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년 시장 전망 ① 2. 'AI 학살자', 샘 올트먼
 2024.12.11 24-057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2025년 이커머스 시장, 예측해 봤습니다
  02 'AI 학살자' 샘 올트먼, 커머스에 등장한다면?
  03 뉴스 TOP5 - '미국판 올리브영, 울타 뷰티'

   

<트렌드라이트의 2025년 전망 ①>
2025년 이커머스 시장, 예측해 봤습니다

     
design by 슝슝 (w/DALL-E)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내년 커머스 업계를 전망하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1편에서는 온라인 중심의 주요 이슈를, 2편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주목할 트렌드와 기회를 트렌드라이트 만의 시각으로 전해 드릴게요.

2024년은 이커머스 업계 전반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한 해였습니다. 쿠팡의 독주 체제가 완전히 확립되었고, 고금리와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내수 소비는 침체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대규모 구조조정과 수익성 강화 흐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었죠. 특히 '티메프 사태'로 상징되는 중소 플랫폼들의 위기는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극단적인 사례뿐 아니라, 영업 종료와 폐점 소식이 계속 이어지며 업계는 한층 더 긴장감을 안고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025년은 어떨까요? 내년에는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준비해 온 업계 재편의 움직임들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예정입니다. 네이버는 네이버 배송과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 별도 앱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롯데는 오카도의 기술을 도입한 물류 센터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절치부심하며 내부 정비를 마친 신세계 그룹과 11번가도 다시 한번 시장의 빈틈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쿠팡이 장악한 패권에 모두가 도전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지만, 결과적으로 큰 흐름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늘은 이에 대한 트렌드라이트의 4가지 예측을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 쿠팡과 네이버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집니다

네이버는 한때 이커머스 업계의 1위였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쿠팡에게 완전히 밀려 2위로 내려앉고 맙니다. 올해 내내 네이버의 거래액 성장률은 시장 평균에도 못 미쳤던 반면, 쿠팡은 이를 크게 웃돌며 격차를 더욱 벌렸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네이버는 지난 11월 새로운 비전과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와 네이버 배송을 중심으로 변화의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건데요. 특히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는 2025년 상반기 중 별도 앱으로 출시될 예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네이버의 기존 강점이었던 가격 비교 기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네이버 배송과 플러스스토어를 키우기 위해 외부몰 상품 노출을 줄이고, 네이버 배송 상품을 우선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으로 UI/UX를 조정했기 때문인데요. 이로 인해 수수료 부담이 커지고, 최저가 중심의 시스템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물론 빠르고 편리한 배송을 앞세운 쿠팡에게 계속 고객을 빼앗기던 네이버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시간'입니다. 네이버 배송이 쿠팡의 로켓배송과 경쟁할 체급을 확보하려면 빠르게 상품 구색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는데, 이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죠.

반면 쿠팡은 이미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년은 네이버가 전략을 정착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도기로, 적어도 이 기간 동안은 쿠팡의 독주가 한층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2025년은 네이버가 골든타임 내에 쿠팡과 싸울만한 체급을 만들어낼지, 아니면 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놓치게 될지 가늠할 중요한 시점이 될 것 같네요.


2. SSG와 G마켓은 하나로 합쳐집니다

사실 이와 같은 쿠팡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가장 먼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건 신세계 그룹이었습니다. G마켓을 인수하며 쿠팡과의 정면 대결을 선언했죠. 하지만 과감한 결정에 비해 이후 행보는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룹사 간의 시너지는 예상보다 더뎠고, 중복 투자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IT 중심의 비즈니스와는 어울리지 않는 느린 의사결정도 문제였는데요. 그 결과, 오랜 기간 흑자를 내던 G마켓은 적자 기업으로 전락했습니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외형 성장조차 멈췄다는 점이었는데요. 결국, 올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었죠.

다만 조금 늦었지만, 변화는 시작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SSG닷컴과 G마켓 간 상품 연동이 드디어 가능해진다는 것인데요. 내년 1월 가동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조금 더 과감하게 전망하자면, 장기적으로 SSG와 G마켓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합쳐질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2025년 연내 통합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로드맵은 공개될 수는 있어 보이는데요.


물론 이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은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SSG닷컴에게 꼭 필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멀티 플랫폼 전략*이 대부분의 경우 실패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버티컬 서비스가 아닌 이상, 여러 플랫폼을 운영하면 마케팅 투자와 관리 리소스가 분산되어 오히려 경쟁에서 불리해지기 쉽습니다. 이는 금융 업계의 사례를 보면 더 명확해지는데요. 슈퍼 앱 전략을 택한 토스가 개별 앱으로 나뉜 기존 금융사나 심지어 카카오와의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는 점이 이를 잘 보여주죠.


※ 멀티 플랫폼 전략: 하나의 앱에 모든 기능을 모으는 '슈퍼 앱'과 달리, 특정 기능이나 사용자 그룹을 겨냥해 여러 앱이나 플랫폼을 따로 운영하는 전략


또한 신세계와 이마트의 계열 분리도 이 변화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SSG닷컴과 G마켓이 물리적으로 통합되지 못했던 이유는 각 플랫폼의 포지셔닝이 달랐기 때문인데요. SSG닷컴은 신세계백화점에서 가져온 고급 이미지를 지닌 반면, G마켓은 보다 대중적인 오픈마켓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트와 백화점이 분리되면서 SSG닷컴의 키를 쥔 이마트가 매스 타깃에 적합한 전략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유리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SSG닷컴과 G마켓에만 국한된 일이 아닙니다. 앞으로 버티컬 서비스는 더 세분화되고, 종합몰은 하나로 합쳐지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업계의 큰 방향성이니까요.



