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학개론 제5호

"남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사!"

여성 의류 쇼핑 앱 광고에서 윤여정 배우가 한 말이에요.

나이가 들어도 남 눈치 보지 말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마음껏 사도 괜찮다는 이 카피라이팅이 꽤 기억에 남아요. 제 부모님도 보시곤 한 말씀 하시더라고요. "얘, 어른들도 예쁜 거 사는 걸 좋아해~"

시니어 세대의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사로잡으려는 산업계 움직임이 활발한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시니어의 눈길을 끌 수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도 많아졌죠.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논문 한 편을 가져왔어요. 시니어 세대는 소비할 때 어떤 것에 큰 가치를 두는지 분석한 연구죠. 논문 저자는 '매슬로우의 7단계 욕구 이론'을 통해 문항을 구성했고, 50~75세 한국의 시니어 소비자 34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어요.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알아볼까요?

초록 Pick! 오늘의 논문

한국 시니어 소비자의 욕구 요인이 브랜드 태도와 구매 의도에 미치는 영향 : 인지연령, 시간인지, 정서조절을 중심으로

안가영 제주대 강사 · 성균관대 언론학 박사

2022년 출간, 한국노년학 제42권 제2호

하나.

한국 시니어 세대는 소비할 때 심미적 욕구와 인지적 욕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1)에서 자아실현 욕구가 최상위인 것과는 비교되죠. 시니어 세대는 물건을 구매할 때 많은 정보를 탐색해서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는 브랜드인지 판단하고, 자신이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지 먼저 고려해요. 안정적인 경제력과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지고 있는 시니어 세대는 다른 욕구들(생리적·안전 욕구 등)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삶에서 지적이고 미적인 욕구를 추구한다는 것을 보여줘요.2)

자아실현 욕구: 자기 잠재력 발휘

심미적 욕구: 질서, 아름다움, 균형 추구

인지적 욕구: 알고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

자아존중감 욕구: 성취, 인정, 존경, 능력

소속감 및 사랑 욕구: 우정, 친밀감, 관계

안전 욕구: 보안, 안정감, 건강, 집, 일자리

생리적 욕구: 공기, 음식, 물, 잠, 온기, 운동

둘.

연구자는 시니어 세대를 특정 기준을 통해 구분3)해서 집단별로 어떤 욕구가 구매에 영향을 주는지도 분석했어요. 스스로 몇 살로 인지하는지에 따라 '젊은 집단'(스스로 젊게 여김)과 '늙은 집단'(스스로 늙었다고 여김)으로 구분했어요. 두 집단 모두 심미적 욕구가 소비에 영향을 미쳤어요. 또, 인생에 시간이 얼마나 남았다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집단을 구분했어요. '짧은 집단'(인생이 얼마 안 남았다)은 인지적·심미적 욕구가, '긴 집단'(인생이 많이 남았다)은 심미적 욕구가 소비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요. 삶에 대한 태도를 통해서도 구분했는데요, 삶에서 의미를 찾고 소속감을 느끼는 '긍정적 집단'은 자아존중감·인지적·심미적 욕구가, '부정적 집단'은 심미적 욕구가 영향을 미쳤어요. 어떤 집단이든 공통으로 심미적 욕구를 추구한다는 것이 주목할만한 점이죠.

셋.

시니어 세대가 앞으로 소비 시장에서 큰손이 될 거래요.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문화와 산업 분야에서 여가생활을 즐기는 소비자로 부상하고 있어서죠. 연구자는 시니어 소비자를 타겟팅하는 마케팅 및 광고 분야 실무자들에게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제안해요. 시니어 소비자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위에서 제시한 기준처럼 집단을 세부적으로 나눠야 한다고 하죠. 각 집단의 심리적 특성을 이해하면 구체적인 전략을 짤 수 있을 거예요. 또한, 모든 집단이 '심미적 욕구'를 중시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상품을 팔 때 심리적 만족도(가심비)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해요.

1) 인간의 욕구는 우위에 따른 위계를 이룬다. 상위 욕구가 등장하려면 하위 욕구를 먼저 만족해야 한다. 예컨대, 의식주(생리적·안전 욕구)가 충족돼야 사랑, 자아 존중, 자아실현의 욕구를 추구할 수 있다.

