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스타트업은 비타민인가, 페인 킬러인가

옆집 스타트업의 숟가락 숫자는 몇 개일까요. 시즌1의 #2는 퍼블리를 연구&분석합니다.
대한상의 부회장, 이한주라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명함
쫌아는기자들 성호철
“대한상의 부회장을 맡아요”란 말을 들은건, 2월초 저녁 자리였습니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창업자는 “스타트업도 이제 재계의 일원으로 목소리를 내야죠”라고 했죠. 
처음엔 깜짝 놀랐습니다. 재계의 어른인 대한상의 부회장 자리에 스타트업 창업자가 간다는데 감회가 새로웠죠.  하지만 곧 흥은 깨졌습니다. “근데 이 대표님, 몇년생이었죠?”.
2~3주 지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 취임했고, 이 창업자는 새롭게 합류한 7인의 부회장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신임 부회장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도 포함됐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바람이 한참 늦은 이제서야 재계에 불어오는가 보다”라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이한주 대표는 시카고대학 생물학부를 졸업하고, 20대에 웹호스팅 기업인 호스트웨이를 창업했습니다. 
2014년 호스트웨이를 미국 사모펀드에 5억달러에 매각했고, 3000억원 안팎을 손에 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쇄 창업자인 그는 다시 2015년 베스핀글로벌을 창업했고, 엑셀러레이터의 역할도 합니다. 

이 대표는 1972년생입니다. 한국 나이로 쉰살입니다. 김범수(1966년생) 김택진(1967년생) 장병규(1973년생). 이 분들은 스타트업계에선 ‘어르신’의 반열에 들어갑니다. 사업의 성과는 물론이고 성품으로도 존경받는 위치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생존을 걸고 뛰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마음을 모두 헤아리기엔 세대차가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분들이 딱 10년전에 한국 대표 경제단체의 부회장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정부에 스타트업의 입장을 반영하고, 더는 변두리가 아닌 주류로 목소리를 내겠고 그 윤활유 역할을 하겠다”는 이한주 대표를 응원합니다. 
그는 지금도 “조인트 벤처 만들 아이디어가 있다” “요번에 이런 스타트업 만났는데 너무 대단하지 않느냐”는 연발하는, 여전한 현업 스타트업  창업자입니다. 무엇보다 얼핏 보면 여전히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외모처럼, 이 대표의 마음은 젊은 창업자의 초심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은 세상 모든 스타트업의 성공을 응원합니다. 그 시즌1의  두번째 주인공은 퍼블리의 박소령 스토리입니다. 
시즌 1 No.2 퍼블리 박소령
쫌아는기자들 성호철과 임경업

고참 스타트업 창업자들이라면 한 번쯤 네이버나 구글에 퍼블리란 단어를 검색한 경험이 있을 것이에요. 6년 전, 불쑥 세상에 도전장처럼 ‘세상에서 가장 큰 책 박람회, 책은 없다-2015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라는 리포트를 냈죠. 다음해엔 칸 국제광고제 리포트를 선보였습니다. 
 다들 무릎을 탁 쳤죠. ‘그렇구나, 텍스트(text)의 유료 비즈니스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하고. 클라우드펀딩으로 후원자의 투자금을 모아, 해외 전시회 현장을 취재하고 이걸 리포트로 낸 방식이었습니다. 

'텍스트 콘텐츠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깬 창업자, 퍼블리의 박소령 대표입니다. 하지만 어느새 ‘클라우드펀딩을 통한 고품질의 틈새 유료 콘텐츠 제작’ 모델에 대한 관심은 식었고, ‘저자의 경험’을 파는 비즈니스가 대박 쳤다는 이야기도 안 들립니다. 
 그래도 끝내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누군가 혁신을 이룬다면 그건 박소령 대표일 겁니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박 대표야말로 혁신의 과실을 딸 자격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가 유료 콘텐츠에 도전한, 가장 절실하고 치열하고, 끈질긴 창업자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본인은 퍼블리라는 비즈니스를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바뀌고 진화해요. 지금은 크게는 유료 콘텐츠 판매 부분인 퍼블릭 멤버십 등이 있고요. 또 다른 축은 작년에 출시한 커리어리라는 무료 비즈니스예요. 이건 소셜네트워크 비즈니스예요. 아직 수익모델을 붙이진 않았고요. 
 주요 고객층은 20·30대, 직장인 분들이 제일 많으시고요. 25~39세 직장인이 약 80%쯤이고, 40대 이상이 5~10%, 25세 미만의 대학생이나 취준생이 나머지예요. 사회에 막 진입한 직장인은 일할 때 어려움과 고민은 물론이고 궁금한 것도 많아요.
 퍼블리는 직장인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하도록 돕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해요. 퍼블리 멤버십 같은 텍스트 형태로 풀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엔 영상으로 해결할 수도, 또 소셜네트워크로 연결해 누군가에게서 지식을 받을 수도 있죠. 원스톱으로 해결해주는 것, 그게 큰 그림이에요. 

