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57 I 2022.04.14

벗 안녕. 휘클리 정리몬👾이야. 대학생 시절 들은 영문학 수업에서 “가장 사랑스런 나무”(Loveliest Of Trees)라는 시를 배운 적이 있었어. 시는 대략 ‘인간이 70살 정도 산다는데 앞으로 벚꽃을 볼 기회가 50번밖에 안 남았으니, 어서 벚꽂을 보러가야겠다’는 내용. “그럼 이 시를 스무살에 썼단 건가요?” 시를 읽다가 놀라서 이렇게 교수님한테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나.


지난주에 벚꽃💮이 참 아름답게 피었는데, 휘클러들은 벚꽃 보러갈 여유가 있었는지 모르겠어. 매년 폈다 곧 질뿐인데, 왜 그때마다 보러가지 않으면 그렇게 아쉬운 걸까. 그런 마음을 절묘하게 표현해낸 시라서 여전히 생명력을 잃지 않는 것 같아.


벚꽃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쓰기에도 휘클리 분량이 부족하겠지만, 휘클리는 시사 이슈를 다루는 뉴스레터니 단맛, 쓴맛, 불맛 다 느끼게 하는 현실로 돌아와야겠지? 이번주 뉴스레터에선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문제를 다뤄보려고 해. 벗도 봤는지 모르겠지만, 지난 2월에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드라마 <소년심판>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등 주요 대선 후보들이 모두 연령 하향을 공약으로 내걸어서, 현실화될 가능성도 여느 때 못지 않게 높아졌고.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봄을 보내야 할 십대들이 왜 범죄의 길에 들어서는지, 더 많은 청소년들을 어두운 철창에 가두려는 어른들의 선택이 맞는 건지, 차근히 살펴보자.🏃

📂 h_weekly, quickly 

  1. 한 번 물어봤다: 14살 촉법소년, 얼마나 낮춰야할까
  2. 안 읽으면 손해다: 영국이 인정한 ‘문어선생님’의 고통 外
  3. 톡톡, 휘클러: 56호 이벤트 당첨자 발표 + 이벤트 알림
넷플릭스, Bazaart
📂물어보기 전에_촉법소년이란?
📻2017년 9월. 부산 사상구에서 만 13~14살 여중생 네명이 같은 나이 여학생을 철골 자재와 소주병 등으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폭행. 14살 가해자 3명은 장기 2년 소년원 송치, 13살 1명은 촉법소년으로 보호 처분. ‘청소년 보호법 폐지’ 청와대 청원 약 30만명 참여. 법무부 ‘형사 미성년자 연령 13살 미만으로 하향’ 추진.
📻2018년 2월. 인천시 연수구의 한 노인정 화장실에서 만 13살인 초등학교 6학년생 2명이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 가해자들이 지속적으로 피해자 행실에 대한 거짓 소문 퍼뜨려, 5개월 뒤 여학생 극단적 선택. 피해자 가족이 “형사 미성년자 처벌을 강화해달라”며 올린 청와대 청원에 23만명 참여.
📻2019년 9월. 경기도 수원시 한 노래방에서 만 13살 여중생 4명이 12살 초등학생을 “말을 기분 나쁘게 한다”며 폭행. 소년원 장기 2년 송치 처분. ‘엄중 처벌’ 요구 청와대 청원 25만명 참여.
📻2019년 12월. 경기도 구리시에서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11살)이 동급생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 “부모가 이혼했단 사실을 학교에 퍼뜨렸다”며 범행 이유 진술. 촉법소년으로 소년 보호시설 위탁 처분.