2) 국내 50~64세 1,07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시니어의 53.9%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로서 '나 자신'을 선택했다고 한다. (라이나전성기재단 &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 2018)

3) 인지 연령(스스로 몇 살로 느끼는지, 본인이 몇 살로 보이는지, 몇 살인 것처럼 활동하는지, 어떤 연령대와 관심사가 유사하다고 여기는지에 따라 집단 구분)에 따라 younger 집단과 older 집단으로 구분, 시간 인지(미래에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다고 느끼는지, 나이 들수록 시간이 제한된다는 걸 경험하는지에 대한 응답을 통해 집단 구분)에 따라 short 집단과 long 집단으로 구분, 정서 조절(주변 환경이나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는지, 어떤 이슈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나의 감정에 대해 곱씹어 생각하는지, 감정을 억누르는지 등을 통해 집단 구분)에 따라 긍정적 집단과 부정적 집단으로 구분했다.

🔋 욕구 단계에 순서는 없다!

매슬로우 욕구이론엔 순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정된 건 아니에요. 당연히 예외도 있죠. 어떤 사람은 사랑보다 자존감을 더 중요시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권력을 가지면 타인으로부터 존중과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부유하게 태어난 사람은 배고픔의 욕구를 얕잡아 보기도 해요. 그럼 상위 욕구만을 추구하게 되죠.

🔋 모든 욕구를 100% 채울 수 없다!

하나의 욕구를 완전히 충족한 뒤 다음 욕구를 추구하는 건 아니에요. 대부분은 모든 욕구를 일부 만족하고 일부는 만족하지 않은 상태로 살아가죠. 예를 들어 평균적인 시민은 생리적 욕구가 85%, 안전 욕구가 70%, 사랑의 욕구가 50%, 자아존중의 욕구가 40%, 자아실현의 욕구가 10% 만족되어 있다는 식이에요.

연구 집중 해부 시간!

초로기가 여러분을 대신해 논문 저자를 만나봤어요.

그동안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안가영 박사님과의 대화를 들려드릴게요.

🌱 Q. 논문 기획 과정이 궁금해요!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 덕분에 연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새로운 어른 문화 연구소'를 설립한 사카모토 세쓰오의 <2020 시니어 트랜드>라는 책이었죠. 일본 베이비부머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49년 사이 출생)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었어요. 당시 일본은 이미 시니어 소비자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이런 연구가 없을까 고민했어요. 일본만큼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데 말이죠. 이 고민이 소비 욕구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시니어 세대와 젊은 세대의 소비 욕구가 비슷할까? 아니면 다른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소비 욕구도 다를까?'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한 연구였습니다.

🌱 Q. 시니어 소비자 공략법이 있을까요?

최근 한 건강보조식품 광고를 봤어요. 운동을 통해 자기 몸을 가꾸는 시니어가 등장했죠. 나이를 부각하지 않은 점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제품을 통해 아름다움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죠. 시니어를 위한 제품이어도 너무 시니어에만 집중하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어요. 실제로 일본에서 제품을 소개할 때 ‘실버’, ‘시니어’, ‘노인’ 등의 단어를 썼더니 구매율이 떨어졌다는 연구도 있어요.

🌱 Q.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도 소비문화를 향유할 수 있을까요?

연구할 때 시니어 전 세대의 욕구를 광범위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어요. 경제력과 교육 수준의 차이를 균등하게 살피지 못했죠. 하지만 매슬로우 욕구 위계에서 드러나듯,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 등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돼야 소비문화를 가질 여유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웨덴 등 복지 선진국은 빈곤 노인의 기본적 욕구 충족을 위한 비용을 보장해줘요. 자료를 살펴보니 식료품이나 의류 비용 제공뿐만 아니라 여가 및 놀이, 신문과 통화, TV 사용료까지 다양한 소비 범위를 포함하더라고요. 우리나라도 단순 생계 지원을 넘어서 여가와 소비문화를 즐길 수 있는 지원까지 포함하면 좋겠어요.

🌱 Q. 박사님은 소비할 때 어떤 욕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매슬로우 욕구 중 3단계 소속감 욕구와 4단계 자아존중감 욕구인 것 같아요. 어떤 물건을 하려고 할 때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특히 ‘내 나이대에 어울리는 상품일까?’를 많이 고민하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