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공간이면 괜찮은가
 Season 6  vol 47. 💡2026.4.10~4.16.

다시 불거진 '리얼돌' 논쟁
결혼이 '옵션'이 된 세대
여성으로 다시, 달리 보는 역사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요즘 날씨가 오락가락합니다. 저도 그렇고 주변에도 감기 환자가 많이 보여요. 환절기를 넘기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다들 따뜻한 차로 건강 잘 챙기시고요☕☕ 


이번 플랫레터도 한 주 동안 길어 올린 신선한 소식을 담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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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번 주 플랫레터 시작합니다.



신체를 사실적으로 본따 만든 일명 ‘리얼돌’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금 불붙었습니다. 수입업체가 세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법원이 업체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하급심과 대법원 모두 “성인용품이 성인의 사적 공간으로 제한되는 경우 등에는 법률상 허용될 수 있는 것”이라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과 소송이 십수년전부터 이어지면서 판례도 쌓이고 있습니다. 앞서 대법원은 여러 차례 노골적으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거나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를 본뜬 형태가 아니라면 수입을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관세청도 2022년 미성년이나 특정 인물을 형상하지 않는 경우 통관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수입통관 지침을 개정했고요. 국내에서 제작되는 리얼돌을 금지하는 법률은 따로 없습니다. 

그렇지만 리얼돌 국내 반입과 유통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한데요. 반대하는 이들은 “리얼돌은 성 상품화를 하고 있는데 왜 풍속 저해가 아니냐”, “리얼돌 자체가 성에 대한 왜곡된 표현을 하고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또 한국에 수입된 리얼돌이 ‘사적인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현실도 우려를 부추깁니다. 속칭 ‘인형방’이나 카페가 운영되며 체험 후기도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리얼돌의 외형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이것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리얼돌이 “눈 깜빡임이나 온도 조정을 넘어 AI 기능으로 어느 정도 대화까지 가능해지고 있는” 정도로 실제 여성을 극도로 재현하는 상황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요. 사회적 논의보다 사법적 판단으로 활용 예시가 쌓이는 것이 아쉽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인체 구현 기술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가격 문턱이 낮아지면서 리얼돌은 말 그대로 점점 ‘리얼’해질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성 신체가 극도로 대상화·물화되리란 우려도 타당해 보이고요. 리얼돌 규제에 관한 입주자님의 생각은 무엇인가요? 


최근 출생아 수 추이가 반등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습니다. 올해 1월 출생아 수(2만6916명)가 2019년 이후 가장 많았고, 합계출산율도 0.99명으로 소폭 올랐습니다. 지난 1월 혼인 건수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한국 사회는 이제 저출생의 늪에서 탈출하는 것일까?’ 

민세진 동국대 교수와 신자은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책 <결혼 옵션 세대>를 펴냈습니다. 지난 50년간 대졸 여성의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를 추적한 것인데요. 이 두 저자를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두 저자는 1955~1996년생 한국 여성 대졸자의 커리어와 가정 형성에 관해 집단을 4개로 나눕니다. 1집단(1955~1964년생)은 베이비부머 1세대로서 이때 여성의 대학 교육은 일반적이지 않았죠. 다음 2집단(1965~1974년생)에 가서야 여성의 대학 진학이 크게 늘었지만 이때까지만해도 대졸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은 ‘필수’였습니다. 

3집단(1975~1984년생)에 이르러 큰 변화가 생기는데요. 이때 20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최초로 50%를 넘겼지만 출산과 육아가 본격 시작되는 30대 전반기에 크게 꺾이는 소위 ‘M자형 구조’가 선명해집니다. 대졸 여성이 크게 늘어 사회 진출은 많아졌으나, 이들이 결혼 후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지방에 있는 조부모에게서 양육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 ‘경력 단절’의 큰 이유로 꼽힙니다. 

이러한 앞 세대의 어려움을 듣고 보고 자란 4집단(1985∼1996년생)은 결혼을 필수가 아닌 ‘옵션’으로 생각하게 됐고 이는 합리적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 <결혼 옵션 세대>의 분석입니다. 

