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노트 1.1.0 (name idea by Dintei)
- 콘텐츠에서 발견한 게임화 사례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첫 번째 스페셜 레터로 인사드려요. 평소보다 좀 더 쉽게 게이미피케이션을 접하도록, 콘텐츠를 들여다보려고 하는데요.

올림픽 여자 배구의 여운을 더 즐기고픈 분들을 위해, 특별히 배구 만화를 소개할게요! 이 만화는 올해 완결이 나면서 만화 애호가들 사이에 호평이 자자하거니와, 만화를 안 보던 분도 실감나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김연경 선수가 "배구 좀 아는 사람이 만들었네"라며 칭찬한 만화거든요. 바로 <하이큐!!>입니다. 

유튜브 채널 '식빵언니'에서의 <하이큐!!> 감상평
겜피레터의 관점으로 봤을 때에도, 팀 안에서의 성장 방식이 마치 게임의 레벨업처럼 이뤄진다는 점에서 감탄이 나왔던 작품입니다.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팀의 일원으로 성장
<하이큐!!>의 작가 후루다테 하루이치는 고등학교 배구 선수 출신입니다. 작품의 배경도 고등학교 배구팀의 토너먼트와 리그전이니 만큼, 디테일이 살아서 꿈틀거려요 (p≧w≦q)

예를 들어, 날아오는 공의 속도가 빠른 나머지 손으로 터치하지 못하고 이마로 받아버리는 장면 같은 것들이요. 김연경 선수도 배구공에 눈코입 다 맞아봤다고 했을 정도로 흔한 일이라네요. 올림픽 즐기듯 만화를 볼 수 있는 이유죠.

넷플릭스에서도 즐길 수 있고요

그래도 여기까지만 들었다면 스포츠 만화를 보지 않던 제가 <하이큐!!>에 영업 당하진 않았을 거예요. <하이큐!!> 전권을 결제하게 만든 계기는 이 코멘트습니다. 축약해서 전달 드려볼게요.

<하이큐!!> 마지막 권을 보면,
지금껏 등장한 모든 캐릭터의
비하인드가 나와요.

캐릭터를 향한 작가의 애정과
이 기획이 통과될 만한 작가의 인지도를
동시에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이큐!!> 소설판을 번역한 양혜석 작가의 코멘트입니다. 

후루다테 작가는 이야기가 끝나도 "이 캐릭터는 어떻게 된 거지?"라는 의문이 남지 않도록 엔딩을 짰습니다. 상투적으로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말하긴 쉽지만 수십명의 캐릭터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엔딩은 구현하기 쉽지 않습니다. 한 명의 이야기로 풀어냈을 때 훨씬 깔끔하고 독자가 몰입하기 쉬우니까요.

그럼에도 작가는 더 번거롭고 위험한 연출을 선택했습니다. 이 대목이 의미있는 건, <하이큐!!>의 메인 테마가 팀워크이기 때문입니다. 각 선수가 얼마나 뛰어난가가 아니라, 팀 안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서로를 이끄느냐가 핵심입니다.

팀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성장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수십개의 궤적을 따라가죠. 팀 매니징과 인재 개발에 관심이 많은 님에게 <하이큐!!>를 추천드리는 이유예요 (((o(*゚▽゚*)o)))

여기까지만 보고 흥미가 생겼다면 그만 읽으셔도 좋아요. 이어질 예시는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거든요. 그래도 궁금하다면 아래로 스크롤해주세요. 워낙 좋은 이야기라, 읽기 경험이 스포일되진 않을 거예요. 
이끌든지, 따르든지, 띄우든지
<하이큐!!>의 투톱 주인공 중 하나인 카게야마는 독주하는 천재입니다. 경기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과 안정적인 패스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죠. 치명적인 단점 하나만 빼고요.

