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울 땐 서점에 갑시다. 광주에 있는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로 갑시다. 옹기종기 모여 전기와 바람을 공유합시다.┗(^o^ )┓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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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펠 저택의 여인』 편집자가 읽은 『여성 쓰기』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여성 서사’라는 문구를 보고 집어 든 책이 다소 실망스러웠던 경험은 제법 흔할 것이다. 이는 그 속에서 묘사되는 여성의 모습 때문일 때도 있고, 서사가 전개되는 방식 때문일 때도 있다. 여태껏 이런 비판들을 마주칠 때마다 나는 남성의 이야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여성의 이야기가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그렇게만 생각하고 이야기해왔다. 『여성 쓰기』는 두루뭉술하게 부유하던 이 생각을 잡아채 초점을 맞추고 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셀 수 없는 제약과 난관을 딛고 비범한 삶을 살아내는 것에 성공한 여성에 대한 글, 또는 그런 여성이 직접 쓴 글에서조차 그 삶 고유의 특별함은 고스란히 드러나지 못하고 ‘여성에게 허락된 삶’이라는 사회적 강요를 용매로 묽게 희석되어왔다. 이렇게 깎여나간 이야기가 또다시 그것을 읽은 여성의 삶 속으로 들어가 비슷하게 재생산되는 굴레를 끊을 새로운 여성의 서사는 무엇일까. 이 책은 여성의 이야기가 어떻게 하면 남성의 이야기로부터 독립하여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홀로 설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앤 브론테는 온화하고 순하고 조용한 여성으로, 수많은 다른 여성들처럼 희석되어왔으나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을 통해 본 그는 “사회가 강제하는 각본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서사를 만드는 첫걸음을 성큼 내딛는 대담한 작가였다. 『여성 쓰기』는 이처럼 텍스트 뒤에 가려져버린 여성의 진짜 모습을 비추는 조명을 독자의 손에 쥐여준다. 이 조명 아래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새로이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여성 쓰기』 편집자가 읽은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

영락없이 ‘킬조이’(killjoy)다. 이 책의 중심 화자인 헬렌의 성격을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하면 (사라 아메드가 말한) ‘페미니스트 킬조이’라 말해야겠다. 헬렌은 남자들의 허허실실한 농담에 억지로 웃어주지 않으며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 조용히 할 말을 삼키는 성격이 아니다. 빅토리아 시대에 여성에게 부과되어온 덕목, 즉 반드시 결혼할 것, 가정적일 것, 신실할 것 등에 충실하면서도 남편 아서 헌팅턴을 구심점 삼아 모이는 남자들의 ‘해로운 남성성’과 ‘호모 소셜’(homo social)을 따박따박 비판하는 헬렌의 모습은 소설의 시대적 배경과 상관없이 ‘신식’처럼 느껴진다. 이 소설에는 여성 인물이 남성의 수만큼 등장하며, 대화와 사건을 이끌어가고, 각기 다른 뚜렷한 성격을 부여받아 살아 움직인다. 672쪽에 걸쳐서 나는 보았다, 텍스트를 통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여자들을. 앤 브론테이기도 하고 헬렌이기도 한 여자들을. 그로부터 횡으로 뻗어나와 지금에 이른 수많은 여성 작가와 독자들을.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과 『여성 쓰기』의 분량이 약 400쪽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나는 이 크로스 리뷰가 불공정 거래(?)라고  툴툴댔다. 그치만 『여성 쓰기』를 편집하고 나서 ‘본격 페미니즘 소설’ 『와이드펠 저택의 여인』을 읽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연인이 남편이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조장”하고 “그 환상의 덕을 보는 것은 가부장제다”라는 캐럴린 G. 하일브런의 말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독자가 두 책의 교차점을 지나는 행운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충장로22번길 8-12 1층. 사진 제공: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마티가 이서점에 갑니다


광주의 서점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인스타그램 | 네이버)에서 ‘출판사 기획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6-7월에는 봄날의책이, 8-9월에는 마티가 초대를 받았습니다.

서점 이름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에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처럼 누군가의 일상에 새로운 파동을 일으키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서점이면서 다양한 공연과 소모임이 열리는 공간이기도 하니, 서점이면서 서점이 아닌, 정확히는 서점이면서 이것저것 다 하는 곳입니다.

