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돌아가는 험난한 길
 Season 6  vol 38. 💡2026.2.6~2.12.

쌤, 꼭 이겨주세요 
생존자 또 괴롭히는 문건 공개
가정 꾸렸으니 성폭행 아니다?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2월의 첫 레터로 인사드립니다(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에 흠칫 놀라며😭).

이번 주에는 반가운 소식과 참담한 소식이 섞여 있는 느낌입니다. 전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싸울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늘 반가움과 참담함을 고루 들게 하네요.

플랫 입주자님들도 그동안 관심과 지지를 보여주신 이야기가 담겼으니 이어지는 레터에서 확인해 주세요!


학내 성폭력 문제를 제기했다가 전보·해임된 지혜복 선생님이 서울시중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지혜복 선생님이 공익신고자 자격을 인정받은 건 2년 반 만인데요. 법원이 ‘스쿨 미투’ 사건에서 교사의 공익신고자성을 인정하고, 전보 발령이 불이익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는 의미가 큽니다.

서울의 한 중학교 상담부장이었던 지혜복 선생님은 2023년 5월 여학생 다수가 남학생들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후 설문조사에서 여학생 31명 중 29명이 언어 성희롱 등을 목격하거나 겪었다고 답했고, 지 선생님은 피해 학생을 대리해 학교 폭력 신고를 하고 학생인권침해 구제신청서를 내는 등 문제를 제기했어요. 그러나 이듬해 2월 학교는 교사 정원 감축을 이유로 지씨를 다른 학교로 발령 냈습니다.

지혜복 선생님은 발령을 인정하지 않으며 서울시교육청 앞 등에서 전보·해임 처분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싸워왔는데요.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그가 공익신고자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또한 전보 조치가 ‘공익신고에 따른 불이익이 아니다’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지씨)의 사건 신고가 공익신고에 해당하고 따라서 원고는 공익신고자에 해당한다. 원고에 대한 전보 처분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반하는 불이익한 처분”이라고 봤습니다.

지혜복 선생님은 선고 이후 “학교에 문제 제기를 하다 저처럼 고통받고 학교를 떠난 그런 교사들이 온전히 보호받기를 원한다. 그분들에게도 오늘 이 판결이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전보 이후 출근을 거부하다 해임됐는데, 이 처분에 대한 무효 소송은 진행 중입니다. 교육 당국이 그를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 고발한 사건도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불법 계엄 이후 ‘말벌 동지’들이 지혜복 선생님과 연대했던 것 기억하시죠. 지혜복 선생님은 말벌 동지들에게서 “쌤, 꼭 이겨주세요”라는 응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지혜복 선생님의 🧵발언을 돌아봅니다.

“처음에 (학생들의 피해사실을) 접했을 때 2년 동안 지속되고 반복됐는데 제가 몰랐다는 게 미안했어요. 그래서 저는 포기할 수가 없어요. 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의 성평등 교육과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고통도 담겨 있기 때문에요.”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건 300만쪽이 추가로 공개됐습니다. 새로 공개된 문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다수 언급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어요.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문건에서 언급된 횟수는 1000건 이상입니다. 또 엡스타인의 e메일에는 빌 게이츠가 러시아 여성들과 성관계 후 성병에 걸렸고, 당시 아내에게 이를 숨기기 위해 항생제를 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2012년과 2013년 엡스타인에게 “개인 섬에 방문하고 싶다”고 물은 내용도 포함됐으나 실제로 방문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동생 앤드루 전 왕자의 사진도 공개됐어요.


공개된 문건에서 피해자(생존자)의 개인 정보가 제대로 삭제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피해자 18명은 공동성명을 내 “또다시 피해자들의 이름과 신원이 공개되고 있는데, 우리를 학대한 가해자들은 여전히 숨어서 보호받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논란이 일고 나서야 미국 법무부는 문건 이미지 일부를 삭제했어요.


연루된 이들은 속속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빌 게이츠는 엡스타인의 개인 섬을 방문하고 여성들과 성관계를 했다는 의혹은 부인하면서도 “그와 함께한 모든 순간을 후회한다. 그런 행동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고요. 피터 맨덜슨 전 영국 산업장관은 상원의원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습니다.


거대한 성범죄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14살에 피해를 겪은 한 여성은 문건 공개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싸워왔다. 그것은 생각보다 힘들다”며 “(현 상태가) 관련자들이 책임을 진다기보다는 서커스 쇼처럼 보인다”고 심정을 밝혔습니다. 부주의한 문건 공개, 더딘 조사, 가해자들의 태도가 피해자들을 여전히 힘들게 하고 있네요.


이번에는 중국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정신장애인 여성을 성폭행했지만 ‘가족을 이루고 함께 산다’는 이유로 가해 남성이 불기소된 일이 알려지며 공분이 일었습니다.

중국 진중시에 살던 대학원생 부모씨(당시 32세)는 2011년 실종됐는데, 2024년 그의 가족들이 부씨가 원래 집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농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부씨의 가족들은 부씨가 그곳에서 장모씨와 동거하며 아이 4명을 낳았고, 그 중 한 명은 숨졌고 다른 한 명은 입양됐다는 것도 파악했습니다. 이로 인해 부씨가 인신매매 및 성폭력 피해자일 가능성이 불거졌고, 성폭행 가해자는 장씨 외에도 여러 명이 더 있다고 알려졌어요.

