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를 잇는 코다코리아의 열여섯 번째 뉴스레터

고요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를 잇는 코다코리아의 열여섯 번째 뉴스레터 

2025.06.27 금요일


안녕하세요? 고요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를 잇는 코다코리아입니다. 


오늘은 지난 6월 4일 방송된 [YTN 다큐S프라임] 수어 마음을 잇다 방송 소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한국어와 동등한 지위를 지닌 한국수어가 더 이상 배려의 수단이 아닌, 장애인의 권리로 수어 사용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수어와 이들을 모국어로 하는 농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반가운 얼굴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요. 코다코리아의 운영위원이자 회원인 진보겸, 한수혁, 조미혜 코다가 등장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요. 2022년에 농교육의 변화를 꿈꾸는 네트워크 아,파에서 사회를 보기도 했던 김완수 농통역사가 전체 통역으로 함께 합니다. 코다 이한나 회원도 수어 및 음성 통역을 맡았다고 해요. 연대 단체인 수어민들레의 대표이자 언어학 박사인 변강석 교수님도 출연합니다. 촬영팀에서는 농사회가 이렇게 좁냐며 서로가 서로를 다 알고 있는 모습이 놀랍다는 후기를 전해주셨다고 해요. 아래 썸네일을 클릭하면 시청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한 코다 모임 😎


5월에는 정기모임이 열렸습니다. 오랜만의 모임이라 어떤 분들이 오실지 궁금했는데요.

오프라인 모임에 꼭 참여하고 싶어 울산에서 올라 오신 분도 계셨고, 영화를 만드는 분도 계셨고, 영상 편집을 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농인 부모, 가족 내에서의 행정, 새로 만든 가족(남편, 아내, 파트너 등)과의 수어 사용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정기모임] 2025년 7월 코다 모임 안내 ✨


7월에 예정되었던 온라인 모임이 참가자들의 요구에 따라 7월 12일(토) 오프라인 모임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코다 모임은 코다만의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코다만 참가할 수 있습니다.

참가 신청 접수 후, 안내 메일을 보내드립니다. 


📌 일시 : 2025년 7월 12일(토) 14시-16시
📌 장소 : 서울 1,2호선 시청역 8번 출구 40m 가배도 시청점
📌 대상 : 성인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 신청 : 상단 QR코드 혹은 링크 bit.ly/codameet
📌 문의 : 코다코리아 사무국 info@codakorea.com
📌 기타 : 음료 제공 / 음성언어 사용

여섯 번째 코다시선, 아버지 같은 아이 

코다의 시각과 목소리를 담은 여섯 번째 #코다시선 은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한수혁 운영위원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없었던 아이이자 코다로서 자라왔던 공백이 지금의 그에게 어떤 기억이 되었는지 읽어보세요. 


아버지 같은 아이

- 한수혁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 사회복지사, 코다코리아 운영위원)

 

나는 아버지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주 어릴 적을 제외하면 아버지와 물리적으로 혹은 정서적으로 무언가를 함께 해본 적이 없다. 웃으며 함께 공을 찼다거나, 어깨 위에 나를 태워주었다거나, 낚시를 함께 갔다거나 하는 식의 기억은 없다. 그 자리는 공백이었다. 그러나 그 공백은 너무도 오래 내 옆에 있었기에, 그것이 없는 줄도 모르고 자랐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느 날, 사기로 인한 큰 사건 이후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때부터 우리 가족은 ‘한 가족’이 아닌, 둘로 나뉜 조각이 되었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남았고, 그때부터 어른이 되어야 했다. 

 

나는 코다, 농인 부모 사이에서 자란 청인 자녀다. 아버지가 떠난 그 자리를 대신해, 나는 일찍 ‘아버지 같은’ 아이가 되었다. 병원 예약을 하고, 집으로 온 우편물을 해석하고, 전화기 너머로 어머니의 목소리를 대신 말했다.
“우리 엄마는 듣지 못하세요.”
“이건 무슨 서류인가요?”


그 시절의 나는 아주 작고 조용했다. 말보다는 손을 썼고, 설명하기보다는 파악하는 데 익숙했다. 이 때문일까. 사춘기라는 단어는 내 삶에 없었다. 감정보다 역할이 먼저였고, 질문보다 대처가 먼저였다. 나는 아버지 없이 자랐고, 그래서 가정에서의 남성의 역할 같은 건 배운 적이 없다. 화를 낼 때 어떻게 내는 건지, 책임감은 어떻게 지는 건지, 한 가정을 지킨다는 것이 어떤 건지, 나는 배운 적이 없다. 나는 그저, 지켜보았다. 가끔은 텅 빈 공간을.


복지관에서 일하면서, 나는 아이들을 자주 본다. 종종 아버지의 손을 잡고 오는 아이도 있다. 강당에서 함께 공을 차고, 프로그램이 끝난 뒤 함께 간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나는… 저런 적이 없었구나.’
‘저런 게 가능한 장면이었구나.’

 

처음엔 부러웠고 나중엔 아팠다. 그리고 지금은 조용히 받아들인다. 나는 아버지가 없었다. 그건 지워지지 않는 사실이다. 내가 받은 사랑이 적었기에, 나는 사랑을 더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아버지라는 한 사람이 비운 그 자리를 나는 어떻게든 다른 것들로 메우며 살아왔다. 이제는 그 빈자리를 품은 채로 누군가의 곁에 조용히 있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나는 항상 옆에 있을게”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아버지란 단지 가족 구성원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안정감을 주는 이다. 말하지 않아도, 묵묵히 곁에 있는 것으로 충분한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을 가지지 못했기에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의 삶에 조용히, 깊이, 오래 남는 사람.


