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민의날 / 눈의 날 오카모토 카노코
01. [스물네 번의 계절] 오늘의 24절기와 72후 
"스물네 번의 계절"은 24절기, 72후를 다룬 짤막한 글입니다.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1년을 24개로 나눈 계절의 구분이며, 72후는 24절기를 다시 5일씩 3개로 세분화해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나타낸 지표입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 사용합니다.

2025년 12월 18일 목요일

24절기: 대설 大雪

12월 7일 ~ 12월 21일경

72후: 여정출 荔挺出

12월 17일 ~ 12월 21일


기온이 뚝 떨어지며 겨울 기운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는 때입니다. 여정출은 타래붓꽃이 싹을 틔운다는 뜻으로, 한겨울의 모진 추위를 뚫고 솟아나는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제철 꽃: 칼랑코에.

제철 음식: 과메기, 유자.

오늘 무슨 날: 국제이민의날.

오늘이 생일: 정철, 이준, 프란츠 페르니난트, 이오시프 스탈린, 파울 클레, 스티븐 스필버그, 이케다 리요코, 소노시온, 브래드 피트, 코유키, 에스미 마키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빌리 아일리시.

오늘이 기일: 로베르 브레송, 바츨라프 하벨.

02. 계절번역 -  눈의 날 오카모토 카노코  雪の日 岡本かの子
 "계절 번역"은 계절에 관련된 짧은 글을 가지고 와서 재미로 시험 삼아 그래도 조금 진지하게 번역해 보는 코너입니다.  야나기 무네요시의 전라도 기행은 쉬고, 겨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다른 작품의 일부를 번역합니다.
AI로 만들어본 이미지...와...진짜 기묘하네요...와...

雪の日 岡本かの子

伯林(ベルリン)カイザー街の古い大アパートに棲んで居た冬のことです。外には雪が降りに降っていました。内では天井に大煙突の抜けているストーヴでどんどん薪をくべていました。電車の地響と自動車の笛の音ばかりで、街には犬も声を立てて居ない、積雪に静まり返った真昼時でした。玄関の扉ドアをはげしく叩く音――この降るのに誰がまあ、」と思いながら扉を開くと、どやどやと三人ばかり入って来たのは青年、壮年、老年を混ぜて三人の労働者達でした。
 ――わたし達、室内電線を修繕しに来ました。」
 にこやかなものです。だしぬけなので一寸驚いた私も、直ぐ気を取り直して奥の方へ案内しました。私は伯林へ来るなり(私が伯林へはいったのは、その夏の始めでした)伯林の労働者に好感を持ったのでした。彼等の多くは実に無邪気で明るい。トラックの上にかたまって乗っている労働者達が異国人の私達に笑いかけながら手を振って通り過ぎる情景などに幾度接したかわかりませんでした。で、機会のある毎に私達は、この勤労生活を善意に受けている可憐な人々に好意を見せ、かりにも他国人らしい警戒の素振りなど見せたことはありませんでした。その労働者達の服装も一見むさぐるしいが、よく見ればやはり独逸人の克明な清潔さがはっきり見えます。――即ち彼等の妻や娘らによって、よく洗濯されてあり、よく継ぎはぎされてあります。
 電線修繕の仕事が終りました。外はまだどんどん雪の降っているのが窓から見えます。労働者達は私が毛皮の敷物をすすめると素直にその上へ坐り、ストーヴにあたり始めました。生憎二三日来風邪をひいて居て女中は欠勤して居りました。主人はずっと向うの部屋で日本の新聞へ送る画を描き耽って居りました。私は一人でお茶を沸かして彼等にすすめました。
 ――煙草をあげましょうか、日本のたばこ。」
 と私は主人の居る方へ敷島でも採りに行こうかと立ちかかりました。するとそのなかの壮年の方が
 ――煙草はいりません。その代り日本のお嬢さん(西洋人には東洋人の年齢がわかりにくいのです)あなた日本の歌を唱って聴かせて下さい。」
 ――日本でも歌をうたいますかね、お嬢さん。」
 と老人が如何にももの軟らかに尋ねる。私は坐り直して彼等の申出を直ぐ聞き届けてやりました。私はみんなに眼を瞑つぶって居て貰って、カチューシャを声を顫わせない日本流に唱った。すると青年の方が、それは露西亜風ロシアふうだと言った。流石音楽国の独逸ドイツ人だと感心しました。それから私は今度は純日本の歌だと証明して置いて「どんと、どんとどんと、濤乗り越えて―」を唱った。すると壮年の方はまた言いました。
 ――それはお嬢さん、男の学生風の歌ですね。私のお望みするのは、日本の女の……つまりお嬢さん方が平生おうたいになる歌です。」
 ああそうかと、私は心にうなずいて今度は尚々、単純な声調で、
 さくら、さくら、弥生の空は、見渡す限り。かすみか雲か、においぞ出ずる。いざや、いざや、見に行かん。
 と唄って聞かせた。彼等は嬉んで立上った。何という上品で甘やかなメロデーだと賞めそやしました。「仲間にも話して聞かせる」と御礼を言いながら工事道具を肩にかけた。そしてひとしく雪のどんどん降りしきる窓の外に眼をやりながら玄関の扉の方へ出て行った。と、
 今迄無口だった青年が立ちどまって更めて私に懇願の眼を向けました。
 ――切手を、日本の郵便切手を一枚下さい。世界中のを集めています」
 と言うのでありました。激しい労働生活で節くれ立った彼の愛すべき掌へ、私は故国から来た親愛なる手紙の封書の切手を何枚もはがして乗せてやりました。
(終)

