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럽을 옷으로 만들면, LOVERBOY 야

FREVIEW

vol.19

Charles Jeffrey LOVERBOY

EDITOR'S LETTER

길거리에서 막무가내로 캐스팅된 모델들, 런웨이에서 자유롭게 활보하는 디자이너의 친구들, 마치 클럽에 놀러온 듯 환호하는 관중들. 클럽을 즐겨 다니고, 클럽에서 영향을 받으며, 런웨이도 클럽에서 펼치는 디자이너, ‘찰스 제프리’의 ‘러버보이(Charles Jeffrey LOVERBOY)’가 오늘의 주인공.

찰스 제프리의 러버보이를 보고 있노라면, 디자이너의 혼이 담긴 패션쇼를 직관할 때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 중요한지 느낄 수 있을 터. 그에게 성공적인 쇼란, 단순히 좋아하는 옷을 만들고 보여주는 시간이 아닌 것 같아요. 신중하게 빚어낸 자기만의 신념으로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 더 나아가 이에 공감하는 고객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커뮤니티(community)죠.

찰스 제프리의 신념은,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가지각색의 사람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축약됩니다. 그래서인지 러버보이 컬렉션에는 항상 ‘퀴어 젠더 플루이드(gender-fluid)’의 개념이 다양한 형태로 녹아져 있어요. 그렇다고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를 ‘펑크’라는 하나의 장르로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러버보이는 찰스 제프리로 하여금 보다 큰 꿈을 꾸게 했고, 새로운 생각들을 포용하게 했으며, 성의 중립에 대한 대중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는 점.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박한 현실에 돌파구가 되어줄 즐거움과 활기죠. 장담하건대, 이번 콘텐츠는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 런던의 클럽 문화에서 탄생하다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는 퀴어 문화, 예술적 시도와 관련이 깊은 브랜드다."

- 찰스 제프리 -

이번 런던 패션 위크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쇼는 당연 ‘찰스 제프리의 러버보이(Charles Jeffrey LOVERBOY)’였습니다.

이스트 런던의 클럽 신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브랜드,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 다양성을 존중하고 축하하는 문화 속에서 특유의 화려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는 퀴어 문화, 예술적인 시도, 쿠튀르적인 기법, 아방가르드한 실루엣으로 정의되곤 해요. 자유분방한 펑크 컬처와 디자이너 찰스 제프리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의 타탄체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탄생한 디자인이 대표적.

# 나의 정체성, 러버보이

스코틀랜드 출신이지만, 런던을 베이스로 맹활약 중인 라이징 스타, 찰스 제프리. 현재 패션계에서 가히 독보적인 궤도를 걷고 있는 특급 신예 디자이너로 꼽히고 있습니다. 2018 S/S 시즌 데뷔한 이래 브리티시 패션 어워드 신인 디자이너 수상부터 존 갈리아노가 수상하는 남성복 부문 신인상, 매치스패션 이노베이터, 영국 패션협회가 선정한 뉴 젠으로 선정되기까지. 런던 패션계에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죠.

또래 아이들보다 상상력이 풍부했던 유년 시절을 보낸 그. 10대 때부터 <아레나 옴므 플러스>를 수집하고, 드라마 <월 앤 그레이스>의 스타일을 참고하면서 패션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퀴어로서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더 나아가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옷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해요. ‘이게 바로 나에요. 나랑 똑같은 사람이 어디에 있나요?’ 이렇게 당당한 목소리를 내는 데 옷만큼 용기를 준 존재가 없었던 거죠.

18세가 되고 런던으로 넘어가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석사 과정을 거쳤습니다. 당시 찰스 제프리는 런던 달스턴에 있는 퀴어 클럽인 보그 패브릭스(Vogue Fabrics)에 자주 다녔는데, ‘러버보이’는 찰스 제프리가 매달 한 번씩 호스트가 되어 여는 나이트 클럽이었죠. 어느 날 패션 이스트의 설립자인 룰루 케네디(Lulu Kennedy)가 클럽에 놀러왔다가 영국 왕십예술학교에서의 프레젠테이션을 제안했다고 해요. 그 기회로 자신의 나이트클럽 라이프를 바탕으로 하는 브랜드, ‘러버보이’를 창립할 자신감과 신념을 갖게 됐습니다.

# 여기가 클럽인가, 런웨이인가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의 런웨이를 보면, 찰스 제프리의 정신과 끝이 모두 클럽 무대에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예요. 클럽 패션과 밤의 아이콘으로 손 꼽히는 이유죠. 그 정도로 찰스 제프리는 자신이 꿈꿔오고, 또 그려왔던 클럽 키즈들 사이의 사랑, 우정, 그리고 자유를 실제 러버보이 런웨이에 현실화시키고 있어요. 순수 예술작가, 행위 예술가, 드랙 퀸, 시인 등 장르 불문한 예술가들이 대거 등장하기도 하죠.

