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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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처인(擇處仁) 
안녕,
오늘은 조금 더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해. 요즘 나는 정말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내 주변의 사람들 덕분이야.

예전의 나는 사람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것 같아. 누군가와의 관계가 무겁고 피곤하게 느껴졌거든. 지금 생각해 보면, 나를 소모시키고 서로를 붙잡아 아래로 떨어뜨리는 관계들 속에서 "함께 고통받는 것이 우정이고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아. 그러다 보니 나 자신을 위해 그 관계에서 벗어날 용기를 내지 못했어.

그런데 어느 순간, 불필요한 관계들이 자연스레 정리되더라. 처음엔 외롭고 허전한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어. 내 곁에 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들이 내게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를 말이야.

지금의 나는 좋은 사람들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걸 느껴. 마치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자라는 나무 같다고나 할까. 그들은 내가 위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응원하고 손을 내밀어 주고 있어. 그리고 나도 그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그런 관계 속에서 나 자신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문득 공자가 논어에서 이야기했던 "택처인(擇處仁)"이 떠올라. 공자는 "어진 곳에 머물라"고 했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仁이고, 그 仁은 자신이 속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어. 나도 그 말에 공감해. 내가 어떤 벗과 함께 있고 어떤 공간에 머무느냐에 따라 나는 더 나은 나로 자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예전엔 내가 있는 곳과 관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걸 몰랐던 것 같아. 그래서 잘못된 관계임을 알아도 그냥 버텼지. 하지만 이제는 그런 곳을 떠날 용기를 얻었고, 지금은 내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관계를 고르려고 노력하고 있어.

좋은 관계들 속에서 내 마음은 예전보다 한결 가벼워졌고, 동시에 더 깊어졌어.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조금은 보이는 것 같기도 해. 너도 이런 관계를 만들고, 또 그런 관계 속에서 더 나은 너를 발견할 수 있길 바랄게.

아, 그리고 얼마 전에 싯다르타를 읽었는데, 너도 그 책 읽었다고 했잖아? 책 속에서 너무나 좋은 인사이트들이 많아서 나중에 꼭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어. 싯다르타처럼, 우리도 자신만의 강을 건너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 강물처럼 우리의 삶도 늘 흐르고 변하겠지.


언제나 너의 곁에서,
마음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