들의 '가'부터 '하'까지 담고 있는데요. 이 작품을 보다보면 무조건 이야기만 듣는다고 다큐멘터리에 의미가 생기는 건 아니라는 걸 어느 순간 느끼게 됩니다. 다큐멘터리라는 매체와 촬영자, 그리고 주인공이 맺는 관계가 '연대'가 될 수 있도록, 다큐 작업자들은 무던히 힘을 쓰고 있는데요.
그런 다큐멘터리의 정수가 담긴 단편 다큐멘터리를 무려 세편이나! 소개해드립니다. 모두 여성들의 노동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어쩌면 의도치 않게 다큐멘터리를 시작하게 된 세 여성 다큐멘터리스트는 어떤 목소리를 담아냈을까요? 이 작품들을 통해 투박한 만큼 아름다운 마음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어떤 진심은 이야기를 넘어선다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과
 〈나의 길 위에서〉, 〈내일의 노래〉, 〈일하는 여자들〉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은 독립 다큐멘터리 촬영으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민규가 동료 태인의 해외 입양에 관한 다큐멘터리 촬영 지원을 나가며 통역을 맡은 한나와 만나고, 두 사람이 다큐 촬영 현장에서 겪고 보게 되는 일들을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왜인지 이 영화를 보며, 언젠가 화제가 된 한 영화의 한줄평 중 ‘명징하게 직조해낸’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 영화가 그런 수식어가 어울리기 때문에 떠오른 것은 아니고, 오히려 말하자면 그것과는 정반대로 ‘투박하게 직조해낸’ 이야기에서 오는 감흥이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가 투박하게 모아 다듬은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들은 영화 속에서 세련된 방식으로 충분히 녹아있지는 않다. 13년 동안 투쟁을 이어온 콜텍 노동자들, 7~80년대 해외 입양 정책으로 인해 헤어진 친생부모를 찾는 해외 입양인 등 민규가 카메라를 들고 만나는 이들의 목소리는 서로 서사적으로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어떤 이야기를 위해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지도 않는다. 다만 각각의 목소리가 최선의 방식으로 들릴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이것은 민규가 좋아서 시작한, 그리고 여전히 제일 재밌는 ‘독립 다큐멘터리’와도 어울리는 방식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카메라로 담아내면서 단지 ‘이야기’로서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삶과 현장에 함께하는 방식. 영화 속 민규, 태인, 상규가 그러하듯, 극영화로서 현실에 연대하는 이인의 감독의 투박함은 투박하기에 더 다정한 온도로 다가왔다.

영화를 보고 나니 이 다정하고 투박한 온기를 닮은 다큐멘터리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나의 길 위에서〉, 〈내일의 노래〉, 〈일하는 여자들〉.이 세 작품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현장으로 나서는 이들이 포착한,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담긴 작품들이다. 이인의 감독이 여러 목소리를 담아낸 시선을 따라, 각각의 시간과 공간에 놓인 연대의 순간들을 살펴보았으면 한다. 카메라를 든 이와 그 앞에 선 이들이 맺는 관계로부터, 매끄럽지 않기에 소중한 어떤 진심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디즈 15기 정성혜
〈나의 길 위에서〉 (감독 하샛별)
사회과학 동아리 활동을 하던 나(감독)은 학교를 다니는 4년 동안 학교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해왔다. 졸업 후의 진로를 고민하면서 그동안 만나온 청소노동자들을 카메라로 기록해보기로 한다. ‘그들은 어떤 말을 들려줄까?’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막막한 미래에 대한 답이 되어주진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시작된 기록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이 만남이 어떤 마음으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이 시간들이 어떻게 남게 될 지를 천천히 돌아보고 깨달아 가게 된다.
〈내일의 노래〉 (감독 양주연)
2012년 여름, 한국예술종합학교 2학년 학생이던  '나'는 청소노동조합이 처음 결성되는 현장을 카메라로 기록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촬영은 8개월동안 지속되었고, 학교 복도, 화장실, 강의실까지 따라다니다보니 어느새 총장님까지 만나게 되었다. 그녀들은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까?
흔히들 '대학의 구성원'이라고 하면 학생과 학교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대학은 동시에 노동의 공간이기도 하다. 카메라 앞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청소노동자들. 그들의 싸움은 수다와 노래, 춤으로 이어진다. 교섭 조건에 대해 큰 소리로 토론하는 동시에, 문화제를 열어 마이크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해 그렇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제 아무리 힘든 투쟁이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함께 마주보고 보내는 웃음이라는 것을 절로 깨닫게 된다.
〈일하는 여자들〉 (감독 김한별) 
여성 비율 94.6%. 방송계 대표적인 비정규 직군인 방송작가들은 20년 넘도록 변하지 않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버티다 노조를 만들기로 했다. <일하는 여자들>은 '방송작가 유니온'에서 활동하는 17년차 방송작가 이미지 작가와 2년차 방송작가 박지혜 작가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방송계가 묵인해온 방송작가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보여준다.
이들은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돌보고 관리하고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직장에서의 노동은 유연화되고 비정규직화되며, 집에서의 노동은 삭제된다. 이 고리를 끊어내고 그들 스스로가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후배가 될 누군가를 위해 방송작가들은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진짜 다큐팀 아니야? 😮
하나로 똘똘 뭉친 가나다팀
촬영할 때마다 친구끼리 모여서 노는 기분이었다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팀! 환상의 팀플레이를 뽐내는 이들이 극장에 찾아왔습니다. 이인의 감독과 오하늬, 이서윤, 장준휘, 김지나 배우가 함께한 인디토크 현장을 만나보세요👯‍♀️
"저는 마지막에 “듣고 있어요.” 라고 말을 해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알겠더라고요. 이 분들께 듣고 있단 말이 얼마나 힘이 될지. 저희가 여러분들의 말을 듣고 있다는 장면이 저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가 될 것 같더라고요. 듣고 있어요, 한 마디로 참 위로가 되는 영화라는 온점을 찍은 것 같아요." -오하늬 배우
다? 타파하? 아자! ✊ 
관계의 가나다, 나는 어디에?!
영화를 보고 나면, 청춘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세 배우의 이야기가 너무너무 궁금한데요. 그렇다면 만나봐야죠! 세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웹진 리버스의 인터뷰를 소개해드릴게요👍
"가나다로 표현한다면 세 사람은 지금 어디쯤 와 있나.
은해성: 가나는 지난 거 같고 다 정도?
이서윤: 난 타파하. 이대로 좋거든.
오하늬: 난 아자! 올해부터 아자아자 하려고. (웃음)"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보다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방역지침을 지켜주세요.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극장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마스크 착용, 전자출입 등의 출입자 기록은 국가 방역수칙의 필수사항입니다! 마스크 미착용시 벌금 또한 부과되니 모두 조심해요😷
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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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화 관람시에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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