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영: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각자 운영하고 계시는 뉴스레터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시겠어요?
정지연: 안녕하세요. 돌베개 뉴스레터 <행간과 여백>을 운영하고 있는 정지연(이하 정)입니다. <행간과 여백>은 이제 뉴스레터에서 매거진이라는 형태로 8월부터 이제 개편을 앞두고 있어요. 돌베개 책이 좀 무겁고 다가가기 어려운 책들로 많이 인식되고 있는데요. 돌베개 책 안에 있는 ‘행간’을 독자님들에게 친절하게 알려 드리고, 그 바깥에 있는 이야기 ‘여백’을 더 많이 다루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있습니다. 레터 도입부도 시각적으로 더 매거진 형태의 갖추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신연경: 저는 오월의봄 마케터 신연경(이하 신)입니다. 저희 <오!레터>는 한마디로 오월의봄 구성원이 함께 보내드리는 ‘오봄 책 독서 문턱 낮추기 프로젝트’인데요. 돌베개에서 하시는 고민들과 비슷하게 저희도 ‘책이 어렵다’ ‘진입 장벽이 높다’는 피드백을 주로 받아요. 이 부분을 해소시키고자 뉴스, 기사, 칼럼 등을 같이 엮어 지금 어떤 것들이 이슈가 되고 있고 책에서는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또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런 책을 만드는지 등 소식을 전하며 좀 더 다가가기 쉽게 책을 보여 드리고 있습니다. 독자분들이 출판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 하셔서 구성원들의 이야기도 담고요.
인수: 안녕하세요. 저는 유유 편집자 인수(이하 수)입니다. <보름유유>라는 뉴스레터를 한 달에 한 번씩 매달 15일에 발행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15일마다 한 번씩, 보름 주기로 발행한다고 해서 보름유유였는데요. 너무 힘들다고 제가 그랬어요. 못하겠다고. (웃음) 그래서 이제 한 달에 한 번, 매달 15일에 발행하고 있습니다.
신: 너무 공감돼요. 저도 ‘오!레터’라고 해서 처음에 5일, 15일, 25일, 이렇게 세 번을 한다고 했는데 나중에 점점 제 얼굴이 낯빛이 안 좋아지니까.. (웃음) 두 번으로 줄였거든요.
수: 네! 줄이니까 그나마 숨 쉬면서 살고 있습니다.(웃음)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책 주변의 사람들을 두루 만나며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 형식의 레터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요즘은 거기서 조금 더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방금 말씀하셨던 것처럼 독자분들은 출판사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시니 저희도 오프 더 레코드처럼 풀어 보려고요. 사실 출판사도 어쨌건 회사잖아요. 저희 회사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재미있게 풀면서 책에 대한 어떤 진입장벽, 마음의 거리감 같은 것들을 줄여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민: 사실 유유 레터는 네 명의 구성원들이 각각 혼자 기획과 편집, 발행까지 도맡아서 한 달에 한 번 발행하는 거니까요, 사실 구성원 한 명에게 네 달에 한 번, 일 년에 세 번인 셈이라 부담이 덜하긴 해요, 근데 여기 쓸쓸한 표정을 짓고 계신 한 분이 계세요.
김보희: 네… 네, 접니다. 저는 터틀넥프레스 뉴스레터 <거북목편지>를 발행하고 있는 김보희(이하 희)입니다. 거북목이라.. 매주 목요일 발행하고.. 네… 혼자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 1인 출판 시작하면서 너무 외로웠거든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좀 전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가 편지 쓰는 걸 좋아하니까 자연스레 뉴스레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보통 1인 출판사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책 만드는 이야기도 쓰고 있고, 그냥 책 주변, 바깥이 아닌 완전 딴 얘기도 많이 써 보내고 있어요.
신: 섬에 다녀오는 이야기 재미있었어요. 출판사 레터를 여러 개 구독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 책 얘기만 받다 보면 피로할 수 있으니까, 뭔가 환기되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희: 그런 편지 보낼 때 반응이 더 좋아요. 신기하게도 재미있어 하시더라고요.