지난해 말 중국 검찰은 성폭행 혐의로 마을 남성 2명을 기소하면서 정작 장씨는 불기소했습니다. 부씨와 오랜 기간 동거하며 자녀를 뒀기 때문에 “장씨의 의도는 가정을 꾸리는 것이며 이는 강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는데요.

이 처분은 곧장 논란을 낳았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아이를 낳은 것이 가해자를 위한 방패막이가 됐다는 비판이 주를 이룹니다. 농촌에 결혼하지 못한 남성이 많다는 이유로 여성 인신매매 범죄에 소극적이었던 당국의 대응과 맞물리면서 분노가 더 커졌어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부씨 관련한 해시태그는 1억6000회 넘게 조회된 끝에 차단됐습니다.


이번 주에는 김연서 인턴기자가 철학책(👀)을 소개합니다. 철학 네버 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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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형 외, <여성 철학자의 철학 이야기> 


“그럴만한 가치가 있나?”, “써먹을 일이 없는데 왜 해?” 현대인들이 ‘쓸모’를 고려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사고 방식입니다. 일상 속 작은 선택까지 기회 비용을 따지는 건 응당 자본주의 사회에 잘 순응한 결과이겠지요. 이 흐름 속에서 저는 종종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철학에 매료되었습니다. 바로 이 비실용적인 학문을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것이 변한 듯하지만, 여자가 철학을 한다는 사실을 어떤 사람들은 납득하지 않는다. 여자가 사유하는 존재라고? 되묻는다. (중략) 이렇게 비실용적인 일은 큰 뜻을 품은 남자들이나 하는 거라는 통념도 있다. 이러한 편견의 세계에서 여자가 사유를 삶을 걸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납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와 맞서듯이 혹은 그러지 않듯, 여성은 사유하고 사유할 것이다.”


책 <여성 철학자의 철학 이야기>는 다양한 경로로 철학과 관계 맺는 여성 철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농사를 지을지, 학교를 갈지”를 고민하다가, 갑자기 찾아온 “삶의 몰락”에 대응하다가, 그렇게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철학과 공명하게 됩니다. 저자들은 각자 두 편의 글을 통해 자신이 철학과 관계를 맺어온 과정과 각자가 탐구해 온 철학자의 사상을 함께 풀어내는데요. 한나 아렌트, 장 폴 사르트르, 질 들뢰즈 등등. 지나가며 어렴풋이 들어본 철학자 이름들이 책 속에 등장합니다. 낯선 철학자의 사상이지만 저자들의 글을 통해 쉽게 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메시지는 명료합니다. “새로운 시대적 상황이 도래하고 그것을 위한 개념이 창조되어야 하는 한, 철학은 결코 죽지 않는다.” 철학은 일상과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일상 속 매일의 사건을 다시 돌아볼 때 열리는 세계라는 것인데요. “AI는 노동으로부터의 해방과 더 많은 여가를 가져다줄 수 있는가?”, “이야기는 삶을 의미화하고 자신을 충분히 설명해 줄 수 있는가?”, “차별이란 피 흘리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도구가 아닌가?”와 같은 질문들은 철학이 우리 삶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철학으로 사유한다는 것은 매끄러운 표면처럼 보이는 일상의 이면을 들추는 일에 가깝습니다.


무용하다고 여겨지는 일에 몰두하는 여성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이 책은 그 자체로 영감을 선사하는데요. 쓸모를 생각하는 일에 지쳐 있다면 이 책과 함께 환기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떤가요?



👤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무상생리대 논의, 차별금지법 논의 플랫 덕분에 금방 금방 따라잡아요!!

👤 제가 우려하는건 '자신이 여자라고 주장하면서' 여자 화장실이나 탈의실 등을 사용하려는 남자 성기를 가진 사람이에요.(성기 유무나 정체성이 복잡한 이슈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러프하게 씁니다) 지금도 무고죄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성적 침해를 당하고도 고소를 두려워하는데, 성범죄 처벌이 무용화되지 않으니까 안심하라는건 아쉽습니다. '야한 자극 때문에 별 수 없이' 남성성 발휘를 강요당하게 되는 남성들을 빨간줄로부터 보호하는 게 여남 구분 아니던가요. 여자들이 뭐 숨어서 옷 갈아입고 싶어서 숨어드나요. '남자는 할 수 없'다길래 조심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남성성 신화가 살아있는데 차별금지를 도입한다고 해서 사회가 남성중심의 '남자는 그럴수도 있지' 사고방식에서 해방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여자만의 공간은 '자기방어할 권리'에 가깝지 무슨 특권같은 게 아니잖아요. 대학내 여자휴게실 이슈를 생각해도요. 남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남자 화장실을 안내했다가 처벌받은 사례, 여자라고 하면서 여자 수용동을 배정받아 여성 수감자를 강간해 임신시킨 사례 등 외국 사례들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는 이들보다 나을까 우려가 됩니다. 차금법에 기대도 많고 우려도 많습니다. 더 확실히 긁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플랫레터 늘 응원합니다. 잘 보고있어요

  
👀 From.Flat 

📣 입주자님이 보내주시는 의견은 모두 소중하게 살펴보고 있답니다. 섬세한 결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플랫 입주자님과는 결국 페미니즘이라는 한 우산, 매우 큰 우산을 쓴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의견을 보내주시든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늘상 깔려 있달까요. 그러면 이 코멘트를 왜 하느냐! 입주자님과 함께 토론할 기회를 열심히 마련 중이라는 스포일러😋를 살짝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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