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주 에세이 당번 마감도비입니다.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이번 주 일요일이 노동절(근로자의 날)인 거, 알고 계셨나요? 네? 쉴 수 있었는데 하필이면 일요일이라 아쉽다구요?

저는 하나도 안 아쉽습니다. 왜냐면…저는 일요일에도 일하거든요. 노동절은 영어로 May Day인데요, 붙여서 Mayday라고 쓰면 구조신호(메이데이! 메이데이!)가 되는 게 참 절묘하단 생각이 듭니다.  

오늘 이야기는 노동절을 맞아 세상에 보내는 구조신호입니다. 모든 주6일 노동자에게 구원이 있기를 바랍니다. 메이 데이! 메이데이!
“전 그렇게 못 살아요.” 어렵지 않게 접하는 반응이고 나도 동의한다. 맞는 말이다. 놀토가 시작된 걸로만 쳐도 주5일제가 도입된 지 십 수 년이 지났다. 거기다 지난 대선에는 주4일제가 공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가끔 주중에 하루 공휴일이 있으면 친구들과 얘기하곤 한다. 주4일이 딱 적당해, 하고 말이다. 주 4일은 시간도 잘 가고, 꽤 버틸 만하다. 고난이도 게임 중간에 세이브 포인트를 만들어 놓은 느낌이랄까.

주6일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주6일 근무를 한지 언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끔찍하다. 그런데 나는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은 주말 근무자를 만난다. 정례화된 근무가 아니더라도 주말에 업무 때문에 긴장해야 하고 월요일 회의 준비해야 하고 미리 현장으로 사전 답사 가야하고. 그게 주말 근무가 아니면 뭔가.

당장에 풀칠 멤버들 중에서도 주말에 노트북을 펴고 회의 준비로 골머리를 않는 사람들을 나는 알고 있다. 일요일 밤마다 열리는 풀칠 기획 회의에 참가하는 얼굴들은 도무지 평화로운 주말을 보내고 온 사람들이라고 믿기가 어렵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라는 시대의 외침이 있은 지 50년이 지났다. 아, 물론 이 글에서 급진적인 구호를 외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회사도 적절한 휴식이 일의 능률을 높인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유유상종인지는 모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일을 잘하고 싶어 하고 뭔가를 더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뿐이다. 물론 일보다 그 이후의 시간을 더 잘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지만 일단 일을 할 때는 확실하고 꼼꼼히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억지로 출근해서 아득바득 시계만 바라보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황보름 작가가 쓴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노동의 한계를 초과하면 결국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돼버린다는 걸 영주는 잘 알았다. 좋아하는 일도 이럴진대, 좋아하지 않는 일을 엄청 많이 해야 한다면? 일이 고역이 될 것이다. 일하는 재미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건 일의 양이 얼마나 적당한가이다.’

소설 속 문장이지만 이것만큼 지금의 내 근로 상황과 심정을 잘 설명해주는 표현이 없다. 분명 재미있어서, 보람 있어서 언제고 열심히 하지만 언제 과로의 잔이 넘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

우리 시대, 우리 세대의 근로 조건에 대해 새로운 구호를 정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회사는 근로 시간을 줄여라. 내 일은 내가 한다. 회사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막지 마라.
  
아매오 : '일의 양이 얼마나 적당한가'는 '일하는 재미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개인이 스스로의 업무 역량에 자신감을 갖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돕고 그로써 결론적으로 전체적인 생산성도 좋아지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가끔 주변을 보면 ‘일이 너무 많아서’ 벌어진 일을 전부 ‘내가 일을 못 해서' 발생한 결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조금은 뻔뻔해도 될 텐데 말이에요. 에휴. 저부터!
야망백수 : 4년 전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핫플'이었던 익선동에 갔는데 커피가 한 잔에 15,000원이더군요. 바로 근처의 낙원상가 뒤편 국밥집에서 파는 선짓국은 4000원인데요. 엄청난 물가 차이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차원이 물리적 오류로 겹쳐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그때와 비슷한 감각을 직장인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느끼게 됩니다. 다들 사는 모습이 천차만별이더라고요. 제가 본 바로는 소위 ‘좋은 회사’ 다니는 친구들이 대체로 돈도 많고 시간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주 35시간 일하는 사람과 주 6일 일하는 사람이 같은 시간 대를 살고 있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익선동과 낙원상가 사이엔 둘 사이를 이어줄 골목길이 있었는데, 주 35시간과 주 6일 사이엔 어떤 길이 남아있는 걸까요?