민: 왜 사람들은 출판사 레터를 구독하면서 책 이야기보다 다른 이야기에 더 열광하는 걸까요?
희: 고민해 봤는데요. 아마 책만큼 책 만드는 사람이 궁금해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는 주변이 다 책 관련 사람들이니까 흔하잖아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출판사 다니는 사람 처음 봤어요!”라는 말을 많이 듣거든요. 그러니까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궁금해 하시는 거 아닐까라고 추측해 봤어요.
수: 맞아요. 그런 이야기 쓰면서도 내가 뭐라고 내 이야기를 이렇게 쓰나, 이거 누가 궁금해하나, 이거 다 자의식 과잉이라며 자괴감을 느낄 때가 많았는데, 결국 다들 좋아해 주시니까 기묘한 기분으로 계속하고 있죠. (웃음)
민: 그럼 여기 모이신 분들 모두 정해진 시간 내에 발행 버튼을 누르시는 거죠? 그때 기분은 어떠세요? 물론 예약 발행이라는 기능을 사용하시겠지만, 저의 경우 오전 9시 발행 예약을 해 두고, 오전 8시 55분까지 계속 수정하기도 해요.
희: 저는 버튼 누를 때마다 똑같은 생각을 해요. 이번 주도 보냈다! 안도.
수: 저 역시, 펑크 내지 않았다, 그거면 됐다, 충분하다. 그리고 발행하면서 하는 또 건방진 생각이긴 한데, ‘이거 누가 얼마나 꼼꼼히 보겠어’ 이런 안일한 생각도 조금 합니다.(웃음) 저희 보름유유가 4년 차 정도 되다 보니 여유가 그나마 생긴 거 같아요. 예전에 발행했던 뉴스레터들 보면 오자도 많고 이게 뭔 말이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지만, 전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며 넘기게 됐죠.
신: 맞아요! 그렇게 생각해야 넘어갈 수 있고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오늘 약속 지켰다’ 이렇게 생각을 제일 먼저 하지만, 이만큼 확인했는데도 또 오자가 있으면 너는 진짜… 이런 식이죠. 결국 끝까지 확인해도 항상 그런 게 생기지만요. 저는 발행하기 전 인트로를 고칠 생각을 많이 해요. 사실 제 어렸을 때 꿈 라디오 디제이였거든요. 디제이가 첫 인사할 때처럼 말 걸기의 느낌으로 쓰고 싶다 생각을 많이 해요. 때에 따라 다정한 인사 대신 본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서 보낼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다시 인사를 더 건네 볼까, 늘 고민을 합니다.
수: 저야말로 본문 내용을 정리하는 것보다 인트로에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해요. 인트로에서 사람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꼭 붙잡아 두고 싶은 거죠. 어그로도 끌고 싶고, 웃기고도 싶다는, 어떤 이상한 욕망 같은 게 있어서 엄청 고민을 오래해요.
정: 이 제목이 맞을까, 빠뜨린 링크는 없을까, 항상 뭔가 꼼꼼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또 막상 발행해 보면, '여기에 이 사진이 하나 들어가면 좋았을 텐데' 생각해요. 미흡한 부분이 자꾸만 보이니까 매번 이게 맞나, 하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발행한 것 같아요.
민: 발행하고 나서도 늘 완성도에 대한 고민이 있으니까요. 근데 저는 인트로나 본문 내용 정리보다도 제목 정하는 게 제일 힘들거든요.
정: 맞아요, 어떻게 보면 오픈율을 제일 높일 수 있는 요소 중 제목이 진짜 큰 몫을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다들 제목 어떻게 지으세요?
