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선을 나눕니다.

가뿐하게 떠나볼 준비

쏟아지는 뙤약볕에 혀를 내두르는 나날을 보내시지요. 오늘 아침에도 ‘불가마에 들어온 것 같다’는 동료의 비유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무더위가 온몸을 내리누르는 듯한 여름이 시작되면 머릿속에선 이맘때 찍는 쉼표가 떠오릅니다. 바로 ‘여름휴가’예요. 님은 어떤 휴가를 그리시나요? 에어컨이 틀어진 방에 콕 박혀있는 것도 좋지만, 모름지기 여름휴가라면 작열하는 계절 사이로 몸을 던지듯 데워진 볕과 공기, 차가운 물 속으로 뛰어들고 싶어져요. 잠깐의 나들이로 여름 품 안에 폭 안기고 나면 계절의 본모습을 전부 깨우쳤기 때문인지 무더위가 이전보다는 덜 무서워지기도 하고요. 살갗을 태우듯 몸과 마음에 여름 추억을 남기고 싶을 님을 위해, 어라운드의 지난 기사 중 가뿐히 떠나볼 여유를 건네는 이야기들을 골랐어요. 단정한 시선으로 머무는 자리를 바라보는 포토그래퍼 김혜정, 떠남과 머무름 사이 경계를 지우고 유쾌한 방랑자가 된 포토그래퍼 김홍희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두 이야기를 읽고 나면, 어떤 여름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지 살짝 들려주실래요? 우리 사이에 놓인 작은 이야깃거리에 귀 기울이는 마음으로 이번 레터를 보냅니다.

사진에서 단정함이 느껴졌어요. 화려한 것보다 단정한 걸 더 좋아해요. 사진에 그런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요.

작업할 때는 제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취향이 짙게 드러나는 편이에요. 어떤 시선에서 바라보아야 더 좋은 사진이 나올지 고민하는 거죠. 지금은 저만의 시선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알아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어떤 시선일지 궁금해요. 주로 어떤 순간에 카메라를 드나요?

여행을 가거나 일상에서 마주친 순간들에 집중하게 돼요. 걷는 걸 좋아해서 밖에 나가면 지칠 때까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는 편인데요. 돌아다니다 보면 길 위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것들이 참 많아요. 정해진 것 없이 저도 모르게 시선이 가는 순간이 있어요. 그럼 바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어요. 그 순간이 지나가면 또 언제 마주칠지 모르니까요. 어쩌면 늘 관찰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사진에 이유가 있었네요. 여행도 좋아하나요?

여행을 정말 좋아해요. 제 삶에서 중요한 가치 중 하나예요. 예전에는 혼자서도 훅훅 잘 떠나고 기회만 생기면 여행을 갔어요. 돌아왔을 때는 항상 에너지를 충전하고 오는 느낌을 받았죠.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때의 기억으로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고요. 그리고 방전될 때쯤 또 다시 여행을 떠나는 거죠!

 

여행에 진심이네요(웃음). 여행하면서 기록도 남기나요?

그럼요.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겨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여행은 시작된다고 생각해서 기록도 함께 시작해요. 평소에는 제 모습을 사진으로 잘 담아두지 않는데요. 신기하게 여행을 가면 저 자신을 기록으로 꼭 남겨요. 여행에 관련된 것만 기록해 두는 노트도 있어요. 단순한 기록 글을 넘어서 여행지와 관련된 다양한 것들을 모아뒀어요. 기차표나 귀여운 영수증같이 노트에 보관할 수 있는 것들이요. 잘 모으려고 전용 파우치를 챙겨 가기도 해요(웃음). 지금은 잠시 멈춰 있지만, 얼른 여행 노트를 맘껏 채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요.

떠남과 머무름 사이의 경계가 없는 사람이 있다. 그에게 삶은 방랑이며 방랑은 곧 일상과 연결된다. 떠나고 사진에 담고 사유하고 다시 일상에서 글을 쓰는 사람. 사진작가이자 여행가 김홍희에게 멀리 흔들리는 불빛은 어떤 의미일까.

