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간에서 새롭게 인사드려요. 잘 지내셨나요 사우님? 
저는 아직도 좌충우돌 워킹맘 라이프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느날은 '오! 나 좀 괜찮아진 것 같아!'하다가도 바로 그 다음날 '아, 역시 나는 글렀나봐'를 외치며 우울해하기를 반복하는 저입니다.

인터넷 세상은 모두 즐거운 하루를 보낸 것 같고, 대단한 성취를 이루고,  보람찬 것 같은데 저의 매일은 너무도 보잘 것없이 느껴진달까요? 머리로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보고 있는 온라인 세상이 현실 세상의 아주 단편적인 모습이라는걸요. 비교를 멈추기 위해 도파민을 차단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휴대폰 스크린타임 줄이는 걸 목표로 삼은 주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파민에 익숙해진 저는 의지를 조금이라도 놓으면 금방 또 도파민을 찾게되더군요. 정말 '도파민 시대'라도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인 것 같습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손으로 일기를 쓰고, 종이를 넘기며 책을 보려 노력합니다.  얼마전에는 저에게 편지를 보내주시면 손편지로 답장을 보내드리는 이벤트도 마련했어요.
기획의 레퍼런스를 찾다가 '쓰는 명상'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도파민에 반대가 '아날로그 감성'은 아니지만 물성이 있고 촉감이 만져지는 아날로그가 주는 낭만이 도파민에 의한 흥분도를 낮춰주는 건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뉴스레터를 '시즌1'이라 한다면,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이 편지부터는 '시즌2'가 될 것 같습니다. 사우님과 다시 만나뵙게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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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편지
✒︎
✎ <기록하는 수집가의 단짝> 북토크를 했습니다.
✎ 베터 X 문구소녀 기록 챌린지의 마지막, <나만의 단어사전> 제작기
✎ 92통의 손 편지 쓴 이야기

지난 2월의 마지막 일요일(2/25)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첫 북토크 자리를 가졌습니다.

사실 저도 책을 쓰면서 제 원고는 봤지만 다른 작가님의 글은 출간 이후에 처음 읽게 됐는데요. 그래서인지 저 역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의 첫 장을 펼쳤던 기억이 있어요. 아쉽게도 일정이 있으셔서 프렐류드 스튜디오의 정다은 작가님은 못 오셨지만, 다른 작가님들과 처음 뵙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역시,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전염성이 강해 그 좋아하는 마음과 열정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듭니다. 이 책의 공저자이신 작가들은 문구 브랜드 대표님들이 많으신데요. 그에 비해 저는 제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회사원에 불과하지만, 문구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북토크에 오지 못하신 사우님들을 위해

제게 할당되었던 질문과 답변을 레터를 통해사우님들과 공유합니다.



Q. 문구구절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는 브랜드 기획일을 하고 있는데요. 트렌드 수집이나 레퍼런스에 도움을 받으려 뉴스레터 구독을 많이 하게됐어요. 지금도 뉴스레터만 받는 메일 계정이 따로 있을 정도로 뉴스레터를 즐겨봅니다. 일에 관련된 것도 보고, 시사나 경제 주제도 많이 보는데 문구 이야기를 하는 뉴스레터는 없는거에요. 사실 창착하는 쪽보단 소비하는 쪽이 훨씬 쉬우니까, 처음에는 문구 이야기를 하는 뉴스레터는 안나오나하고 기다렸는데, 그렇게 1년, 2년이 훌쩍 가도록 문구 이야기를 하는 뉴스레터가 없더라고요. 인스타그램에서 문구 이야기를 보고, 간혹 출간되는 문구에 관련된 책을 모두 섭렵했는데도 그 헛헛함이 사라지지 않아서 ‘이참에 내가 시작해보자!’하고 시작했습니다. 시작하고보니 ‘자기도 만만치 않은 문구 덕후인데 자기보다 더한 문구 덕후가 있는 줄 몰랐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문구에 대한 이야기를 인스타그램보다 더 긴 호흡으로, 블로그처럼 찾아가야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메일함으로 딱 꽂히는 콘텐츠이다보니까 좋다는 코멘트를 많이 남겨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저 말고도 이렇게 많은 문구 덕후들이 있다는 걸 알게되니 문구 이야기를 하는 게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신나기도 합니다.


Q. 책에서 말하는 ‘작고 무용한 스티커에 담겨있는 크고 유용한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귤 한 박스를 사면, 귤이 보이잖아요? 근데 전 귤에 붙은 작은 스티커부터 보이더라고요.

특히 과일 같은 건 공산품이랑 다르게 상품 표기를 할 데가 마땅치 않잖아요?