✔️촉법소년은 누구인가

  • 앞에 나열한 건 최근 사람들에게 알려져 공분을 산 소년범, 촉법소년 관련 사건들에서 일부를 뽑은 거야. 이런 사건들이 벌어지면 여론은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함께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고, 가해자를 성인처럼 처벌하지 못하는 소년법을 개정하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일이 반복됐어. 소년법이 어떻길래 이런 요구가 이어지는 걸까?
  • 형법 제9조에선 “(만) 14살이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라고 소년범 처벌의 연령 기준을 세워뒀어. 일제강점기인 1912년에 일본 형법을 따라 14살인 형사미성년 연령 기준이 들어왔고, 정부 수립 이후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어.
  • 이와 별도로 소년법은 보호 처분 대상을 만 10살부터 만 18살까지로 정해놓고 있어. 원래 보호 처분 대상은 만 12살부터였는데, 2007년에 10살로 낮아져서 10~11살은 새롭게 보호 처분 대상으로 들어왔지. 정리하면,
    • 만 9살 이하는 범죄를 저질러도 국가가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 촉법소년: 만 10~13살이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경우(촉법소년) 소년법에 따라서 보호 처분을 받아. 
    • 범죄소년: 만 14~18살(범죄소년)은 미성숙한 청소년기라는 특징을 고려해 죄질에 따라서 형법의 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소년법의 보호 처분을 받을 수도 있어. 대체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지으면 형벌, 벌금 이하면 보호 처분이 적용된다고 해. 다만 소년법에 규정된대로 18살 미만 소년은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할 수 없어서 징역 20년이 선고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이야.

✔️최대 보호 처분은 ‘2년 소년원 송치’
  • 소년범의 경우엔 ‘통고’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어. 일반 형사 사건은 경찰이 조사해서 검찰에 송치시키면, 검찰이 법원에 기소하는 절차를 거치잖아. 하지만 소년범의 경우엔 이런 통상적 절차만이 아니라, 이들을 발견한 보호자나 학교·사회복리시설·보호관찰소의 장이 관할 법원 소년부에 직접 접수(통고)할 수 있어. 소년 비행사건이 더 커지기 전에 초기 단계에서 법원이 소년 문제 해결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 경찰, 검찰 같은 수사 기관에서 수사를 받는 부담을 줄여주면서 말이야. 그럼 판사는 조사관을 통해 생활환경을 알아보고, 적절한 보호 처분을 결정해.
  • 소년부는 송치된 사건을 심리해 보호 처분을 결정하는데, 보호 처분은 10호까지 있어. 수강명령(2호), 사회봉사명령(3호)부터 각각 최대 1개월(8호), 최대 6개월(9호), 최대 2년(10호) 간 소년원에 송치되는 처분까지 다양해.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주연인 심은석 판사(김혜수 분)가 10호 처분을 주로 내린다고 소년범 사이에서 ‘씹은석’으로 불린다는 대목이 나와.

✔️정부·정당은 ‘하향’, 인권위·유엔은 ‘유지’

