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런 글(이야기)을 좋아합니다. 웃기는데 슬픈, 슬픈데 웃긴, 그냥 웃긴, 엄청 웃긴, 안 웃긴 줄 알았는데 웃긴, 웃기려고 작정했는데 적중해서 웃긴, 사실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웃긴……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 원고가 있어요. 그게 무엇이냐고요? 아래에서 밝혀집니다.👇👇👇

‘적정 코미디 기술’ 연재의 변

저자 금개 인터뷰

🏕️캠퍼


어느 해 여름, 편집자(캠퍼)는 저자 금개에게 메일을 한 통 보냅니다.

“퀴어판의 참광대 금개님. 함께 궁리하면 재밌는 책 작업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떠세요?”

“책 쓰는 일은 늘 하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고민이 함께 있어서…… 우선은 이야기 나눠보면 어떨까 해요!”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은 같은 해 9월, 퀴어와 코미디를 이야기하는 책의 가제를 ‘적정 코미디 기술’이라 짓고 출간계약서와 함께 야심차게 출발합니다. 퀴어들은 왜 이렇게 웃긴가에 대한 고찰에서부터 광대 당사자 금개의 오랜 코미디 사랑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아가 다른 광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퀴어 코미디의 미학까지 아울러보는 책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지요.

“웃긴 사람을 보면 나는 바로 긴장한다. 그 자리에서 내가 제일 웃긴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문장으로 시작된 프롤로그를 본 편집자는 들뜨는 마음을 부여잡고 중간중간 도착하는 원고를 읽었습니다. “너무 웃겨요” “이거 슬픈데 웃겨요” “ㅋㅋㅋㅋㅋㅋㅋ” 편집자의 피드백엔 그런 원초적인 감상들이 난무했지요. 편집자는 하루 빨리 책을 내고 싶어 안달이 나기 시작합니다. 모든 게 순조로웠어요. ‘출간 행사로 이런 걸 해야겠다!’ 생각할 정도로, 편집자는 점점 더 기대에 부풀어갔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도착하지 않는 원고. 그렇게 집필은 조금씩 늘어지고, 저자는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원고 쓰는 것 빼고 다 하는 것처럼 보이는 바쁜 저자(트위터와 블로그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됨)를 바라보며 혼란과 슬픔, 좌절 속에 어언 1년 하고도 6개월이라는 독촉의 시간이 흐릅니다. 격려, 조르기, 정색하기, 협박하기, 집에 가두기, 맛있는 거 사주기, 본인보다 1년이나 늦게 계약했으나 먼저 책을 출간한 다른 저자 책의 홍보를 도와달라고 수동공격하기 등등 편집자의 온갖 수단에도 저자는 좀처럼 원고를 쓰지 못하고 편집자도 이제 그만 마음을 내려놓을 때쯤 저자는 한 통의 메시지를 보내는데……

“있잖아요. 〈오!레터〉에 연재하면서 마감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가능할까요?”


적정 코미디 기술, 연재의 변을 시작합니다.

캠퍼: 안녕하세요 선생님. 자기소개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금개: 안녕하세요. 오월의봄 대역죄인 금개입니다. 계약서상 마감일은 2023년 3월 6일이었습니다. 지금도 파주 쪽으로 도게자 한 뒤 앉아 있습니다.

퀴어 크리에이터라고 알아주시면 되겠습니다만…아주 협소한 관객층에게는 꽤나 자세히 알려져 있고 절대 다수의 일반인들은 전혀 모르는 극단적인 유명세를 가졌습니다. 각종 젠더트러블, 경계와 사이에 있는 유머와 공동체, 대안적인 교육에 관심이 있습니다. 미디어를 전공했는데 뭐를 배웠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고 각종 스타트업, 언론사를 거쳐 대안학교에서 4년간 교사로 일했습니다.

팟캐스트 〈생방송 여자가 좋다〉를 아장맨님과 함께 진행하고 있고, 혼자서 진행한 팟캐스트로 〈금개의 시도〉에서 16명의 (유사) 코미디언을 인터뷰했습니다. 〈여성, 괴물〉, 〈드랙킹 콘테스트〉, Her Ball, 〈티부사진 감상회〉 등의 퀴어 행사를 동료들과 함께 만들고 가끔 퍼포먼스도 했습니다. 올해는 전인 님과 함께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사회를 맡았습니다. 15만 명이 참여한 행사를 진행한 경력인 데다 노동량에 비해 임금은 적게 받은 명예직이라 기회만 되면 자랑하고 다닙니다.


