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당시 전장을 누비던 종군 사진기자 중 여성도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영화 <리 밀러 : 카메라를 든 여자>는 미국의 사진작가이자 종군기자였던 리 밀러의 이야기를 최초로 다룹니다. 리 밀러는 모델과 뮤즈라는 타이틀을 넘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20세기 가장 위대한 종군기자로 활약한 인물입니다. 영화는 20대 시절 모델이었던 그가 카메라를 잡는 사진작가가 되고, 미국 보그지 소속 종군기자로 일하며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과정을 따라가죠.
그가 여성이기에 겪어야 했던 제약과 차별 또한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종군기자 자격을 얻었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전쟁터 파견이 제한되거나 군사 브리핑에 참여하지 못하고 비군사 지역의 취재만 허용되는 상황 속에서 리 밀러는 ‘그걸 왜 남자들이 정하냐’며 자신의 할 일을 해 나갑니다. 남성 중심의 세계에서 여성의 눈으로 전쟁을 바라보고 전달하기로요. 그는 남성이라면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전쟁의 잔해들과 남겨진 사람들을 묵묵히 기록합니다.
실제로 🧵리 밀러가 남긴 수많은 사진에는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조종사, 간호사, 군인 등 전쟁에 참여한 여성들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일반 시민들과 여성, 아이, 노인들도요.
모델이었던 리 밀러가 종군사진기자가 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여성 패션지인 보그에서 전쟁을 다뤘다는 점 역시 흥미롭게 느껴지는데요. 실제로 보그의 구독자 수는 경제 대공황과 2차 대전을 거치며 급증했습니다. 남성들이 전쟁터에 나간 사이 전시의 일상을 지킨 이들이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이를 뒷받침하는 인물로 보그의 편집장 오드리를 조용히 등장시킵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히틀러 욕조 안의 리 밀러(lee miller in hitler’s bathtub)’ 입니다. 리 밀러는 종전 직후 히틀러가 사용했던 뮌헨 아파트를 찾아가 그의 욕조에서 자신의 몸을 씻는 사진을 남깁니다. 이 사진은 세계 대전의 끝을 알리는 상징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제작진은 “‘리’가 히틀러의 욕실에 있는 장면이 반드시 영화 속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항상 인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영화는 또한 기록자로서 그가 겪어야 했던 내면의 고통을 보여줍니다. 그의 작품은 생전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사망 후 아들 안토니 펜로즈가 다락방에서 6만여점의 네거티브 필름을 발견하면서 재조명됩니다. 이번 영화 역시 펜로즈가 1985년 출간한 전기를 토대로 제작되었습니다.
주연과 제작을 직접 맡은 케이트 윈슬렛은 이 영화를 8년에 걸쳐 완성했습니다. “많은 남성 제작자들이 어머니에 관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지만, 우리 다락방에는 완성되지 못한 각본이 박스째로 쌓여있다”는 펜로즈의 이야기를 듣고 리 밀러의 삶을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고 합니다.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마리옹 꼬띠아르, 조쉬 오코너, 앤디 샘버그, 노에미 메를랑 등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를 석권한 제작진들이 만난 작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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