그게 가능할까요. 그 설명만 들으면, 00(다른 경쟁 콘텐츠 서비스명)이 더 나아 보입니다.(나도 모르게 불쑥 말이 튀어나왔다. 톡톡 튀는 혁신의 상징인 퍼블리치곤, 갑자기 너무 평이한 비즈니스 설명이 아닌가) 
 저희가 주력하는 페인(pain) 포인트는 이런 거예요. 내가 딱 회사 입사를 했어, 그러면 1~3년차 직장인들 사이엔 공통으로 똑같이 겪는 어려움이 있어요. 회의를 어떻게 준비하고, 시간 관리는 또 어떻고, 리포트를 썼는데 어떻게 해야 사수한테 한 번에 통과하지라는 식이죠. 
 아주 기본기잖아요. 어떤 인더스트리에서 어떤 직무를 하든, 필요한 기본기 세트가 있는데 저희는 이게 큰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가장 어필을 많이 하고 마케팅 메시지로 밀고, 그것에 반응하는 분들이 유료 결제를 해주고 있어요. 
 이건 퍼블리가 넓은 시장으로 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1~3년차 직장인의 고민을 1순위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파생적으로 다른 시장도 나와요. 저희는 1년차의 고민을 건드렸지만, 취업 준비하는 분들도 이걸 알고 싶어하는 거예요. 
 반대로 5~10년 차의 중간 관리자급 팀장들도 니즈가 있어요. 내가 한 명 한 명 가르치는 게 힘들 수도 있는데, 퍼블리 멤버십에서 보고 셀프 러닝하라는 식이죠. 후배 직장인에게 추천하고 직장에서 공유하기도 편하고요. (쫌아는 기자들 : 그녀는 6년 전과 정반대의 유료 콘텐츠 비즈니스를 말하고 있었다. 과거 아주 소수의 후원자 돈으로, 딱 특성화된 맞춤 콘텐츠를 생산 제공했던 클라우드펀딩 제작과는 달라 보였다.) 

애초 퍼블리가 시도한 모델과 다른 것 아닌가요. 전에 도전한 ‘유료 콘텐츠’라는 비즈니스에 한계를 느낀 건가요. 
 아니요. 저는 유료 콘텐츠는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고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시장을 생각해요. 왜냐하면 너무 많은 콘텐츠에 사람들이 지쳐가기 때문에 그걸 누가 셀렉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 주는 대가로 돈을 내는 건 점점 보편화할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콘텐츠 유료화를 추진하는 비즈니스 모델 방식이 바뀐 거죠. 사실 퍼블리는 피벗을 여러 번 한 회사라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창업자가 도전하는 미션은 같은데 비즈니스모델(BM)은 바뀐 거죠. 
 저희의 기본적인 미션은 어떻게 하면 정보와 지식의 격차를 줄이고, 사회의 평균값을 올릴 수 있느냐는 것이에요.  
비타민에 머물던 과거 모델에서
명확한 페인킬러로 피벗, 또 피벗
그건 400년 전 신문이란 비즈니스가 생겼을 때의 미션이었죠. 
 맞아요. 이게 언론과 교육, 출판 모두 똑같은 영역이잖아요. 격차를 줄이면서 사회 전체적인 평균값이 올라가는 거에 저는 되게 관심이 많아요. 어떤 사람은 정치로 풀고 누군가는 커머스로 풀 수 있지만 저는 그걸 콘텐츠로 풀고 싶은 사람인 거죠. 
 초기에 제가 택했던 모델은 클라우드 펀딩이라는 BM이었고 당시에 저희 타깃은 예컨대 저 같은 사람들이었어요. 
 콘텐츠를 엄청 헤비(heavy)하게 소비하는데, 그럼에도 해외 콘텐츠에 비해 한국에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소비자요. 언어의 장벽 때문에 뉴욕타임즈에는 있는데, 뉴욕의 서점에는 책이 있는데 한국어로는 없는, 그런 갈증을 해소하려는 시도였죠. 
당시 큰 광고제를 갔다 와서 보고서를 쓴다든지 워렌 버핏의 주주총회 갔다 와서 후기를 쓴다든지 이런 게 초기 모델이었죠. 

