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번째 만화다반사 (2026.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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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문학동네 만화편집부입니다. 요즘 출근길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는 게 재미있습니다. 패딩, 트렌치코트, 스웻셔, 카디건, 간혹 반팔까지…!😵‍💫정말 혼란스러운 풍경이에요. 저도 겉옷을 입을까 말까 고민하다 ‘혹시 모르니까…’라는 생각으로 경량 패딩을 들고 나왔답니다. 그리고 때가 왔습니다. 바로 🌸벚꽃 달력🌸을 검색하는 때가요! 날도 따뜻해지고 꽃도 만개하니 친구들, 가족들, 애인과 함께 주말 나들이를 계획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아, 물론 저처럼 ‘나는 사람 많으면 기 빨려’하시는 분들은 📘만화책과 함께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럼, 3월의 마지막날 《만화다반사》 시작합니다―!

⭐지금, 만화다반사_문학동네 만화편집부의 3월
🧑‍⚕️『닥터 프로스트』 4월, 마침내 완결 
대한민국 최초이자 최고의 심리학 만화 『닥터 프로스트』의 종지부, 22권이 출간됩니다. 10년의 연재 기간 동안 개인의 심리를 넘어 사회의 심리를 진단하며 놀라움과 깨달음을 선사한 작품이죠. 마지막 권에서는 사회 테러를 일으키려는 문성현을 막아내는 프로스트와 일행들의 활약이 빠른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심리 묘사로 더욱더 흡인력을 발휘합니다! 〈2021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하고, 웹툰의 영상화가 대중적이지 않았던 때에도 이미 빠르게 드라마로 만들어진 유일무이 심리학 만화를 읽어보세요.
👼『다정의 고리』 4월 출간 예정
『영원한 샘』과 각종 단편들로 이미 너무나 유명한 작가님이시죠. 냘구 작가님의 『다정의 고리』가 오는 4월 출간됩니다. 머리 위 고리와 함께 신에게 받은 임무까지 잊어버린 천사 다정이와 그것을 되찾아 주기 위해 나선 은정이가 이 땅의 진실을 알게 되며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선과 악, 만남과 사랑, 많은 생각이 드는데 일단 주인공 다정이가 너무 귀엽습니다(진짜 파괴적인 귀여움🤯).
함께 실린 SF 단편 「사라 로랜스키의 존엄한 죽음」을 읽고서는 오랜만에 정말 깊생에 빠졌어요. 유한한 삶을 종결할 권리, 한 사람의 죽음 이후… 제목의 ‘존엄’이라는 단어가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이고, 읽을수록 슬픔이 짙어지는 이야기였어요. 출간을 기념해 준비중인 특전에 들어갈 일러스트를 살짝 공개해볼게요. 다정이, 여러분에게 가는 중~😇
🏫『아와지마 가극학교』 4월 출간 예정
지난 《만화다반사》에서 ‘아와지마 백경’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했던 시무라 타카코 작가님의 『담도백경淡島百景』. 문학동네에서 새로이 출간하며 『아와지마 가극학교』라는 제목으로 선보이게 됐습니다. 이 작품은 그간 한국에 ‘담도백경’ 등 여러 이름으로 소개되었는데요. 전5권인 완결까지 소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와지마’라는 (가상의) 바닷가 마을에 자리한 가극학교. 그곳에서 때로는 남자로서, 또는 여자로서 살아가는 소녀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이야기를 부디 즐겨주세요. 오는 4월 9일부터 일본 현지에서는 애니메이션도 방영될 예정인데요. 전자책 동시 출간과 함께 특별한 초판부록과 사은품도 준비중이니, 양쪽 모두 놓치지 마세요!
📘『오늘도 킬러는 할머니를 죽이지 못한다』 5권 편집중
지난 2월 『오늘도 킬러는 할머니를 죽이지 못한다』 후속권을 출간했습니다. 앞서 담당한 분이 퇴사하시면서 이어서 맡게 되었는데, 담당이 되고 보니 전과는 다른 것이 보이더라고요. 일단 단순 개그 액션이 아니라 휴머니즘으로 가득(?)합니다. 무슨 말인고 하면 ‘패배자’ 캐릭터를 버리지 않고 계속 등장시켜요. 조연 킬러들이 패배하면 그대로 퇴장하는 게 아니라, ‘그날’ 이후로 알바도 하고 복수도 다짐하고 카레도 연구하면서 나름대로 근성 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 작가님의 후속작 『라이라이라이』의 여주인공이 귀엽다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오늘도 킬러는 할머니를 죽이지 못한다』의 여자 캐릭터들도 못지않게 귀염상입니다(77세 마코토 할머니의 리즈 시절을 봐주십시오). 왜 담당하고 나니 더 좋아지는 걸까요? 역시 팔이 안으로 굽는 까닭일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이에 정이 붙은 걸까요? 이제 막 정이 들었는데 바로 다음 권이 완결이네요😓 아쉬워도 결말이 궁금해서 서둘러보려고 합니다. 조만간 5권 출간 후기로 돌아올게요.
🎤『웹툰단행본 편집 가이드북』 출간 기념 현승희 작가 북토크 현장

