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센스 | 자기만의방 | 섹슈얼리티 오늘이 한 칸이 채 안 남은 시간, 습관적으로 넷플릭스에 들어갔습니다. 30분 정도 허우적 거리며 넷플릭스를 떠돌다다 별안간 발칙한 포스터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로맨스 장르 같은데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묶고 있다? 심지어 묶여 있는 남자는 괴로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웃고 있다? 호기심이 들어 재생 버튼을 눌렀고, 연이어 등장하는 의외의 장면들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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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모럴센스’를 보면서 ‘내가 한국 영화를 보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영화의 주 소재인 BDSM이 아직 음지에 있는 성 문화이기도 한데, 거기다 여성 주인공이 지배하는 쪽, 남성 주인공이 지배당하는 쪽이라는 설정으로 기존의 성역할까지 전복시키니 영화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지니 저는 예전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덕분에 BDSM을 알게 되었는데요. 한국에서 이 소재를, 그것도 아이돌 출신의 두 배우와 함께 다뤘다니… 안 볼 수가 없겠더라고요.
파란 맞아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복종하는 서브미시브(submissive), 남자 주인공이 지배하는 도미넌트(dominant)였죠. 이 영화처럼 BDSM 관계 안에서 여자는 서브미시브·마조히스트, 남자는 도미넌트·사디스트일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모럴센스’는 여자 주인공이 페미니스트일 뿐 아니라 펨돔이기까지 하잖아요. 정형화된 젠더 권력관계까지 뒤집은 거죠. 보면서 은근 짜릿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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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여기서 포르노그래피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인간의 성관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있어서 포르노는 늘 남성의 시각에서, 남성 우위의 섹슈얼리티를 보여줬어요. 여성은 언제나 대상화되어 왔고요. 남성의 성적 쾌락을 위해 이용되는 도구인 것처럼요.
파란 사실 아직도 남성이 ‘리드하는’ 관계가 보편적이죠. 여성의 성은 과거부터 억압받아왔고요. 남성과 여성에게 성도덕이 다르게 적용되어 왔기 때문인데요. 남성은 ‘밝힐수록’ 건강하고 개방적이라며 높게 평가되지만, 여성은 성적으로 무지해야 좋다고 여겨졌습니다. 단적인 예로 어릴 적부터 남자아이들이 야동을 보는 건 자연스럽고 건강한 일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여자아이들은 그 반대죠.
지니 그러다보니 이런 생각이 널리 퍼져있는 거 같아요. ‘여성의 성적 쾌락은 페니스에서 온다.’ 잠깐만. 우리의 입장은요? (웃음) 여성의 진정한 쾌락이 어디서 오는지 직접 당사자한테 물어보지도 않은 채 쾌락의 원천은 페니스라고 말하는 거예요. 이건 또다시 자연스럽게 이성 간의 성관계에서 페니스의 주인인 남성이 우위를 점령해버리는 행위로 이어지죠. ‘삽입하는’ 남성과 ‘삽입 당하는’ 여성이라고 표현할 때, 누가 더 위에 있는 것 같나요?
파란 생각해보면 여성도 독립적으로 성적 쾌락을 느낄 수 있잖아요. 여성의 오르가즘에 대한 논의는 이미 1960년대 후반부터 진작 결론이 나있었어요. 당시 등장한 우먼 리브(women’s liberation)는 여성 해방을 말하면서, 여성의 쾌락에 페니스는 필요없다고 선언했어요. 여성은 버자이너 오르가즘뿐 아니라 클리토리스 오르가즘도 느낄 수 있거든요. 삽입 없이도, 혹은 도구만으로도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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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BDSM을 통해서도 역시 여성의 진정한 쾌락은 어디에서 오는 건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삽입하는’ 사람에게만 권력을 쥐여주고 그 안에서 성적 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명확한 합의로 본인이 스스로 권력관계를 설정해 진행하는 플레이. 페니스와 버자이너를 넘어 다양하게, 능동적으로 어떻게 쾌락을 추구할지 선택하는 거죠.
파란 그런 의미에서 ‘모럴센스’는 여러모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왔네요. 직장 내 성희롱도 고발하고, 이성간 성적 관계에서 여성을 주체적 위치로 세우고, 많은 사람에게 낯선 문화를 알리고... 영화를 보면서 이런 부분을 곱씹어보면 좋을 거 같아요.
지니 이 영화는 이렇게 하는 섹스는 옳고, 저렇게 하는 섹스는 틀렸다고 생각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깨고,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는 점도 좋았어요.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가부장제의 틀을 깨고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건 언제나 환영이죠.
파란 앞으로도 한국에서 기존의 여성과 남성의 틀을 깨는 콘텐츠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지니! ‘모럴센스’와 같이 보면 좋을 작품이 두 개 정도 있어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성 자체에 대해 개방적이고 유쾌하게 다뤄주어서 정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고요. ‘더 듀크 오브 버건디’는 여성 간의 BDSM과 플레이 너머의 관계를 조명해 인상 깊었어요. 이런 작품을 보고 논의를 확장해 가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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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성 얘기, 너도 해볼래?
-오늘의 콘텐츠 | 인터뷰 '자기만의 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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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그 단어, ‘섹스’. 어색해하지 말아야겠다고 수백 번 다짐해봐도 막상 얘기를 꺼내려고 하면 입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전하고 건강한 공간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여성들과 함께라면 어떨까요? 오늘은 여성들의 섹슈얼 웰니스 플랫폼 ‘자기만의 방’을 만드는 명진 님과 아란 님을 만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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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명진 안녕하세요. 저는 섹슈얼 웰니스 플랫폼 ‘자기만의 방’을 만들고 있는 대표 이명진입니다.