희: 저는 진짜 편지 쓰듯이 써서 그냥 편하게 말 거는 식으로, 약간 안부 묻듯 질문을 많이 해요. 오히려 제목에 뭔가 넣으려고 하면 어깨가 굳어 버리거든요. 제목 때문에 누르고 안 누르고 하실 분이면 얼마나 정성껏 읽을까, 이런 생각도 들어서 편하게 쓰기 시작했어요. 근데 제가 어그로를 끌려 한 건 아니었는데, 제목 때문에 벌어진 일이 있었어요. 초반에 한수희 작가님이 레터 내 연재를 너무 재미있게 해 주신 적이 있어요. 연재가 끝나고 나서는 반드시 수신 거부들이 있겠구나, 하며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탈률이 전혀 없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감사하게도 수신 거부하실 줄 알았는데-"라고 제목에 써보냈어요. 근데 그날따라 오픈율도 낮고 답장도 없었어요. 너무 이상해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레터 받으셨냐 물었는데요. 못 받았다고들 하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이게 다 스팸 메일로 갔더라고요. ‘수신 거부’라는 단어 때문에요! 이 단어가 제목에 있으면 스팸으로 빠진다더라고요. 최초의 재발송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민: 와.. 이거 완전 꿀팁 꿀팁이다. 다들 조심하셔야겠어요.
수: 나는 하지 말아야지, 절대 안 해. (웃음) 제목은 그냥 누군가 점지해 주길 기다리면서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 보며 정해지는 것 같아요. 유유 레터는 주로 인터뷰 형식이라 인터뷰이의 말 중 인상 깊었던 것들에서 많이 발췌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글자 수가 한정되어 있으니까 군더더기 빼내고 약간 도발적으로!
신: 잘 적중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레터 내 주요한 키워드 같은 거를 넣고 “ㅇㅇ라면?” 물음표를 넣는 제목도 자주 하는 편이에요. 뒷말이 어떤 건지 궁금하시도록.
희: 아, 그래서 저는 질문형 쓸 때는 그 질문에 열어 보시는 분들이 대답하고 싶게 하는 질문들을 써요. 아주 사소한 거라도 “올해 여름 어떻게 보내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요. 막 답하고 싶잖아요.
신: 오, 역시! 답장 많이 받으시죠?
희: 답장이 한동안 많이 들어오다가 언젠가 한 번은 한 통도 안 올 때가 있었어요. 고민했어요. 왜 답이 없을까, 이제껏 답장을 에너지 동력 삼아 계속 쓰고 있는데.. 너무 많은 얘기를 꽉꽉 한걸까…. 그래서 다음 레터에, 지난주 메일에 너무 욕심냈던 것 같다, 그래서 답장을 안 해 주셨나, 이런 생각까지 했다, 써 보냈어요. (웃음) 다 그냥 솔직히 얘기해 버렸더니 또 답장이 쏟아져 왔어요. 그중 답장 많이 받으시니까 이제 안 보내도 되지 않을까, (보내주시는 답장에 제가 항상 댓글을 달아드리는데) 댓글 많이 다는 거 힘들까봐, 그랬다는 분도 계셨고요.
신: 노동을 걱정해 주시는 거였구나.
희: 그래서 걱정하지 마시라, 답장은 늘 좋다 말씀드렸죠. 피드백 받으면 되게 힘 나잖아요.
신: 맞아요. 저도 답장이 오면 너무 기뻐서 계속 확인해요!
민: 그러면 이어서 다른 분들도 구독자 피드백 중 인상 깊었던 것들을 더 듣고 싶어요!
신: 저는 언젠가 이런 기회가 되면 꼭 말씀드리고 싶었던 분이 있었어요. 저희 레터 10호, 420장애차별철폐의날 특집호를 보냈던 때예요. 때는 2021년이었고, 당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동권 시위가 떠들썩하게 보도되면서 여론의 비난도 많이 받을 때였죠. 레터에는 『전사들의 노래』를 쓰신 홍은전 선생님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이정하 선생님의 인터뷰, 그리고 장애해방열사 책 『유언을 만난 세계』 디자인 후기가 담겨 있었어요. 그걸 꼼꼼하게 다 읽으시고는 피드백을 엄청 길게 남겨주신 분인데요. 그분은 그동안 뉴스를 보는 게 너무 힘들어 의도적으로 귀를 닫고 지내며 심한 무기력증, 과수면으로 일어날 힘도 없던 상태셨대요. 그러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는 제목의 저희 레터를 10화 만에 열었다고, 레터를 읽고 다시 열감이 생겼다 하셨어요. 사람마다 다 경험이 다를 텐데, 도대체 어떤 이유로 사람들이 장애해방운동에 뛰어들었을까 궁금해졌다는 이야기를 남겨 주신 게 마음에 깊이 남아요. 한 통의 레터로 내면에 변화가 있었다는 건 레터에 저희가 담은 메시지가 엄청 크게 가닿았던 거니까요. 종종 그분이 잘 지내고 계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수: 이런 얘기 들으니까 뭔가 레터 한 통, 한 통에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 같아요. 저는 아까 "이거 누가 읽냐~" 했는데 큰일 났네..