  • 만 14살인 형사 미성년자 연령 기준을 낮추려는 시도는 오랜 기간 계속돼왔어. 1995년에도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추진하며 연령 하한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었어. 2002년엔 초 6년생 등 9명에게 성폭행당한 초 1년생 쪽에서 14살 미만을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한 형법 제9조가 위헌인지 판단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재판을 청구했지만, 합헌 결정이 내려졌어(2002헌마533). 이 재판서 전효숙 재판관은 합헌에는 찬성하면서도 “정신적·육체적 성장 속도가 점점 빨라지며, 범죄의 저연령화·흉폭화”로 인해 “14살 미만이란 연령은 현실적으로 높다”는 보충 의견을 내기도 했어.
  • 정부나 정당에서도 좌우를 가리지 않고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을 추진해왔어. 2007년 노무현 정부 법무부, 2011년 한나라당, 2013년 새누리당 등에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4살에서 만 12살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안을 추진했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학교폭력 예방 대책으로 연령 기준을 만 14살에서 13살로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해왔고. 지난 대선 과정에선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윤석열·이재명·안철수 후보 모두 연령 기준 하향을 공약해서, 새 정부에선 실제로 연령이 하향될 가능성이 커졌어.
  • 하지만 국내외 인권 기구나 학계·시민사회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국가인권위원회는 2018년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소년범죄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없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어. 유엔아동권리협약도 2019년에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4살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고.
정재준, 형사미성년자의 연령 인하 문제를 위한 제언, 형사법연구, 2012 발췌
✔️나라마다 연령 기준 제각각이지만…
  • 위 그래프에서 보듯 형사 책임 연령 기준이 나라마다 다양해. 2009년 국제연합 조사 결과, 형사책임연령의 하한을 14살로 선택하고 있는 국가가 142개국 중의 33개국으로 가장 많았어. 그런데 다음으로 많은 31개국이 7살을 하한 연령으로 하고 있어. 형사 책임 연령에 대한 인식이 국가별로 꽤 다르다는 거지.
  • 그렇다고 다 괜찮다는 건 아냐. 국제연합(UN) 아동인권위는 형사 책임 연령을 12살 이하론 낮추지 말라고 최저선을 제시하고 있어. 영국은 이 기준이 10살로 유럽 중에선 가장 낮은데, 이로 인해 유엔으로부터 연령 기준을 높이라는 권고를 받기도 했어. 반면 덴마크, 이탈리아는 15살 이상으로 하한 연령이 더 높아. 우리나라처럼 14살을 기준으로 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과 일본이야.
  • 나라마다 연령 기준이 다른 것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앞서 언급한 결정에서 “소년의 정신적·신체적 성숙도, 교육적·사회적·문화적 영향, 세계 각국의 추세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할 입법정책의 문제”라면서 “14세 미만이라는 연령 기준은 다른 국가들의 입법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없다”며 합헌이라고 판단했어.


✔️“저연령·흉포화” vs “극단 사례 착시” 

  • 그동안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을 낮추는 문제를 두고 찬반 토론이 치열했어. 찬성과 반대 양쪽의 논리를 정리해보면:
    • 하향하자: 14살 미만 소년 범죄가 날로 잔혹해지고, 연령도 낮아지고 있어. 과거보다 청소년의 정신과 신체의 발육이 빨라졌고, 영상·게임·인터넷을 통해 범죄를 더 쉽게 모방하고 있어. 또 가해자가 사회로부터 분리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피해자가 보복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등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불공정한 상황이야. 어차피 보호 처분은 소년 범죄의 감소와 예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니, 엄격하게 형사 처분을 할 수 있게 해서 애초부터 범죄를 저지를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게 맞아. 보호 처분만 받는다는 걸 이용해서 맘 놓고 범죄를 저지르는 건 막아야 할 거 아냐.
    • 현재 기준 유지하자: 14살 미만 소년 범죄가 저연령·흉포화된다거나, 보호 처분의 효과가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뒷받침할만한 장기간 통계는 없어. 중간에 감소한 적도 있고. 설혹 일시적으로 수치가 증가했다 하더라도 인구 감소 등으로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큰데, 그때는 다시 상향할 거야? 오히려 현재 하향 주장은 언론과 SNS 등 미디어에서 일부 극단적 소년범 사건을 집중적으로 노출하면서 나타나는 ‘착시’ 현상으로 인한 여론에 기반을 둔 거야. 또 형사 책임을 물으려면 그런 책임을 질 수 있는 변별능력과 행동통제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십대 초반 애들이 그런 능력을 온전히 갖췄어? 이들의 반사회성도 아직 고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적 조치에 의한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양쪽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들인 것 같지? 실제로도 그럴 거야.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은 문제긴 해. 연령 하향의 당사자인 10대들의 의견 수렴도 필요할 것 같고, 피해자 쪽 얘기도 귀담아 들어야겠지.

SBS 뉴스 갈무리
💬 한 번 물어봤다

소년범들을 직접 만나며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문제를 취재한 사회부 김윤주 요원에게 물어봤어. 벗이 답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될 거야.

