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탐험지: 미술관 건축의 세계

🍄오늘의 탐험지: 미술관 건축의 세계

지난 주에 시즌 2를 여는 소개를 한번 드렸지만, 다시 인사드립니다. 이 뉴스레터는 예술과 디자인의 가까이에 있어왔던 마케터로서의 "아트 인풋 탐험"입니다. 예술가도 비평가도 아니지만, 차근차근 공부해나가는 저의 아트 탐험에 함께해보시겠어요? 🌴

미술관이 대상으로 삼을 미술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구체적인 건축물과 콘텐츠를 모두 지배한다*

*「미술관을 위한 주석」, MMCA, 안그라픽스

미술관은 가히 영감의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작품에서 얻는 영감도 있지만, 사실 미술관의 복도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감각이 충전되는 기분이 들지 않나요? 분명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힘이 크기 때문입니다. '왜 미술관에서는 좋은 느낌을 받을까?'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건축의 관점에서 미술관을 살펴보고 싶어졌습니다.

📖 이론 : 미술관 건축의 흐름 따라가보기

저의 탐험 루트를 따라가봅시다! 유명한 미술관 건축물을 들여다보았어요. "모더니즘의 화이트큐브를 벗어난"이라는 말이 자주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들여다본 미술관은 '모더니즘'의 전형이 되는 것과 모더니즘으로부터 탈피하고자 노력한,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 건축물로 나뉘었습니다. 미술관 건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볼 필요가 있겠군요!

특히 인사이트를 주었던 건 '어떤 미술을 대상으로 삼을 것이냐'라는 질문이 미술관 건축물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었어요. 미술사와 함께 건축의 흐름도 달라집니다.

왕실과 귀족의 컬렉션을 위한 웅장한 건축물에서, 공공 미술관으로서 역할하는 모더니즘의 화이트큐브*를 지나, 다시 장소의 맥락성과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고민하는 공간으로. 미술 작품의 사조가 변화해오는 것과 같이, 미술관 건축 역시 시대정신을 반영해 변화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모더니즘 대표주자, 르 코르뷔지에

🚩 도쿄 국립서양미술관

20세기 모더니즘 대표주자,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한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입니다. 위 사진은 작년 도쿄여행에서 방문해 찍은 것인데요. 광장에서 상당한 수의 로댕 조각을 볼 수 있고, 15세기 종교화부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9~20세기 화가인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작품을 소장 전시하고 있어요.

다시 건축으로 돌아와보면 기둥으로 1층을 띄운 필로티 구조, 콘크리트와 철근, 간결한 미학이 르 코르뷔지에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건축물의 형태지만, 벽 대신 기둥이 하중을 견디는 구조, 덕분에 자유로워진 창 모두 르 코르뷔지에를 기점으로 시작된 변화입니다. 전쟁 이후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을 위한 건축물을 지어야 했다는 시대적인 배경이 그의 합리주의, 기능주의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여요. 산업화와 함께 콘크리트, 유리라는 새로운 소재의 활용은 그러한 철학을 건축물로 구현할 수 있는 기틀이 되었고요.

*화이트큐브(White Cube)란?

ⓒ unsplash

미술관 하면 떠오르는 흰 벽. '화이트큐브'라는 말은 밝은 벽체에 작품을 띄엄띄엄 배치한 전시 방식을 말합니다. 출입구 외에는 외부와 단절되어 있어 공간의 맥락을 배제하고, 오로지 개별 작품만 보이도록 한 거죠.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모든 외부 요소를 차단해 독립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상당히 모더니즘적인 생각이 반영된 형태예요.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의 전시방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건축가의 미술관에서는 20세기 모더니즘 회화를 모더니즘의 전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모더니즘의 화이트큐브를 넘어

🚩 파리 퐁피두센터

ⓒ G. Meguerditchian

시간이 흘러, 모더니즘의 건축물을 넘어서는 미술관의 형태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왠지 미완성 건물처럼 보이는 파리의 '퐁피두센터'는 건축가 렌조 피아노와 리차드 로저스의 손에 탄생했습니다. 기계에서 영감을 받아 '기계주의', '하이테크 건축'으로도 분류되는데요.

단순히 기계처럼 '보이기 위해' 이런 건축물이 나온 것만은 아닙니다. 퐁피두센터는 설치미술, 비디오아트 등을 포함하는 20세기 이후 현대미술을 전시하는데요. 규정되지 않은 넓고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설비도 내부의 공간을 차지하는 대신 바깥으로 뺀 것이죠. 외부로 노출된 설비는 차라리 장식으로 재탄생합니다. 이윽고 기계의 형태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새로운 미학이 등장합니다.