만화라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지만 웹툰이 스스로 고유한 연출과 독자적인 정체성을 구축한 것도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 웹툰을 만지고 펼쳐서 볼 수 있는 단행본으로 옮겨오는 일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기나긴 스크롤 연출, 살벌한 각도의 사선 컷을 자랑하는 웹툰을 어떻게 단행본으로 옮길까요? 웹툰단행본 전문가 현승희 디자이너님이 그 과정과 노하우를 웹툰단행본 편집 가이드북에 일목요연하게 담았습니다. 출간을 기념해 지난 25일 알라딘 본사에서 현승희 디자이너님과 독자분들이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한 번역가로도 활동중인 작가님의 덕업일치의 기쁨과 슬픔을 느낄 수 있었던 현장을 들려드릴게요!

#웹툰단행본_어떻게_만드나요?

편집자: 제가 처음 출간한 웹툰단행본이 『정년이』인데 그때만 해도 웹툰을 단행본으로 옮겨오는 일을 하는 작업자가 많이 없어서 찾는 데도 애를 썼어요. 요 몇 년 사이 이 일을 이렇게 전문적으로 해주시는 디자이너님을 만나 너무 기쁩니다. 작가님은 이 일을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현승희: 사실 저는 2019년 출판사에 입사해 일본어권 도서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당시 대표님이 제가 일본에서 만화과를 졸업했다는 것을 알고 제의를 해주셔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편집자: 이 책을 편집하면 편집할수록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웹툰단행본을 담당하게 된 편집자분들과 자신의 웹툰을 단행본으로 만들고 싶은 작가님들께도 도움이 될 책이라 생각했어요. 생각보다 독자층을 넓게 설정해도 되겠구나 싶었죠. 작가님은 이 책을 누구를 위해, 어떤 독자를 위해 쓰셨나요?

현승희: 처음에는 저처럼 막막하게 시작한 분들을 위해 쓰기 시작했는데, 쓰는 동안에 함께 일해주시는 편집자님들과 작가님들로부터 여러 질문을 받곤 했어요. 이분들께도 도움이 되는 내용을 더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 추가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편집자: 개인적으로는 「편집자님 필독!」 파트처럼 「웹툰작가님 필독!」을 넣어서 “원고는 클튜 파일이 아니라 PSD 파일로 전달하기” 같은 내용을 추가하면 좋겠다 싶었네요.

 

편집자: 편집자로서 공감된 부분은 RGBCMYK의 차이였습니다. 또 ‘도련’이라고 하는 재단의 개념도요. 저는 줄글만 있는 책을 딱 한 번 해봤는데, 그 책을 편집할 땐 재단선 기준으로 그림이 잘리지 않는지, 혹은 더 필요하지 않은지 신경쓰지 않아도 돼서 너무 편했거든요… 웹툰과 종이만화책. 두 매체의 차이를 가장 실감하고 계실 작가님은 무엇이 가장 다르고, 무엇이 가장 어렵다고 느끼시나요?