아란 저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이아란입니다.
‘자기만의 방’도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명진 ‘자기만의 방’은 여성에게 필요한 성 지식을 제공하는 앱이에요. 앱 내에서 월경 주기를 기록하고, 무드 트래킹을 할 수도 있어요. 여성끼리 고민을 나누는 커뮤니티 ‘써클’에서 활동할 수도 있고요. 여성 웰니스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플랫폼이 되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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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명진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기회가 생겼을 때,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건 뭐지?’, ‘무엇이 세상에 제일 필요하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딱 ‘여성에게 성 지식을 제공하자’라고 생각했죠.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와도 버틸 수 있잖아요.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는데 이 문제를 아무도 해결하지 않고 있기도 하고요. 그럼 기회가 왔을 때 해결해봐야겠다 싶었어요.
앱 이름이 ‘자기만의 방’인 이유는 무엇인지요.
명진 ‘성 지식 서비스’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방’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나의 세계를 펼칠 수 있는 공간’, 또 ‘각자의 세계를 가진 자기들이 모여있는 공간’처럼 느껴져서요.
아란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에서 따온 이름이기도 해요. ‘자기만의 방’은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얘기하는 법을 말하는데요. 책의 메시지가 저희 서비스 가치와 잘 들어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슴이 뛰고요.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이 바로 우리 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봐요.
변화가 생기고는 있지만, 여전히 성을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런 부담감의 가장 밑바닥에는 어떤 생각이 있는 걸까요?
명진 ‘경험 없음’ 때문인 것 같아요. 자위 얘기를 친구랑 해본 적 있는지, 성 경험이나 몸에 대해 얘기해본 적 있는지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는 ‘자기만의 방’을 통해 “근데 그런 얘기하고 나니 사실 별거 아니더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너랑 같은 고민을 했고, 이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고 있어. 너도 해볼래?” 이런 얘기를 하고 싶어요.
아란 ‘섹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다들 비슷한 화면을 상상하잖아요. 영화에서 3분 동안 물 흐르듯 이어지는 베드신 같은 것들. 사실 그건 다 편집된 건데 말이에요. 성에 대한 부담감의 뿌리에는 이런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 사람들이 있는 거 아닐까요. 당연하지 않은 걸 당연한 것처럼 여기게 만든 사람들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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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에 있는 ‘여성을 위한 섹슈얼 콘텐츠’가 흥미로웠어요. 섹슈얼 콘텐츠는 남성의 시각에서 만들어질 때가 많잖아요. ‘여성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가장 고민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란 다양한 관점의 얘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성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모습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거요. 물론 그 과정에서 용어도 신중하게 선택하고요. 하지만 제일 신경 쓰는 건 사람들의 행복이에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려면 이전까지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을 생각하게끔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콘텐츠의 역할인 것 같아요.
명진 저희 앱에는 성감을 올리는 콘텐츠도 있는데요. 그런 콘텐츠의 기준은 또 조금 달라요. 기본적으로 불편하지 않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야해야 하거든요. (웃음) 물론 ‘다양한 성애 장면이 등장해야 한다’, ‘반드시 동의와 거부에 관한 장면이 나와야 한다’, ‘피임 소리가 들어가야 한다’, 이런 기준이 있어요.
그렇지만 결국 메시지는 이런 거예요: “이런 걸 다 지키면서도 야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재밌게 콘텐츠를 즐기며 자연스레 여러 가능성을 상상해보게끔 하고 싶거든요. 막 가르치는 건 지양하려고 해요. 가르치려 들면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없으니까요.
섹슈얼 콘텐츠 중 BDSM을 테마로 한 것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이걸 만들 때 가장 주의 기울이신 부분이 무엇일지도 궁금해요.
아란 BDSM의 세계에도 룰이 있는데, 잘못된 정보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잖아요. BDSM을 궁금해하는 여성이 있다면 정제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해주자고 생각했어요.
명진 BDSM에 관한 것을 포함해 성에 관한 질문이 있다면 ‘자기만의 방’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백과사전을 읽는 것처럼 편안하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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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에서 지금 꼭 봐야 할 콘텐츠 하나만 꼽아주신다면요?
아란 섹슈얼 ASMR이요. 여성이 자위할 때 자극받을 만한 콘텐츠가 필요한데 너무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이런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콘텐츠가 섹슈얼 ASMR이에요. 그중에서도 뭐가 제일 야할까요? (웃음) 음… ‘롱디 애인과 폰섹스’가 괜찮을 것 같아요.
명진 저는 CAT 콘텐츠요. 여성과 남성이 삽입 섹스를 하면서 동시에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과학적인 체위를 알려주는 콘텐츠예요. 파트너랑 같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재밌는 성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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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몸과 성을 더 알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명진 내 몸과 성에 관해 계속 모호함을 느끼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고, 저도 아직 그렇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궁금한 것이 있다면 ‘자기만의 방’에 놀러 오시고요. (웃음) 오시면 재밌게 놀다 가실 수 있을 거예요. 여기를 그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게요.
아란 내 몸과 성을 알려주는 사람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면 좀 슬플 것 같아요. 그렇지만 혼자서 길을 찾아가기는 어려울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땐 ‘자기만의 방’에 도움을 구하러 오셔도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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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나의 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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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터를 함께 만든 사람들 👪
꾸물 라노
장소조 지니 파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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