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톡에 '얼론 앤 어라운드'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습니다. 코드는 alone 입니다.

💬 '얼론 앤 어라운드 - 시즌 3'는 이달 말까지 발행됩니다. 7월부터는 부정기적으로 발행됩니다. 자주 보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 인기리에 연재됐던 박찬은 작가님의 '🏕️캠핑이 좋아서'는 올 가을 쯤 책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동안 박찬은 작가님의 좌충우돌 캠핑기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닷! 저도 군침을 흘리며, 허리를 뻐근해하며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 캠핑이 좋아서! |  박찬은

화개살로 놀란 가슴 살치살로 다스리다(Feat. 차박 텐트)

지리산으로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차 뒤꽁무니에 차박(차에서 자는 캠핑) 텐트를 연결해 본다. 차에 마스크 씌우듯 테일게이트에 연결하는 방충식 텐트라 여름에도 벌레 걱정 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다. 하이브로우 테이블을 펴 원목 상판을 덮은 후 밀리터리 패턴 헬리녹스 체어를 펼친다. 홍학 모양 가랜드를 폴대에 연결하고, 웨빙 끈으로 텐트를 고정한 후 어닝을 펼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비가 쏟아진다. 나무 그늘을 믿고 타프를 치지 않고 있던 옆 사이트 커플이 급하게 타프를 펼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걸 보며, 난 고개를 돌린 채 아주 작게 웃었다. 흐흐.

날씨가 맑은 날에는 우측 끝으로 지리산 천왕봉까지 보인다는 이곳은 ‘피케팅’을 해도 주말엔 예약이 힘들다는 지리산 대경 오토캠핑장. 부지가 2,000평에 달해 어디에서도 아름다운 지리선 능선을 즐길 수 있지만, 마치 절벽 끝에 선 것처럼 장애물 없이 탁 트인 마운틴 뷰를 즐길 수 있는 A 열은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책상 걸고 여행하는’ 연차의 여왕인 만큼 패기 있게 평일 휴가를 쓰고 내려온 오늘 나는 여유 있게 A열을 차지했다.
  

모델명이 무려 ‘올뉴 스피드’일 정도로 빠르고 간편하게 칠 수 있는 차박 전문 카트리퍼 사의 텐트였지만 한여름 피칭은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10분 거리의 중산계곡에서 물놀이도 즐기고 싶었으나 튜브 키즈족에 치이며 성인 여자 혼자 물놀이를 하는 것은 웨이팅이 긴 종로3가 고깃집에서 혼자 갈매기살을 먹는 것보다 어려운 일. 캠핑장의 5성급 샤워실에서 씻고 나와 차 트렁크에 누워 보송보송한 몸으로 구름 낀 뿌연 산을 바라본다. 남해에서 장거리 운전을 해왔건만 지리산은 오늘도 얼굴을 100% 보여주지 않는구나. 에라, 모르겠다. 고기나 굽자. 오늘은 살치살이다!

 

“어차피 내려올 건데 왜 올라가냐?”는 반() 등산 파 친구에게 “니 연골을 희생한 만큼 황홀한 뷰를 보여줄게”라며 꾸역꾸역 남해 금산을 올랐던 어제 오전. ‘뷰 맛집’이라는 남해 금산은 태조 이성계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비단을 둘렀다”고 해서 ‘비단 금()’ 자를 쓴다고 했다. ‘작은 금강산’으로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 공원이다. 그 금산에서도 끝내주는 다도해와 마운틴 뷰를 보며 컵라면에 파전을 먹을 수 있는 금산산장 식당까지 올라왔건만, 우릴 맞이한 건 80년대 <가요톱텐> 스모그 효과처럼 농도 짙은 산안개. ‘오션 뷰 파전’은커녕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속칭 ‘곰탕 날씨’ 속 뿌연 안개 맛만 쩝쩝 다신 채 황망하게 내려온 우리. 산에서 내려온 친구는 애스턴 마틴 같은 배기음을 남기고 뒤도 안 돌아 보고 떠났다. 그런데 오늘 도착한 지리산에서 오늘도 나는 마운틴 뷰를 못 본단 말인가.