찰스 제프리는 스스로 자신의 컬렉션을 ‘판타지의 악취(A stench of Fantasy)’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그만큼 성별이 확실치 않은 논 바이너리 정신을 담은 쇼를 진행합니다. 컬렉션을 통해 젠더라는 건 스펙트럼처럼 다양하고, 개인의 젠더를 설명하는 데는 무수한 방법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해요. 그 방법으로 그가 다녔던 작은 퀴어 클럽 속 모습들을 런웨이에서 표현하는 거죠. 클럽에서 음악에 맞춰서 함께 춤을 추고, 서로에 대한 눈빛을 교환하는 그런 사소한 느낌들을 퍼포먼스에 담아냅니다. 덕분에 관객들 또한 패션 쇼의 일부가 돼요. 그들은 러버보이의 옷과 음악, 그리고 분위기를 시각적, 촉각적, 그리고 공감각적으로 한껏 느낍니다.

가령 늘 런웨이에서 남녀 모델을 함께 쓰는 이유로, ‘옷이라 건 성의 구별이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옷은 신체를 감싸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 뿐이며, 남자든, 여자든, 논바이너리든, 트랜스젠더 등 쇼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런데 찰스 제프리는 단순히 클럽 신을 런웨이로 옮긴 ‘트랜스포머’는 아닙니다. 오히려 퀴어 피플들에게 안전지대(safe place), 그리고 안전한 커뮤니티(safe community)를 제공해 주고자 그들의 보디가드의 역할을 자처한 인물이죠.

정처 없이 방황하는 퀴어 패션 피플들 뿐만 아니라 남성, 여성들과 러버보이의 컬렉션, 아트 워크 음악, 그리고 패션쇼를 통하여 함께 연대하고자 합니다. 하나의 커뮤니티로 성장하여, 그들을 위한 쉼터이자 예술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안전한 공유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거죠.

실제로 평소 스튜디오에서 그들이 하는 작업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한다고 하는데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역시나 ‘소통’과 ‘연대’. 그는 러버보이의 컬렉션이 ‘쇼’, ‘퍼포먼스’ 혹은 ‘옷’이라는 매개체로 사람들과 교감하기를 바라요.

#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

찰스 제프리의 러버보이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축하하는 문화 속에서 특유의 화려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자유분방한 펑크 컬처와 디자이너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의 타탄체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탄생한 피스들이 대표적. 펑크 문화는 오랜 시간 동안 외면 받아왔지만 찰스 제프리는 러버보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자신이 진정 뭘 원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창의적으로 해결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 찰스 제프리의 펑크 정신은 전통적인 ‘반항적 펑크’와는 조금은 다른 듯하네요.

다이나믹하고 대담한 패턴 플레이.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듯한, 런던의 쿨한 바이브와 펑키한 소울이 만나서 탄생한 자유분방한 디자인이 상당히 매력적이죠. 매 시즌 예술가나 드래그 퀸 친구들과 함께 협업하여 그림과도 같은 프린트와 아방가르드한 실루엣을 완성한다고 합니다. 하나같이 런던의 클럽 문화가 녹아든 유니크한 디자인들이죠.

# SPRING 22

READY TO WEAR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의 22 봄, 여름 컬렉션. 이번 컬렉션도 늘 그래왔듯이 ‘클럽’이라는 테마 아래 브랜드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커뮤니티’의 메시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듯 보였습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시끄러운 클럽파티, 그 전형적인 모습으로 절정을 이뤘습니다.

런웨이는 런던의 가장 그런지하고 인더스트리얼한 클럽 공간 중 하나인 ‘더 포털(The Portal)’에서 진행됐어요. 답답하고 지저분한 나이트 클럽에서 누릴 수 있는 감성, 구경거리들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재밌는 점이었죠. 땀에 젖어 습해진 공기 속, 강렬한 레이저 빔이 난무했다고 합니다.

찰스 제프리의 친구, 브래들리 샤프(Bradly Sharpe)가 첫 번째 런웨이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깔끔한 쉐입의 드레스를 선보이면서 드레이핑에 엄청난 재능을 보이는 듯했는데, 유난히 주목을 받은 옷은 마치 60년대 발렌시아가를 연상케 한, 조금 과장하자면 구겨진 쓰레기봉투처럼 보이는 검은색 원피스였죠. 그 뿐만 아니라 주름진 세일러 칼라와 나팔 소매, 플리츠 스커트, 너덜너덜한 니트, 그리고 휘장이 달린 자카드 아우터까지. 어둡고 슬립한 테일러링과 스타일링에서 어두침침한 빅토리아 시대의 시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타탄체크로 번쩍이는 스모크 드레스, 패치워크 코듀로이와 페인트 자국이 흩날린 데님 역시,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파트 2는 찰스 제프리에 의해서 진행됐는데요! 촛불 두 개를 양쪽으로 태우는 모델들의 등장, 말 그대로 파티에서 볼 법한 괴짜 복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모델들은 머리 위에 캔들을 얹고, 소름 끼치는 왁스 모자를 착용했다고 해요. 오, 신선한 에너지가 여기까지 발산되는 듯하네요.