민: 그치만 수 님이 발행한 레터들은 캡처돼서 트위터나 블로그에 떠돌고 꽤나 인기 있어요.
신: 그동안 유유레터 중 약간 웃긴 거 보내신 분이 수 님이라는 걸 오늘 알게 됐어요.
수: 웃겼다면 다행이에요. (웃음) 레터 피드백은 아니지만,, 저는 유유를 응원해 주시는 독자님을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원래 레터에서는 주로 업계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 했는데 그 바깥의 사람들 이야기는 처음 실어 봤죠. 저는 편집자라 독자 반응은 인터넷으로 보거나 가끔 도서전에서 만나는 정도였는데, 실체를 만난 것 같아 인상적이고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도서전에 참가하면 보름유유 구독자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께 뭐든 하나 꼭 챙겨 드리려고 하는데요. 저는 이 정도의 느슨한 연결감 같은 것만 느껴도 되게 좋더라고요.
희: 저는 이번 도서전 때 뉴스레터를 통해서만 이벤트를 했어요. 사실 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보다 뉴스레터 구독자들을 좀 더 친한 친구라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볼 게 많은 세상에 편지를 읽으시는 분들은 시간을 우리에게 주신 거잖아요. 그래서 이제 레터 보시는 분들께 “도서전에 와 터틀넥프레스 테이블에 오셔 암호를 대면 선물을 드립니다”라고 했어요. 암호명은 ‘엉금엉금’.
민: 너무 귀엽다...
희: 그리고 정말 남녀노소 수줍게 ‘엉금엉금’ 해 주신 덕분에 구독자들을 만나는 경험을 했죠. 신기했어요. 누군가 진짜 읽고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이분들이 레터를 읽고 있는 모습을 종종 상상해요. 출근길에 항상 읽으신다는 분도 있고 또 자기가 아르바이트 시작하기 전 읽는다는 분도 있고, 40~50대 남성분도, 또 고등학생도 있었어요. 그런 다양한 분들이 이미지로, 영화처럼 떠오를 때 너무 행복해요. 어딘가에 우리 이야기를 귀 기울여 주는 분들이 있다는 게 느껴져서요. 무게 있는 피드백도 좋지만 항상 한 줄이라도 피드백이 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요. 그러니 멈추지 말아 주세요!
민: 사실 감흥을 받았더라도 이걸 표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근데 우리는 그런 분들이 없으며 전혀 알 수 없는 거라, 되게 감사한 일이고요. 그리고 되게 멋있는 것 같아요. 저희 유유 레터는 그렇게 피드백이 많이 오는 편은 아닌데, 고요한 와중에 남겨 주시는 분들이 가끔 계시거든요. 그 용기가 멋지다고 생각해요.
신: 맞아요. 좋더라도 좋은 걸 또 정리해야 되고 어떻게 왜 좋았는지 얘기해야 되니까요. 저도 그래서 다른 레터에 피드백을 쓰기 시작했어요. 받는 게 얼마나 큰 힘이고 기쁨인지 알았거든요.
희: 또 최근에 피드백을 이미지로 보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바꿔서 여름의 장면들을 보내 달라 한 적이 있는데, 너무 감동이었어요. 전국의 냉면 사진이 오고.. (웃음) 심지어 무료예요.