눈의 날 오카모토 카노코

베를린 카이저가의 오래된 큰 아파트에 살고 있던 어느 겨울날의 일입니다. 밖에는 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있었습니다. 안에서는 천장을 관통하는 큰 연통이 달린 난로에 장작을 계속 쉼 없이 넣고 있었습니다. 노면전차의 진동과 자동차의 경적만이 들릴 뿐, 거리에는 개 한 마리 짖는 소리도 없이, 쌓인 눈 속에 쌓여 고요한 한낮을 보내던 참이었습니다.
현관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 ― 이리도 눈이 오는 날에 도대체 누구일까 하고 생각하며 문을 열자, 우르르 세 사람이 들어왔는데 청년·장년·노년으로 이뤄진 연대가 고루고루 섞인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저희는 실내 전선을 고치러 왔습니다.”


미소를 띄며 말했습니다. 느닷없이 닥친 사람들에게 잠시 놀란 저였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고 집 안으로 안내했습니다. 저는 베를린에 오고나서 곧바로 (저는 그해 초여름 베를린에 왔습니다) 베를린의 노동자들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순박하고 밝은 사람들입니다. 트럭 위에 올라 타 있는 노동자들이 이국땅에서 온 우리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는 이 근로 생활을 선의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련한 사람들에게 호의를 표혔고, 조금이라도 외국사람 특유의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그 노동자들의 복장도 겉보기에는 남루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역시 독일인의 철저한 청결함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들의 아내나 딸들이 잘 세탁하고, 잘 기워 입혔다는 말이죠.

전선 수리 일이 끝났습니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모피 깔개 위에서 쉬라고 권하자 노동자들은 순순히 그 위에 앉아 난로를 쬐기 시작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하녀가 이삼 일 전부터 감기에 걸려 집에 없었습니다. 남편은 조금 떨어진 건너방에서 일본 신문에 보낼 그림에 몰두하고 있었지요. 저는 혼자 차를 끓여 그들에게 건냈습니다.


“담배 드릴까요. 일본 담배에요.”


그렇게 말하며 저는 남편이 있는 쪽으로 시키시마*라도 가지러 가려고 일어섰습니다. 그러자 그 중에 중년 남성이 제게 말했습니다.


“담배는 괜찮습니다. 일본 아가씨(서양인들은 동양인의 나이를 잘 가늠하지 못합니다), 대신 일본 노래를 불러주세요.”


“일본에서도 노래를 부르나요, 아가씨?”


라고 노인이 매우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습니다. 저는 다시 자세를 잡고 앉아 바로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었습니다. 저는 모두에게 눈을 감고 있으라고하고, 카추샤*를 목소리를 떨지 않는 일본식으로 평탄하게 불렀습니다. 그러자 청년은 그건 러시아 노래 같다 했습니다. 역시 음악의 나라 독일 사람이라며 감탄하며 이번에는 정말 순수한 일본 노래라 미리 말해 두고


“둥둥, 둥둥둥, 파도를 넘어―”*


를 불렀습니다. 그러자 중년의 남자가 또 말했습니다.


“아가씨, 그건 남자 생도가 부르는 노래같은데요. 제가 바라는 것은 일본 여성…그러니까 숙녀분들이 평소에 부르는 노래입니다.”


아 그렇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더욱 단순한 음조로,


사쿠라, 사쿠라*

삼월 하늘 저편까지

안개인가 구름인가, 향기마저 피어오르네.
자, 가세, 가세, 보러 가세.



하고 불러주었다. 모두 기뻐하며 일어섰다. 얼마나 품위 있고 달콤한 선율이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동료들에게도 자랑할 거에요”

라고 하며 감사를 표하고 공구를 어깨에 메었다. 그리고 여전히 눈내리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현관 쪽으로 나가려던 그때, 지금까지 말이 없던 청년이 멈춰 서서 다시 저를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냈습니다.

“우표를, 일본 우표를 한 장 주세요. 세계 여러 나라의 우표를 모으고 있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격렬한 노동 생활로 투박해진 그의 사랑스러운 손바닥 위에, 저는 고국에서 온 소중한 편지의 봉투에서 우표를 여러 장 떼어 올려 주었습니다.

(끝)

99. 마무리

이번 편지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편지에서는...

  1. 뉴스레터의 사서함을 늦게 확인하고 이제서야 답장을 보냅니다. 답신은 가능하면 드리고 싶어 우선 뉴스레터 하단에 넣어 보았는데 어떠신가요? 진짜 진짜 진짜 짧게 간단히(예전 종이 신문란 같은 느낌의) 답문을 넣어 보려 했는데… 투 머치 스토커스러운… 길어지는 문장…(죄송합니다…) 어떠셨어요? 의견 주시면 참고하고 싶습니다.