건축물의 변화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전시의 대상이 되는 '미술의 정의'가 달라진 데서 출발합니다. 이후에 지어진 많은 미술관들이 더 넓은 범위의 예술을 수용하고, 관람객과 더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공간의 맥락을 재연결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곁다리 지식 퐁피두센터의 서울 분관이 2025년에 들어선다고!

✍️ 새로 얻은 어휘 :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필로티 구조, 화이트큐브, 하이테크 건축

🤸 케이스스터디 : 이번 주말, 다녀올 수 있는 국내 미술관

이론 탐험은 끝! 직접 방문해볼 수 있는 국내 미술관 건축물을 소개합니다.

강릉 솔올미술관

📍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원대로 45

새로운 미술관의 오픈 소식입니다. 지난 2월 강릉에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립한 마이어 파트너스의 솔올미술관이 개관했습니다. 흔히 리처드 마이어가 '백색의 건축가'로 대표되는 만큼, 백색의 외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죠!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은 간결한 직선도 돋보입니다. 통창으로 들어오는 외부 풍경과 자연광이 실내로 조화되도록 만든 것도 리처드 마이어의 공간 철학을 따랐는데요. 미술관 소개에서도 '미술, 자연, 사람이 어우러지는 개방된 공간'을 지향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 곁다리 지식 리처드 마이어의 또 다른 미술관 건축물,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ACBA), 게티센터, 애틀랜타 하이미술관이 있어요. 백색의 사용, 곡선과 직선의 조화, 자연광의 활용이 공통적으로 드러납니다.

+ 왜 백색을 좋아했을까요? 백색은 빛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달라지며 자연과 조화되고, 또 자연을 상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30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 경기도 과천시 광명로 313

ⓒ MMCA

국립현대미술관 두 곳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는데요. 과천관은 김태수 건축가가, 서울관은 민현준 건축가가 지었고요. 시기적으로는 과천관이 훨씬 이른 1980년대에, 서울관이 2010년대에 지어졌어요. 과천관은 국내 첫 국립미술관으로 지어졌습니다.

과천관의 특징은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둘러싼 램프코어(나선형 구조)인데요. 모더니즘 건축의 영향 속에서 지어졌다고 평가받기도 하죠. 도심과 떨어져 지어진 만큼이나 자연의 한적함을 맘껏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에요. 다만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탓에 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자 2013년, 서울관이 개관합니다.

서울관의 건축물은 '겸손한 건축'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주변 환경과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거든요. 차분한 마감재와 전시공간이 지하로 자리하는 낮은 형태 덕분에 근처의 근현대 건축물과 쉽게 조화됐어요. 건물 사이사이 배치된 마당은 미술관에 대한 허들을 낮추고(주말이면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어놀기도!), 설치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예술 작품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파주 미메시스미술관

📍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53, 파주출판도시

ⓒ mimesis art museum

파주에 위치한 미메시스미술관은 출판사 열린책들의 아트북 브랜드 이름, '미메시스'를 따서 지어졌습니다. 미술관 건축은 '시적인 건축'으로 대표되는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맡았는데요. 물결치는 커다란 콘크리트 매스가 알바루 시자의 특징. 곡선과 직선의 대조적인 만남 덕분에,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장면이 달라집니다. 외부 파사드를 볼 때도, 내부 공간을 돌아다닐 때도요. 전시공간에서는 예상치 못한 위치에 창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연광이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예요.

알바루 시자는 미술관이 "예술작업의 기본이 되는 가장 순수한 건축"이라고 이야기하며 미술관 건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요. 건축가의 고유한 철학과 미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미술관 건축의 세계로 직접 떠나보기를 권하며 이번 레터를 마무리합니다.

✍️ 새로 얻은 어휘 : 백색건축, 램프코어, 파사드

💫 영감의 이미지

ⓒ tina bobbe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Tina Bobbe'의 커피머신입니다. 독특한 점은 ai를 활용해 만든 작품이라는 점인데요. 커피머신에서는 보지 못했을 톡톡 튀는 색상과 소재감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아트 인풋 탐험, 첫 번째 스티커를 모았어요!

시즌 2는 15개의 스티커북을 완성할 때까지 계속됩니다 :)

그럼 다음 호는 또 다른 탐험지(주제)에서 새로운 인풋을 찾아올게요.

+ 아웃풋에 관한 이야기 +

오랜만에 쓰는 레터입니다. 아웃풋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게 '인풋탐험대'를 연재하던 저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는데요. 더 알찬 인풋을 전달하려다 보니 본문의 내용이 너무나 길어져 앞으로 '아웃풋 이야기'는 따로 분리하려고 합니다! 한 주는 인풋탐험대 본편, 한 주는 아웃풋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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