클럽에서 입을 만한 화려한 옷을 입은 모델들의 행렬. 프릴 장식의 재킷, 브라톱, 원피스, 튈 스커트가 가미된 팬츠 슈트를 남성 모델에게 적용하여 젠더의 다양성을 강조한 점, 여러 컬러들이 화려하지만 전략적으로 잘 조합되어 있는 점, 헤어와 페이스 메이크업을 과감하고 팝 하게 가져가서 전반적인 컨셉을 극대화한 점이 이번 컬렉션의 핵심이었습니다. ‘펑크’, ‘키치’, ‘젠더리스’ 가 어우러진, 형용할 수 없는 장르의 개척 또한. 그 장관을 이고진 구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살펴볼까 합니다.

러버보이의 ‘펑크 정신‘을 대변하는 컬러로 “스카이 블루를 떠올려라!”라고 외치는 듯합니다. 그만큼 신비스러운 스카이 블루 색감이 거의 모든 착장에 활용됐어요. 러버보이 시그니처인 타탄체크 패턴의 이 자켓이 대표적인 예. 이 독특한 스카이 블루 컬러는 슈즈뿐만 아니라 헤어 컬러에도 통일감 있게 쓰였네요. 특유의 ‘펑크한 무드’를 자연스레 이어가기 위한 연출 장치인 듯합니다.

이너로 매치한 브라탑, 살짝 보이는 브리프 테잎은 포인트. 과장된 네크리스와 강렬한 헤어 메이크업으로 클럽 분위기를 물씬 낸, 드라마틱한 스타일링도 주목해 보세요.

러버보이의 시그니처 패턴이 강렬하게 각인된,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룩. 같은 패턴의 아우터와 팬츠, 베렛이 우리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네요.

블레이저 안 러버보이 밴딩 브라탑과 브리프는 유니크하고 섹슈얼한 느낌을 더합니다. 더불어 아예 다른 패턴의 롱삭스를 믹스매치한 디테일은 유니크한 러버보이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센스.

프린지 디테일이 들어간 워커와 레이스 초커는 드라마틱한 클럽 룩으로 제격.

셔츠 칼라가 레이어드 되어 있는 브이넥 니트.이 캐주얼하고 웨어러블한 아이템에, 과장된 스터드 초커를 믹스매치하여 ‘펑크’한 무드로 변신을 꾀했습니다. 어깨에 무심하게 걸쳐진 디스트로이드 블레이저도 그만의 펑크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데 한 몫하네요.

도트 패턴의 스커트를 매치한 것은 상하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함, 러버보이의 또 다른 시그니처 패턴이 가미된 롱삭스로 '키치함'까지 추가. 전체적인 컬러 밸런스를 위해 네일 컬러를 니트와 삭스에 들어간 레드로 맞춘 디테일은, 그냥 예술입니다.

러버보이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라면, 이 룩만으로도 그들만의 색깔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터. 시그니처인 화려한 컬러와, 독특한 패턴 조합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직접 결정해 보라는 메세지를 던지는 듯합니다.

레더 소재의 블루종, 팬츠 셋업 스타일링, 전반적으로 슬림한 핏으로 젠더리스하고 섹슈얼하게 표현했습니다. 심플하지만 강력하죠.

독특한 컬러를 모델의 얼굴에 그대로 안착시킨 완성도 높은 룩. 로프들이 마구 뒤엉킨 느낌의, 오버스러운 더비슈즈로 재미를 불어넣은 것 또한 볼만한 디테일.

와이드한 칼라가 돋보이는 벨벳 바시티 블루종, 알록달록한 컬러 블럭 디테일이 여러분의 시선을 사로잡았을 테죠. 아우터와 셋업으로 매치된 와이드 턱 벨벳 팬츠에서는 데칼코마니 느낌의 과장된 도트가 포인트. 저에게는 기존의 ‘미’의 기준에 반하는 신기류처럼 느껴집니다.

활용된 아이템들 역시 종류로 따지자면 웨어러블하고 이지합니다. 그런데 러버보이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컬러감과 원단, 디테일들이 센스 있게 들어가서 특별하게만 다가오죠. 위와 마찬가지로 젠더리스하고 펑크한 감각을 지닌 이너탑, 레이스 탑, 그리고 스터드 초커를 매치한 것 역시 눈여겨 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