현승희: 말씀처럼 일단 색감 차이입니다. 담기는 그릇이 다르다보니 화면으로 보던 것을 잉크가 인쇄된 종이로 본다는 그 차이가 가장 크죠. 색 차이가 가장 눈에 띄는 만큼 신경이 제일 많이 쓰여요.

편집자: 감리를 간다고 해도 그날의 온도, 습도에 영향을 받고, 모든 대수(1대수는 16페이지)가 균질한 색감으로 나올 수도 없다보니 정말 어려워요.

현승희: 맞아요. 연출적으로는 세로로 긴 컷을 적절하게 잘라야 한다는 부담감, 작은 컷에 달린 대사들이 아주 많을 때 이를 조합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귀한 그림들을 단행본 크기에 맞춰 잘라야 할 때마다 정말 아쉬워요. 이 세 가지가 늘 제일 고민되고 어렵습니다.

 

편집자: 웹툰을 책으로 옮긴다고 하면 극단적인 반응일 것 같아요. “그거 그냥 웹에 있는 거 잘 줄이고 늘려서 책에 실으면 되는 거 아냐?” (현승희: 맞긴 해요…) 혹은 “그 기나긴 스크롤을, 살벌한 각도의 사선 컷을 요만한 책에 어떻게 담는데?” 아마 이렇게 반응이 갈리는 데에는, 전자의 독자분들은 ‘출판만화’가 다소 낯설기 때문이실 거라 생각해요. 작가님이 책에서 여러 번 강조하시는 것이 출판만화입니다. 출판만화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웹툰단행본을 만들 때 쓰이는지가 궁금합니다.

현승희: 세로든 가로든 웹툰이든 출판만화든, 만화는 컷으로 이루어져 있죠. 세로로 배열되어 있는 웹툰 컷을 횡의 연출에 맞추어, 우리가 흔히 책을 읽을 때 시선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Z자 읽기로 배치하려면 출판만화 문법과 콘티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물론 몰라도 한 페이지에 적절한 수와 네모난 모양의 컷을 배치하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출판만화의 문법과 콘티를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영어 문법을 알아야 영어로 말을 할 수 있는 것과 같아요. 이를테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홀수 페이지의 오른쪽 하단 마지막 컷과 페이지를 넘긴 후 가장 먼저 보이는 왼쪽 상단 컷에 리듬감과 긴장감을 어떻게 줄지 같은 것 말이죠.

 

편집자: 또 본문 중에서 놀랐던 것이 분절이에요. 웹툰 본 원고의 모든 요소를 하나하나 다 나누는 것부터 해야 한다니😱 효과음이면 효과음, 동작선이면 동작선, 그림이면 그림. 한 권을 하는데도 몇천 개의 분절 파일이 생긴다는 것을 읽고 도대체 이 파일 관리는 어찌 다 하실까 싶었어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어도 결국은 재료 손질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과 같달까요? 작가님은 “이건 진짜 남이 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거 있나요?

현승희: 전부 다…(웃음)…는 아니고😅 소위 말하는 본 작업(컷 배치, 말풍선과 말꼬리 배치 및 병합)이자 조판만큼은 반드시 제가 합니다. 정말 바쁠 때는 서포트해주시는 동료 디자이너님께 분절과 식자 이식 작업(식자를 말풍선 안에 붙여넣는 작업), 말꼬리 배치를 부탁드리긴 하는데요, 컷 배치와 최종 말풍선 및 말꼬리 위치 조정, 병합만큼은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습니다. 이거야말로 작업자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부분이라 반드시 본인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웹툰단행본_기쁨과_보람

편집자: 현재 저희 만화편집부의 『도토리 문화센터』를 작업중이시죠. 『도토리 문화센터』는 어떤 특징을 가진 작품이고, 난도는 어떤 편인가요?