 그런 걸 하고 배운 건 뭐냐 하면 이런 거에 반응하는 소수의 소비자들은 있지만 이게 절대 큰 시장이 아니구나 예요. 우선, 주제도 그렇고 또 클라우드펀딩이라는 BM조차도, 이게 콘텐츠가 아직 안 나온 상태에서 '기획서만 보고 돈 내세요'라는 모델 자체가 사실 너무 익숙하지 않은 거죠. 
 초기 모델이 넓은 시장으로 가기 어려운 모델이란 걸 한 2년 만에 깨달았던 것 같고요. 다음에 택했던 건, 서브크립션(구독)이라는 모델을 빨리 붙는 것이었어요. 3년 전쯤이죠. 물론 텍스트 구독 옵션이라는 시장이 거의 없었지만, 엔터 시장에선 나왔던 시기예요. 이용자 입장에선 모바일 결제가 편리해졌고, 영상이나 음악은 쓰면서 익숙해졌죠. 

 구독 시장에서 어떤 콘텐츠를 얹어야 더 큰 시장으로 갈 수 있을지라는 고민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저렇게 건드려보고 어떤 걸 건드리면 유료 가입자 수가 확 늘고 어떤 걸 하면 사람들이 반응이 하나도 없고, 끊임없이 두드려봤던 시기가 2018~19년이었어요. 
 2020년 들어서 ‘이건 큰 시장인 것 같다’라고 생각한 게 처음 말한 1~3년 차의 직장인이에요. 그들의 페인 포인트는 엄청 크고, 저희가 이분들이 더 일을 잘할 수 있게, 말하자면, 덜 고통받게, 어떻게 하면 야근을 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죠. 
 과거엔 지적 사유, 지적 즐거움을 많이 소비하는 고객에게 하나의 애드 온(add-on)하는 모델이었다면 지금은 소비자의 굉장히 명확한 고통을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그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너희 사업이 페인 킬러(진통제)냐 비타민이냐’라고. 되게 초기에 저희는 비타민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은 명확하게 페인 킬러예요.  

현재 커리어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고 있는 박소령 대표. 가장 위에 커리어리, 그 아래 퍼블리 멤버십, 가장 아래에는 퍼블리 온에어. 가장 위에서 많은 사람을 끌어 모으고, 객단가가 높은 유료 구독으로 유인하는 모델이다.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세요. 기존 유료 콘텐츠 사업과는 결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콘텐츠 사업이 더 잘 되기 위해서는 최상단에 소비자들을 많이 모을 수 있는 접점, 퍼블리로 들어오는 커다란 입구가 필요에요. 저희는 그 입구가 커리어리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저희의 다른 서비스로 이동시키고자 하는 모델이에요. 예컨대 커리어리를 구독했던 이용자가 조금 더 깊이 있는 경제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으면 퍼블리 멤버십을 구독하고, 영상으로 콘텐츠를 즐기고 싶으면 퍼블리 온에어를 구독하게 될 거에요. 최상단에서 고객들을 모으고, 점점 그들을 퍼블리의 다양한 콘텐츠로 유인시키는 것. 그것이 커리어리의 역할이에요. 

결국 커리어리가 사람들을 끌어와야 하네요. 
 커리어리가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 가장 힘을 주는 부분은 테크예요. 저희는 퍼블리 멤버십을 하나의 프로덕트, 제품이라고 생각해요. 
서비스가 기술적으로 굉장히 잘 설계돼 있어 웹과 앱, PC와 모바일 이용자 모두 한 번 들어오면 콘텐츠를 쉽게 소비하고 이탈하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죠. 마케팅, 콘텐츠 제작보다 타 서비스와 비교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제품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어요. 
저희 회사에는 엔지니어, 디자이너, PM, 데이터사이언티스트가 소속된 프로덕트팀이 있어요. 저희 회사 전체 인원이 45명인데 3분의 1이 넘는 20명 정도가 프로덕트팀 소속입니다. 

