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0 April 9, 2024
예술은 삶을 지탱하기 위한 자아실현의 수단이자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매개로, 때로는 부조리한 세상을 겨냥해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합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예술이 필요한 이유는 다 다르겠지만, 새로운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써 우리의 삶에 예술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급격한 성장으로 다변화되는 사회 속에서 예술은 도시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 요소입니다. 예술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도시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고,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를 향한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많은 도시가 팬데믹으로 인해 멈추었던 시간을 뒤로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예술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3월, 매거진 <B> 팀은 '아트 바젤 홍콩'에 참여해, 팬데믹 이전의 규모로 돌아온 아시아 전반 아트 신 scene의 열기를 직접 느끼고 왔습니다. 아트 바젤이 개최된 홍콩 센트럴을 중심으로 다이닝, 바, 숍, 갤러리 등 홍콩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스폿들도 함께 취재했는데요. 그 생생했던 순간을 전달합니다.
📮

ART BASEL HONG KONG
아트 바젤 홍콩 2024 취재기
📸 TORY HO, COURTESY ART BASEL

FOCUS ON GALLERIES
테마가 있는 각국의 갤러리들
📸 COURTESY ART BASEL, HANSEUL KIM, GALERIE VAZIEUX, WAITING ROOM, ALISAN FINE ARTS, GALERIE NÄCHST ST. STEPHAN