아버지 없이 자란 나는 부재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무게는 지금 내 마음의 모양을 만들었다. 아버지가 남기고 간 것은 목소리도, 추억도 아니었다. 비어 있는 자리와 말하지 못한 말들. 나는 그 빈자리를 오래 바라보며 자랐고, 그 자리가 결국 나라는 사람의 일부가 되었음을 이제는 받아들인다. 덕분에 나는 말 없는 슬픔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 손 내밀지 않아도, 먼저 옆에 앉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사랑이란 말로만 전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때로는 함께 있어주는 조용한 시간이 가장 깊은 위로가 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곁에 머문다, 나처럼 말없이 자라난 누군가의 곁에. 그 아이가 자랄 때, ‘공백’이 아닌 ‘기억’을 품을 수 있도록. 아버지가 없었던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 늘 곁에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2분기 운영위원회의 개최 및 송정섭 운영위원의 가까이공동체에 방문했습니다


2025년 6월 1일 2분기 운영위원회의를 가졌습니다. 올해 코다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 재밌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요. 조만간 소식 전해드릴게요! 


또한 회의 전에 송정섭 운영위원이 섬기는 농인과 코다를 위한 기도공동체인 가까이공동체에 연대 방문하기도 했는데요. 가까이공동체를 설립하고 섬기는 이야기는 다음 #코다시선 에서 소개할 예정입니다. 

COM-US에서 코다코리아에 상금을 기부해주셨어요!


어린이 코다와 농인 부모의 정서적 연결을 위한 대화 서비스 COM-US를 제작한 대학생 팀이 활동을 마무리하며 모아두었던 상금을 코다코리아에 기부해주셨습니다. 

후원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지 여쭤보셔서 기쁘게 제작했는데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코다코리아의 다양한 활동과 자료가 큰 참고가 되었다고 말씀해주셔서 무척 기뻤습니다. 활동을 통해 이어진 인연이 이렇게 다시 저희에게로 돌아오는 걸 마주하니 벅차오르기도 했습니다. 

코다코리아는 앞으로도 코다를 비롯한 농인, 수어사용자 커뮤니티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후원 문의는 언제든 사무국으로 부탁드립니다. 💪

코다코리아는 법제정연구 중!


올해 코다코리아는 브라이언임팩트에서 지원하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정 연구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 진행했던 코다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코다가 정체성 확립을 할 수 있으려면 법제도를 어떻게 제정하고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인데요. 


지난 4월부터 연구를 시작하여 기존 문헌 및 연구 분석을 진행하고, 해외 사례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 및 관계자 자문을 받고 있습니다. 코다코리아 대표 이길보라, 황지성 장애학/여성학 연구자, 최현정 변호사, 정제형 변호사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연구가 될 것 같은데요. 올해 하반기에 연구보고서를 정리하고 발표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입니다. 소식 기다려주세요!  

운영위원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


코다코리아에는 코다 정체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일하는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중 운영위원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코다 사업을 계속해서 해오고 있는 삼성소리샘복지관에서는 2025년 코다코리아 구성원들이 코다에 대한 연속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총 4회차의 강의 중에서 김주민 운영위원이 첫 출발을 맡았습니다. 코다를 키우는 부모에게 코다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을 경유하여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읽어보세요! 

지난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광주광역시에서 개최된 〈2025세계인권도시포럼〉에서 황지성 운영위원이 “우생학과 강제 불임: 장애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국가폭력”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024년 장애인 등에게 강제불임수술을 행한 역사적 국가 폭력에 대해 위헌이며 피해자에게 국가가 배상해야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본 세션은 일본과 한국의 우생학 및 관련 국가폭력의 역사를 비교하고, 피해자 보상 등을 위한 한국 사회의 향후 과제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되었습니다.

리츠메이칸 대학 도시미츠 케이코 연구원은 우생보호법을 중심으로 일본 우생학의 역사와 최근 강제불임수술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 운동에 대해 발표했고, 이어 코다코리아 운영위원이자 장애학 연구자인 황지성은 한국의 강제불임수술 피해 현황과 피해 규명을 위한 향후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포럼에는 100여 명이 넘는 많은 청중이 참석해서 한일 사회의 국가폭력의 역사에 함께 분노하고, 장애정의 및 재생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한일 시민사회 공동의 과제와 연대 방안 등을 토론했습니다.

일본 우생보호법의 피해자 중 상당수가 코다의 부모인 농인입니다. 또한 한국에서도 우생사상을 기반으로 한 국가폭력이 자행되었고 지금도 자행되고 있습니다. 코다코리아는 농인의 가족으로서 농인과 코다, 수어사용자커뮤니티의 역사를 다시 쓰는 일에 함께 하겠습니다. 
오랜만에 발송하는 코다레터라 전해드릴 소식이 무척 많았는데요. 다음 뉴스레터는 한여름에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코다 연구를 진행하며 흥미로운 자료들을 발견해서 기쁘게 소개할 계획입니다.

코다코리아의 활동은 웹사이트 및 SNS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안전하고 안온한 여름 보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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