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쪘다는 말을 들을까 무서워 명절 전에 벼락치기로 운동을 하던 시기가 있다. 이제는 나에게 다가오는 어떤 말이든 툭, 하고 쳐낸다. ‘그러세요 그럼’이라는 자세로 상대방의 말이 나에게 닿지 않도록. 대신 서로 즐겁게 나눌 수 있는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 어린 시절, 외가에 가면 애들은 항상 '작은 밥상'에서 따로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작은상에 어린이만 있는 건 아니었어요. 성인인 사촌 언니도 저희와 함께 밥을 먹었거든요. 어릴 땐 그게 성차별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어요. 정말로 저희는 집안의 막내들이었고, 어른은 어른상, 아이는 작은상이라는 구분이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제가 고등학생쯤 되었을 땐, 집안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바뀌면서 명절 식사는 외식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상을 차리는 일도 사라졌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집에서 밥을 먹는 명절이 이어졌다면 지금도 전 '작은 상'에서 밥을 먹고 있었을 것 같아 씁쓸합니다.
사실, 저희 집 명절문화는 무척 빨리 바뀐 편이예요. 명절에 외식을 한지도 20년이 넘었으니까요. 덕분에 친구들은 명절 스트레스 없는 부러워 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우리집은 성평등 한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네'라고 답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평균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역시 아직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사실은 상상이 되지 않는것 같기도 해요. 완전히 성평등한 세상을 본 적은 없어서요.
언젠가 명절에 남자는 남자일을 하고, 여자는 여자일을 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예전엔 여자들이 따로 밥을 먹었대' 같은 이야기가 괴담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모두 즐거운 명절 되세요!
☕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언론은 ‘차례지내는 풍경’을 여전히 명절의 정상적인 모습처럼 반복적으로 보여줘요. 뉴스에서는 차례상 물가를 전해주고 명절 특집 기사에는 차례를 준비하는 가족의 모습이 관성적으로 등장하고요. 이번 설에는 두쫀쿠를 차례상에 올리거나 AI 영정사진을 차례상에 활용한다는 내용도 ‘변화한 차례문화’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지금 현실을 반영하고 있나요? 또 옳은가요? 차례문화는 오랫동안 가부장적 위계질서와 성별분업으로 만들어졌고 그 과정에서 여성의 노동과 희생이 당연한 것으로 전제돼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게 보편적인 풍경도 아니에요. 찾아보니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 집이 63%나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맥락이 삭제된 채 차례가 여전히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풍경처럼 전시되는 것은 너무 불편합니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 명절, 정상가족 바깥에서 맺은 관계의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 휴식과 재충전에 집중하는 연휴 등 다양한 명절의 모습이 이미 존재해요. 언론이 이런 대안적 명절문화를 더 많이 소개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플랫이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