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작은 툇마루에 앉아 숨을 돌린다. 그리고 신발을 벗고 에어컨이 가동되는 별채에 들어간다.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가만히 있는다. 유리창 밖으로 멍하니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는 것도 좋겠다. 한옥 처마선을 구경하거나, 마당의 돌담에 부서지는 햇빛을 바라보는 것도 좋겠다.
작은 방에는 책을 보거나 글을 쓸 수 있는 작은 서탁들이 있다. 하나 잡고 앉아서 책을 읽는다.
'혼자 공부하는 바이브 코딩 with 클로드 코드'
한옥까지 와서 내가 이럴 일인가 싶지만, 과거와 현재의 극명한 대조를 상상해 본다.
몇십 년 전에도 이 방안에서 뒹굴거리던 사람이 있었을 텐데, 그때 그는 무엇을 고민했을까? 이런 세상은 상상도 못했겠지? 십 년 뒤에 이 방에 들어온다면 또 뭐가 얼마나 바뀌어 있을까?
몇 장 읽다가 잡생각을 펼치는 것이 즐거움이다. 졸음이 오면 벽에 기대어 잠깐 조는 것이 좋겠다.
잠깐 졸다가 깨면 후원으로 올라간다. 텃밭이나 장독대였을 자리가 꽃밭으로 잘 가꾸어져 있다. 시원한 나무그늘이 있고 벤치가 있다. 벤치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고 책을 읽는 척하다가 드러눕는다. 마당의 열기를 등으로 느끼며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다가, 하품을 한 번 하고 기지개를 켜고서는 슬슬 일어난다.
이제 시원한 커피숍으로 가면 된다. 더운 여름날 어느 하루는 이렇게 보내기에 딱 좋다.
이준일, 대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