현승희: 스토리 전개가 엄청나게 훌륭해서 감정의 강약 조절이 관건인 작품이고, 중간중간 난다 작가님 특유의 개그들도 치고 빠질 때가 많아 호흡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회차당 컷 수가 적고, 오밀조밀하게 편집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라 한 권에 꽤 많은 회차가 묶입니다. 1권은 무려 19화나 들어갔어요.

편집자: 그 정도면 정말 많이 들어갔네요. 보통 1권에서 많이 들어가면 15~16화, 평균적으로는 12~14화 정도가 묶이니까요. 요즘은 컷도 굉장히 크게 들어가서 한 권에 묶을 수 있는 회차가 많지 않을 거 같아요.

현승희: 맞아요. 최근에는 딱 10화가 한 권에 묶인 타이틀이 있었어요. 평균보다도 훨씬 적은 수인데, 그림이 정말 예뻐서 시원시원하게 컷을 넣어가며 작업했습니다.

 

편집자: 『남남』 후속권은 5일 만에 작업을 마쳤다고 알려주셨죠. 사실 제가 『남남』의 1~4권 콘티를 직접 짰거든요. 그래서 5일 만에 하셨단 이야기를 듣고 약간 현타(?)가 왔어요…… 이렇게 비교적 난도가 쉬운 타이틀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요? 반대로 어려운 타이틀은 또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현승희: 비교적 쉬운 것은 레이어가 복잡하지 않고 간결한 웹툰입니다. 각종 꾸밈 효과, 이펙트, 소재 등을 많이 쓰지 않아서 분절 시 정리할 것도 적고 페이지에 배치할 요소들도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남남』은 컷 크기도 거의 균일한 편이라서 더 수월했던 것 같아요.

편집자: 저는 연출적으로 출판만화와 괴리가 큰 웹툰이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것만은 또 아니군요.

현승희: 네, 세로로 긴 컷과 사선 컷 같은 것은 페이지 안에서 요리조리 움직이고 고민하다보면 어떻게든 답을 찾거든요. 그런데 손질할 재료가 많은데, 그 재료를 계속 찾아서 배치하고 가져다 붙이고… 그런 번거로운 과정들이 오히려 좀 어렵습니다.

편집자: 재료가 엄청 많아서 손질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요리하는 동안에도 재료 창고와 주방을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요리를 하면 더더욱 오래 걸리는 그런 느낌이군요.

현승희: 맞아요. 정말 그거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

 

편집자: 작가님은 드라마, 일상물, 학원물, BL, 모든 장르를 하고 계시잖아요. 각 장르별 특징이나 그에 따른 난도 차이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BL은 피부색이나 홍조 표현 때문에 마젠타 색감 같은 게 훨씬 더 돋보여야 해서 어려울 듯해요…

현승희: BL은 정말… 그 피부 색감 때문에 여러 번 시험 인쇄를 해본 적도 있어요. 담당 편집자님께서 참 많이 고생하셨어요. 작품 하나를 할 때마다 공부해야 할 지점이 너무 많음을 통감합니다.

편집자: 인쇄가 정말 어려워요. 종이에 잉크가 찍혀서 나오는 것이 얼마나 절대적이고 물리적인지…

현승희: 『만화의 원리』를 번역하면서 늘 꾸준히 종이와 인쇄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는 오바 와타루 편집자님의 말씀이 너무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먹 배경은 범위가 넓기 때문에 반드시 4도(C20 M10 Y10 K100)로 설정합니다. 1도로 깔면 회색으로 나와서요. 그렇게 하면 컷선, 말풍선과 당연히 차이가 생기겠지만 크게 눈에 거슬렸던 적은 아직까진 없었어요.

편집자: 저도 4도 먹 배경이 너무 짙어서 고민했는데 1도 먹 배경은 또 옅더라고요. 작품이 담기는 그릇이 달라지면 배워야 하고 알아야 할 것도 참 많은 거 같습니다.

현승희: 또 BL은 대사나 질척한(?) 소리를 표현하는 의성어, 몸을 부르르 떠는 효과선 같은 게 굉장히 많거든요. 그걸 일일이 배치해주는 것도 제법 손이 많이 가요.