캠퍼: 우리는 왜 이 연재까지 와야만 했을까요. 어떤 생각으로 연재를 제안하신 걸까요?


금개: 저도 묻고 싶네요…… 편집자님은 어떤 생각으로 저를 또 믿어주신 걸까요……


캠퍼: 저는 어디서도 믿는다는 말은 안 했습니다만……


금개: 여러분은 회피형 ADHD 성향을 가지고 계십니까? 아니라면 축하드립니다. 저 같은 경우엔……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를 회피해…… 일단 죄송합니다…… 죄송하고…… 아직 저를 파양하지 않아주신…… 캠퍼님과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번 도게자를 박습니다. 일단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삶 그 자체 때문(Life happened)이 아닐까 합니다. 뻔뻔하죠? 바로 그게 코미디언의 자질입니다.

-금개의 삶 지난 이야기(Previously on Keumgae’s life)……

  1. 우울, 불안, 집중력 결핍, 공황
  1. 잦은 이별과 사랑
  2. 정상사회와의 불화
  3. 미룬이 이슈(시작이 제일 무서움, 완벽하지 못할까봐 두려움, 본인을 창작자로 인정하지 못함, 일단 한 번 밀리니까 걷잡을 수 없이 회피하게 됨……)

하지만 이제는 드디어 퇴사를 했고, 당분간 집필을 최우선 일정으로 두고 생활할 돈도 모았고(진짜 초스피드로 써야 됨), 꾸준한 치료를 받으며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벼랑 끝 심정으로 매주 무늬글방에서 마감을 하며 주변 작가 친구에게 푸념을 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어딘가에 연재한 글들을 책으로 묶어 출간하는 출판계 풍습의 효능에 대해 알게 되어 제안드리게 되었습니다.


캠퍼: 연재에서는 어떤 글들을 보여줄 생각이신가요?


금개: 웃기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차근차근 따라오시면 여러분도 웃수저를 새로 장만해 각종 스몰토크와 술자리를 지배할 수 있게 됩니다. 뻥입니다. 코미디언의 자질 두번째…… 거짓말을 좋아한다! (뜨든) 저는 콘텐츠를 너무 많이 봐서 보는 눈은 높은데 손이 안 따라주는…… 전형적으로 스스로에게 만족이 안 돼서 제대로 된 시도를 겁내고 아마추어 자리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이번 원고의 경우에도 스스로의 기획에 잡아먹혔달까? 기획의 기세에 눌려 집필 진도를 못 빼고 있었달까……?

원래 기획은 자기계발서를 패러디한 코미디 인터뷰였습니다. 근데 자기계발서의 확신 가득한 자세를 흉내만 내도 체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인터뷰는 내친김에 팟캐스트로 만들었는데 말하기와 쓰기의 에너지가 반대의 속성을 가졌다는 사실만 깨닫게 되었습니다. 팟캐스트는 그냥 제 갈 길을 가버렸어요…… 재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창작자들에게서 배운 바를 원고로 만들어볼 예정입니다.

기본적으로 에세이(지 얘기라는 뜻)인데 자기계발서처럼 이래라저래라 할 예정입니다. 근데 이제 매체와 장르 이야기를 곁들인…… 예를 들면 제목이 ‘지각하지 마라 (네가 교사라면 더더욱)’ 인데, 지각하는 교사의 입장과 유튜브에서 본 이효리 선배님 인터뷰 얘기를 같이 하는 식입니다. ‘자유로운 척해라, 재즈 연주자처럼’에서는 코미디언들이 재즈를 싫어하는 이야기와 재즈 뮤지션 당사자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여튼 제가 매혹된 콘텐츠나 창작자들의 유머와 훌륭함이 함께 드러나면 좋겠습니다.


캠퍼: ‘적정 코미디 기술’로 만나고 싶은 독자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금개: 굳이 웃기려는 사람들, 열 번 처절하게 실패해도 한 번 웃겼을 때의 희열을 아는 사람들, 말을 많이 하고 집 가는 길에 후회하는 사람들, 지나치게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 기쁨만큼 슬픔에서도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 도파민 중독자들, 변태성욕자들, 미루는 사람들, 회피하는 사람들, 쇼츠를 네 시간 동안 보다가 자책하는 사람들, 아직은 아무도 몰라주지만 마음속으로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 여자들, 퀴어들, 창작자들, 아직 뭔가 되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 뭔가 되려는 사람들, 코미디언들. 솔직히 엄마 아빠랑 출신 교회 사람들 빼고 다……


캠퍼: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금개: 이번엔 절대로 마감을 지키겠습니다. 펑크내놓고 “그럼 뭐 죽어드려요?”라며 배를 내밀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진짜 그럴 수 있는 건강 상태가 되었습니다.

