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오늘 한가지, 저희 두사람의 소식을 전해드려요. 올해가 가기 전 선생님께 이 소식을 전하고, 새 기대를 마음에 품고 새해를 함께 열고 싶어 소식을 전합니다. 2020년 공동대표 임기를 시작하고 지난 4년 동안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지지와 응원에 힘입어 마음껏 새로운 시도들을 하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운동을 알리기 위해 힘썼습니다. 이제 저희는 정관규정에 따라 4년의 임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긴 논의 끝에 저희가 시도할 수 있는 일들을 충분히 할 수 있었고 운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이 자리를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새 공동대표가 만들어갈 길을 기대하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회원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지난 4년,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우리 운동이 부모들의 운동에만 머무르지 않고, 학생‧청소년,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운동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가장 많이 피켓을 들고 가장 많이 이야기했던 내용은, “초‧중‧고 4명 중 1명이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자해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응답한 설문 데이터였습니다. 이와 유사한 문제들이 이후 계속해서 알려지고 있으니, 곧 국가 차원의 근본적 대책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확신이 듭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 어떤 교육 개혁도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감사한 것은 이 일을 지켜나가실 두 분의 후임 공동대표 후보를 찾은 것입니다. 이 두 분은 상근활동가로 함께 하며 오랜시간 같은 꿈을 꿔온 분들입니다. 다른 색깔로,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새 길을 만들어 갈 분들이 계시기에 저희의 소임을 다하고 임기를 마칠 수 있게 되었어요. 올해 6월 이사회를 열어 임기 마무리를 논의했고, 새 공동대표를 찾는 일을 지난 여름부터 가을까지 진행했습니다. 최종 선임은 내년 2월 회원 총회를 거쳐 결정될 것입니다. 1월에는 후임 공동대표 후보 분들의 인사가 있을 예정이니 선생님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처음에 우리끼리 목소리를 낼 때는 그 목소리가 미약해보이지만, 매일 매일 외치다보니 어느 새 함께 외치고 있는 사람들이 수십, 수백, 수천이 되어있는 것을 우리 운동을 통해서 경험했습니다. 지치고 외롭고 힘에 부칠 때, 저희를 일으켜 세워 주셨던 것은 선생님이었습니다. 이 운동에 마음을 모아주시고, 늘 지지와 후원을 보내주신 덕분에 겁 없이 도전하고 외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회원으로 돌아가 이 운동에 참여하겠습니다. 어디에서든 만나면 반갑게 회원으로서 인사 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의 삶과 우리의 삶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가장 큰 힘입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12월 13일 
존경과 사랑을 담아 정지현, 홍민정 올림
*정지현, 홍민정의 감사인사를 담은 이야기, 더 듣고 싶으시죠?^^ 짠!!!

선생님, 홍민정이에요. 언젠가는 이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기도 하고 늦게 온 것 같기도 하니 이상한 일입니다. 어떤 말을 적어야 할까 상상하기도 했었는데 막상 지금은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두서없지만 선생님들께 지금의 제 마음이 잘 전달되기 바라며 편지를 시작합니다. 저는 회원 분들의 따뜻한 지지 속에 4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2월 퇴사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요사이 회원들께 전화드릴 일이 있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갑작스러운 전화에도 시간을 내어 따뜻하게 들어주시고 응원해주셨습니다. 직접 얼굴도 한번 못 뵌 회원님이셨는데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외롭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요. “올바른 삶은 가장 외롭다. 그 외로움만이 세상을 조금씩 낫게 만든다. 어느 시대나 어느 곳에서나 늘 그렇다.” 이번 김철원 선생님의 등대 강좌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글인데요. 회원님의 말씀을 듣고 이 구절이 떠오르면서 제 안에 뜨거운 것이 솟아 올랐습니다. 저는 이기적이고 고약한 구석 있어요. 시시껄렁한 농으로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공동대표의 일이 깜냥에 넘쳤나봅니다.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전담하며 암담하기도 했고요, 때로는 의지하고 싶은 곳을 찾느라 눈 둘 곳이 없다고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또 한 번 회원님과 통화하면서 깨닫습니다. 3000명이 넘는 회원들께서는 늘 이렇게 맘을 내어주고 계셨구나, 사실은 홀로 있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을요. 저는 4년 동안 아마도 다시는 없을 가장 크고 깊은 애정과 축복을 받았습니다.

이제 평범한 회원이자 변호사, 학부모로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응원하고 도우려 합니다. 누군가 이 일을 왜 변호사가 하냐고 물은 적이 있었어요. “변호사일을 하면서 선하고 좋은 분들만 만나기 쉽지 않은데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선하고 바른 마음으로 우리의 일에 헌신하는 사람들만 만나왔어요. 그래서 저도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라고 전한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보내주신 마음 안에서 오랜 시간동안 물들어왔기에 변호사로서 어떤 업무를 하더라도 이 외로운 마음을 잊을 수 없겠구나 생각하곤 합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이 놀라지는 않으셨는지 모르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한 분 한 분 얼굴을 마주하고 그 간 눈 둘 곳이 되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이 편지로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선생님과 같이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외로운 마음이 전염되어 결국 오게 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따뜻함을 바라고 있겠습니다. 선생님, 감사드려요.

선생님, 정지현이에요. 처음 임기를 시작했던 때가 엊그제 같아요. 그 사이 저는 두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었습니다. 만약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부모가 되는 일이 너무도 두려웠을 것입니다. 사실, 첫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서 너무도 여리고 작은 아이를 눕혀놓고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가녀린 생명이 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이 아이를 지켜줄 수 있을까. 깊은 슬픔과 상심이 밀려와 몇날 몇일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왈칵 치솟습니다. 그러나 이내 제가 다시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던 것은, 제 옆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만났던 회원들의 삶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부모 되는 일의 기쁨과 감사, 좌충우돌하면서도 깊어지고 넓어지는 삶을 저도 꿈꿀 수 있게 되었어요.


처음 대표가 될 때의 마음은 두려움이었습니다. 내가 과연 잘 감당할 수 있을까, 혹여나 그동안의 우리 운동이 만들어온 길에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앞설 때가 많았지만 그러나 변화를 갈망하는 마음,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어떻게든 쓰임 받는 것은 기쁜 일이라는 결심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저의 부족함을 뛰어넘고자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멋진 파트너와 동료들, 깊은 애정으로 늘 격려를 나눠주시던 회원들 덕분에 지난 4년 운동가로서의 삶과 부모로서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운동에 기여한 것보다 제가 받은 것이 더 많아서, 풍요로운 마음으로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부모로서 이 운동에 참여하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좋은 이웃들과 함께 아이들을 키우고자 합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지역모임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이웃들과 함께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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