정: 저도 그 플랫폼으로 바꾸신 거 봤어요! 너무 탐난다 생각했어요. 저희 레터는 사실 독자님들 피드백을 받기 시작한 건 얼마 안됐지만, 피드백 링크를 만들기전에 독자님이 직접 저희 메일로 답장을 주신 적이 있는데요. 정가 10만 원쯤 되는 『정본 열하일기』를 출간했을 때예요. 두께도 있고 본문도 거의 한자라 사실 관심 주기도, 구매하기도 어려운 책이죠. 그럼에도 조금의 관심이나마 받아 보자며 담당 편집자 인터뷰를 정성껏 실었는데, 그 인터뷰를 읽고 궁금해 구매하셨다는 분이었어요. 너무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죠.
민: 역시 피드백 중에 최고 피드백은 도서 구매죠. (웃음) 좋습니다. 이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물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계실 것 같긴 한데, 그래도 회사 레터잖아요. 몰래, 티 안 나게 넣고 싶은 콘텐츠라든지 아니면 대표님 컨펌 없이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세요?
희: 사실 저는 이 질문을 미리 받고 민영 님 답변이 제일 궁금했어요.
민: 아, 저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긴 한데요. 유유 레터는 사실 신간을 소개한다든가, 주력 도서를 홍보한다든가, 노골적으로 출판사 이익을 위한 광고를 특별히 해 본 적이 없어요. 왜냐면 안 좋아하실 거라는 걸 아니까 그러지 않기로 애초에 결정을 한 거죠. 그래도 한번 그냥 해 보고 싶은 거예요. 이를 테면, 하이마트나 동네 푸르네 마트, 이런 곳에서 오는 전단지 아시죠? 월요일 특가! 주말 파격 특가! 선착순 100명! (웃음) 그런 광고 문구, 숫자, 가격 등 자극적인 것들만 빡! 잔뜩 넣은 전단 레터를 한번 생각해 본 적은 있었어요.
희: 너무 안 했기 때문에 신선할 것 같아요. 대표님이 컨펌해 주실 거 같은데요?
민: 어쩌면 이런 도발을 좋아하시겠죠? (웃음)
정: 저는 사전에 이 질문을 받고 ‘몰래’라는 키워드에서 많이 빠져 뭘 할 수 생각해 봤는데요. 누군가 이걸 누를지 않을지 모르지만 레터 속 어떤 사진에 링크를 걸어두고 따로 편지를 쓰는 거예요. 사실은 이게 발행인의 진짜 편지야- 느낌으로 저의 편지를 몰래 한 번 숨겨 놓는 거죠.
민: 와 진짜 비밀 편지다. 너무 재밌다. 보물찾기 같아요! 흰색 글자 해놓고 스크롤 하면 나오는 것처럼!
정: 맞아요, 부장님, 사장님 몰래. (웃음) 한번 같이 들으면서 읽어 보세요- 하면서, 플레이리스트 넣을 수도 있고요. 정말 몰래 몰래 어떻게든 하면 재밌지 않을까요?
민: 너무 발칙하고 귀여운 생각이에요!
수: 발견하시면 진짜 좋아하시겠다. 선물 같은 것도 몰래 넣어 보세요.
정: 이렇게 말하고 나면, 몰래 하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요. (웃음)
민: 그럼 좀 더 자유롭게! 이제 회사 일 말고, 내 것, 내 개인 뉴스레터를 발행해 보고 싶다는 생각해 보신 분 있을까요? 어떤 주제로 연재해 보고 싶으세요?
정: 저는 사실 최근 발행 종료된 <인스피아>를 정말 애정해 왔는데요. ‘21세기에 다소 비효율적이고 어리둥절할 수 있는 형식이기에 가능한 소통’이라는 말이 오래 남더라고요. 그래서 저만의 인스피아 같은 느낌의 레터를 발행하고 싶다 생각했어요. 인스피아는 주로 사회적인 이야기를 다루니까, 저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로 다루자, 그렇지만 결국 사회의 이야기로 폭넓게 확장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고요. 제가 독서 모임을 여러 개 하고 있는데 그 속에서 나오는 대화들에서 살아갈 힘을 많이 받거든요. 함께하는 친구들만 동의한다면 그 내용을 기록해 한 달에 하나씩 발행해도 재밌을 거 같아요. 레터를 받아보는 사람은 책을 읽지 않았지만 독서모임에 참가한 듯한, 간접 경험을 하게 되니까요.