휘클리: 넷플릭스 <소년심판>을 보면 소년범들이 자신이 촉법소년임을 이용할 정도로 지능적이고 잔혹하게 그려지잖아. 실제로 만난 소년범들은 어땠어?
윤주 요원: 내가 간 곳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서부지소라는 소년 보호 시설이라서 소년원보다는 낮은 처분을 받은 소년범들이 있는 곳이야. 다만, 강우(가명)라고 초등학교 5학년 때 방화를 저질러 소년원에 다녀왔던 소년범도 있었어. 보통 소년범이라고 하면 가지는 편견이 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평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거기에 온 대학생 봉사자들도 자기들도 처음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오래 같이 지내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

휘클리: 소년범들이 <소년심판>을 봤다고 하던데, 어땠대?
윤주 요원: 강우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말에 공감갔다고 하더라고. 혐오의 대상이 되는 거나, 연령 하향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이게 다 자기들이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더라. 그런데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니 강우는 범죄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였어. 강우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위탁가정에 맡겨졌다가 수년간 학대를 당했어. 강우가 9살 때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다고, 보호자가 붕대로 손발을 묶고 손에 커피포트로 뜨거운 물을 부은 거야. 그때 못 참고 4층에서 뛰어내렸다가 목이랑 다리가 부러져서 철심을 넣었어. 이후엔 200명이 함께 지내는 보육원에서 지내다가, 인근 비닐하우스에 불을 질렀던 거지. 분노조절장애로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어.

휘클리: 소년범들이 연령 하향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게 언뜻 잘 이해가 안 돼.
윤주 요원: 소년범들은 “아는 애들 중에선 뉘우치지 않고 비슷한 일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며 “소년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다 형사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어. 그러면서도 자기를 이해해주는 좋은 소년원 담임을 만난 게 기회가 됐다고 하는 말을 들어보면, 말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단 자기 혐오와 반성의 표현으로 봐야 하지 않나 싶어.

휘클리: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요구하는 쪽에서 소년범죄가 저연령화, 흉포화됐다고 이야기하던데 근거가 뭐야? 확실한 통계가 있어?
윤주 요원: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경찰청 자료를 보면 살인, 강도, 성폭행·추행, 방화, 절도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 숫자가 늘기는 했어. 2017년 6286명에서 2018년 6014명→2019년 7081명→2020년 7535명→2021년 8474명으로 증가했어. 
하지만 이 통계를 직접 분석해보니까, 절도와 폭력을 제외하면 김 의원이 ‘악질범죄’라고 지칭한 살인, 강도, 성폭행·추행, 방화범 숫자는 비슷하게 유지됐더라고. 2017년 447건(7.1%)→2018년 450건(7.5%)→2019년 397건(5.6%)→2020년 428건(5.7%)→2021년 453건(5.3%)이야. 2021년에 늘어난 건 절도와 폭력이 증가했기 때문이었던 거야. 코로나19로 인한 생활고로 절도가 늘었을 가능성은 없을까? 이 정도 통계로 범죄가 저연령화, 흉포화됐다고 단정하기엔, 이런 의문이 해소되지 않아.

휘클리: 촉법소년 범죄가 증가한다고 보기만은 어려운 통계도 있어?
윤주 요원: 대검찰청 ‘범죄분석’을 보면, 인구 10만명당 범죄 발생 건수를 의미하는 발생비가 18살 이하는 2011년 940.9건에서 2020년 785.9건으로 16.5% 감소했어.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을 보면, 접수된 소년보호사건은 2011년 4만6497건에서 2020년 3만8590건으로 감소했고. 소년범죄자 발생비, 접수된 사건 수 모두 지난 10년간 증감을 반복하면서도, 큰 틀에서는 감소하고 있었어.

