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GDP 대비 R&D투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올해 6월 이스라엘은 디지털기술 R&D 투자 축소를 발표했고, 그에 따른 격렬한 반대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한국 역시 2024년에 R&D투자 비율의 대폭 축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실정이다. 학계에서 여러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정부의 축소 의지는 확실해 보인다.
이스라엘과 한국의 눈부신 발전의 이면에는 R&D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국가의 미래 발전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투자의 축소는 매우 우려된다.
과학계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필자 같은 인문학 연구자에게는 더 절망적으로 보인다. 국내 R&D 투자에서 인문사회에 대한 비중은 지난 20여 년간 계속 줄어들어 2022년에는 전체 29조 7,770억원에서 1.2%에 해당하는 3,629억원이었다. 전체 R&D가 10%이상 증가하고 있는 중에도 인문학은 1%대에서도 줄고 줄어 수많은 인문사회 연구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고 후학양성에도 큰 지장이 있는 상황이다.
물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강대국에서도 R&D투자에 대한 지표는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인문사회에 대한 투자비율이 우리 만큼 절망적이지는 않다. 이들 국가에서는 인문학에 대한 투자의 역사가 100여 년이 넘는다. R&D투자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스라엘도 한국도 짧은 기간 R&D투자에 힘썼기 때문에 오늘날 세계적 명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강대국의 인문학 투자는 긴 시간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 미국은 1965년 국립예술·인문재단법을 제정하여 인문학 투자를 지속해왔다. 법령이 세분화되고 구체적이며, 강제력이 있다.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에 관한 법률만이 있고, 이에 대한 시행력이 없는 한국과는 비교된다. 영국은 UKRI를 조직하여 연구개발 축소에 따른 기관 통폐합 과정에서도 인문학기구인 브리티쉬 아카데미(The British Academy)만은 그대로 유지하였다. 프랑스와 독일의 인문학 보호에는 더 큰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해 전체 연구개발비용에서 인문사회에 대한 투자를 프랑스는 11%, 독일은 12%를 차지하고 있다. 1%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과는 사뭇 비교된다.
현재 세계는 전쟁과 환경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강대국이라고 해도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수치들로 인해 움츠리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연구개발은 당장 눈앞에 이익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와 의지로 이뤄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투자를 포기한다면, 눈부신 발전으로 세계의 부러움을 한눈에 받았던 이스라엘의 성장도 한국의 기적도 역사 속 전설로만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