신: 저는 아예 책이랑 전혀 관계 없고 뜬금없긴 한데요. 제가 아줌마들을 좋아해요. 그분들이 툭툭 던지는 말 속에서 뭔가를 찾아냈다 생각될 때 정말 좋거든요. 그래서 여러 지역, 동네를 다니면서 우연을 가장해 아줌마들을 만나 일종의 인터뷰를 하고 싶어요. 내가 오늘 만난 중년 여성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전하고, 그들의 말 속에 있는 지혜와 신랄함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인데요. 동네 미용실에 앉아 펌을 하는 지루한 시간 속에서도 그들 사이에 있으면 삶이 참 고약하고 또 찬란하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냥 호탕하게 웃고 말아요. 수영장 오전 시간에 가면 삼삼오오 모여 “언니 루즈가 예쁘다”부터 뼈 있는 말까지, 삶이 반영된 말들이 쑥쑥 박히는데, 이제 그들의 말을 찾아다니고 기록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수: 개인적으로 저는 편집자라는 정체성보다 직장인, 회사원이라는 정체성이 강해요. 책을 만든다는 사명감이나 즐거움보다는 한 권 한 권 일단 무탈하게, 일정을 잘 맞춰서, 큰 문제 없이 출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달까요... 그래서 일정 문제나 소통, 부서 분위기 같이, 회사원분들이라면 공감하실 만한 고충을 담은 콘텐츠로 뉴스레터를 발행해 보고 싶어요. 회사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허둥지둥 하고 있는 회사원이라면 공감할 만한 뒷이야기들. 예를 들면 “이 시안 1번이 예쁘지 않나? 다들 뭘 모르는구먼.” “내 메일에 답은 안 하면서 인스타그램은 하시는 거야?” 같은 그런, 제 개인적인 블로그에 쓰고 있는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가 욕하는 대상이 특정될 테니 아무래도 어렵겠죠? (웃음) 또 하나는, 제가 이런저런 분야에, 특히 사람에 관심이 많은데 그 사람들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발행해 보고 싶더라고요.(이름도 이미 생각함. “인수의 요주의 인물”) 이 사람이 왜 저의 이목을 끌었는지, 저의 어떤 부분을 자극했는지...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가 어떤 영화/드라마, 스포츠 경기, 무대/공연을 봤는지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다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 지금으로서는 요원하지만요.
희: 저는 예전부터 독립하면 내 시간이 생길 줄 알았어요. 그래서 개인 레터도 해야지, 생각했는데, 전혀 안 생기더라고요. 제 주변 사람들은 아는데, 저는 섬, 개, 술을 좋아해요. 특히 섬 여행 가면 보통 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있으니 재미있는 일이 정말 많이 생기고요. 막걸리도 소개하고 싶고 양조장도 소개하고, 너무 재미있는 일이 많은데, 도저히 시간도 안 나니까 당분간은 저만 알려고요. 그래도 될 거 같아요. (웃음)
민: 사실 여기 계시는 분들 모두 지금 출판사 레터 운영으로도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계시지 않나 싶기도 한데요. 제가 또 이런 자리를 만들어 바쁘신 분들 시간을 뺏는걸까 걱정도 했어요. 서로 도움이 되면 좋을 텐데…
신: 저는 이 자리를 좀 기다리고 있었어요. 다들 뉴스레터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어느 정도 편해졌지만 처음 레터 발행할 때는 밤새기도 했거든요. 한 번 메일함에 꽂히면 끝이니까 절대 뭔가 틀리거나 뭔가 팩트에 어긋나는 건 안 된다 이러면서요. 혹시 레터를 발행하면서 어렵거나 불안한 건 없으세요?
