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0일  (No. 718)
'원료비 급등으로 가격 인상합니다'란 말은 하지 마세요

혹시 이런 문구로 시작하는 안내 메일을 최근에 받아본 적이 있나요?

"최근 원료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서비스 요금을 인상하게 되었습니다. 향후 더 나은 품질로 보답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매일같이 사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부터 동네 헬스장, 단골 카페까지 가격을 올릴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멘트죠. 

이런 메일이나 안내문을 보면 여러분은 어떤 감정이 듭니까?  '아이고, 회사가 많이 힘들구나. 기꺼이 더 지불해야지'라고 너그럽게 이해하나요, 아니면 '뻔한 핑계를 대면서 내 지갑을 털어가는구나' 하고 얼굴을 찡그리나요? 거의 후자일 것입니다. 

우리는 타인에게 나쁜 소식(가격 인상, 예산 삭감, 일정 지연, 부탁 거절 등)을 전해야 할 때 '우리가 이러저러해서 정말 힘들다'라고 하소연하거나 '앞으로 더 잘하겠다'라고 약속하는 것이 이해를 구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이라고 믿는데요, 과연 비즈니스 관계에서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요?

최고 권위의 마케팅 학술지《Journal of Marketing》에 게재된 다마반디(Hoorsana Damavandi) 교수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불리한 소식을 전할 때 내부 사정을 핑계로 대는 것은 '아무런 이유를 대지 않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어느 '구독형 창고 보관 서비스' 회사의 고객 1,600여 명을 대상으로 10개월간 현장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고객들에게 요금 인상 통보를 하며 다음 네 가지 중 하나의 메시지를 무작위로 발송했던 것이죠.

1. 인건비 등 운영비가 상승했습니다 (내부 원가 이유)
2. 향후 서비스 품질을 개선할 예정입니다 (미래 서비스 이유)
3. 창고 보관 수요가 급증해서 이 수요를 받아낼 타 업체들이 별로 없다(객관적 외부 상황)
4.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음

가격을 인상하면 고객들이 어느 정도 이탈할 텐데요, 메시지별로 고객들의 이탈률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결과는 상식과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가장 흔하게 쓰는 1번 '운영비 상승'이나 2번 '서비스 개선' 메시지는 놀랍게도 4번인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고객 이탈을 막는 데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반면, 객관적인 '외부 상황(수요 증가 및 경쟁사 감소)'을 이유로 든 경우에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고객 이탈률이 무려 29.5%나 적었습니다. 이탈을 덜 했다는 뜻이죠.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요? 답은 '전환 비용(Switching Cost)'에 있습니다. 고객은 우리 회사의 나의 내부 사정이나 모호한 미래의 약속에 거의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전체적으로 시장 수요가 우리에게 몰려 있고, 대안이 될 만한 경쟁사도 꽉 찼다"는 객관적 현실을 알리면 어떨까요? 고객은 무의식적으로 '다른 업체를 옮기는 데 드는 비용과 수고로움'을 떠올리겠죠. 다시 말해서 '어차피 다른 데 가도 뾰족한 수가 없겠구나'라는 인식케 함으로써 가격 인상을 수긍하게 만드는 것이죠.

내부 사정을 양해해 달라는 말은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은 비단 가격 인상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타 부서의 무리한 일정 단축 요구나 곤란한 업무 부탁을 거절할 때와 같은 상황에서도 동일한 심리가 작동합니다.

"저희 팀 인력이 지금 너무 부족하고 야근을 밥먹듯 해요(내부 사정)"라고 변명해 봤자 의미 없습니다. 상대는 이해하는 표정을 짓더라도 속으로는 '그건 당신네 팀 사정이지'라고 무시할 겁니다. 대신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타 부서의 요청이 과거에 비해 30%나 증가해서 처리시간이 3일에서 일주일로 늘어나고 말았어요."라고 말이죠. 그러면 상대방은 여러분의 부서를 욕하는 대신, '대안이 없구나'라고 깨닫고 한발 물러섭니다.

결론적으로, 나쁜 소식을 전할 때 내부 사정을 동원해 동정심에 호소하는 전략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사람을 진정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체념하게 만드는 것은 상대방이 '대안이 없음'을 깨닫게 만드는 전략입니다. 비즈니스 관계에서느 감정적인 호소는 나약하다, 능력없다는 인상만 주기 십상인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Damavandi, H., Antia, K. D., & Kopalle, P. K. (2026). EXPRESS: Cushioning the Blow: Reducing Customer Attrition in Response to Price Increase Notifications. Journal of Marketing. https://doi.org/10.1177/0022242926145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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