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서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하루만 버티면 검찰총장이 되겠지요

25일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고검으로 출근하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연합뉴스] 
 영화 ‘올드보이’를 만든 박찬욱 감독은 천재답게 주인공 이름을 ‘오대수’라고 지었습니다. 대사 중에 그 뜻이 나옵니다. “늘만 습하자.” 배우 최민식씨의 열연이 소시민 캐릭터를 제대로 살린, 영화 초반의 주인공은 '오늘 하루만 잘 넘기자'를 좌우명으로 삼고 살았습니다. 

 지금 이 아침,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심정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만 꿋꿋이 버티자. 송구, 유감, 헤아리지 못했다, 국민 눈높이에 어긋났다를 거듭해서라도 급한 불을 끄자. 월 2900만원이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에겐 그리 큰 수입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자. 야당 의원이 호통을 쳐도 발끈하지는 말자. 여당 의원들이 보호막 쳐 줄 때 ‘검찰 개혁’ 얘기를 하자. 대략 이런 생각을 할 듯합니다. 

 어제 언론을 통해 그가 지난해 가을부터 최근까지 수임한 20여 건의 사건이 공개됐습니다. 그중 여러 건이 라임ㆍ옵티머스 펀드 사건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검사 옷을 벗은 지 수개월 만에 다중의 시민이 피해를 본 사모펀드 사건 피의자를 위해 일했습니다. 이것이 ‘전관’ 변호사로서의 활동이 아니라면, 무엇이 그것에 해당하는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김 후보자는 법무법인 화현에서 월 2900만원을 받았다는 게 보도되자 내부 고문 역할만 한 것처럼 해명했습니다. 그 뒤 말이 조금씩 바뀌더니 국회에 낸 답변서에는 직접 사건을 맡았다고 했습니다. 처음 보도가 된 날 ‘오늘 하루만 잘 넘기자’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토록 무책임하게 해명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청와대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라임ㆍ옵티머스 사건은 이 정부 출범 이후 최대의 금융 피해 사건입니다. 국민 수천 명이 피해자입니다. 그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 활동을 한, 그것도 퇴직 직후에 사건을 맡은 사람을 검찰총장 후보로 내세우다니요. 검증 과정에서 몰랐다면 한심한 것이고요, 알고도 그랬다면 그 대담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긴 청문회야 통과 의례일 뿐이니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기는 하지요. 

 검찰에, 그리고 정권에 불행한 사태입니다. 국민에겐 말할 것도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불러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은 원칙주의자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검찰을 떠나는 날 이렇게 말했습니다. “짠맛을 잃은 소금은 내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뿐이다. 사회의 부조리를 척결하는 검찰은 소금과 같다. 검찰이 정도(正道)를 벗어나 사도(邪道)를 넘나들거나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눈치를 살피려 한다면 ‘사회의 소금’이 아니라 ‘공공의 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사모펀드 사기 사건 연루 피의자를 의뢰인으로 모신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을 누가 소금으로 여기겠습니까? 
 
 지금까지 해 온 대로라면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할 것입니다. 서른 번 넘게 그래왔습니다. 검찰총장에 ‘흠결(부적절함 또는 잘못을 요즘 청와대와 여당은 이렇게 표현합니다)'이 있는 게 오히려 좋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야 감읍하고 충성을 다할 것이라고 생각해서요. 감추고 덮어야 할 것이 많아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대통령이 "청문회에서 시달린 사람이 일 더 잘하더라"며 그대로 임명장을 주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이 정권에 아직도 희망을 품은, 이제는 그리 많이 남지 않은 국민의 마음마저 잃는 것은 감수해야 할 겁니다. 

 아, 그리고요,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올드보이'의 오대수는 결코 ‘오늘이 순탄한 삶’을 살지는 못했습니다. 그의 지난날들 때문이었습니다. 어제와 단절된 오늘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게 그 영화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김오수 후보자가 변호한 사건이 무엇인지 아래 기사에 자세히 쓰여 있습니다
더 모닝's Pick
1. 미국이 일본 여행 금지, 올림픽은?
 미국 정부가 자국민의 일본 여행을 금지시켰습니다. 일본에서 하루에 30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도쿄 올림픽까지는 두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과연 올림픽이 열릴 수 있을까요? 일본 정부는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도쿄 시민의 60%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습니다. 😟
2. 박지원 국정원장 오늘 미국으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오늘 미국으로 떠납니다. 문재인 대통령 방미 직후라 그 이유가 더욱 궁금합니다. 박 원장은 워싱턴DC로 가기 전에 뉴욕에 들릅니다. 뉴욕에는 북한 대표부가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 재개를 위해 박 원장이 뭔가 물밑 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
3. 호황 맞은 골프장 세금 줄이려 돈 빼돌려
 요즘 골프장에 대한 원성이 자자합니다. 이용료를 대폭 올렸기 때문입니다. 해외로 갈 수 없어 국내 골프장에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골프장이 수입을 늘리는 데 이용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소득이 커지자 세금을 줄이기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한 골프장이 국세청에 적발됐습니다. “쌤통이다”는 말이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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