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마지막으로 본 항소부 재판장 이야기
안녕하세요. 최윤정 기자입니다.
오늘은 한 재판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난 금요일(22일) 2심 재판을 보고 왔습니다. 제게는 올해 마지막 방청이었습니다. 이번 주부터 2주 동안 전국 법원이 휴정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재판이 중단됩니다.
2심 재판은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하는 검사나 피고인이 항소하면 열리는 재판입니다.
지난주 제가 방청한 재판은 대구지법의 한 ‘항소부’가 진행했습니다.
재판장은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쓰는 판사였습니다. 피고인들에게 종종 역정을 냈습니다.
피고인이 선고 도중에 끼어들었을 때는 “피고인, 선고할 때는 듣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사정 때문에 선고를 미뤘을 때는 “가족이 위독하면 재판 안 받아도 되나!”라고 했습니다.
직전 피고인의 말이 길어졌을 때는 다음 피고인에게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되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길지 않게 하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선생님 같았습니다.
한 20대 초반의 피고인이 선고를 받으러 왔습니다.
혐의는 음주운전이었습니다. 1심에서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장은 “원심판결을 파기한다”며 곧바로 “벌금 1000만원에 처한다”고 말했습니다. 벌금이 똑같은데 왜 파기하는지 궁금하던 차에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물었습니다.
“똑같은데 파기했죠? 왜인지 알아요? 잘 모르겠어?”
이어서 설명했습니다.
“만 18세 이상인데, 벌금 안 내면 노역장에 유치한다는 규정이 (1심 판결에) 빠졌어. 깜빡하고. 그래서 직권으로 다시 넣은 거예요. 1000만원 안 내면 100일 동안 교도소 유치합니다. 하루 10만원. 알겠어?”
예정된 선고가 모두 끝난 뒤에 재판장은 방청석을 쓱 둘러봤습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여 있는 피고인 중에 선고받지 못한 피고인 있나! 다 받았어요?”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방청석은 조용했고, 다음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제가 이날 대구지법에 간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선고 이후 진행된 신건 재판들 가운데 한 재판을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가장 감정적이고 간섭하는 재판장을 만났습니다.
“(집행유예를 선고한 뒤에) 이제 민사 남았으니 거기 가서 잘 해결하세요”라든지, “매일 반성문 한 장씩 써라, 얼마나 반성했는지 보고 선고할 거니까!”처럼 피고인들의 개인적인 상황에 거리낌 없이 개입했습니다.
법정은 정해진 절차대로 움직이는 엄격한 장소지만, 인물들 사이에 온갖 감정적인 작용이 오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럴 때 인상적인 순간이 생겨납니다.
제가 지금 취재하고 있는 사건들도 그런 순간과 닿아 있습니다. 그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도 곧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 * *
여기까지가 2023년 보내드리는 마지막 코트레터입니다.
저희는 최근 ‘뉴스쿨' 2기 펠로우들을 만났습니다. 한 펠로우가 “(비영리 독립언론 창업은) 넓은 바다에 동동배를 띄우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저희를 가리키며 “여기는 이미 띄웠다”고 했고요.
지난 두 달 동안, 저희가 띄운 동동배를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한해 평안히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