제 얘기를 들어줄 사람들을 늘 기다렸습니다.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백 명이 한 번 오는 식당보다는 한 명이 백 번 오는 식당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흑백요리사 안대를 낀 채로)

네버엔딩 여자 사랑 콘텐츠 레시피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 북토크 현장

지난 9월 앨라이먼스를 맞아 돌아온 제2회 앨라이 도서전! 여기에 이 책이 빠질 수 없었죠.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 북토크를 기쁜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이신 홀릭님께서 사회자로 함께해주셨고,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도 행사를 꼼꼼하게 준비해주셨어요. 

시작부터 열을 내셨던 두 분. 북토크를 준비하시면서 화가 난 상태로 헤어지기 일쑤였다는데요. 이 북토크는 미디어 내의 퀴어 재현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지를 치며 뻗어 나갔거든요. 미디어에서 퀴어를 그릴 때, 아직도 이 왜곡된 재현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① 교복 서사(그때 그시절… 학창시절 우리는 모두 혼란이었지…)
② 비극적 서사(죽거나 사라지거나 들키거나 그래서 헤어지거나)
③ 여성 캐릭터가 남성을 혐오해서 어쩔 수 없이 여자를 좋아함
④ 주인공의 화장품 골라주는 게이 남성
⑤ 성도착자, 성범죄자로 그림

최근 웹툰 원작인 〈정년이〉가 드라마화되면서 퀴어 페미니스트 캐릭터인 ‘부용이’가 삭제되면서 많은 퀴어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죠.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한국판 리메이크 작품이나 〈제인 더 버진〉의 한국판 리메이크 작품 〈우리는 오늘부터〉처럼 원작에는 있었던 퀴어 캐릭터가 한국에서 다시 만들어지며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어요. 미디어에는 등장하지만 나와는 동떨어진 캐릭터이거나, 삭제되고 다르게 변형되는 사태가 2024년 현재까지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또한 퀴어 서사의 등장이 반전의 요소로 쓰이는 경우도 허다했어요. 죽거나, 유령이거나, 반전이거나, 삭제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흡사 여성 간의 로맨스처럼 보이도록 아슬아슬 줄타기해놓고 갑자기 남성과 결혼시키기’, ‘이 캐릭터는 퀴어예요!”라고 해놓고 그에 대해서 아무런 이야기하지 않기’ 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박주연 선생님께서는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많이 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더불어 우리는 이런 콘텐츠를 원하고, 더이상 그런 콘텐츠는 만들지 말라”라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앨라이로서 그것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도 덧붙여주셨고요. 콘텐츠의 제작 환경의 중요성 또한 강조하셨는데요. 창작자들의 인식 공부가 이루어져야 그 속의 인물들과 퀴어 서사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고민할 수 있고, 그것이 더 많은 앨라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이 내용은 책에 자세히 담겨 있으니 책 속에서 확인해주세요!😉

뛰어난 창작자는 자신이 겪지 않은 일일지라도 탁월하게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안다. 그리고 더 뛰어난 창작자는 자신의 상상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안다. 특히 소수자 집단의 이야기를 다룰 땐 편견과 혐오를 양성하지 않기 위해 더 예민해져야 한다는 것도.”(261)

📺북토크에서 언급된 작품들(스포방지를 위해 따로 카테고리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2011, 한국)
세이빙 페이스(2004, 미국)
윤희에게(2019, 한국)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 한국)
텔 미 썸딩(1999, 한국)
주홍글씨(2004, 한국)
술꾼도시여자들(2021, 한국)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2019, 한국)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2009, 한국)
도희야(2014, 한국)
마더 인 로(2019, 한국)
굿 와이프(2016, 한국)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2022, 일본)
인선지인 : 웨이브 메이커스(2023, 대만)
갭 더 시리즈(2022, 태국)
The secret of us(2024, 태국)
만들고 싶은 여자와 먹고 싶은 여자(2022, 일본)
체이서 게임 W: 갑질 상사는 나의 전 여친(2024, 일본)
북토크 마지막에 박주연 선생님께서 영업하신
채널 큐플래닛의 〈퀴어돌 영업왕〉 시즌 2 링크도 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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