페인 킬러의 사례를 들어주세요. 예컨대 1~3년차 직장인에게 ‘문제없이 보고서가 잘 통과하는 방법’은 뭔가요. 
저희가 만든 콘텐츠 안에서는 이런 거예요. 사회 초년생들이 빠지는 함정은 항상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많이 쓰는 거예요. 
그런데 보고서를 받아보는 사람이 지금 이 부분을 왜 보고서로 받아보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이것에 포커스를 해서 보고서를 쓰라는 것이 핵심이에요. 
보통은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 얘기를 많이 쓰게 되니까 문제가 되죠. 

맞는 말이네요. 보고서라는 건, 본래 지시한 사람이 존재한다는게 전제로 깔리죠. 지시한 사람은 이 보고서가 필요한 이유가 있죠. 좋은 팁은 그 사람이 지시할 때 썼던 단어를 그곳에 집어넣는 거예요. 잘못된 보고서를 내놔도, 상사는 화를 덜 내요. 사회 초년생들은 이런 얘기 들으면 비위를 맞추라는 걸로 오해하는데, 아녜요. 지시한 상사는 ‘아, 이 친구가 적어도 내가 무엇을 지시하려고 했는데 경청하고 노력하고 있었구나’라고 직원의 에티튜드(자세)를 평가하는 거죠. 그러면 보고서 내용의 수정을 지시할 때 최소한 화를 내지는 않죠. 퍼블리에서 이런 실전의 답을 해주는 역할은 누가 하나요. 
 저희는 내부에 콘텐츠를 쓰는 라이터는 없어요. 내부에는 콘텐츠란 상품을 기획하는 사람만 있죠. 콘텐츠에 들어간 핵심 알맹이를 써줄 라이터는 저희 바깥에 있죠. 
 이건 처음부터 갖고 있던 기조였는데 저희는 바깥에 있는 좋은 라이터들을 선별해요. 그 기준은 직접 경험해 봤는지, 본인이 경험에서 쓸 수 있는 메시지가 있는지를 봐요. 이력을 다 확인하고, 그분들의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에 평소 쓴 글을 체크하고, 정말 내실이 있는 저자인지, 겉보기만 화려한 분인지 사전에 걸러요. 
 알맹이가 있는 저자를 찾으면, 이걸 상품화하는 건 저희가 전문가예요. 보통 2명을 저자에게 붙여 상품화를 책임집니다.  
가격 책정은 내 잘못, '대표만이 할 수 있는 결정'이 무엇인지 알았다
퍼블리와 신문은 정반대네요. 신문은 저자들이 조직 안에 있는 구조이죠. 어느 쪽이 더 나을까요. 
 둘을 비교한다면, 저는 이미 팔이 안으로 굽은 사람이니까요. 6년 전과 지금, 가장 많이 바뀐 게 뭐냐면, 2015년엔 내 이름을 걸고 내가 나를 세일즈한다는걸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어요. 20대, 30대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때만 해도 저희와 함께 당신 이름을 걸고 당신의 경험, 노하우를 콘텐츠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만들자 하면 다들 부끄러워했어요. 뭔가 조직에 눈치도 보이고. ‘내가 그 정도 급이 안된다’ ‘내가 그 정도 능력이 없어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요즘엔 셀프 브랜딩하려는 분들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당신이 살아온 커리어를 자랑하라면 많은 분들이 수락을 하세요. 
 말하자면 시장에 콘텐츠 공급자가 되게 많아졌다는 얘기죠. 평생 직장도 없고 평생의 일도 없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기회로 연결될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나를 거기에 얹어놓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라이터를 내부에 두는 게 저희 입장에서는 별 메리트가 없는 거예요. 외부에 있는 저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죠. 
 사실 상품화하는 과정에도 애로사항이 아주 많거든요. 본인 스스로 상품화까지 가는 데는 노고가 많이 들 수밖에 없고요. 
 이걸 서포트하는게 저희 일이죠. 인세도 매월 꼬박꼬박 통장에 꽂아드리고요. 저희 서비스에 이렇게 콘텐츠 공급하는 저자들이 한 300명 정도예요. 