그래서 스티커 같은 것들이 많이 붙어 있는데 생산지나 생산 브랜드 같은 정보가 함께 들어가 있어요. 디자인도 되어있고요. 그 작은 스티커에 어떤 ‘궁리’의 과정이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스티커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사실 스티커라는게, 떼어서 버려도 내 생활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아주 작고 무용한 것 같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런 궁리나 또 이 스티커를 구매하거나 가져온 곳에 대한 기억이 함께 들어있다는 점에서 이 스티커가 어떤 기억의 메타포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대단하고 유용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책을 스티커라고 가정한다면, 독자들과 어떤 마음을 이어붙이고 싶은가요?


사실 나의 일상과 인생에 연관된 이야기이다보니, 다른 작가님들과 다르게 엄마로써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왠지 엄마가 되었다는 건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더 현실적이고, 더 효율성을 추구하는 더 멋진 어른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여전히 스티커도 좋아하고, 미니어처 모으는 것도 좋아하고, 그런 왠지 어른과는 먼 것들과 함께하고 있는데요. 점점 나이 먹고, 요구되는 책임감의 깊이가 달라져도 좋아하는 걸 꾸준히 좋아하려면 어떤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독자님들에게 이렇게 엄마가 되도 어쩌면 철딱서니 없게 애랑 스티커 가지고 티격태격하는 엄마도 있다, 내가 엄마가 되어도 문구 좋아하고 스티커 좋아하는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나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좋아하는 걸 좀 더 용기내서 좋아하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가장 애정하는 스티커는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책에도 살짝 이야기한 것 같기도 한데, 제가 대학생일 때 학과 행사에서 쓰고 남은 스티커에요. 저희 과가 그때 10주년을 맞이해서 홈커밍 행사를 했었는데 그 때 제작했던 스티커입니다.

제가 제작한 것도 아니고, 저는 사실 1학년인가 2학년이어서 그렇게 관여도가 높았던 행사는 아닌데요. 왜인지 이 스티커가 버려지는 게 아까워서 한 움쿰 가져왔었어요.

이게 저가 아트지로 만들어져서 어디에 한번 붙이면 자국이 크게 남는 스티커이거든요? 그래서 이제 쓸 데는 전혀 없지만, 더이상 똑같이 만들 일이 없는 스티커라고 생각하니 자꾸 애정의 마음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사실 모든 스티커는 분명 쓰려고 마음먹고 사긴하는데 파일에 모아두고 막상 쓰려면 아까워서 잘 쓰지도 못해요. 그럴 걸 대비해서 같은 디자인을 2개, 3개씩 사곤 하는데 그렇게 해도 아까워서 못 쓰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스티커를 쓰는 용기를 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Q. 가장 좋아하는 국내 또는 해외 문구점을 소개해주신다면?


일본 도쿄의 문구점이라면, 홍보라면 홍보인데, 제가 독립출판한 <일본 도쿄 문방구 여행>을 추천드리고요ㅎㅎ 한 곳만 꼽을 수도 없고 어쩌면 여러분들마다 생각나는 곳이 다를 것 같은데요. 바로 여러분 주변의 '동네 문방구'입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문구를 살 때 학교에서 다 나눠주기도 하고, 쿠팡이나 다이소 같은 곳에서 구매한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데요. 저 어렸을 때만해도 학교 앞에 있는 동네 문방구에 가서 새학기에 쓸 문구들을 부모님과 구입하던 게 당연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요즘은 참 편리하게 자고 일어나면 문 앞에 필요한 문구가 도착해있는데 여기서 우리가 잊은건 내가 한 학기 동안 쓸 도구를 고르고, 내 취향에 대해 탐구해나가는 경험이 사라졌다는 거예요. 

아직 어리더라도 취향을 발견하고, 내가 쓸 도구만큼은 내가 고르고 함께 간 부모님과 생각이 다르다면 설득하고 조율하는 과정 또한 경험하면서 어떤 작은 책임감들을 쌓을 수 있는데, 그런 것 없이 도구가 문 앞에 놓여져있으니 그 과정이 사라지는거죠.

여기 오신 분들도 문구를 좋아하시니까 이렇게 시간내서 참여해주셨을텐데, 여러분이 문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다 문방구에서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건 주변에서 동네 문방구를 찾아보세요. 오래된 문방구를 찾으신다면 저를 태그해서 알려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기록 앱 <베터>와 함께 2번의 기록 챌린지 모임의 리더로 활동했습니다.
베터 모임은 1회차 약 100일과 2회차 약 50일정도로 진행되었고 각 모임별로 오프라인 모임이 1회 포함되어 있습니다. 1회차에는 오프라인 모임을 진행했으나 복작복작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나만의 단어사전 만들기'에 참여하시고, 끝까지 기록을 완주할 수 있도록 2회차에는 실물 책을 만들어 드리는 것을 제안했었습니다.
23년 12월 드디어 기록 챌린지가 끝나고, 3월이 되어서야 멤버 분들에게 나만의 단어사전을 만들어 전달했습니다.