MUST VISIT
에디터가 주목한 홍콩의 매력적인 장소
📸 HANSEUL KIM
ART BASEL HONG KONG
5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아트 바젤은 세계 3대 아트 페어 중 하나로, 국제 미술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행사로 꼽히는데요.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3월 26일부터 30일까지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된 올해 아트 바젤 홍콩에는 40개 국가의 총 242개 갤러리가 참여했습니다. 전보다 다채로워진 아트 바젤 홍콩을 기획한 디렉터에게 아트 바젤 홍콩의 잠재력과 올해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에 대해 물었습니다.
🎤
앙젤 시앙-리 Angelle Siyang-Le
Director, Art Basel Hong Kong
팬데믹 이후 홍콩 아트 신 scene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WKCD)에 아시아 최초 비주얼 아트를 중심으로 컬렉션을 전개하는 현대 미술관 엠플러스 M+와 고전 예술을 다루는 홍콩 고궁박물관(Hong Kong Palace Museum)이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오픈했는데요. 팬데믹 기간에 개관한 두 뮤지엄이 도시가 지닌 예술 인프라를 강화하고, 홍콩 예술 생태계를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매년 개최되는 아트 바젤을 포함해 홍콩 기반의 주요 옥션 하우스와 세계적인 갤러리들, 그리고 이제는 홍콩의 근현대 역사를 선보이고 있는 앞서 말한 두 공공기관까지, 홍콩 예술 신에 모두 갖춰진 셈이죠. 덕분에 같은 생태계 내에서 서로 돕고 포용하는(comprehensive)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아트 도시로서 홍콩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장소도 함께 추천해주세요.
아트 바젤 홍콩의 문화적 협력 파트너이자 1996년에 7명의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비영리 예술 공간 '파라 사이트 Para Site'를 추천해요. 홍콩 예술계를 진보적으로 이끄는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죠. 현재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키워드로 활동하는 홍콩 아티스트 '트레버 영 Trevor Yeoung'의 전시 <Soft breath>를 진행하고 있어요. 현대 미술 속 중요한 역사를 기록하는 비영리 단체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 Asia Art Archive'도 추천합니다. 홍콩 예술사에서 주목해볼 만한 장면들을 전시하는 <Another Day in Hong Kong>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이외에도 29개 정도의 괜찮은 전시 공간이 있는데요. 모두 방문하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홍콩에 오래 머물러야겠죠?(웃음)
아트 바젤 홍콩이 다른 도시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시아에서 개최하는 유일한 아트 바젤이라는 점이 가장 특별하죠. 아트 바젤 홍콩에서는 참가 갤러리의 절반 이상을 아시아 중심 갤러리로 구성하고 있고, '인사이트 Insights' 섹터를 통해 아시아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작가들을 집중 조명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 작가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예술적 역량이 세계적으로 더욱 널리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술 신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젊은 컬렉터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들을 단순히 나이로 국한하기 보다, 현대적이고 새로운 개념의 작품을 컬렉팅하는 그룹으로 정의하고 싶은데요. 그래서 '젊은 세대'보다 '새로운 세대(new generation)'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네요. 새로운 세대의 컬렉터들은 예술을 전보다 더 개념적인 방식으로 이해하고, 예술 시장에서도 그들만의 취향을 반영하여 지난 몇년간 큰 소비력을 발휘해 왔어요. 작품을 선택하는 방식도 세련되어졌고요. 소비에 있어서도 과거에 비해 더 큰 규모의 아트워크를 수집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추세입니다.
작가와 작품에 관심을 갖고 소비하는 젊은 세대가 한국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이 아트 바젤 홍콩에 조금 더 쉽고 즐겁게 접근할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아트 바젤 홍콩의 '디스커버리 Discoveries' 섹터는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중점을 두는 동시에,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어요. 올해 처음으로 디지털 관련 이벤트를 준비했는데요. 디지털 아트와 디지털 아트 컬렉팅에 대한 패널 토론 세션을 진행했죠. 그리고 아트 바젤 첫날에는 국제 디지털 아트 커뮤니티 구축을 기념하는 '선셋 칵테일 리셉션 Sunset Cocktail Reception'을 주최하기도 했어요. 기존의 컬렉터들과도 관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세대들이 예술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FOCUS ON GALLERIES
총 다섯 가지 섹터로 나뉘어 구성된 아트 바젤 홍콩. 그 중 인상 깊었던 세계 각국의 갤러리들을 소개합니다.
ENCOUNTERS
대형 전시를 큐레이팅하는 섹터
한국 메이저 갤러리 중 하나인 국제 갤러리는 "나는 내가 만난 모든 것의 일부이다(I am a part of all that I have met)"라는 주제를 해석하며 '양혜규' 작가의 대형 설치작 <우발적 서식지(Contingent Spheres)>와 호주 예술가 '다니엘 보이드 Daniel Boyd'의 작품 <Doan> 등을 소개했다. 이외에도 영국 팝 아티스트 '줄리언 오피 Julian Opie', 현대 한국 미술계의 거장 '박서보',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의 작품 등을 선보였다.
INSIGHTS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아시아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작품을 다루는 섹터
올해 세 번째로 아트 바젤 홍콩에 참여하는 갤러리로 파리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 위치한다. 아시아 작가를 주제로 다루는 '인사이트' 섹터에 참여해, 90주년을 맞은 중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 '퐁 총-레이 Fong Chung-Ray'의 작품을 소개하는 작은 회고전을 개최했다. 종이와 잉크를 사용한 작품부터 캔버스에 아크릴을 더한 작품까지, 1960년대 이후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미술사적 가치를 재조명했다.
