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스펀딩]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38 《상하이 폭스트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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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S 📌

① ｜예스펀딩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마지막 시즌｜시즌 8. '나의 기쁨, 나의 방탕'｜COVER STORY

② ｜본문 미리보기｜본문 미리보기 2

③ ｜이것이 바로 세상이야!_김기태(소설가)

예스펀딩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마지막 시즌

‘나의 기쁨, 나의 방탕’

위대하든 보잘것없든
속절없이 나를 이루는 것들에 대하여

📌 안녕 에디션
📌 예스24 한정 어나더 커버 추가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의 시즌제를 종료하는 안녕 에디션
📍 본표지와 함께 예스24 한정 어나더 커버를 슬립 케이스(각 권)로 추가 제작
📍 소설가 김멜라, 임선우, 김기태, 성해나, 성혜령 추천

시즌 8. '나의 기쁨, 나의 방탕'

036 주홍 글자
너새니얼 호손 | 박아람 옮김

037 뾰족한 전나무의 땅
세라 온 주잇 | 임슬애 옮김

038 상하이 폭스트롯
무스잉 | 강영희 옮김

039 사생아
이디스 올리비어 | 김지현 옮김

040 미스 몰
E. H. 영 | 정연희 옮김

COVER STORY

흄세 레터가 시즌 8. '나의 기쁨, 나의 방탕'으로 돌아왔습니다. 《주홍 글자》를 제외한 《뾰족한 전나무의 땅》, 《상하이 폭스트롯》, 《사생아》, 《미스 몰》은 국내에 처음 번역해 소개하고, 《사생아》와 《미스 몰》은 작가도 국내에 처음 선보입니다.

오늘은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작품인 《상하이 폭스트롯》을 소개합니다. 흄세가 처음으로 소개하는 중국 작품입니다. 1930년대 상하이는, 어쩐지 1930년대의 서울뿐 아니라 2020년대의 서울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김기태 소설가의 리뷰도 수록되어 있으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38 《상하이 폭스트롯》

예스24 어나더 커버 슬립 케이스

"상하이, 지옥 위에 세워진 천국!”

1930년대 모던 상하이의 밤 문화를 사랑했던 작가이자 중국 신감각파 소설의 선구자인 무스잉의 대표 단편소설 일곱 편을 수록한 소설집입니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해요.

쏟아져 들어오는 서구의 문화와 사상 속에서 순응하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는,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춤추는 것밖에 없던 상하이 젊은이들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폭스트롯 댄스 리듬에 맞춘 듯한 감각적인 문장으로 그립니다.

“몇 년 동안이나 끈덕지게 마음을 괴롭혀서 끝내 종이에 꾹꾹 눌러쓸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은 위대하든 보잘것없든 속절없이 문학이 됩니다.” 《뾰족한 전나무의 땅》을 ‘미국 문학의 3대 걸작’으로 꼽은 윌라 캐더는 세라 온 주잇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음속에 끈적하게 들러붙은 불편한 장면들까지 떼어내지 않고 받아들여야 수백 년을 살아남는 ‘문학’이 되듯이, 위대하든 보잘것없든 ‘나’를 이루는 것들을 담대하게 마주해야 비로소 내가 ‘나’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다섯 편의 소설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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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미리보기

“안녕히 가십시오, 선생님(Good-bye, Sir).”
한 젊은이가 팔꿈치에 지팡이를 걸고 유리문 밖으로 걸어 나온다. 불빛 아래에서 어둠 속으로 들어간 뒤 또다시 달빛 아래로 가서 한숨을 푹 쉬고는 살금살금 걸어간다. 다른 사람의 침대에서 잠든 연인을 떠올리며 강가로 가서 난간 옆에 멍하니 선다.
동쪽 하늘에 태양 빛이 금빛 눈동자처럼 먹구름 속에서 눈을 뜬다.
푸둥에서 목청을 높일 대로 높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에이…… 야…… 에이…….”
한참을 쭉쭉 날아올라 첫 번째 태양 빛과 마주친 뒤 웅장한 합창으로 이어진다. 깊은 잠에 빠졌던 건물이 깨어나 머리를 들고 회색 잠옷을 벗는다. 강물이 또다시 철벅철벅 동쪽으로 흐르고 공장의 기적도 으르렁댄다.
새로운 삶, 나이트클럽 사람들의 운명을 노래한다!
상하이가 깨어난다!
지옥 위에 세워진 천국, 상하이.

_《상하이 폭스트롯》 (71쪽)

랑's pick

"지옥 위에 세워진 천국, 상하이."

'상하이'에 어느 시대, 어느 도시를 대입해보고 싶은신가요?

본문 미리보기 2

기계실에 들어간 뒤로는 더는 감히 생각이라는 것을 해서는 안 되었다. 거대한 기계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그것의 날카로운 이빨에 사람들의 팔다리가 잘리고, 목이 잘려 나가는 것을 한두 번 목격한 게 아니었다. 몸에 그것이 닿게 해서는 안 되었다. 만약 닿아 어딘가 잘려 나가기라도 한다면? 자신에게는 아내와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또 명심하지만, 그럼에도 정말로 팔 하나가 잘려 나간다면? 굉음을 내지르는 거대한 기계가 번뜩이는 이빨을 드러내며 그를 바라보았다. 위잉 하는 기계음과 함께 나자빠지고 피가 솟구치고, 팔이 한쪽에 떨어진 모습이 어른거렸다……. 그는 숨을 헐떡거리며 생각을 멈추려고 했지만 좀체 멈춰지지 않았다. 팔이 잘리면 어떻게 하지? 일을 할 수도, 돈을 벌 수도 없는데 밥은 먹어야 하고 아이는 낳아야 하며 집세는 내야 한다. 또한 날씨가 눈이라도 올 기세라면……. ‘언젠가 거대한 기계에 어딘가 잘려 나가면 어떡하지!’ 거대한 기계를 보면 저도 몰래 이런 생각에 빠져들었다.

