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는 재활용 어디로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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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어거스트

플라스틱이라기엔 종이 같고
종이라기엔 플라스틱스러운 그 친구 '플라스틱 보틀'.
그린 워싱인지 아니면 진짜 환경에 대한 기여일까요?
이번 주 에디터는 MON 입니다

💬 오늘의 에디터 PICK
뮤지컬 ‘시카고’ 2021 프레스콜 ‘We Both Reached For the Gun’ - 민경아, 최재림 외
뮤지컬 시카고가 돌아왔어요. 올해로 국내 초연 21주년입니다.
이번에는 새로운 캐스트들이 화제가 많이 되었죠. 가져온 영상은 민경아 배우님의 마리오네트 연기와 최재림 배우님의 복화술이 돋보이는 영상입니다. 이 페어 진심 영원하길... 응원해요... 

🌿 안녕 난 'PAPER BOTTLE'!

아모레퍼시픽 자회사 이니스프리는 지난해에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 보틀' 을 출시했습니다. 원래도 베스트 셀러인 '그린티 씨드 세럼'에 패키지를 '페이퍼 보틀'을 적용해 출시한 건데요, 기존 제품과는 달리 'HELLO. I'M PAPER BOTTLE.'이라는 귀여운 문구가 상품명을 대신합니다. 종이로 만든 용기라는 점을 완전 전면에 내세운 친환경 마케팅이죠.

그런데, 이제 와서 '그린 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환경 주의인 척 속이는 것)' 아니냐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이 제품을 절단해보았고 그 과정에서 플라스틱이 나와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논란이 되었기 때문인데요.

두둥. 종이 보틀을 갈라보니 안에 플라스틱이 들어있었던 거죠. 아. 분명 종이라고 해서 구매한 건데. 근데 알고 보니 안에 플라스틱이 들어있었다니. 황당하네. 소비자 기만이다. 이러한 흐름이 논란의 요지였습니다. 커뮤니티에는 '이니스프리 패키지 사기'와 같은 내용이 핫 토픽으로 올라왔고, 뉴스에는 온통 그린 워싱과 관련한 부정적인 비난 기사들이 쏟아졌어요.

😔 과연 이니스프리가 그린 워싱을 했을까?
사실 이 논란 알고 보면 조금 애잔하더라고요... 왜냐면요...

1. 실제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였어요.

실제로 이 제품은 기존에 두꺼웠던 플라스틱 제품을 종이-플라스틱인 이중 구조로 변경해 51.8%의 플라스틱을 절감했다고 해요. 또 내부 용기는 인쇄를 하지 않은 재활용률이 높은 무색의 폴리에틸렌(PE) 재질로 되어있습니다. 상단 캡 등 플라스틱이 필요한 곳에는 재생 플라스틱(10%)을 사용했어요. 용량은 2배 늘려 재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불필요한 용기 사용도 줄였죠. 

그러니까 환경을 위한 선택을 하려고 했던 건 맞아요. 기존 패키지보다 더 돈을 들여서 개발까지 했고요.
2. 의도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고자 했는가?

'이니스프리가 페이퍼 보틀 안에 플라스틱이 있는 걸 숨겼는가?'라고 물어본다면 그것도 아니에요. 상세페이지나 제품 패키지에도 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적혀있고, 분리배출 방법에 대한 내용이 존재해요. 공식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에는 분리배출 하는 방법에 대한 영상을 올리기도 했고요.

3. 국내에서 '페이퍼 보틀'이라는 단어가 생소해서 생긴 문제


그래.. 근데 그러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 보틀'이라 하지
왜 '페이퍼 보틀'이라고 해서 혼란을 야기하였는가?


사실 '페이퍼 보틀'이라는 말이 아직 모두에게 생소한 용어더라고요. paper + bottle. 약간 어색한 단어의 조합이라고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일단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100% 생분해 재료로 된 액체 용기는 아직 만들 수 없다고 해요. 종이로만 만들면 종이에 액체가 스며들고, 그렇다고 종이에 코팅을 하면 재활용이 어려워지고... 일단 이러한 보틀을 만드는 이유 자체가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을 줄이거나 재활용을 하는 것*이 목표였으니까... 일단 플라스틱을 줄이고 불가피하게 들어가는 플라스틱은 인쇄 등을 하지 않고 100% 재활용 가능하게 만들어보자. 뭐 이런 취지의 내용인 거죠.

우리는 아직 이 분야에 대해 경험이 적다 보니, 무작정 100% 종이로 된 보틀이라고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그럼에도 이 보틀을 '페이퍼 보틀'이라 부르는 이유는 결국 100% 종이로 된 보틀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죠. 지금은 이 단어가 아직 과정에 놓여있을 뿐이고요.