그때 울리는 전화기. “언니 태어난 시가 O월 OO일 아침 7시 반이랬지? 언니 사주는 화개살(華盖煞)이 4개야, 꽉 차 있어!” 화개살, 찾아보니 ‘자기가 쌓아온 부귀와 명성을 모두 덮어 버리는 액운’이란다. 맛있게 살치살을 먹고 있는데 화개살이라니 이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역마살도 있고 홍염살도 있네! 언니가 그렇게 돌아다니는 이유가 있었어! 사주에 ‘갑자(甲子)’ 있는 사람이 그나마 도움 된대, 언니!” 좋은 건 눈뜨고 찾아봐도 별로 없는 사주 아닌가. 전화를 끊고 빈 잔에 술을 따라 연거푸 들이켰다. 다시 저 멀리 산을 바라본다. 막 자대 배치를 받은 신병의 미래처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낀 능선이 화개살로 가득하다는 내 미래 같았다. 구름이 걷히는 걸 기다리다 포기하고, 다시 살치살을 입 안에 넣고 씹어본다. 씹고 또 씹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마블링 하나하나가 거대한 산맥이 되어 그 사이로 육즙이 지리산 칠선계곡처럼 휘몰아쳤다. 입 안에서 팡팡 터지는 육즙은 과즙미 버금가는 풍미를 선사하며 이 소가 먹고 자랐을 풀이 가득한 초록색 들판과 거기 맺힌 이슬까지 떠오르게 했다. 여기에 마무리는 부채살을 넣은 밀푀유나베. 육수와 어우러진 채소들이 입속에서 무도회를 벌였다.

배부르니 이제 자볼까. 트렁크에 누워 잠을 청해본다. 차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바닥을 평평하게 만드는 평탄화. 보통 자동차 뒷좌석을 접어서 2열의 빈 공간을 발 받침 겸용 에어쿠션 등으로 메운 뒤 매트를 깔고 그 위에 침낭을 편다. 오늘 평탄화는 성공적이다. 이것은 과학인가 가구인가. 침대는 과학이 아니지만 평탄화는 과학이다. 새 에어쿠션이 제 몫을 다한 편안함이다. 다음 날 아침, 다시 트렁크를 열어젖혔다. 그랬더니 어제 종일 꽁꽁 얼굴을 숨겨두었던 지리산이 드디어 얼굴을 말갛게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닌가! 자연의 풍경은 좋은 리뷰를 기다리는 맛집 사장님 마인드와도 비슷하다. 올라와도 그만, 안 올라와도 다음을 기다릴 뿐. 내가 지리산의 얼굴을 보든 보지 못하든, 산은 거기에 늘 있다. 좋은 재료를 잔뜩 넣은 음식처럼.  

차 트렁크를 완전히 열어젖힌 후 상쾌한 아침 공기를 들이마셨다. 일하다가, 또는 바닷가든 산이든 여행하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을 만났을 때 테이블만 펴면 그곳이 나만의 홈 바가, 나만의 카페가, 침대가 된다는 것이 차박이 지닌 큰 미덕. 트렁크만 열면 만들어지는 네모 프레임이 바로 캔버스가 되는 환상적인 트렁크 뷰. 말간 지리산 얼굴을 보며 물을 끓이고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만의 홈카페에서 커피를 내려본다. 오늘의 원두는 한 감정가가 “커피잔 안에서 신의 얼굴을 보았다”고 했다는 ‘신의 커피’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이 커피나무는 고지대에서만 살며 햇볕을 많이 쬐서도, 너무 추워도 안 되며, 병충해에도 약하다. 그 희귀함이 사악한 가격으로 환원됐으리라. 세계 3대 커피를 모두 발라버렸다는 블로그 글을 본 후 큰맘 먹고 질렀다. 홍진경이 그랬지, 자존감은 내가 매일 베고 자는 베갯잇의 질감, 매일 입을 대는 컵의 디자인, 정리 정돈 잘 된 집안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나만을 위해 산 커피를 그라인더로 갈자 공기 중으로 진한 커피 향이 번져 나갔다. 애정하는 BGM과 좋은 커피 향. 모든 캠핑은 이 한순간을 위해 하는 걸지도 모른다.

