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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도착했던 책은 바로 <서울리뷰오브북스> 0호였습니다. 오늘은 이 잡지의 출발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봐요. 이미 달성률 971%에 800명이 넘게 참여한 인기 프로젝트지만, 온라인 서점에서는 찾을 수 없는 탓에 처음 보는 분들도 계실 테니까요.

좋은 서평은 책의 핵심을 잘 소개하며, 책의 장단점을 놓고 균형 있는 평가를 내립니다. (...) 그 책이 열어 준 새로운 지평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가진 한계까지도 바로 파악할 수 있지요.

나는 반신반의한 채로 기린의 특수한 제1흉추의 수수께끼를 쫓기로 했다. 기린이 죽기 쉬운 추운 계절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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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과학학회인 영국왕립협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에 '기린의 8번째 목뼈'에 관한 논문이 발표되었다.

당시의 나는 스물여섯. 묘하게도 열아홉 때 처음 해부한 기린 나쓰코와 같은 나이가 되어 있었다.

다른 해였다면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가족, 친구 들과 만남을 가지기 바쁜 시기였겠지만, 올해만은(제발 올해까지만이길!) 만남을 다음으로 기약하는 분들이 많으시겠죠.

오늘 소개해드릴 책의 저자 또한 송년회나 신년회를 가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데요. 바로 겨울은 아프리카에서 온 기린이 잘 죽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저자는 바로 기린이 죽으면 언제 어디서든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달려가야 하는 '기린 해부학자'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는 기린을 좋아하는 저자 군지 메구가, "기린이 목을 움직일 때는 경추뿐만 아니라 제1흉추(8번째 목뼈)까지 움직인다."라는 발견의 논문을 쓰기까지의 여정의 기록입니다.

이전 레터에서 곤충의 교미기와 번식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자 가미구라 요시타카의 <곤충의 교미>를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번 도서의 저자 군지 메구에게서도 '비범한 덕업일치'라는 점에서 공통점과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조용히 누운 기린의 사체를 마주하고, 메스로 피부를 절개하고, 갈고리로 잡아당기면서 가죽을 벗기고, 갈비뼈와 늑골을 하나씩 꺼내는 기린 해부/해체 경험을 찬찬히 묘사하며 저자 자신은 이 과정에서 지적 호기심이 자극되고 채워져 가는 희열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이런 비일상적 경험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해부와 해체 과정에 심장이 쉼 없이 두근거리고, 해부를 하면 할수록 그 동물이 점점 좋아진다고 말하면서요. 기린 해부에 대한 저자의 열띤 묘사, 그리고 자신을 거쳐 간 (죽은) 기린들에 대한 애정 어린 기록의 행간에서는 어떤 에로스까지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저자는 도쿄대학원에서 석사 박사과정으로 그토록 좋아하는 기린을 연구하고 27살에 기린 박사가 됐으니, 세간에서 말하는 '덕업일치'를 이룬 성공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라고 첫 출발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첫 기린 해부는 생각한 것만큼 관찰하지 못했다는 실패를 인정해야만 했었지요. 하지만 그러한 씁쓸함이 저자에게 본격적인 기린 연구의 단초를 마련해 줍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많은 기린을 해부하고, 표본을 만들어서 얻는 게 뭔데? 당장 거두는 게 없잖아!'

이런 질문에 대해, 저자는 박물관에 있는 수없이 많은 표본에 얽힌 이야기로 대답을 갈음합니다.

구독자 여러분도 이 3무의 이념이 삶에서 응원이 되는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군지 박사처럼 좋아하는 것을 치열하고 행복하게 파고들 수 있도록요.

마지막으로 MBC 14F팀이 심층 인터뷰한 영상에 윤지나 박제사님이 말하는 박제사라는 직업과 박제라는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박제에 대해 흥미가 생기신 분은 필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