희: 처음에 밤새서 레터를 썼어요. 그보다는 덜하지만 지금도 시간이 되게 오래 걸리고요. 그럴 때면 지금 책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을 너무 쏟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었어요. 1인 출판사에게 시간은 늘 귀하거든요. 하지만 레터 덕분에 많은 거북목 멤버들을 만나게 되고, 그분들이 귀 기울여주시고, 피드백해주시는 게 책 만드는 데에도 큰 힘이 된다는 걸 느끼고는 여전히 매주 쓰고 있어요. 이제는 아예 업무, 꼭 해야 할 일로 넣어 놓으니까 마음도 편하고요.
민: 직접 발행한 레터는 계속 읽게 되는데.. 결국 발행 후 오탈자도 잘 보이고 수정 못해서 아쉬운 부분이 계속 있어 늘 완성도를 아쉬워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는 사실 레터 발행 후 발행했다고 홍보도 잘 안 해요. 제가 발행한 레터는 가만히 안 보여 주고, 아무도 안 읽었으면 좋겠다 하며 숨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늘 레터를 보내면서도 매번 불안하고, 마감 못한 채로 발행되는 꿈도 꿔 봤어요.
신: 저는 실제로 레터의 제목을 완성하지 못한 채 수정하던 중에 저희 집 고양이가 발행 버튼을 누른 적이 있어요!
희: 와, 소름…
수: 이런 거 다음 레터 때 이 에피소드를 써야 돼요! 흥미로운 도입의 일부니까, 활용해야죠. 고양이 사진도 올려서 얘가 눌렀다고, 이놈이라고!
신: 아아 그랬어야 했는데, 너무 레터 시작한 지 초반이라, 너무 당황해 버렸죠, 흑.
수: 지나고 나면 에피소드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편해질 거예요.
민: 아, 우리 너무 애쓴다, 그쵸? 이게 다 우리 책 잘 팔자고 레터 발행하는 거 잖아요, 이렇게 모인 김에 책 홍보나 시원하게 하고 마무리해요!
수: 미메묘! 벌써 선선해지는 거 같아 조금 늦은 거 같지만,, 김중혁 작가님의 『미묘한 메모의 묘미』의 동네 책방 에디션이 ‘여름여름’ 표지로 나올 예정입니다. 동네 책방에서 저희 책을 많이 소개를 해 주시니까, 예전부터 뭔가 동네 책방만을 위한 뭔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아마 다음 주부터 가까운 책방에서 구하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많이 문의해 주세요.
희: 마침 이 자리에서 소개하기 딱인 책 『거북목 편지』가 나왔어요. 오늘 이야기한 터틀넥프레스 뉴스레터의 처음부터 1년 동안의 편지를 묶은 책입니다. 사실 저희 레터는 다시 보기가 안 되거든요. 제가 어릴 때 학습지 밀리는 스트레스가 되게 컸는데, 뉴스레터 역시 쌓여 있는 아카이빙을 보면 다 읽어야 될 것 같았어요. 또 한편으로 지금에만 딱 읽을 수 있는 편지 같은 기분을 주고 싶어서요. 그랬더니 나중에 구독하신 분들이 이전 이야기 궁금하다고 하셔서 이렇게 책으로 묶게 됐습니다.
신: 저희는 앞으로 계속 주르륵 신간이 나오는데, 평등하게 다 소개할 수 없으니 패스하겠습니다.
민: 와 멋있다… 오월의봄은 신간 페이지를 링크로 걸겠습니다. 흐흐 "오월의봄 신간"
정: 저는 우선 개편한 <행간과 여백>을 제일 많이 알리고 싶었고요, 이 기회에 보름유유 독자님들에게 『글쓰기 생각쓰기』를 소개하고 싶어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좋은 글은 결국 인간의 손에서 나오잖아요.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간소하고 단단한 문장을 짓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 방법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오래 곁에 둘 글쓰기 책으로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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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레터에서는 희, 신, 정, 수, 민, 이렇게 다섯 명이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한 잡담회 현장의 대화를 실어 봤는데요. 출판사 돌베개 유튜브 채널에서 저희 잡담회 현장을 영상으로 담아 주셨어요! 현장에서 저희가 얼마나 깔깔깔 즐거웠는지 궁금하시다면, 이곳을 클릭해 영상도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