편집자: 신음소리 같은 거 말씀하시는 거죠.

현승희:(웃음). 그런 소리는 번역하는 것도 참 힘들어요😂

 

편집자: 이 이야기도 하고 싶더라고요. 말풍선과 말꼬리. 정말 저도 편집자로서 제일 힘든 것 같아요. 2교쯤 되면, 저도 ‘말풍선 말꼬리만 보는’ 교정을 한번 더 봐요. 말풍선이 말꼬리랑 제대로 연결되어 있는지, 주인 잃고 구천을 떠돌아다니고 있는 말꼬리는 없는지… 웹툰을 책으로 옮겨올 때 말풍선을 싹 거두어내고 다시 하나하나 달아주죠. 심지어 말꼬리도 하나하나 달아준다고는 독자분들께서 상상도 못 하셨을 것 같네요. 선생님도 제일 어렵고 흰머리의 주범이라고 할 만큼 고역인 작업이라 하셨죠.

현승희: 말씀과 같이 구천을 떠도는 애들을 성불시키는 법은 이번에 책에 언급한 방법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되었어요(편집자: 그러니 책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그런 것도 있지만, 가급적 자연스럽게 말풍선을 구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늘 숙제처럼 머릿속을 맴돌아요. 웹툰에서 만드는 말풍선은 아무래도 다소 정형적이고 획일적인 느낌이 있는데, 일일이 말풍선을 그린 출판만화 작품들엔 손으로 그린 말풍선만의 맛이 있거든요. 말꼬리도 다양하고요. 언젠가 시간과 여건이 허락되면, 그리고 뭔가 또 새로운 방법을 발견해내면 꼭 좀더 자연스러운 말풍선과 말꼬리를 구현해보고 싶습니다.

 

#사실_번역이_시작이었습니다

편집자: 선생님의 또다른 직업은 바로 일한 번역가입니다. 웹툰단행본 편집보다도 이 일을 먼저 시작하셨고, 웹툰단행본만큼이나 활발하게 하고 계시죠. 둘 중 어느 비율이 더 높나요? 모리 카오루, 이리에 아키 선생님의 『만화의 원리』가 그렇게 빨리 정발되다니! 고맙긴 한데! 믿을 수 없다고요!

현승희: 저도 제가 그렇게 빨리 해낼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웃음) 사람은 역시 하면 되는 존재예요. 일하는 시간의 비율로 따지면 편집이 더 많은데, 요즘은 번역도 조금 비율이 올라갔어요. 그래도 편집하는 시간이 단연코 더 깁니다.

 

편집자: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는 선생님이 굉장히 애정을 드러내시면서 맡겨달라고 하신 작품이에요. 전 애정하는 작품을 편집하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예를 들어 작년에 《코믹 빔》 컬러 일러스트가 공개된 것을 보고 너무 좋은데 한 2초 뒤에 바로 “이걸로 포스터 만들면 단가가 얼마일까?”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작가님은 덕업일치의 슬픔이 없으신지요?

현승희: 편집은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어머, 이렇게 색감 쨍하고 긴 웹툰 누가 할까?(내가 합니다) 그런데 번역은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다 제 새끼 같아요. 오히려 하고 싶은 거 놓치면 아쉬워서 눈물이 납니다.

편집자: 저도요!!! 그런 작품이 있으면 정발 기다렸다가 막 찾아보고 그러는데 혹시 작가님도…

현승희: 네, 저도 그렇습니다…

 