외부 저자에게 돈은 어느 정도 지불하나요 
 기본적으로 인세 부분은 유료 구독자들이 해당 콘텐츠를 몇 명이나 읽었느냐라는 점유율에 따라 드려요. 
 저자들은 많아도, 인기 콘텐츠의 저자들로 쏠림이 있어, 8대2의 구조예요. 상위 탑10 저자들은 작년 12월 기준으로 월 100만~200만원 정도 가져가요. 유료 구독자가 늘면서 저자가 가져가는 돈도 같이 증가하는 구조예요. 
 저희가 영상도 하는데, 영상은 객단가가 많이 비싼 편이라서, 1등한 저자는 한달에 1000만원 가져가셨어요. 

가끔 예전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최고 품질의 콘텐츠를 다시 해보고 싶단 생각 안 하세요. 
 나중에 아주, 아주, 나중에요. 당연히 저희도 객단가를 높이는 비즈니스를 붙일 거예요. 
 그런데 처음부터 많은 돈을 낼 사람을 인터넷으로 찾아다니는 것보단, 일단 확 쓸어모으고 싶은 거죠. 고객 중에서 저희 서비스에 만족감을 느끼는 분 중에 일부 돈을 많이 쓰고 싶어하는 분들도 많아질 거고, 그런 분들이 서서히 돈을 지불하게 만들려고 해요. 

현재 퍼블리 이용자 수는 몇 명입니까. 과거 인터뷰 보면 2020년 유료 구독자 5만명이 목표였는데요. 
그랬었군요. (웃음) 아직 그 정도는 도달하지 못했어요. 2월 말 기준으로 2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온라인에서 텍스트 콘텐츠를 돈을 주고 파는 비즈니스 모델이 굉장히 드물어요. 고객들이 텍스트 콘텐츠에 얼마를 낼 것인지 알아내는 것도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초기에 가격 책정을 잘못했고요, 지금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어요. 저희가 개별 콘텐츠별로 크라우드 펀딩을 받을 때는 프로젝트마다 가격을 전부 다르게 했어요. 유료 텍스트 콘텐츠 시장이 굉장히 니치한 마켓이었거든요. 
 가격이 싸다고 많이 사는 것도, 비싸다고 덜 사는 것도 아니에요. 가격 탄력성이 굉장히 낮았죠. 그러다보니 비싸게 받았어요. 
 하지만 저희가 지향하는 서비스는 많은 사람들이 지식을 접하는 플랫폼이에요. 서비스 기술력에 집중했던 이유도 많은 사람에게 도달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구독 모델을 하려다 보니 스텝이 꼬였어요. 가격을 어떻게 책정해야 할 지 전혀 감이 안 왔거든요. 
 
 당시에 월 2만1900원을 3년 넘게 유지했어요. 이걸 유지한 것이 제 잘못이에요. 이 가격은 정교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 시절 1개 콘텐츠가 1~2만원 사이다보니 제가 감으로 찍었어요. 1개 보다 비싸고, 2개보다 싼 애매한 가격을 그냥 정한 거죠.
 구독 모델 성장이 저조해서 작년 여름에 가격을 낮췄어요. 매출을 줄지만 고객을 더 모으고 오랜 기간 퍼블리를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저희 예측이 적중해서 이제 성과가 나오고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건 오로지 저의 잘못이었어요. 매출과 비용구조 모두를 건드리는 너무나도 중요한 결정이잖아요. 담당자에게 ‘의견을 달라’해도 말할 수 없는, 대표밖에 할 수 없는 결정이었는데 겁이 났던 거죠. 지금은 ‘왜 그때 가격 정책에 더 신경 쓰지 못했을까’하고 후회해요. 그 과정에서 대표의 역할이 무엇인지 저도 많이 배웠고요.   

