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이런 가사로 시작되는 유행가가 있었습니다. 90년대 초 '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의 삽입곡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죠. 가만히 노래를 흥얼거려 봅니다. 노래 마지막의 호탕한 웃음이 귀에 울리는 것 같습니다. (‘타타타’ 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 김국환 노래)
그런데,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논어의 위정(爲政)편에서 공자는 제자 자로에게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이어, 또 하나의 의문이 떠오릅니다.
어떻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별할 수 있을까요?
가끔은 안다고 굳게 믿어 온 것들이 어느 순간 생경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의 깨우침은 갑작스럽게 만난 작은 계기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작은 돌뿌리에 걸려 발을 헛디딘 후에서야, 그간의 여정이 꽤 순조로웠다는 것을, 그리고 사랑하는 대상과 헤어진 후에서야 상대와의 관계를 더욱 뚜렷하게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얼마 전에 뵈었던 퇴직 리더 한 분이 나지막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퇴직 전의 나는 퇴직 후의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퇴직은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새로운 여정입니다.’
저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하기 위해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특별한 계기가 강 저편의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는 다리가 되어 준다고 할까요? 그런 순간들이 모여 과거의 나로부터 현재의 나를 이해하고, 비로소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나를 만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계기는 항상 주변에 있지만 인지하지 못한 것이거나, 한번도 해 보지 않은 새로운 경험이면 어떨까요?
화담,하다 2022년 봄/여름 시즌은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계절’입니다. 퇴직 후 만난 새로운 일상이 보석 같은 영감의 시간들로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