여행의 다양한 방식 중에 방랑을 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어릴 적 부산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산복도로에 살았어요. 밤에 계단에 앉아서 기타 치고 놀고 있으면 달이 떠올라 바다 위로 노란 길이 생겨요. 그 길을 걸어가는 상상을 했어요. 바다 위를 걷다 보면 지구를 돌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책을 보면 방랑의 이유를 ‘공명’이라고 했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공명한다는 것은 상대의 울림과 나의 울림이 함께 울리는 거예요. 주파수가 맞아야 하는 일이죠. 다양한 나라와 다양한 시간대를 지나며, 그곳에서 만난 시간, 풍경, 사람과 공명하는 거예요.

 

노력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겠죠?

각 나라의 문화는 그 공간과 시간 속에서 오랜 시간 쌓인 거잖아요. 저도 제가 살아온 환경 안에서 축적된 사유와 습관이 있는 거고요. 그건 억지로 노력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고, 나와 다른 것을 만났을 때 저절로 공명하는 법을 익히는 거예요. 다름을 받아들이는 거죠.

 

제 첫 여행지는 인도였어요. 그때 아주 많은 충격을 받았는데, 몇 번의 여행이 쌓일수록 처음의 낯섦이 사라지더라고요. 이걸 공명이 덜하게 됐다고 봐야 하는 걸까요?

오히려 공명 관계가 깊어지는 게 아닐까요?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이제는 그걸 인정하게 되는 거겠죠. 길거리 한복판이나 철도 위에서 큰일 보는 인도인을 보며 처음에는 인간도 아니라고 생각하다가, 이제는 그런 세상도 존재하는구나 받아들이는 거죠.

 

더 이상 여행이 낯설지 않아서 슬퍼졌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겠네요.

익숙해져서 감동하지 않는 게 아니라, 같은 걸 보고도 자신의 머릿속 기준을 그곳에 맞춰 바라보는 거겠죠.

 

작가님의 여행 방식은 어떤가요?

(중략) 여행을 떠나면 혼자서 독고다이처럼 있는 것보다는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편이에요. 한국에서 말을 걸면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지만 여행지에서는 작은 것 하나로도 같이 웃을 수 있잖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이방인이라는 인식 때문에 좀 더 편해지는 걸까요?

그렇죠. 경쟁자가 아닌 관찰자이기 때문이겠죠. 저는 한국에 살면서도 홀리데이와 방랑을 늘 생각해요. 내 옆의 누군가를 경쟁자로 두기보다는 여행자로 살아가면 언제나 재미있는 아저씨가 되겠죠.

앞서 엮은 두 기사는 인터뷰이가 포토그래퍼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걸음이 멈춘 자리에서는 성심으로 주변을 둘러본다는 점도 닮아 보이죠. 저는 다른 이들이 들려주는 여행 후기를 무척 반기는데, 그중에서도 사진가의 여행법은 유독 귀 기울이게 되는 것 같아요. 익숙한 장소라면 내가 본 그 풍경을 뷰파인더 너머 그들도 마주했을지 궁금해지고, 낯선 장소라면 그들의 시선으로 생경한 풍경을 유유히 둘러볼 수 있으니까요. 문득 한 명의 사진가가 떠오릅니다. 서울이라는 장면을 자신다운 시선으로 담아낸 일본 사진가 ‘카와시마 코토리’의 전시를 소개해요.

전시 카와시마 코토리 개인전: 사란란

 

일자로 자른 앞머리와 붉은 볼, 눈물이 방울방울 맺힌 듯한 어린아이의 사진을 보신 적 있나요? 카와시마 코토리 작가의 대표작 〈미라이짱〉입니다. 연초부터 열린 카와시마의 국내 첫 개인전 〈사란란サランラン〉에서는 〈미라이짱〉, 〈명성〉 같은 대표작 외에도 서울을 배경으로 삼은 연작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특히 배우이자 그의 오랜 친구 ‘우스다 아사미’와 함께 한겨울, 오래되고 수더분한 서울의 거리들을 거닐며 포착한 사진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제 눈에는 춥고 건조하고 익숙하던 골목들이 그와 그의 친구에게는 다채로운 영감으로 닿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거든요. 알전구처럼 매달려 있는 감과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 수북한 낙엽, 그 앞에서 활짝 웃는 친구의 얼굴까지 카와시마만의 서울 여행법을 엿본 듯 합니다. (그 시리즈에는 〈소(서)울메이트 s(e)oul mate〉라는 귀여운 이름이 붙었다는 것도 덧붙여 둘게요.)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연초부터 찾아왔던 해당 전시는 올해 10월 12일까지 만날 수 있다고 해요. 이 계절, 내리쬐는 햇볕을 잠시 피할 곳이 필요하다면 미술관으로 슬쩍 숨어드는 건 어떨까요? 그 길에 만난 한 사람의 여행법은 다정한 그늘이 되어줄 거예요.


