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 안녕하세요 선생님. 자기소개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금개: 안녕하세요. 오월의봄 대역죄인 금개입니다. 계약서상 마감일은 2023년 3월 6일이었습니다. 지금도 파주 쪽으로 도게자 한 뒤 앉아 있습니다.
퀴어 크리에이터라고 알아주시면 되겠습니다만…… 아주 협소한 관객층에게는 꽤나 자세히 알려져 있고 절대 다수의 일반인들은 전혀 모르는 극단적인 유명세를 가졌습니다. 각종 젠더트러블, 경계와 사이에 있는 유머와 공동체, 대안적인 교육에 관심이 있습니다. 미디어를 전공했는데 뭐를 배웠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고 각종 스타트업, 언론사를 거쳐 대안학교에서 4년간 교사로 일했습니다.
팟캐스트 〈생방송 여자가 좋다〉를 아장맨님과 함께 진행하고 있고, 혼자서 진행한 팟캐스트로 〈금개의 시도〉에서 16명의 (유사) 코미디언을 인터뷰했습니다. 〈여성, 괴물〉, 〈드랙킹 콘테스트〉, 〈Her Ball〉, 〈티부사진 감상회〉 등의 퀴어 행사를 동료들과 함께 만들고 가끔 퍼포먼스도 했습니다. 올해는 전인 님과 함께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사회를 맡았습니다. 15만 명이 참여한 행사를 진행한 경력인 데다 노동량에 비해 임금은 적게 받은 명예직이라 기회만 되면 자랑하고 다닙니다.
캠퍼: 우리는 왜 이 연재까지 와야만 했을까요. 어떤 생각으로 연재를 제안하신 걸까요?
금개: 저도 묻고 싶네요…… 편집자님은 어떤 생각으로 저를 또 믿어주신 걸까요……
캠퍼: 저는 어디서도 믿는다는 말은 안 했습니다만……
금개: 여러분은 회피형 ADHD 성향을 가지고 계십니까? 아니라면 축하드립니다. 저 같은 경우엔……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를 회피해…… 일단 죄송합니다…… 죄송하고…… 아직 저를 파양하지 않아주신…… 캠퍼님과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번 도게자를 박습니다. 일단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삶 그 자체 때문(Life happened)이 아닐까 합니다. 뻔뻔하죠? 바로 그게 코미디언의 자질입니다.
-금개의 삶 지난 이야기(Previously on Keumgae’s life)……
- 우울, 불안, 집중력 결핍, 공황
- 잦은 이별과 사랑
- 정상사회와의 불화
- 미룬이 이슈(시작이 제일 무서움, 완벽하지 못할까봐 두려움, 본인을 창작자로 인정하지 못함, 일단 한 번 밀리니까 걷잡을 수 없이 회피하게 됨……)
하지만 이제는 드디어 퇴사를 했고, 당분간 집필을 최우선 일정으로 두고 생활할 돈도 모았고(진짜 초스피드로 써야 됨), 꾸준한 치료를 받으며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벼랑 끝 심정으로 매주 무늬글방에서 마감을 하며 주변 작가 친구에게 푸념을 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어딘가에 연재한 글들을 책으로 묶어 출간하는 출판계 풍습의 효능에 대해 알게 되어 제안드리게 되었습니다.
캠퍼: 연재에서는 어떤 글들을 보여줄 생각이신가요?
금개: 웃기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차근차근 따라오시면 여러분도 웃수저를 새로 장만해 각종 스몰토크와 술자리를 지배할 수 있게 됩니다. 뻥입니다. 코미디언의 자질 두번째…… 거짓말을 좋아한다! (뜨든) 저는 콘텐츠를 너무 많이 봐서 보는 눈은 높은데 손이 안 따라주는…… 전형적으로 스스로에게 만족이 안 돼서 제대로 된 시도를 겁내고 아마추어 자리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이번 원고의 경우에도 스스로의 기획에 잡아먹혔달까? 기획의 기세에 눌려 집필 진도를 못 빼고 있었달까……?
원래 기획은 자기계발서를 패러디한 코미디 인터뷰였습니다. 근데 자기계발서의 확신 가득한 자세를 흉내만 내도 체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인터뷰는 내친김에 팟캐스트로 만들었는데 말하기와 쓰기의 에너지가 반대의 속성을 가졌다는 사실만 깨닫게 되었습니다. 팟캐스트는 그냥 제 갈 길을 가버렸어요…… 재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창작자들에게서 배운 바를 원고로 만들어볼 예정입니다.
기본적으로 에세이(지 얘기라는 뜻)인데 자기계발서처럼 이래라저래라 할 예정입니다. 근데 이제 매체와 장르 이야기를 곁들인…… 예를 들면 제목이 ‘지각하지 마라 (네가 교사라면 더더욱)’ 인데, 지각하는 교사의 입장과 유튜브에서 본 이효리 선배님 인터뷰 얘기를 같이 하는 식입니다. ‘자유로운 척해라, 재즈 연주자처럼’에서는 코미디언들이 재즈를 싫어하는 이야기와 재즈 뮤지션 당사자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여튼 제가 매혹된 콘텐츠나 창작자들의 유머와 훌륭함이 함께 드러나면 좋겠습니다.
캠퍼: ‘적정 코미디 기술’로 만나고 싶은 독자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금개: 굳이 웃기려는 사람들, 열 번 처절하게 실패해도 한 번 웃겼을 때의 희열을 아는 사람들, 말을 많이 하고 집 가는 길에 후회하는 사람들, 지나치게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 기쁨만큼 슬픔에서도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 도파민 중독자들, 변태성욕자들, 미루는 사람들, 회피하는 사람들, 쇼츠를 네 시간 동안 보다가 자책하는 사람들, 아직은 아무도 몰라주지만 마음속으로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 여자들, 퀴어들, 창작자들, 아직 뭔가 되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 뭔가 되려는 사람들, 코미디언들. 솔직히 엄마 아빠랑 출신 교회 사람들 빼고 다……
캠퍼: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금개: 이번엔 절대로 마감을 지키겠습니다. 펑크내놓고 “그럼 뭐 죽어드려요?”라며 배를 내밀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진짜 그럴 수 있는 건강 상태가 되었습니다.
제 얘기를 들어줄 사람들을 늘 기다렸습니다.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백 명이 한 번 오는 식당보다는 한 명이 백 번 오는 식당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흑백요리사 안대를 낀 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