휘클리: 2003년 헌법재판소 결정문에서도 범죄의 저연령화·흉포화를 이야기하더라고. 그게 벌써 20년 전이잖아. 그런데도 여전히 통계가 엇갈리는구나. 
윤주 요원: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통계 등을 보면 최근 소년범죄가 실제로 증가하거나 잔혹해지고, 저연령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미디어에 의한 각인효과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8년간 소년범죄를 다뤄온 천종호 대구지법 부장판사와도 통화했는데, “현재 연령 기준이 외국과 비교해 특별히 높지 않다. 연령을 낮추더라도 그보다 더 어린 아이들이 강력범죄를 저지르면 또 다시 비행 청소년 혐오에 기반한 비슷한 논의가 반복될 것”이라고 하더라고. 천 판사는 나중에 만 10~12살이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 또 그때 가서 다시 연령을 재차 하향하자는 식으로는 하지 말자고 해. 비행청소년 혐오에 기반한 무의미한 논의를 반복하지 말고 더 생산적인 논의를 하자는 거지.
일러스트 김대중
휘클리: 그런데 피해자나 그 가족 입장이라면 다를 것 같아.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보호처분 2년만 받고 끝난다면, 법을 고치자는 얘길, 나 같아도 할 것 같아.
윤주 요원: 그 분노는 이해할 수 있지. 다만, 서울소년원장을 지낸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회복적 정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해. 피해자 쪽의 회복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은 강력한 처벌보다는 가해자가 피해자 쪽에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죄하는 거라고.
내가 갔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서부지소의 김한철 소장도 “가정폭력이나 가정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사회로 나온 아이는 당장 생존의 문제에 부딪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 배웠어야 하는 것들을 시설에 와서야 처음으로 배우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더라고. “소년범에 대한 분노나 표면적인 처벌 강화에 대한 논의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범죄를 감소시키기 위해 어떤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어.

휘클리: 정부나 정당들은 좌우 가리지 않고 형사 미성년자 연령 기준 하향을 추진해왔더라고.
윤주 요원: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주요 후보들이 입 모아 하향하자고 이야기했지. 정치적으론 표를 얻을 수 있고, 행정적으로도 간단한 방법이니 공약한 것 아니냐고 전문가들은 지적하더라고. 하지만 현재도 소년원이나 소년교도소가 과밀화되어 있는 상태인데, 이런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문제까지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어. 2018년 법무부 자료를 보면 전국 10개 소년원 수용률이 129%에 달했어. 옆나라 일본은 소년교도소 7개, 소년원 52개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각각 1개, 10개뿐이야. 천종호 판사는 소년교도소 한 곳에 소년범을 모으면, 소년범들의 네트워크가 전국화되는 문제가 있다고 우려해.

휘클리: 재범 가능성도 커지겠네?
윤주 요원: 그렇지. 어린 나이에 전과라는 빨간 줄이 그어지면,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는 게 힘들어지기 때문에 결국 성인이 되어서도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 한영선 교수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13살 아이에게 10년형을 내리면 그 아이는 23살에 나와 다시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이 지속형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처벌 강화 외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법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아동발달 전문가 등이 판사와 함께 사건을 살펴보고 피해자의 실질적 회복과 가해자의 반성을 돕는 것이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어.

휘클리: 법무부가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에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을 보고했잖아.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 보이던데 어떻게 봐?
윤주 요원: 지켜봐야겠지만, 대선 후보 여럿이 이야기했고, 인수위 보고까지 이뤄졌으니 법개정 논의의 봇물이 터진 건 확실해 보여. 다만 이런 점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라고 하잖아. 강우 같은 소년범들은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학대를 당하거나 방치당한 경우가 대부분이야. 이런 성장 환경은 결국 전체 사회의 불평등과 연결되어 있어. 그렇다면 이런 사회를 만든 어른들의 책임이 없다곤 할 수 없잖아. 소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걸로 이 모든 문제와 책임을 덮어버리는 건 아닌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휘클리: 소년범들을 만났잖아. 이 논란에 대해 생각해볼 점이라고 느낀 게 있었어?
윤주 요원: 강우가 그러더라고. 소년원에서 만난 ‘담임쌤’이 자기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난 ‘닮고 싶은 어른’이었대. 제빵 체험을 하면서 열심히 만든 음식을 누군가 먹을 때 보람을 느껴서, 한식조리사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더라고. <소년심판>에 나오는 차태주 판사처럼 교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년범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격려해주는 사람을 만날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주는 게 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더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우리 사회는 정말 그런 최선을 다했을까?
언스플래쉬 제공

💎영국이 인정한 ‘문어선생님’의 고통 영국 의회가 문어와 게를 ‘지각 있는 존재’(sentient beings)로 보고, 법적인 ‘동물 보호’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을 의결했어.