A.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11길 4-1

신간 101호에서 ‘오어즈’의 기사 반갑게 감상하셨나요? “서울에서 쉼 없이 노를 젓다가 이곳에 와서 노를 놓는 순간의 즐거움과 평온함을 알게” 됐다는 그들과 함께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어라운드 매거진(@aroundmagazine)과 오어즈(@oars.kr)를 모두 태그하여 다시 떠나고 싶은 바닷가의 순간을 스토리 또는 게시글로 공유해 주세요. 추첨을 통해 오어즈의 ‘캔버스 보트백’을 드립니다. 한 면에는 ‘Oars and Boat’라는 그래픽이, 또 다른 한 면에는 강릉 태그가 박음질 된 가방은 무엇이든 편하게 넣어 다니기 좋아요. 배 모양을 닮은 보트백과 함께 시원한 나들이를 떠나보세요.

 

Check!

· 기간 : 7월 7일(월)―7월 13일(일)

· 당첨자 발표 : 7월 14일(월)(개별 DM 안내)

나만의 나들이 장소는 어디인가요?


매거진 한 권이 오롯한 모습으로 완성될 때마다,  ‘Question’을 통해 독자분들께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이번 호에서는 꾸덕꾸덕한 질감으로 우리 주변의 자연물을 재치 있게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부르르를 만났어요. 그가 영감을 얻고 쉼을 누리는 나들이 장소는 어디일지 영상에 귀 기울여 보세요.

한바탕 휴가 이야기를 늘어두긴 했지만, 이 시기에는 체력을 보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수분을 자주 보충하고 햇볕이 강한 시간대에는 외출을 자제하거나 양산을 꼭 챙기시길 바라요. 부디 몸과 마음을 잘 보살피는 여름이 되길 바랍니다. 계절의 중심으로 더욱 나아갈 다음 뉴스레터에는 어라운드 식구들의 취향을 담아 올게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에 만나요!

지난 이야기를 톺아보며, Editor’s Curation


매달 첫 번째 화요일, 한 가지 주제로 어라운드가 톺아본 지난 기사 네 편을 소개해요. 이번 큐레이션의 주제는 ‘걷는 순간’입니다.

여러분은 언제 바깥으로 나서나요? 거창한 깨달음이나 전환점을 얻기 위할 때도 있지만, 잠시 호흡을 고르고 싶을 때 가까운 곳으로 향하게 되죠. 자유롭게 발을 옮기며 마주치는 풍경과 사람에서 작은 쉼을 얻으니까요. 이번 큐레이션에서는 배우 윤진서와의 인터뷰, 임진아 그리고 정다운 작가의 에세이 등 짧거나 긴 외출에서 걷기를 통해 기쁨을 얻은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토크 리뷰 | 작가 한수희의 쓰는 존재로 살아가는 법


4월 중순, 어라운드 100호 출간을 기념하며 로컬스티치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지요. 지난 레터에서 매거진팀의 토크를 공개한데 이어, 오늘은 《AROUND》와 오랜 인연을 간직한 한수희 작가와 차의진 에디터의 토크를 공개합니다. 무려 8호부터 에세이 필진으로 참여한 그에게 글과 호흡하는 삶의 방식, 글쓰기의 의미, 산문을 대하는 태도를 들어봤어요. 지금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온라인 구독 서비스, AROUND Club

어라운드를 보다 더 가까운 일상에서 만나고픈 독자분들을 위해 AROUND Club 혜택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시간 어라운드가 꾸준히 쌓아온 3,200여 개 이상의 기사를 온라인 구독 서비스 AROUND Club 통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만나보세요. 주변을 살펴 모아둔 다정한 이야기를 손에 내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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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콘텐츠로 교감하며 이야기를 넓혀볼게요.

당신의 주변 이야기는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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