 

내가 지닌 캠핑 컵 중 가장 예쁜 잔에 게이샤 커피를 따르고, 스피커의 볼륨을 높여본다. 화개살 따위, 쌓아 놓은 부귀와 명성이 없을뿐더러, 뭔가 덮쳐온다 해도 그 액운보다 더 큰 즐거움의 보자기로 그 액운을 덮어버리면 될 일이다. 작가 레지나 브렛은 촛불을 켜고 좋은 침대시트를 쓰고 근사한 속옷을 입는 것을 특별한 날을 위해 남겨두지 말라고 했다. 남들이 뭐라든 난 내일도 랜턴을 켜고 살치살을 굽고, 훌륭한 텐트와 침낭에 파묻혀 잠들 것이다. 사이트 철수 중에 어제 통화한 동생에게서 전화가 온다. “언니! 어제 그 사주 잘못 본 거야! 다시 보내 줄게!”

“아, 됐어!” ✉️

박찬은은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캠핑과 스쿠버다이빙, 술을 사랑한다. 삐걱대는 무릎으로 오늘도 엎치락뒤치락 캠핑과 씨름하며 퇴사 욕구를 잠재우는 중이다. 그의 캠핑이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camping_cs을 따라가 보자.

📄 1일 3매 | 최갑수

시간의 일

일을 하다 보면, 살다 보면 스스로 극복해 내야 할 것들이 있다. 주위에서 아무리 도와준다고 해도 결국은 자기 스스로 넘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을 넘는 일, 그것이 어른의 일이다.


때론 그 일을 시간이 대신 해줄 때가 있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그 일이 어느 날 마법처럼 해결되는 것이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듯이. 시간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것을 알고 기다릴 줄 아는 것. 역시 어른의 일이다.


어제 한 사람을 오해했다. 사람을 대할 때면 그 사람에 관해 모른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안 봐도 안다'고 하는 말이 있지만, 그동안 살아오며 배운 건,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이다. ‘겪어도 알 수 없다’이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그럴 수 없다’이다. 그와의 오해도 시간이 지나면 풀릴 것인가.


좋은 것은 점점 좋은 쪽으로, 나쁜 것은 점점 나쁜 쪽으로 간다. 나쁜 것이 더 나쁜 쪽으로 가는 것을 막으려 새벽마다 글을 쓴다. 힘이 들 땐, 나이를 먹을수록 다들 똑같은 인간이 되어 간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술을 마신다. ✉️

최갑수는 시인이자 여행작가자 편집자다. 쓴 책으로 『어제보다 나은 사람』 『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 등이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 @ssuchoi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 Book |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인간은 ‘믿음 체계’를 만든다. 그리고 일단 만들면 그것을 쉽사리 없애지 않는 경향이 있다.


'A형 성격은 소심해’라고 믿게 되면, 아무리 그 사람이 대범한 행동을 해도 그럴 리가 없다고 여기고 그 정보는 무시해버린다.


게다가 믿음은 점점 비타협적으로 변한다. 그래야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고, 믿음이 주는 안전감과 확신이 유쾌한 심리 상태를 만들어주며, 뇌의 에너지 소모량도 최소화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를 믿음 보존 편향이라 부른다.


지나치게 강한 신념 체계는 어떤 방향이든 보수화, 이른바 ‘꼰대’ 가 되는 급행열차의 티켓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믿는 대로 본다'는 걸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특히 자신이 평소 직관적이고 판단이 빠른 사람이라고 여기거나 고민을 깊이 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굳어지고 왜곡된 신념 체계에 따라 너무 쉽게 판단을 해버리는 게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너무 낡고 오래된 데이터베이스는 정기적으로 수정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내비게이션을 달고 운전하는 모양새가 될 위험이 있다.


직관적 판단이 행동화되면 '습관’이라고 한다.


- 하지현, 고민이 고민입니다 중에서

하지현 지음 | 16,800원 | 마티스블루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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