기록을 마무리하면 베터 앱에 기록이 남긴하여도 사실 내 손에 잡히지 않으면 의식하여 열어보지 않으면 우연히 열어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기록을 물성이 있는 책으로 만들어 드리겠다고 제안드렸습니다. 제작 실비는 베터에서 제공해주시고 기획 및 디자인, 제작은 제가 하겠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렸으나… 100페이지짜리 각기 다른 7권을 만드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1권씩 인쇄를 맡겨 제작하고 제가 원하는대로 ‘사전’처럼 만들려면 권당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가는데 제가 원하는대로 만들기는 또 어렵고, 하여 제본 방식을 스크류 바인딩으로 바꿔 이색적인 느낌을 더하고 사전에 있는 반달색인을 넣기 위해 한 장 한 장 가공하는 수작업을 거쳐 완성했습니다.

진정한 완성은 멤버분들에게 달렸습니다. 내지 맨 앞장, ______ 의 단어사전 이라고 빈칸을 남겨두었습니다. 거기에 자신의 글씨체로 자신의 이름을 적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나만의 단어사전> 입니다. 
문구 이야기도 아닌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지 의아하신 분들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구구절절을 덧붙이자면, 저는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며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두 다루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한 기획의 비하인드나 제작물의 제작 스토리에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혹여 저와 같은 분들이 이런 방식의 제작도 있다~는 걸 아시고 도움이 되실까하여 구구절절 덧붙였네요.🙌
명색이 마케터인데 네이밍? 카피?를 이렇게 지었...  하는 게 중요하니 일단 해보겠습니다. 이 코너에서는 한 주 동안 제가 산 문구나 국내/외의 문구 전시, 문구 브랜드, 문구 제품 소식 등을 실어보겠습니다.
MD노트로 유명한 미도리에서 새롭게 MD 노트를 출시하며 한국의 유명 문구브랜드들과 협업을 했더라고요. 이번 협업, 전시가 더욱 기대되는 건 서울뿐만 아니라 대전과 대구까지 전국에 걸쳐 열린다는 사실과 각 문구점의 아이덴티티를 살려 같은 MD노트 전시인데도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입니다. 또 각각의 공간에서만 선보이는 한정판 제품들도 있어 문구인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합니다.❤️‍🔥

✏︎ 프렐류드 스튜디오(대전) | 4/17 ~ 6/9
✏︎ 베스트펜(서울) | 4/15 ~ 4/29
✏︎ 포인트오브뷰(서울) | 4/20 ~ 4/28
✏︎ 지헤이(대구) 5/9 ~ 5/23
필기구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분들도 Lamy라는 독일의 필기구 브랜드를 아실텐데요. 스타필드 같은 대형 쇼핑몰에 가도 매장이 있고, 처음 만년필을 고를 때에 Lamy의 사파리를 선택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Lamy는 1930년에 설립되어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요. 지난 24년 2월 일본의 미쓰비시연필이 Lamy의 전주식을 취득하여 자회사화하였다는 소식입니다. 이제 일본의 문구 브랜드가 되었네요.
약 한 달 동안 손편지 92통을 썼습니다. 낮에는 회사에서 학생들의 고민에 답장을 썼고, 밤이 되면 침대 옆 책상에서 게릴라 우체통에 보내주신 편지에 답장을 썼습니다.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보낸다는 목적이 같았지만, 그것 외에도 이 두가지 일이 묘하게 이어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민을 한 글자 한 글자 읽다보니 그들의 고통에 제가 투사가 되어 무기력해질 때도 있었지만, 조용히 편지를 쓰면서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이 행위가 마치 어떤 종교의 ‘수행’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저마다의 고민을 보냈지만, 그 고민을 모두 보고 있는 저로써는 그 고민이 어쩐지 비슷하다는 걸 깨닫고 놀랐습니다. 특히나 대한민국과 같이 나이별로 비슷한 목표와 좁은 생활반경 등이 특징인 나라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주변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다들 혼자만의 고민에 갇혀 외로워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저역시도 평소에 하는 고민들이 저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또래라면 또는 제가 처한 사회적 위치에 다달으면 자연스럽게 하는 고민이겠죠?
그래서 이렇게 글을 남기고 기록하고 싶어졌습니다.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는 모두 외로우니 옆 사람의 외로움을 발견해주는 것만으로 큰 위로를 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모두 얼굴도 모르는 92분이지만(그 후 얼굴을 뵌 분들도 있고 이미 얼굴을 뵌 분이 보내시기도 했지만) 어쩐지 이번 편지를 통해 ‘누군가들’과 연이 이어진 느낌입니다. 필적을 통해 이어진 인연이라니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며 쌓은 인연과는 또다른 느낌의 인연이네요. 모두들, 이번주는 덜 외롭고 더 행복하시길☘️
문구소녀의 구구절절한 문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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