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그렇게 못 살아요.” 어렵지 않게 접하는 반응이고 나도 동의한다. 맞는 말이다. 놀토가 시작된 걸로만 쳐도 주5일제가 도입된 지 십 수 년이 지났다. 거기다 지난 대선에는 주4일제가 공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가끔 주중에 하루 공휴일이 있으면 친구들과 얘기하곤 한다. 주4일이 딱 적당해, 하고 말이다. 주 4일은 시간도 잘 가고, 꽤 버틸 만하다. 고난이도 게임 중간에 세이브 포인트를 만들어 놓은 느낌이랄까.
주6일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주6일 근무를 한지 언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끔찍하다. 그런데 나는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은 주말 근무자를 만난다. 정례화된 근무가 아니더라도 주말에 업무 때문에 긴장해야 하고 월요일 회의 준비해야 하고 미리 현장으로 사전 답사 가야하고. 그게 주말 근무가 아니면 뭔가.
당장에 풀칠 멤버들 중에서도 주말에 노트북을 펴고 회의 준비로 골머리를 않는 사람들을 나는 알고 있다. 일요일 밤마다 열리는 풀칠 기획 회의에 참가하는 얼굴들은 도무지 평화로운 주말을 보내고 온 사람들이라고 믿기가 어렵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라는 시대의 외침이 있은 지 50년이 지났다. 아, 물론 이 글에서 급진적인 구호를 외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회사도 적절한 휴식이 일의 능률을 높인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유유상종인지는 모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일을 잘하고 싶어 하고 뭔가를 더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뿐이다. 물론 일보다 그 이후의 시간을 더 잘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지만 일단 일을 할 때는 확실하고 꼼꼼히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억지로 출근해서 아득바득 시계만 바라보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황보름 작가가 쓴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노동의 한계를 초과하면 결국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돼버린다는 걸 영주는 잘 알았다. 좋아하는 일도 이럴진대, 좋아하지 않는 일을 엄청 많이 해야 한다면? 일이 고역이 될 것이다. 일하는 재미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건 일의 양이 얼마나 적당한가이다.’
소설 속 문장이지만 이것만큼 지금의 내 근로 상황과 심정을 잘 설명해주는 표현이 없다. 분명 재미있어서, 보람 있어서 언제고 열심히 하지만 언제 과로의 잔이 넘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
우리 시대, 우리 세대의 근로 조건에 대해 새로운 구호를 정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회사는 근로 시간을 줄여라. 내 일은 내가 한다. 회사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막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