편집자: 저는 역자분들이 주신 완역을 교정할 때 많이 고민하는 편이에요. 이를테면 사토미가 “쿄지, 너 대체 무슨 생각이냐고”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쿄지, 당신 대체 뭔 생각이냐고.” “쿄지 너 대체 무슨 생각인 건데.” 등등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인칭, 어미, 쉼표 나 말줄임표 위치 등 각종 변화구를 던져보며 지금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그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의 조명, 온도, 습도를 전하려고요. 선생님이 번역하실 때 제일 주의하거나 신경쓰는 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현승희: 가급적 번역하는 인물에게 빙의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얘는 이런 성격이니까 이런 말투를 쓰겠지? 이런 표현은 잘 안 할 것 같아. 그런 것들을 많이 상상하면서 해요. 그리고 단어 선택에 있어서도 1번 번역가가 되지 않으려고 신경쓰고 있습니다. 1번 번역가면 좋은 거 아닌가? 하실 수 있는데, 이게 사전에서 1번에 실려 있는 뜻만 쓰는 번역가를 뜻하는 말이에요. 고민 끝에 그 뜻을 선택했다면 상관없어요. 다만 무의식적으로 1차 번역을 하지 않으려고(예를 들면 카와이이=귀엽다) 한국어 사전의 비슷한 말을 많이 뒤져보는 편입니다.

 

#만화인_현승희

편집자: 제가 고사리박사님과 들개이빨 작가님과의 북토크에서 했던 마무리 방법인데, 오늘도 〈라디오스타〉식 질문으로 끝을 맺어볼까 해요. 이거 꽤 괜찮더라고요. 현승희 선생님께 ‘만화’란?

현승희: 굉장히 심오한 질문이라 쑥스러운데, 제게 만화는 ‘문’ 같아요. 정말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밀어도 꿈쩍 않는 문도 있고, 힘을 준 것에 비해 잘 열리는 문도 있고. 제겐 그랬어요. 하지만 자동문은 없었습니다. 언제나 제가 힘을 주고 문고리를 돌려야만 열렸어요. 앞으로도 이런저런 만화의 문을 많이 열어보고 싶어요.

 

편집자: 이 질문을 드린 이유가 있습니다. 선생님은 만화가 지망생에서 시작해 지금은 웹툰단행본 편집 디자이너이자 일한 번역가로서 누구보다 만화의, 만화에 의한, 만화를 위한 삶을 살고 계시잖아요. 제가 늘 하는 말인데, 우리는 그런 직함, 직업에 앞서 사실은 ‘만화인’이라는 것입니다. 같은 만화인으로서 오늘 오신 만화인들께 마지막 인사를 전해주세요.

현승희: 『동경일일』에 나오는 대사를 읽으며 평소 하던 생각과 비슷해서 마음에 많이 와닿았었어요. 저는 스스로를 만화라는 항성 주위를 끊임없이 돌고 도는 행성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거든요. 절대 그 영향권에서 멀어지는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해요. 우주가 너무 넓고 조용해서 막막하고 혼자 같다가도 이렇게 또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만나 이야기하면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과 행복을 느껴요. 저희 모두 만화 속을 유유히 떠돌다가 다시 또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학동네 만화편집부의 3월은 어땠을까

🥝J편집자 새해 초에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를 다시 읽었습니다. 오래전에 읽어서 가물가물해진 탓에 처음 읽는 것마냥 재미있게 보았는데요, 읽는 도중 문득 만화 속의 테헤란 거리를 직접 걸어보고 싶단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이란이라는 나라 이름 자체가 멀고도 낯선 이국의 동의어와 다름없었는데 이런 친근감 뭐지? 스스로도 놀랐네요. 좋은 이야기란 이렇게 모든 마음의 장벽을 가볍게 뛰어넘는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이런 책을 계속 읽고, 내고 싶단 생각도 함께요. 하지만 덕분에 최근 뉴스를 볼 때마다 착잡해지기도 합니다. 이전 같으면 무덤덤하게 지나쳤을 뉴스 사이에서 만화 장면들이 떠올라서요. 『페르세폴리스』가 현재진행형이라니… 멋진 작품이지만 현실에선 멸종된 이야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제2, 3의 마르지들이 부디 안전하길 바랍니다.