‘출판사 기획전’에 초대를 받았으니 저희도 각주*에 이서점을 초대합니다. 편집자로서 궁금한 몇 가지를 물었습니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것과 서점 공간을 채울 책을 고르는 것은 서점인에게 같지만 다른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점은 운영자의 공간이자 독자들이 수시로 틈입하는 공간이니까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서점에 진열할 책을 고르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서점은 운영자가 읽는 책과 파는 책의 구분이 전혀 되지 않는 서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직 판매만을 위한 책, 서점지기들이 진심으로 애정하지 않는 책은 단 한 권도 없거든요.


저희 서점의 입고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서점지기 둘 중 한 명이라도 읽어본 책 ② 그중에서도 웃기거나 슬프거나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 책 ③ 그중에서도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책


이 기준을 언제까지 지켜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서점 문을 닫는 그날까지 서가에 자리하고 있는 모든 책에 대해 할 말 많은 운영자이고 싶습니다.


제가 작년 8월에 방문했을 때는 서점 공간이 더 작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보는데 공간이 두 배쯤 넓어진 것 같더라고요. 확장에 담긴 기대와 포부를 들려주세요.

우선 더 많은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기획 도서전과 책의 물성을 다각도로 경험할 수 있는 신선한 배치들을 가감 없이 시도해보려 해요.


또한 기획 행사의 범위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좁은 공간에서는 진행하기 어려웠던 움직임 워크숍이나 밴드셋 공연 등 머릿속에만 있던 기획을 현실로 불러오는 일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나갈 예정입니다.


전보다는 더 서점 같으면서 동시에 더 전혀 서점답지 않은 일들을 만들어나가는 이서점이 되길 바랍니다!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서가 전경. 사진 제공: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최근 10년 사이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책을 경유하는 다채로운 활동을 겸하는 출판사와 서점이 크게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서점 또한 ‘초소형 문화기획사’라는 프로필 아래 공연, 토크, 전시 등 다채로운 활동을 기획하고 계신데요, 다른 무엇도 아닌 ‘서점’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기획을 하시는 이유와 그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서점은 두 명의 서점지기가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명은 책을 마구 읽어대는 다독가이고요. 한 명은 책을 마구 사대는 수집가입니다. 다독가는 로또에 당첨이 되면 도서관을 운영하고 싶었고요. 수집가는 만화방 사장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직 로또에 당첨되지 않은 저희에게 주어진 옵션이 바로 서점이었는데요. 서점이 아니라는 이름을 내걸면 ‘일상과 비일상, 정상과 비정상을 넘나드는 문화예술 기획자’로서의 정체성도 마음껏 펼쳐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서점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친숙하고 편안한 공간이죠. 저희는 서점의 이러한 장점을 이용하여 이상하고 수상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소매넣기하고 있습니다. 운영자들의 관심사에 따라 매번 기획하는 행사의 장르와 성격이 달라지고, 쉬운 걸 쉽게 하기보다 쉬운 걸 어렵게 만드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곳. 이서점은 아마 ‘서점’이라는 말이 없었더라면 아무도 찾아와주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아찔하네요…


‘재미와 정의’는 이서점의 추구하는 바인데요, 출판인으로서 서점인이 생각하는 ‘재미’란 무엇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서점이 정의하는 ‘재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2025년 7월 시점에서 ‘재미와 정의’를 잡은 책을 한 권(여러 권도 가능!) 소개해주세요.

가장 고민스러운 질문이었는데요. 이서점에게 ‘재미’란 ‘허물어지는 감각’인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쩐지 재미를 느꼈던 모든 순간에 내 안의 무언가가 허물어졌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아요.


나아가 ‘이서점은 왜 이렇게 재미에 집착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았는데요. 재미가 우리에게 ‘자발성’과 ‘지속성’을 부여해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멋지고, 대단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다 참여하고 소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그러나 저희는 결국 사람들에게 참여와 소비를 이끌어내야만 하기에, 이를 추동시킬 힘을 찾아 사용해야 합니다. 물론 분노나 의무감으로도 무언가 추동될 수 있겠지만, 저희가 추구하는 바는 산뜻한 자발성과 이를 지속시킬 힘을 가진 ‘재미’인 것 같습니다.


이번 7월 저희에게 재미로도, 정의로도 깊은 정동을 선사해준 책은 『레이빙』(접촉면), 『성원씨는 어디로 가세요?』(난다), 『우리가 언제 죽을지, 어떻게 알려줄까』(마티)입니다. 올여름 당신을 한껏 허물어트려줄 책 BEST 3… 강력 추천합니다.


출판사 기획전에 마티를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봄날의책이 첫 번째 주자였고, 마티는 두 번째 주자인데요. 마티를 초대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마티의 책 가운데에 이서점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가 평소 좋아하는 출판사들은 내가 원래 알고 싶었던 이야기뿐 아니라 내가 놓치고 있던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마티는 인문학 저서부터 예술, 철학, 건축까지 이서점의 평소 관심사를 늘 더 깊고 넓게 확장해주는 출판사입니다.