날 움직인, 이재웅의 말 "벽을 깨는 일"
애초에 그 어렵다는 콘텐츠 비즈니스에 도전할 생각은 어떻게 한 거예요. 
 미국 유학을 하던 2014년 쯤이었요. 당시 뉴욕타임스의 혁신 보고서가 나왔고, 뉴욕타임스의 발행인이었던 아서 옥스 설즈버거 주니어 회장이 직접 학교를 찾아와서 강연했어요. 
 원래 언론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그날 강연이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설즈버거 회장은 미디어와 콘텐츠 시장이 디지털로 움직이고 있고, 백년 동안 회사를 지탱해왔던 지면을 포기하더라도 디지털 시장에 맞춰 NYT가 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긴 시간 동안 설명했어요. 
 당시에도 60세가 넘었던 분이었는데 열정적인 강의를 하셨고, 저는 시간 가는지 모르고 들었어요. 그 강연을 듣고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매력을 알았고, 그곳에 펼쳐질 미래가 궁금했어요.

강연을 듣고 곧바로 창업 결심요? 
 처음에는 창업에는 전혀 뜻이 없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에는 언론사 입사를 준비했어요. 기자가 아니라 신문사의 디지털 전략을 짜는 역할을 맡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런 롤을 뽑는 회사는 없었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지인의 소개로 이재웅 다음 창업자(전 쏘카 대표)를 만났어요.  제 이야기를 듣던 이 전 대표님이 ‘제3의 길이 있다. 바로 창업이다’고 했어요.
 이 전 대표님도 다음 대표 시절에 미디어에 관심이 많으셨거든요.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지금 시장을 둘러싼 벽을 밖에서 부숴야 한다. 벽을 부수는 일을 하면 좋겠다. 그게 창업이다’라고 하셨죠. 6개월이나 절 설득하셨어요. 대단하시죠. 

이재웅 창업자를 원망하진 않나요. 스타트업 창업이란게 정말 힘들잖아요. 
 창업 초기에 이 전 대표님이 했던 말을 기억하려고 해요. 저는 '창업할 준비가 안 됐어요’라고 계속 거절했었는데 그때 말씀이 이래요.
 “내가 사업을 20년 동안 해봤는데, 사업의 성공은 운의 영향이 너무 크다. 네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망하는 것이 사업이다. 사업의 성과에만 매몰되면 스스로가 불행하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에 충실한다면 사업은 충분히 할 만한 일이다. 네가 실패해도 누군가 콘텐츠 업계를 혁신하고자 도전했을 때, 네가 쌓아놓은 토대에서 한발 앞서 출발하게 되면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 이야기가 너무 멋져서 완전히 속았죠(웃음). 하지만 지금도 그 말을 곱씹으면서 견뎌내려고 해요. 

창업 6년차입니다. 언제 제일 즐겁나요. 
 첫째는 저희 팀원들을 볼 때입니다. 지금 3년 이상 근무한 분들이 10명쯤 되는데요. 이 분들은 제가 개입하지 않아도 의사 결정을 아주 잘 하고 계세요. 저의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고, 덜어주는 동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인간적인 기쁨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둘째는 저희 고객들의 리뷰를 보면 즐거워요.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가 누군가의 인생에 오늘도 도움이 되고 있구나, 그 사람들이 진심으로 우리 서비스를 좋아하고 기꺼이 돈을 낸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때가 제일 사업하는 맛이 나는 순간이죠.  
퍼블리 박소령 대표에게 질문하면 대신 물어봐서, 금요일날 답변드립니다. 채택된 분껜 스타벅스 커피 쏩니다. 아래 클릭하세요
❓퍼블리와 박소령 대표에 대한 질문은 수요일 정오에 마감합니다! 서둘러주세요. 🏃

💎뉴스레터 스타트업 시즌1은 13명의 창업자를 인터뷰 합니다. 
1. 런드리고 조성우 대표 2. 퍼블리 박소령 대표 3. 고피자 임재원 대표 4. 센시 서인식 대표 5.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6. 스티비 임호열 대표 7. H2K 홍창기 대표 8. 모토브 임우혁 대표 9. 뉴닉 김소연 대표 10. 수퍼빈 김정빈 대표 11.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12. 윤형준 캐플릭스 대표 13. 뤼이드 장영준 대표 
↓페북, 트위터 공유를 원한다면 아래를 클릭해주세요. 카카오톡 공유는 '웹에서 보기'를 누르고 주소창 복사!

조선일보
letter@chosun.com
서울 중구 세종대로21길 33 027245114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