물론 모든 이의 삶이 동일한 모습이어선 안되겠죠. 그건 그거대로 지옥일 테니까요. 하지만 ‘보통의 삶’이 무엇인지 합의할 수 있을 만큼은 서로의 삶에 닮은 구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타인이 딛고 선 현실을 이해하는 난이도가 좀 떨어지죠. 아이고, 얘기가 길어졌네요. 무슨 대단한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고, 그냥 근로기준법이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뭐 그런 당연한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파주저 또한 일요일 저녁에 이따금씩 마감도비님의 맞은편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기도 하는데요. 솔직히 말해서 그 순간에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다음주에 저를 덮칠 업무들을  펼쳐놓고 미리 괴로워하는 게 전부죠. 그럴 시간에 일을 하나라도 쳐내는 게 나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저는 매번 다가올 업무를 실눈 뜨고 흘겨보며 두려움에 떨기만 합니다. 쉬는 것도 일하는 것도 아닌 최악의 상태, 일종의 불휴(休)증를 앓고 있는 셈이죠.

'나를 막지 마라'라는 마감도비님의 마지막 문장에 감명을 받은 기념으로 새로운 다짐을 해봅니다. 이제 쉬는 동안에는 미래에 닥칠 업무에 미리 겁먹지 않기로. 냅다 덮어두고 내일 눈을 뜨고 나서 고민하기로. 물론 이런 다짐을 쓰는 동안 Alt+Tab을 몇 번씩이나 눌러가며 내일 회사에서 해치워야 할 TO DO 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사람이 어디 쉽게 변하겠어요...? 저도 우렁차게 외쳐봅니다. 메이데이!
BY.야망백수
▲ 포괄적 소망
BY. 야망백수
옛날에, 어딘가의 인권센터에 문제 제기를 한 적 있습니다. 그곳에선 사람보단 조직의 이미지를 지키는 조치를 취하더군요. 그 이후로 저는 ‘인권센터’라는 간판을 볼 때마다 저 간판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일 것이라 섣불리 단정하며 기분을 잡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몇 달 뒤엔 뉴스에서 이런 문구를 봤습니다. '이 사안은 리스크 관리부서에 맡길 예정이다.' 인권센터라는 간판조차 필요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만이라 생각했던 것이 최소한의 예의였음을 깨닫는 순간은 참 어두웠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을 때, 어떤 이들은 마지막으로 사람이 되고 싶어 삶을 스스로 등집니다. 이런 죽음을 ‘리스크 관리부서’의 업무로 다루는 곳을 우리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4월 28일은 산재노동자의 날입니다. 올해엔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 대신, 사람을 ‘리스크’로 다루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풀칠팀은 사람답게 일하겠다는 마음이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리스크가 되지 않는 곳을 상상하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해보려 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풀칠러A
점심시간 한 시간 반 도입 언제되나요.. 풀칠을 국회로!!!
야망백수

그...국회는 점심시간이 몇분인지요...? 오늘만큼은 식사를 끼니로 대하지 않아도 되는 넉넉한 점심시간 보내셨길 바랍니다 풀칠러님.

풀칠러B
회사는 중력이 다른지 체력이 너무 빨리 닳아서 점심에는 무조건 쉬어야 했어요. 점심을 잽싸게 누구보다 빠르게 먹고 휴게실로 가서 30분 정도 자고 일어나야 남은 반나절을 견딜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밥을 같이 먹자고 하는 으르신들이 있으면 점심시간 휴식도 물거품이 되어버려 고통이 4배,,,
다들 점심시간 주권만이라도 챙겨봅시다요 오늘도 시간 주권 챙기기 아자아자💪🏻
아매오
눈치 보지 않고 30분간 꿀잠 잘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큰 축복입니다. 공유 오피스 입주하고 정말 좋았던 건 널찍한 공간의 소파들과 안마기가 놓여 있는 마사지방이었죠. 공간의 자유가 있을 때 비로소 시간 주권도 있는 법.
저희는 여러분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일하면서 겪은 일, 늘상 끌어안고 있는 고민, 오늘 편지에 대한 피드백 무엇이든 좋답니다. 아래 버튼을 눌러 여러분의 풀칠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풀칠하는 데 쓰겠습니다

아래 계좌로 풀칠팀에게 팁을 보내주실 수 있어요.
풀칠러님의 뜨끈한 마음이 <풀칠>을 더 차지게 만듭니다.


카카오뱅크 3333-20-3881365 (이상우)

💎후원해주신 금액은 전액 서비스 운영(메일 발송 솔루션 비용 등)에 사용됩니다.



주간 밥벌이 레터 풀칠

밥벌이 이상의 풀칠을 위하여

/💌fullchil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