결국 자녀 돌봄과 양육이 중요한 문제로 남는데요. 앞으로의 산업 및 노동시장 변화와 맞물려 관련 제도를 어떻게 손볼 것인지에 관해 신자은 교수는 “앞으로 생기는 일자리는 계약직이거나 온디맨드(수요자 요구), 테스크(업무) 중심일 가능성이 높다. 정규직 고용에 기반한 현재의 육아 휴직이나 출산 휴직 제도가 덜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임금 근로자 중심의 지원에서 탈피해 기금 형태를 제안했어요.

세상이 빠르게 변하리라는 전망이 넘칩니다. 그때 여성의 출산과 돌봄, 커리어를 뒷받침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고려 말 이곡(이색의 아버지)이라는 지식인 관료가 <절부 조씨전>을 지었습니다. 기존 연구는 성리학자가 ‘충효열’을 고양하려는 의도로 파악을 했죠. 막상 조씨의 삶을 들여다보면 열녀는 아니거든요. 왜 이곡은 그랬을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거죠.”

여성 사학자 7인이 모여 ‘수다’를 떨면서 공유했던 문제의식을 연구로 발전시켰습니다. 책 시리즈 <역사 속 여자, ○○하다>는 남성과 가부장적 국가라는 틀 속에서 여성들을 조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여성의 ‘행위 주체성’에 초점을 맞춘 결과물입니다. 시대와 공간, 사회구조에 속박된 여성들이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어떠한 행위를 했는지 추적하고자 한 것인데요. 

네 권의 시리즈에는 고려시대 절부에서 20세기 식모, 커리어우먼까지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전통적인 역사의 ‘주역’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군이죠. 아무래도 당대 문맹이었던 여성들이 직접 남긴 기록은 많지 않기 때문에 저자들은 얼마 되지 않는 사료를 뒤져 그들의 기억, 욕망, 분투, 노동을 복원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저자의 말입니다. “이를테면 ‘바람피는 여자’, ‘저주하는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보다, 여성 역시 성욕·권력욕·명예욕을 지닌 존재인데 시대에 따라 그런 욕망이 오해되거나 아예 인식되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내고 싶었던 거죠.” 

개인의 삶이 기록되고 해석되는 방식은 시대가 가하는 제약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우리의 삶은 어떻게 역사가 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합니다.


이번 주 최민서 인턴기자가 책과 전시를 소개합니다. 병렬독서에 이어 병렬감상이네요👏👏


🍀🍀🍀🍀🍀


📚 김경연 외, <마녀의 독서, 광녀의 춤> & 박영숙 개인전 <보라, 저 여자가 노래하고 춤춘다>


“자신의 이야기를 단어로든 이미지로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은 그 자체로 이미 승리다. 그 자체로 이미 반란이다.”_리베카 솔닛(2015)


책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병렬독서’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참고로 저는 지독한 병렬독서파인데요. 한 권을 완독하기 힘든 것도 있지만 여러 권을 겹쳐 읽을 때 해상도가 선명해지는 느낌이 좋아서 병렬독서를 즐기는 편입니다. 요즘은 책뿐만 아니라 영화와 책을 겹쳐서 보기도 해요. 이번 레터에서는 겹쳐 보기 좋은 책과 전시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말하며 반란을 일으키는 ‘마녀’의 서사가 담겨있습니다.


21세기의 마녀사냥이라고 하면 제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은 2016년 게임업계에서 페미니즘에 관련된 의사 표현을 한 여성 성우가 교체된 사건입니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아래 침묵해 온 여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세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낙인찍어 이들을 마녀라 칭했습니다. 마녀는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 여성에게 붙는 이름이기도 했으니까요. 잘났거나 튀는 여자들은 이상한 여자로 분류되는 일이 잦았던 것처럼요.


<마녀의 독서, 광녀의 춤>은 이러한 마녀의 서사를 다룹니다.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묻는 동시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마녀의 이름을 다시 불러냅니다. 여성을 지목하고 축출하는 단어로서의 마녀가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정체성으로서 마녀를 규정해 갑니다.