같은 팀원의 능력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카게야마의 포지션은 공격수에게 공을 전달하는 '세터'인데요. 공격의 효율성만 고려한 나머지 패스 위치가 너무 높아, 스파이커(공격수)는 점프하다가 종아리에 쥐가 날 지경입니다. 그거 무지 아픈데요. 

*세터: 배구에서 가장 공을 많이 만지는 포지션. 판을 읽고 공격 전략을 짭니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카게야마

카게야마의 이러한 단점을 꼬집는 별명이 '코트 위의 제왕'입니다. 실력이 뛰어나지만 혼자서 군림하려 든다는 힐난이 섞여 있죠. 배구가 팀워크임을 감안하면 치욕스럽기까지 해요.

이 단점은 결국 큰 사건으로 번집니다. 중학생 카게야마는 평소처럼 빠른 템포로 패스를 던집니다. 그런데 이에 불만을 품은 같은 팀 선수들이 한 발짝도 떼지 않습니다. 패스를 받지 않겠다는 무언의 선언이죠. 

분위기가 싸늘해집니다. 공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실점으로 이어져요. 상대 팀과 관객은 수군거리기 시작하고요.

카게야마는 이 경험을 트라우마로 안고 고등학교에 진학합니다. 자신의 경기 스타일 전체에 회의를 품고, 세터로서 마음가짐을 고칩니다.

"스파이커가 치기 쉬운 공이 최고의 공이다"

같은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제왕이라는 타이틀을 떼어내기 위해 팀원을 배려합니다. 스파이커가 눈을 감고 때려도 정확히 맞을 정도로 안정적인 토스를 구사하죠 o(*°▽°*)o

그렇게 카게야마는 점점 팀에 융화되어갑니다. 혼자만 잘 한다고 이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덕분입니다. 든든한 서포터가 되었죠. 그런데요, 과연 이게 아름다운 마무리일까요? 

배려라는 이름으로 맞춰주기만 한 결과물은 어떤 모양일까요? 카게야마는 "얌전한 아이같아"라는 피드백을 듣게 되요. 누구도 힘들이지 않고 플레이하도록 패스하는 건 베스트가 아니라는 거죠.

카게야마는 한 번 더 성장합니다. 이제 적당히 맞춰주는 대신, 팀원의 한계를 끌어올려요.

세터라면 스파이커에게서 최선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스파이커 개개인의 평소 실력과 그날의 컨디션을 감안해 어디까지 해내는지 가늠해야 하죠. 그리고 그 수준보다 약간 더 높게, 스파이커가 전력을 다했을 때 다다를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야 합니다.

위 단락에서 세터를 팀장으로 바꾸고, 스파이커를 팀원으로 바꾸면 그대로 조직 문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혹은 세터를 팀원으로, 스파이커를 동료로 바꿀 수도 있을 겁니다.

카게야마는 이끌기만 하던 독재자에서, 맞춰주는 팔로워로 변했고, 다시 띄워주는 페이스 메이커로 성장했습니다.

치명적인 카게야마

저에겐 페이스 메이커라는 역할이 게임 시스템처럼 보입니다. 

어려운 미션이지만, 노력하면 충분히 해낼 수준의 과업을 주는 게임이요. 힘든 미션과 성취의 재미를 동시에 주는 게 있다면 그게 뭐든 게임의 DNA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카게야마와 <하이큐!!>는 팀 안에서 성장하는 재미를 보여줍니다. 

네이버 시리즈, 레진코믹스로 달려가요!

이번 레터 반응이 좋다면 <하이큐!!>의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얘기해볼게요. 테마는, 마지막 순간에 달아나던 사람입니다. 만화에선 '근성 없던 녀석의 싸움' 에피소드로 소개되었던 캐릭터 야마구치예요.

궁금하다면 답장을 남겨주세요. "구독자입니다 (/≧▽≦)/" 라는 멘트와 함께요. 
이번 주 내내 답장을 기다리고 있을,
진성훈 드림

발행인 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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