출처 : https://paperwaterbottle.com/our-journey/
이 페이퍼 보틀 제작에 앞장서고 있는 코카콜라는 2030년에 완벽한 100% 생분해성 페이퍼 보틀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한다고 밝혔는데요. 작년 10월에 발표한 1세대 페이퍼 보틀의 프로토타입에서도 아래와 같은 내용을 첨부했습니다. 

Introducing our first Paper Bottle Prototype
At Coca-Cola, we are working to create a bottle made 100% from paper – an innovative packaging technology that may help us achieve a World Without Waste. In a new video, we invite you inside our lab to see our progress. 
A lot of work still must be done to achieve this vision of a recyclable paper bottle. The first-generation paper bottle still contains some plastic.
“This first-generation paper bottle prototype still consists of a paper shell with a plastic closure and a plastic liner inside. The plastic we use is made from 100% recycled plastic that can be recycled again after use. But our vision is to create a paper bottle that can be recycled like any paper. The next step is to find a solution to create a bottle without the plastic liner,” Stijn says.

재활용 가능한 페이퍼 보틀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여전히 많은 작업을 해야 합니다. 1세대 페이퍼 보틀에는 여전히 플라스틱이 들어 있습니다. "이 1세대 페이퍼 보틀 프로토타입은 여전히 ​​플라스틱 마개가 있는 종이 셸과 내부에 플라스틱 라이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사용 후 다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비전은 다른 종이처럼 재활용할 수 있는 종이 병을 만드는 것입니다. 다음 단계는 플라스틱 라이너 없이 병을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즉 아직까지 100% 생분해성 재료로 된 보틀은 개발되지 않았고, 'PAPER BOTTLE'이라는 이름은 진화하고 있는 단계에 있어요. 만약 이 진화 단계에 있는 페이퍼 보틀을 페이퍼 보틀이라 부르지 못한다면... '페이퍼 보틀 근데 이제 40% 플라스틱을 곁들인' 까지가 풀 네임이 되겠네요. 발전할때마다 퍼센트가 바뀌고요.... 흠흠...

4. 그리고 이 '분리수거'에 대한 문제

나름 이 보틀은 겉 용기를 쉽게 벗겨서 분리수거를 할 수 있도록 가절단을 해두었다고 해요. 선을 따라 자르면 플라스틱과 종이가 분리가 가능하고, 칼이 없더라도 힘을 가하면 가절단을 따라 절단이 되는 구조라고 하네요. 앞서 말했듯이 브랜드에서 제품의 분리수거에 대해 고지하고 홍보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소비자에게 홍보를 잘 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이를 잘 지키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페이퍼 보틀을 100% 종이로 인식한 소비자가 해당 패키지를 종이에 분리수거한다면 플라스틱이 섞여 재활용률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죠. 차라리 분리수거를 하는 방법을 굳이 설명하고 홍보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이를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제작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 노 플라스틱만이 답일까?
기업의 생각과 소비자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아 생긴 슬픈 사연... 하나 소개해드렸습니다.

좀 안타깝긴 하지만,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이니스프리에게는 100% 종이 재질이 아니라는 점을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실패가 남긴 합니다. 제품 브랜딩 과정에서 아직 생소한 용어인 'PAPER BOTTLE'을 설명 없이 전면에 내세우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생소한 만큼 종이를 쪼개는 장면을 메인 이미지로 세우는 등 구조에 대한 설명을 더 많이 마케팅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요. 상세페이지를 확인하지 못하는 매장에서는 구매할 때 관련 내용 안내가 있었어도 좋을 것 같고... 혹시 종이의 일부분을 커팅해서 내부에 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건 기술적으로 어려운 얘기일까요? 아니면 부착한 라벨 디자인에서 더 쉽고 명확하게 드러내는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요? 다 말로 떠들기에만 좋은 말들 뿐이라는 걸 알아요. 쉽지 않았겠죠. 구구절절 판타지스러운 코멘트를 다는 이유는 '아쉽고, 아까워서'입니다. 이 페이퍼보틀의 개발이 역방향으로 가면 안되는데 말이에요...

출처 : https://www.thestrategydistillery.com/news/13-plastic-alternatives/
아직 더 발전해야 하는데, 이대로 페이퍼 보틀의 역사가 끊기기라도 할까 봐 걱정입니다논란거리가 되는 소재를 기업들이 선택하고 싶지 않을 것 같거든요. 사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페이퍼 보틀이 우리에게 더 익숙해진다면 충분히 많은 것이 변화할 거라고 믿어요. 실제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이 재활용 방법을 제대로 안다면 용기의 재활용률도 높아질 거고요. 또 이러한 시도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다른 사례에서도 더 많은 지속 가능한 선택들이 개발되고 진행될 거라고 믿습니다.

이 논란으로 인해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페이퍼 보틀의 개발이 위축되지 않길 바랍니다. 실제로 이니스프리는 해외에도 인기가 많은 브랜드다보니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이 논란이 화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우리가 외치는 가치 소비와 지속 가능성은 참 좋은 방향이지만, 맹목적인 '노 플라스틱'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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