_《팔이 잘린 사람》(129쪽)

랑's pick

무스잉은 젊음과 불안에 절여져 춤으로 도피한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무스잉은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 가난과 부가 뒤엉킨 근대화 도시 상하이의 이중성을 드러낸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야!

_김기태(소설가)

오래전 서울에 처음 온 날, 나는 전철역에서 두리번거렸다. 노선도를 몇 번이나 확인하고 청소년용 승차권을 구매했다. 목적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2호선이었다. 어두운 터널을 한참 달리다 한강 근처의 고가 구간으로 진입하며 돌연 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 이렇게나 넓은 곳에, 이렇게나 많은 건물을 짓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강원도의 한 분지에서 자란 내게 그 창밖 풍경은 대도시에 관한 최초의 스펙터클로 남았다.

곧 서울에서의 삶이 시작됐다. 종종 이 도시는 모든 장르가 준비된 멀티플렉스 극장 같았다. 누구를 만나 어떤 분위기로 무엇을 할지에 따라 장소를 정했다. 광화문과 강남과 홍대, 아니면 영등포와 이촌과 성수, 미술관에서 유명 전시를 보고 근본 있는 노포에서 양푼에 찌개를 끓여 먹고 실내 분수가 설치된 라운지에서 열대 과일 맛 칵테일을 마시고…… 게다가 이 관대한 멀티플렉스에는 일종의 예술영화 전용관도 있었다. 아무리 비주류적인 취향을 위해서도 골목 하나 정도는 할당된 것이다. 필요한 건 지불 능력일 뿐이었다.

흘러가던 밤 중 하나, 나는 종각 뒤편의 청계천변을 걷고 있었다. 좌측으로는 손꼽히는 대기업들의 사옥이, 우측으로는 네온사인에 젖은 레스토랑과 술집들이 즐비했다. 늦봄의 선선한 날씨, 테라스가 딸린 펍은 폴딩 도어를 활짝 열어두고 있었다. 수초 향기가 섞인 바람을 만끽하며 젊은이들이 맥주를 마셨다. 한쪽 벽에 붙은 대형 텔레비전에서는 프로 야구 중계가 한창이었다. 맞은편 인도 경계석에는 검고 마른 노인이 걸터앉아 있었다. 폐지며 고물이 실린 수레를 세워두고, 노인은 펍에서 틀어둔 야구 중계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증권사의 유리 마천루 아래, 콘크리트 하천과 크래프트 비어와 프로 야구, 그리고 수레 끄는 노인. 도시는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걸 보여주지만, 미처 감추지 못한 존재가 은막의 뒤편에서 고개를 내밀기도 한다.

물론 도시는 금세 형형색색의 꿈과 온갖 멜로디들을 쏟아내고, 그 밤의 천변 풍경도 내게는 도시적 스펙터클의 하나로 남았을 뿐이다. 다만 가끔 나는 정신 나간 관객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팔을 흔들며, 그만, 그만, 불 좀 켜보라고 소리치고 싶다. 오늘의 서울은 너무 크고 빠르고 즐거워서 아무래도 나 같은 건 묻혀버릴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무스잉은 1930년대 동양 최대의 국제도시였던 상하이에서 목소리를 남겼다. 만 28세에 사망하기까지, 이 젊은 작가는 ‘만화 속 지구처럼 가볍고 광적’으로 회전하지만, ‘구심력이 없으며 모든 것이 허공에 건설’되는 도시를 바로 그 도시의 리듬으로 기록했다. 〈상하이 폭스트롯〉이나 〈나이트클럽의 다섯 사람〉 같은 수록작이 대표적이겠지만, 그렇다고 무스잉을 댄스홀을 전전한 모던 보이로, 향락과 허무에 절여진 유한계급의 밤에 천착한 소설가로만 읽을 순 없다. 그는 〈공동묘지〉에서는 첫사랑 앞에서 망설이는 소년을, 〈팔이 잘린 사람〉에서는 산업재해로 파멸에
이르는 노동자를 그리기도 한다. 내게 무스잉은 출근하는 아침부터 춤을 추는 밤까지, 내밀한 애욕부터 비정한 산업화의 파도까지, 상하이라는 대도시의 폭과 깊이를 ‘해부용 칼 같은 눈과 쫑긋 세운 귀’로 탐구한 작가로 읽혔다. 말하자면 무스잉은 상하이의 댄스홀을 그린 게 아니라 상하이라는 댄스홀을 그렸다. 음악에 따라 춤을 추듯, 고저와 장단과 강약을 갖춘 장면들을 따라가다보면 마침내 이런 문장에 도달한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야! 봐봐, 터져버린 풍선…… 터져버린 풍선아!”

무려 ‘세상’에 대해 말하는 이 패기 있는 문장에서 일종의 비극적 쾌감을 느낀 것은, 무스잉의 상하이와 내가 사는 오늘의 서울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1932년 4월 6일 상하이의 토요일 밤, 나이트클럽에서 누군가는 춤을 추고 누군가는 총을 쏘고 누군가는 아이를 잃는다. 서울의 오늘 밤, 누군가는 도루를 하고 누군가는 맥주를 마시고 누군가는 수레를 끈다. 좀처럼 몸을 흔들 수 없지만 그렇다고 벗어날 수도 없는 이 이상한 악곡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막막할 때, 나는 누군가가 선언해주길 은밀히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터져버린 풍선이라고, 이것이 바로 세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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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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