DISCOVERIES
떠오르는 신예 작가들을 주목한 섹터
2010년 일본 도쿄에 개관한 갤러리로 신예 아티스트 '다카타 후유히코 Fuyuhiko Takata'의 비디오 아트 <Cut Suits>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전위 예술가 '오노 요코'의 행위 예술 <Cut Piece>를 오마주한 작품으로, 샐러리맨들이 서로의 양복을 자르는 퍼포먼스가 반복되며 권력, 성별, 섹슈얼리티 등 시의성 있는 주제를 연극적 연출로 전달한다.
KABINETT
테마가 있는 현대 작품의 솔로 전시에 중점을 두는 섹터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 근처 웰링턴 거리에 위치한 홍콩 최초 현대 미술 갤러리로, 홍콩과 중국의 디아스포라 예술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홍콩 조각가 '안토니오 막 힌-영 Antonio Mak Hin-yeung'의 삶을 기리며 '캐비넷' 섹터에 참여했다. 그가 생전에 선보인 작은 청동 조각품과 몸을 드로잉한 스케치를 통해, 짧지만 굵었던 그의 생애를 되새겼다.
GALLERIES
세계 주요 갤러리를 소개하는 섹터
오스트리아 비엔나 중심부에 위치한 70년 전통 갤러리이자 아트 바젤 홍콩 총괄 디렉터가 추천하는 갤러리로, 회화부터 뉴미디어까지 포괄적인 분야를 다루며 개념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뉴욕과 상하이를 넘나드는 컨템포러리 작가 '미아오 잉 Miao Ying'의 디지털 아트를 비롯해, 추상주의 회화 작가 '윤종숙', 독일 순수예술가 '카타리나 그로스 Katharina Grosse' 등 여러 국가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MUST VISIT
홍콩의 최신 트렌드와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각 분야별 매력적인 스폿 6곳.
🍽 DINING - 모라 (Restaurant 摩 Mora)
홍콩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캣 스트리트에 위치한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골동품 상점 사이에 우뚝 자리해 트렌디한 느낌이 물씬 난다. 홍콩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테이트 Tate'의 전 오너 셰프 '비키 라우 Vicky Lau'가 재작년 오픈한 공간으로, 콩과 두부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로컬 재료를 활용해 계절별로 메뉴와 콘셉트에 변주를 주어, 2023년에는 미쉐린 가이드 '지속 가능성' 부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24년 봄 메뉴로 선정된 콩국물에 버무려진 우동은 한국 음식에서 영감을 얻은 메뉴이며, 식사 후에는 직접 큐레이션한 전통 차들을 즐길 수 있다.
☕ CAFE - 바사오 티 BASAO Tea
"마음을 위한 한 잔, 영혼을 위한 한 컵 (A brew for the mind, a cup for the soul)"을 슬로건으로 하는 티 전문점으로, 완차이와 코즈웨이 베이에 지점을 두고 있다. 전통 차를 소개하는 콘셉트와는 달리 캐주얼하고 모던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중국과 일본의 전통 다도, 현대식 티 메이킹 시스템을 배운 직원들이 오픈바에서 직접 차를 우려준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 월간 차 구독 서비스를 진행중이다. 완차이 지점의 티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메뉴는 올해 봄 새롭게 선보인 '씨사이드 허니 우롱 seaside honey oolong'이며, 바사오 로고가 새겨진 컵 굿즈도 현장에서 구매 가능하다.
🏛️ ART PLACE - 타이쿤 Tai Kwun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타이쿤은 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홍콩 정부와 홍콩마사회가 협업해 재건한 문화예술 종합단지이다. 과거 중앙 경찰서와 사법 관공서, 빅토리아 감옥이었던 세 건물을 리모델링해 2018년 5월에 처음 오픈했으며, 영국 '테이트 모던'을 건축한 스위스 건축 사무소 '헤르조그 앤 드 뫼롱 Herzog & de Meuron'이 공간 설계 및 디자인을 맡았다. 이전에 형무소였던 곳을 헤리티지 갤러리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으며, 이 외에도 관광객들이 편히 즐길 수 있는 식당과 카페, 그리고 현대 미술관인 JC 컨템포러리가 마련되어 있다.
🎨 GALLERY - 홍콩 예술 박물관 (HKMoA)
침사추이 해안가 바로 옆에 위치한 HKMoA는 중국 문화유산을 조명하는 동시에 홍콩 로컬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19년 11월에는 전시 공간을 확대해 화이트 톤의 별관을 새롭게 지었으며, 갤러리를 7개에서 12개로 확장했다. 현재 중국 현대 미술의 대가 '우관종' 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 <Between Black & White>을 진행 중이며, 이 외에도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한 기획 전시를 많이 선보이고 있다. 공간 내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마다 보이는 멋진 하버뷰 또한 이 공간이 지닌 매력 중 하나이다.
📓 SHOP - 모노클 숍 홍콩 Monocle Shop HK
'모노클 숍'은 매거진 브랜드 '모노클'에서 제작하는 잡지, 단행본, 굿즈를 직접 경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곳이다. 세계 각국의 도시를 들를 때마다 모노클 숍에 방문하는 여행객이라면 홍콩의 모노클 숍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단행본과 굿즈는 모노클의 시그너처 트레블 가이드인 <The Monocle Hong Kong 50>과 모노클 숍 홍콩에서만 살 수 있는 도시 에코백이다. 특히 홍콩 로컬 브랜드 '비 캔들 Be Candle'과 협업한 모노클 향초는 오직 이곳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 BAR - 페니실린 Penicillin
홍콩 소호 거리에 있는 수많은 바 중에서 제로 웨이스트 바의 선구자로 불리는 곳으로, 공간 전체가 실험실 콘셉트로 디자인되어 있다. 칵테일 위 장식을 최소화하고, 남는 술을 줄이기 위해 리필 병을 사용하며, 열대 폭풍의 잔해로 남은 목재로 테이블을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에코 프렌들리한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원 페니실린, 원 트리 On Penicillin, One Tree'라는 칵테일을 시키면 인도네시아 열대 우림에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기부가 된다.
SPREAD AND SHARE
💌 오늘 SPREAD by B 어떠셨나요?
움직이는 아이콘을 눌러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다음 주에 발행할
'BRAND NEWS' 테마에서는
<B>가 주목한 브랜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2024 B MEDIA COMPANY

Magazine B
35 Daesagwan-Ro
Yongsan-Gu, Seoul, Korea, 04401

구독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