이서점 운영진과 독자들에게 특별히 사랑받는 책 3종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다른 방식으로 듣기』 - ‘정숙한 곳’으로 여겨지길 거부하는 이서점에 없어서는 안 될 책! 개업 이래 이서점의 꾸준한 베스트셀러입니다.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착용하신 분들이 주로 구매해 가신다는 점을 몰래 귀여워합니다.


(2) 『미학 원전 시리즈』 - 이서점 서가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1~3권으로 구성된 시리즈지만 단 한 권을 선택하라면 2권 『숭고와 아름다움의 관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가장 추천드리며, 모든 문장을 ‘누군가의 트윗이다’ 생각하며 읽어보라는 이야기를 슬쩍 얹어드리곤 합니다.


(3) 『건축잡지 미로』 - 평소 건축에 관심있던 분께도, 그저 막연한 호감만을 품고 계시던 분께도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건축서에는 예술, 철학, 미학이 모두 담겨 있기 마련이라는 견해를 덧붙이며 이 책의 대단함을 어필하는 편입니다.


각주* 독자들이 분명 이서점에 찾아갈 텐데요, 이서점 주변의 맛집이나 함께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해주세요!

언젠가는 꼭 정리해서 공유하고 싶었던, 너무 신나는 질문입니다!!!


[식당 & 베이커리]

  • 해남식당: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바지락 칼국수를 떠올려보세요. 근데 이제 면이 없고 청양초와 다진 마늘이 팍팍 들어간… 조개 해장국 추천드립니다.
  • 나노포차: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비빔냉면 소스를 떠올려보세요. 거기에 쪽파, 배, 양파 등 싱싱한 채소와 생새우회를 한데 버무린 음식. 생새우 회무침입니다. 참기름에 척척 비빈 소면 사리 추가를 추천드립니다.
  • 썸머링: 맛도 좋고 멋도 좋은 비건 코스 요리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3일 전 예약이 필수입니다! 
  • 빵과장미: 제철 채소로 만든 비건 샌드위치와 씹을수록 고소한 바게트를 강력 추천드립니다.


[공간]

  • 전일빌딩 245 & 5·18 민주화운동기록관: 전일빌딩에서 5·18 해설 프로그램을 듣고, 5분 거리의 기록관에서 상세한 자료들을 관람하는 코스를 추천드립니다.
  • 광주극장: 1935년 개관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입니다. 2층 관람을 추천드립니다.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거예요.
동탕하다
얼굴이 잘생기고 살집이 있다.

“문득 용궁다방에서 같이 일하는 설양의 동탕한 얼굴이 떠올랐다.”
— 이청준, 「하늘등」, 『녹천에는 똥이 많다』, 문학과지성사, 1992, 193쪽(쪽수는 구판 기준, 링크는 2025년판)
✋구독자 피드백을 소개해요

👀 여름 음악을 추천해주세요!

“스카를라티(Domenico Scarlatti), Keyboard Sonatas(Mikhail Pletnev)를 추천해봅니다. //

어제는 갑자기, 어릴 때 집 마당에서 엄마나 누나가 찬물을 등에 확 끼얹어주던 '등목'이 불현듯 떠올랐네요.”

  ㄴ 고맙습니다. 7월의 노동요로!


👀 내 책의 여백에는 무엇이 남겨져 있나요?

“저의 마지네일리아 종류: ♡, ☆, !, ? ,ㅠ,ㅠ, ㄱㅇㅇ

레터를 읽고 돌아보니 여백에 하는 메모는 위의 것들로 표현이 되지 않고 어느 면에서는 책의 내용에 반하는, 제 입장에 가까운 생각이 담겨 있었네요. 마지네일리아는 내 고유한 것이라고 할 수 있구나, 좀더 소중히 여겨줘야겠다.. 싶었습니다.”

  ㄴ 저의 마지네일리아도 온갖 부호와 자음·모음과 감탄과 탄식으로 가득한 편..^_ㅠ


“종이책에는 흔적을 잘 남기지 않습니다. ebook에는 밑줄을 그어두는 편입니다. 트레바리 독서모임을 하면서 독후감을 따로 작성해둡니다.”

  ㄴ 본문에 침투하는 흔적도 한번 시도해보세요. 그 책이 다르게 읽히는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도서출판 마티
matibook@naver.com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01, 2층 (04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