책은 여성 평론가 20명이 각자의 방식으로 써내려간 비평과 에세이를 모은 앤솔로지입니다. 소설, 시, 드라마를 날카롭게 분석하는 글과 여성의 삶과 노동, 가족, 섹슈얼리티 등을 사유하는 텍스트들이 교차됩니다. 다양한 마녀의 형상을 그리는 ‘마녀를 위한 변론’에서부터 여성의 광기를 다룬 ‘미친년들의 이야기’, 가정 내 여성의 서사를 탐색한 ‘집안의 마녀들’, 다채로운 여성 서사에 대한 ‘반란의 정치’까지. 2026년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 담론과 동시대 평론가들의 여성적 글쓰기를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페미니즘의 언어를 공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개인적인 층위로 옮기는 시선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자의 내장에 대해 말하기”라는 부제목에서 볼 수 있듯, 그동안 꺼내지 못한 여성들의 깊숙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내장을 밖으로 꺼내는 여성적 글쓰기를 통해 페미니즘이 더이상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각자의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언어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시 <보라, 저 여자가 노래하고 춤춘다>는 사진작가 박영숙의 별세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개인전입니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어진 박영숙 작가의 작업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옷을 풀어 헤친 채 웃고 있는 여성, 베개를 안고 허공을 보고 있는 여성. 이성과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규정된 사회 안에서, 사진 속 여성들은 정상성의 바깥에 있는 존재들입니다. 사회가 붙인 이름대로라면, 이들은 미친년이거나 마녀인 것이죠.


박영숙은 “특정한 육체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규정된 역할과 책임을 강요하는 관습”에 부당함을 느꼈고, 이들의 이름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습니다.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마녀라고 낙인찍는다면 기꺼이 마녀가 되는 것을 택한다는 선언인 것이죠. “여성이 여성의 목소리를 담고자 한 최초의 시도”이기도 한 박영숙의 작업은 여성들에게 언어를 부여하고 그들이 대상이 아닌 주체로 존재하게 했습니다.


3층에 있는 흑백 콜라주 작품 <마녀> 하단에는 “중세, ‘마녀사냥’에 충격받아 페미니스트 되다”라는 손글씨가 적혀있는데요. 박영숙 작가는 마녀사냥의 역사를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바라본 뒤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의해나갔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러한 작업이 1960년에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박영숙은 이미 오래 전부터 마녀라는 이름을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뒤집는 시도를 이어왔습니다. “실낱같은 빛 덕분에 살아온 여성 후배들이 보내는 추도사이자 헌사”이기도 한 <마녀의 독서, 광녀의 춤>은 이러한 선행 작업 위에서 더 다양한 마녀의 형상을 펼쳐보입니다. 박영숙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한 것은 우리가 여전히 비슷한 상황 위에 서 있기 때문 아닐까요.


전시는 4월 18일까지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이어집니다. 책과 전시를 겹쳐보며 여성들이 서로 다른 시공간을 넘어 공동의 언어를 공유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후... 김재섭 의원의 폭로(라고 하기도 부끄럽네요)와 관련된 기사를 보고 정말 올해 최고의 한심함과 어이없음 상이 있다면 줘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칸쿤에 모두가 휴양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여성도 일을 하는 노동자인데 고작 '여자'와 '휴양지'라는 것만으로 저렇게 시대착오적인 프레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이는 김재섭 의원 개인은 물론 국민의힘이 여성을 보는 시선이 어떤지 극명하게 드러내는 거라고밖에는 표현이 안 되네요.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요. 저런 사람들이 공직에 발붙일 수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재섭에게서 익숙한 이준석 냄새가 느껴져서 너무 불쾌해요 네거티브만 반복하는 자칭 청년 정치인들..정말 발전이 없네요

  
👀 From.Flat 

📣 앞서 소개드린 플랫 추천도서 페이지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니, 입주자님도 한번씩 확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책 추천도 마구마구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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