🍓B편집자 『모로호시 다이지로 극장』 6권을 편집하고 있습니다. 앨리스와 셰에라자드의 기묘하고 유쾌한 에피소드를 담은 세번째 시리즈인데요, 이번에도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서 재미를 더했습니다. 5권의 「강령회의 밤」에서 졸음 가득한 얼굴로 잠깐 나왔던 소녀 메이드가 바로 그 주인공! 조금 어리숙한데 또 너무 귀여운 캐릭터라서 에피소드 읽을 때마다 많이 웃었습니다. 교차 교정 본 편집자도 메모를 남길 만큼요🤭 단행본은 4월에 찾아뵐게요~

🍎A편집자 봄이 되면 왠지~ 뭔가를 배워보고 싶지 않나요?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보통사람의 배움터~ 『도토리 문화센터』 4권이 곧 출간됩니다. 이번 권에서는 고두리 부장과 오소운이 마지막 타깃인 지옥길 쌤에게 접근하기 위해 ‘지옥길의 수예교실’ 수업에 침투합니다! 그곳에서 뜨개질을 배우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성취감을 맛본 고두리 부장. 이내 실과 바늘이 만드는 단순한 세계에 푹 빠져버립니다. 어떻게 보면 고두리에게 딱 맞는 취미였을지도요. 주어진 방법대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면 거짓 없이 결과가 나오니까요. 게다가 그 결과물이 쓸모 있기까지 하니 일석이조! (그나저나 이쯤 되면 고두리는 명실공히 취미 부자 아닌가요? 서예, 시 쓰기, 이제는 뜨개질까지… 문화센터 부지를 접수하기 전에 문화센터 수업들을 다 접수하겠어요.)

참, 그리고 표지 일러스트도 나왔어요. 너~무 예뻐서 설레발 좀 치겠습니다🤗 (막간 퀴즈❗ 일러스트와 콘티 사이에 다른 점도 있답니다. 한번 찾아보세요!)

재즈바, 와인바는 들어봤어도 수예바(BAR)는 금시초문입니다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공간 아닌가요? 조용히 흐르는 BGM의 선율 아래 묵묵히 오가는 실과 바늘… 그리고 . 현대인의 마음 정화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애니웨이. 수예교실 에피소드 외에도 도파민 터지는 모기특공대 편, 감춰왔던 고두리의 유년시절 이야기까지 알록달록한 재미와 감동이 4권에 한가득입니다. 게다가 여러분의 2026년 대운을 책임질 초판한정 부록도 준비하고 있어요. 4월에 출간합니다! 많.관.부~💛 많.사.부~💚

🍇H편집자 여러 책들을 편집하면서 느끼는 건데, 특히 국내만화의 경우 작가님과 직접 교차 교정지를 주고받을 때 굉장히 긴장됩니다. 작가님이 교정지에 남기신 교정 사항 중에서 “이건 그냥 원래대로 가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볼 때 겸허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제 딴엔 가능한 한 쉽게, 오해나 오독의 여지를 줄이겠다고 대사를 다듬는데 모호함에서 오는 풍성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항상 생각합니다. ‘너무 말이 되는 것’을 주의하자고요. 물론 늘 그런 순간만 있는 건 아니고요, 작가님들이 남기신 따뜻한 메시지를 주실 때도 많습니다. 어쩌면 이 일을 하는 동안 가장 힘이 나고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해요. 물론 순수한 기쁨과 더불어 그래도 밥값 하고 살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도 섞여 있습니다… 그렇게 주고받으며 완성되어가고 있습니다.

🍒C편집자 다음달 《만화다반사》에는 『아와지마 가극학교』 출간을 기념하여 시무라 타카코 작가님을 모실 예정입니다. 시무라쌤은 남들처럼 살아갈 수 없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심해질 때 제게 많은 힘을 준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아는 작가 중 한 명이라고나 할까요. 이 질문지를 준비하며 시무라쌤 팬분들의 도움도 여럿 받았는데, 다들 저와 비슷한 마음이라는 걸 알고 한층 더 애틋한(!) 기분으로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방황과 방랑이 디폴트 값인 시무라 월드를 경험해보고 싶으신가요? 그 입문작으로 손색없는 『아와지마 가극학교』를 읽으며, 인터뷰를 기다려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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