  2. 봄 편지부터 짧은 여행 일본어 코너를 해 볼까 하는데 어떨까요? (다른 코너들은…!? 벌려 놓기만 하고…) 좋은 곳을 방문했을 때 말 한마디 또는 작은 쪽지에 남길 수 있는 짧은 문구 위주로 구성해 볼까 싶기도 한데요 :3

  3. 이번에는 전에 잠깐 번역해 보았던 오카모토 가노코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왜… 이걸… 번역을… 이라 물으시면 할 말이 없습니다… 젠더적으로… 인종적으로… 문화적으로… 계급적으로… 참 또 할 말이 많은데… 1930년대 독일이라 생각하면… 그래도 참… 할 말이 많네요. 그래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 고른 것 같아요. (아 물론 독일에서 조금이라도 생활한 적 있는 지인이 읽으면 경기를 일으킬 것 같은 내용이긴 합니다…)

  4. 이번 번역에서는 역자 주를 괄호로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괄호 안의 내용까지 모두 저자의 글입니다. 또 단어 선택이나 존댓말 사용이 들쑥날쑥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지점이 있으나, 이는 각 장면의 문맥에 따라 의도적으로 직역한 결과입니다. 
  5. 시키시마는 일본의 옛 담배라고 합니다. 근대소설에도 종종 등장하는 모양입니다.
  6. 글에서 등장한 노래는 아래 세 개로 추정됩니다. 카츄샤의노래 출선의항구 사쿠라,사쿠라

  7. 가본적도 없고 갈 수도 없는 1930년 눈이 오는 베를린을 떠올려봅니다. 찾아보면 누구나 깜짝 놀랄만한 삶을 살다간 카노코가 세계대공항의 영향으로 나치당이 득세하던 베를린의 눈오는 겨울날 노동자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요.
  8. 한국의 대표적인 노래는 뭐가 있을까요. 역시 아리랑일까요...? 골든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 노래에 국경을 긋는 것도 좀 묘한 것 같기도하고 무엇보다 고음역대까지 안 올라가겠네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도깨비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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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도깨비사의 사서함에 남겨주신 글에 대한 감사와 회신입니다:) 
무명 님께 안녕하세요. 사서함에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 산책량을 늘리셨다고 하셨는데 요즘은 어떠신가요? 저는 최근에는 전혀 안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일본보다 춥고 공기가 탁한 날도 종종 있다 보니 그걸 핑계로 자꾸 뒤로 미루게 되네요. 산책하다 발견하는 풍경, 사람, 동식물들...은 참 반가운 것 같아요. 재밌는 걸(?) 발견하셨다면 이야기 들려주세요 :) (아래 사진은 오랜만에 홍대 작업실에 출근하다 발견한 나뭇잎이에요. 일본 가로수로는 본 적 없는 거라 신기하기도 해서 찍어봤습니다. 풍경도 비슷하고 이래저래 닮은 곳이 많은 한일 양국이지만 이런 사소한 부분은 참 다른 것 같아요.)
율 님께 안녕하세요. 구독해주셔서, 또 사서함에 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 오탈자 찾기!!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 부끄럽고 송구스럽지만 또 이렇게 알려주시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더 읽기 쉽고 오탈자도 적게 적어내려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어도, 일본어도 부족한 점이 많아 읽으실 때 엉성한 것들이 다 눈에 들어오시겠지... 같은 생각에 식은땀이 흐를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저 쓰고 싶고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스스로를 두고 싶을 때도 있어 율님을 포함해 뉴스레터를 받아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기만 할 따름이에요. "오타쿠로서 익힌 단편적인 지식들"이라 하셨는데 어떤 덕질(?)인지 궁금합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살짝 귀띔해 주세요 :3 (책을 좋아하신다 하셔서 예쁜 서점 사진을 찾아보았어요. 도쿄 진보초에 있는 난요도라는 건축 전문 서점인데 러닝 루트에 있어 가끔 들른답니다.)
책읽는냐옹님께 먼저 계절번역의 감상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 야나기 무네요시는 정말 실눈 뜨고 볼 수밖에 없긴 하지만서도 한국의 공예(그가 수없이도 많이 쓴 단어를 고르며...) 작품에 대한 애정과 존경은 진실하기에 마냥 미워만 할 수도 없는 것 같아요. 좀 더 번역이라는 읽기를 통해 저도 더 알아가 보려 합니다. 다정하고 따뜻한 인사도 정말 감사합니다. 또 입동 그림도 기억해 주시고...! 코코아, 고양이, 따뜻한 니트...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그림이라 알아봐 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헤헤... 느슨하고 즉흥적이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뉴스레터지만 올 한 해 동안 잠시나마 곁에서 같이 걸을 수 있어 저야말로 영광이었습니다 :)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앨범에서 찾은 옛날 사진이에요. 추운 겨울 밤, 코코아 마시면서 걸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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