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3ㅣ  구독  지난레터
지식人 지식in
연규욱 · 김혜진 기자

AI시대 폭증하는 전기 수요
SMR이 해결방안으로 떠올라
25회 세계지식포럼 모인 전문가들
“SMR, 에너지 빈곤의 구세주 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원전 업계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기 정부부터 에너지 정책의 방점을 원자력 발전에 찍어뒀습니다. 지속적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혀 왔고, 이번 재선을 위한 캠페인 과정에서도 수없이 친원전 정책으로의 회귀를 천명해왔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가 2022년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유세 중 ‘취임 첫날’의 계획을 언급한 건 200회가 넘는데, 이중 가장 많이 언급된 것 중 하나 역시 에너지(41회)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는 물론 신재생에너지에서 원전으로의 무게이동이었습니다.

‘탈탈원전’하는 세계…주목받는 SMR

사실 원전 확대는 전세계적인 기조입니다. 원전에 대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등 급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에 대응하기엔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신재생 에너지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세계 유수 국가들이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최초로 탈(脫)원전을 선언했던 이탈리아는 최근 25년만에 원전을 재가동하려 하고 있고, 스위스, 스웨덴, 프랑스 등 대표적인 탈원전 국가들도 최근 들어 원전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이들 국가가 ‘미래 원전’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단연 소형모듈원자로(SMR)입니다. 기존 원전과 비교해 용량이 작아 ‘미니 원전’으로도 불리는 SMR은 기존 대형 원전 보다 더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유연하게 용량을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에너지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유세 과정에서 줄곧 SMR을 중심으로 원전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습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면서 전력 수급을 위한 원자력 발전 및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매일경제가 지난 9월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에서 개최한 세계지식포럼에선 이러한 SMR을 집중해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기 모인 에너지 산업 전문가들은 SMR의 차세대 에너지원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해 열띤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미국의 4세대 SMR 개발사 테라파워의 사업개발부 시니어 디렉터 제프리 밀러는 SMR이 저비용과 비교적 적은 탄소발자국을 통해 전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미국의 SMR 설계기업입니다.
제25회 세계지식포럼 ‘에너지 게임 체인저, SMR’ 세션에 참석한 제프리 밀러 테라파워 사업개발부 시니어 디렉터. [매경DB]

밀러는 SMR이 안전성에서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사람들이 밀집해서 사는 곳이나 산업단지 인근에도 위치할 수 있는 점은 특장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발생하는 탄소량이 적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며 “글로벌 상용화가 되면 에너지 빈곤 문제에서도 구세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밀러는 첨단 기술의 원전인 SMR 분야가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요건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밀러는 “(원전) 설계가 더욱더 단순해져야 하고, 비용이 적어야 하며, 유지가 쉬워야 한다”면서 “역동적이고 유연성 있는 기술로 계속해서 복잡해지는 ‘그리드’에도 맞아야 하며, 기후 변화로 인한 많은 자연재해를 다 견딜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원전 개발사 토르콘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데반니 역시 ‘비용’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결국 비용을 통해 정부의 SMR 지원 여부와 기술 발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반니는 “인류가 직면한 현실을 보게 되면 (기술 발전으로 인해) 미래에는 현재 사용하는 전력량보다 두 배, 세 배 이상 더 필요할 것”이라며 저비용 에너지인 SMR이 꼭 상용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데이비드 데반니 토르콘 인터내셔널 CEO. [매경DB]

SMR의 안전성에 대해 디반니는 “4세대 SMR 기술은 더욱 안전할 것”이라며 “사실 원자력 자체는 안전한 에너지다. 안타깝게도 그런 인식이 부족한데, 원자력 에너지가 가장 안전한 에너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4세대 원전은 물을 냉각재로 사용한 3세대 경수로형과 달리 액체금속, 가스 등 다양한 물질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비경수로형 원자로를 말합니다. 3세대 대비 더 높은 온도에서 운전이 가능해 높은 발전 효율 달성이 가능하며 방사성 물질 누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어 높은 안전성이 담보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기본적인 물리적 법칙만 이용해 원자로가 돌아가게 할 수 있다”며 “사람이 개입하거나, 펌프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 중력이 있고, 열만 방출되는 곳이라면 SMR을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밀러는 현재 곳곳에서 개발 중인 4세대 SMR의 상용화 시기에 대해 ‘2030년대’라고 예상했습니다. 훨씬 더 빠른 시기에 적용되길 바란다면서도 2030년대 중반에 적정한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지난 6월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테라파워 4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실증단지 착공식에서 빌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가운데)와 크리스 레베스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왼쪽 다섯째) 등이 시삽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SK]
경제성·안정성 높인 4세대 원자로…한국도 개발 박차

미래에너지 기술 분야의 연구·개발(R&D)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이창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공융합연구정책관은 우리나라 정부가 SMR 기술에 대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 정책관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센터 등으로 에너지가 급격하게 필요해졌고, 글로벌 탄소 중립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며 “SMR이 대형 원전 중심의 한국 원자력의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도 비경수로형 SMR을 신속하게 상용화할 수 있도록 민관 협력으로 기술 개발부터 실전화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대형 원전이 정부 중심의, 공공 영역에서의 개발·건설 주도였다면 SMR은 시장 변화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민간기업과 함께 기획·개발하고 실증까지 지원하는 민관협력의 방식을 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자금, 인력을 투입하고 실증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하고 공공연구기관에서 확보하고 축적한 기술도 민간에게 이전시키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이 정책관은 SMR의 생태계를 완벽하게 갖추기 위해 “산학 협력의 연구조합 형태로 협력하는 체계를 갖추고, SMR에 특화된 인력센터를 원자력 학과에 설치해 주고 있다”며 “법과 관련해선 아직 확립된 규제, 인허가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규제 기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세션의 좌장을 맡은 정재훈 맥킨지앤드컴퍼니 파트너는 “SMR이 에너지 전환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민관 협력을 통해 SMR을 에너지 전환의 선도적인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1. 본 메일은 세계지식포럼 유료 참가자와 뉴스레터 구독자에게 발송됩니다
2. 스팸메일로 잘못 분류되는 것을 막기위해서는 발신주소 newsletter@wkforum.org 이메일 주소록에 추가하시면 됩니다. 
세계지식포럼 사무국
매경미디어그룹 ㅣ 서울 중구 퇴계로 190 매경미디어센터
02-2000-2411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