💎‘시위 틀어막기’엔 한마음 한뜻 2015년 박근혜 정부는 도심 집회를 연 노동·시민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어. 최근 법원이 양쪽 합의를 권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소송을 이어받은 현 정부는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어.
💎냄새 호불호엔 국경이 없다 문화권, 생활환경이 다른 전 세계 사람들에게 10가지 냄새의 순위를 매기게 했어. 아름다움의 기준이 사람마다 문화권마다 다르듯, 좋아하는 냄새도 달랐을까?
💎“아저씨 이름이 ‘이동권’이에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2003년 이동권 운동을 할 때 한 아이가 물은 말. 20년 넘게 이어진 박 대표의 투쟁을 인터뷰로 정리했어.
💎‘골골백년’이냐 ‘튼튼백년’이냐 나이를 좀 더 단단하고 효율적으로 쌓는 방법이 있을까? 노화 연구자들은 ‘늙어감’과 ‘병듦’을 분리한대.

지난주 휘클리 vol.56: ‘이준석발 혐오’에 말리지 않는 법에서 고지한 책 선물 이벤트 당첨자를 발표하기 전에! 사과 먼저 할게. 지난번 휘클리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단체 이름이 2번 등장하는데, 그중 한 부분을 실수로 틀리게 썼어. 전장연과 벗들 모두에게 죄송합니다. 앞으로 틀린 부분이 없는지 메일 보내기 전에 더 꼼꼼히 살펴볼게!


휘클리를 읽고 답장 보내준 벗들, 책 이벤트에 응모한 벗들 모두 고마워. 예상보다 지원자가 많아서 경쟁이 치열했던 김원영 변호사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당첨자를 2명 더 늘렸어. 당첨된 벗들에겐 오늘 연락할게.🙋 여러 벗에게 두루 기회를 나누려고 하니 이번에 못 받았다고 실망하지 말구 또 도전해줘.


1)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6625 💎0648 💎7772 💎8003

2)나는, 휴먼 💎9375 💎4884

📢 이벤트 알림
이번주 휘클리 이벤트는 바로 휘클리의 옆집 애니멀피플의 필자인 ‘히끄네 농장’의 제주산 블루베리! 4~6월에만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마켓에 올라오는 즉시 완판되는 아이템이야.🤩 정리몬도 이번주에 블루베리를 배송받았는데, 포장을 뜯다가 포도알만한 20㎜ 블루베리에 깜짝 놀랐어. 이렇게 큰데도 잘 무르지도 않았더라고. 100g씩 6팩이 들어있는 블루베리를 2명의 휘클러에게 나눔하려고 해(나도 지원하고 싶다😂).

✔️관심 있는 휘클러는 레터 하단 💎휘클리에 내 의견 남기기 버튼 누르고 신청해줘. 참여는 다음주 월요일(4월12일) 정오까지! 휴대전화 연락처, 레터를 받는 메일주소 꼭 남겨줘!😁
✔️당첨자는 원천징수 등록을 위해서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주소를 추가로 제공해줘야 하는 점 유념해주길!(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건 아님. 등록 뒤 폐기)
팀휘클리는 언제나 의견 기다리고 있어.
벗도 아쉬운 점, 반가운 점
언제든 아래 링크로 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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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클리를 읽다가 질문해오신 부분들에 대한 답은 오른쪽 링크를 누르면 보실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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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터는 팀 휘클리 김지훈(정리몬) 김효실(3호) 기자가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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