이외에도 롯데의 그로서리 집중 전략과 대규모 할인 행사에 대해 2가지 예측을 더해 보았는데요. 트렌드라이트의 2025년 커머스 전망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 전문을 놓치지 마세요!


   

<Back to the B>
'AI 학살자' 샘 올트먼, 커머스에 등장한다면?

   
design by 슝슝 (w/DALL-E)
  
<Back to the B>에서 B는 최신성이 강조되는 ‘트렌드’와 대비되는 ‘베이직(basic)’과 ‘책(book)’을 의미합니다. 외부 필진 도그냥님이 좋은 교양서를 주기적으로 소개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전해 드립니다.
스타트업, 제품이 '왕'입니다

샘 올트먼은 OpenAI의 CEO로, ChatGPT를 성공적으로 상업화하며 생성형 AI 기술의 선구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AI 학살자'라는 부정적인 별명도 가지고 있는데요. 이는 단순히 AI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만은 아닙니다. OpenAI의 압도적인 기술력과 전략으로 많은 AI 스타트업을 시장에서 도태시켰기에 이러한 별명이 붙은 것이었죠.

사실, 샘 올트먼은 OpenAI 이전부터 이미 스타트업 업계에서 유명한 인물이었습니다. 대학생 시절 창업과 엑시트를 경험한 후, 실리콘밸리의 유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하며 명성을 쌓았죠. 이를 바탕으로 그는 2015년에 <스타트업 플레이북>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 따라야 할 원칙들을 정리한 일종의 가이드 북입니다.

여기서 샘 올트먼은 스타트업의 실패 원인을 외부 환경이 아니라 내부 문제에서 찾습니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최소 기능 제품(MVP)을 출시해 사용자 피드백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경쟁사를 모방하거나 견제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에너지를 낭비할 뿐, 독창적 가치를 가진 '제품'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전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막상 OpenAI는 달랐습니다

하지만 정작 샘 올트먼이 이끄는 OpenAI의 행보는 <스타트업 플레이북>에서 그가 강조한 원칙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물론 ChatGPT는 제품 품질 면에서도 압도적이었고, 이 때문에 사라진 AI 스타트업도 많았습니다. 국내에서도 ChatGPT 이상의 기술을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여러 AI를 연결하는 애그리게이션 방식으로도 OpenAI를 능가하지 못하여, 아예 사업을 접거나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하는 사례가 잇따랐죠.

따라서 겉보기에는 ChatGPT는 품질과 서비스에 집중하여 성공한 사례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OpenAI의 적극적인 경쟁사 견제 전략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샘 올트먼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아예 투자자들에게 경쟁사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도록 요구한 사례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경쟁사로 지목된 곳 중에는 일론 머스크의 xAI, AI 기반의 검색 혁신을 주도한 퍼플렉시티 같은 이름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퍼플렉시티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ChatGPT는 웹 검색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하며 기능적으로도 강력한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었고요.


이러한 경쟁 차단 전략은 스타트업의 이상적인 성장 방식이라기보다는, 자본과 네트워크를 갖춘 레거시 기업이 신생 기업을 견제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는 오히려 피터 틸의 <제로 투 원>에서 제시된 독점 전략과 닮아 있죠. 피터 틸은 시장을 지배하려면 경쟁을 피하고 독점적 지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경쟁은 패배자의 게임이며, 진정한 승자는 경쟁이 없는 시장을 창출하는 기업이라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경쟁사의 투자를 제한하는 전략은 바로 이러한 독점 전략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고요.

이처럼 OpenAI는 ChatGPT 자체가 지닌 기술적 우위에, 구독 서비스 도입으로 빠르게 쌓은 자본력, 그리고 GPTs와 같은 프롬프트 기반 프로그램과 API를 활용해 구축한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가 만들며 진입장벽을 한층 더 높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OpenAI는 독점 기업의 길을 완벽하게 걸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커머스 업계도 긴장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커머스 업계는 왜 OpenAI의 행보에 주목해야 할까요? 커머스는 수익화 구조가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로, 새로운 기술을 가장 빠르게 수용해 온 분야 중 하나입니다. VR, AR,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다양한 신기술이 가장 먼저 실험되고 적용된 곳이기도 하죠. 현재 생성형 AI 역시 커머스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 실제로 적용된 사례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는 커머스에서 핵심적인 두 가지 요소, 맥락과 노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구매 의도가 명확한 경우라면, 목적형 구매를 위해 특정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직접 검색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즉흥적 탐색으로 이커머스 플랫폼에 유입되는 경우에는, 노출의 정도가 매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죠.

문제는 OpenAI가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하며 이러한 탐색 경로를 점점 더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구글 검색의 사용 빈도가 줄어들고, 그 자리를 ChatGPT가 대체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사람들은 더 이상 번거로운 검색과 상품 비교 과정을 거치지 않고, ChatGPT에 이러한 작업을 맡기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AI가 단순히 내부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 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상품 노출과 구매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고요.

따라서 OpenAI가 보여주는 과격한 경쟁자 배제 전략이 지속된다면, 커머스 업계도 장기적으로 OpenAI의 경쟁 대상, 더 나아가 그 ‘학살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커머스 업계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관망하는 데 그치지 말고, 생성형 AI 시대에서의 새로운 생존 전략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겁니다.

※ 편집/윤문 | 기묘한


글쓴이 소개 - 도그냥
이커머스를 만드는 일을 하며, 서비스 기획자, PM, PO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습니다. 비즈니스와 시스템의 얼라인먼트를 지향합니다. 👉도그냥님의 글을 더 읽어보고 싶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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