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8ㅣ잘림 없이 보기ㅣvol.311

• 온은 은퇴한 트라이애슬런(철인 3종 경기) 선수인 올리비에 베른하르트가 '부상당하지 않고 뛸 수 있는 런닝화'를 고민하다가 만든 브랜드입니다. 자신의 친구이자 스위스 공과대학 엔지니어 출신인 카스파 코페티, 데이비드 알레만과 함께 2010년에 설립했어요.

• 런닝화 시장에서 온은 빠르게 질주했습니다. 창업 약 9년 만에 전 세계 55개국 8700여 개 매장에 입점할 정도로 말이죠.

• 한국에서는 지난 7월 영상 한 편이 유명해지며 더 많은 러너에게 알려졌습니다. 라이트 스프레이라고 불리는 온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영상이에요. 로봇팔이 스프레이를 분사하듯 직물을 만들며 단 3분 만에 런닝화의 어퍼(발을 감싸는 부분)를 완성하는 과정이 소비자들을 놀라게 했죠. 그렇게 완성된 클라우드붐 스트라이크 LS도 당연히 주목받았고요.

• 온의 런닝화와 라이트 스프레이 기술력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해요. 온은 경이로운 테크놀로지를 만나볼 수 있는 팝업스토어라고도 소개했죠.

• 런닝화 브랜드답게 실제 달려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합니다. 오는 16일에는 서울숲 5km를 달려보는 웰니스 세션을, 마지막 날인 17일에는 무동력 트레드밀 체험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무동력 트레드밀 체험 이벤트에서 목표 시간 내 완주에 성공한 참가자들에겐 클라우드붐 스트라이크 LS를 구매할 수 있는 드로우 기회까지 제공한다고요.

• 사진 중심으로 구성된 진짜 사진전입니다. 1982년부터 국내 소비자들과 함께 한 페리카나의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 전시회 공간은 크게 2개 층으로 나뉩니다. 거실과 주방 등 1980년대 가정집을 재현한 공간들을 투어하며 둘러보는 방식이에요. 먼저 1층에는 1982년부터 2000년까지 소비자들의 일상에 페리카나가 녹아든 사진이 가득합니다. 특별한 날 거실에 둘러앉아 치킨을 즐기던 가족, IMF 경제 위기 당시 지친 하루를 치킨으로 달래던 직장인들, 입대를 앞두고 치킨을 먹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담겨 있죠.
  

• 2층에서는 치킨을 즐기는 1인 가구처럼 2000년대에 달라진 '치킨 먹는 방식'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AI가 치킨을 주제로 생성한 이미지와 영상들도 구경하는 재미를 높이고요.

• 관람을 마친 방문객들에겐 페리카나 굿즈도 제공됩니다. 그립톡, 유리컵, 병따개, 키링, 페리카나 쿠폰 등 다양한 굿즈가 옛날 치킨 포장지에 패키징돼 있어요.

• 이번 페리티지 타임리스는 전통과 역사를 강조해 브랜드 가치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헤리티지 마케팅'에 해당합니다. 주로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활용하는 마케팅이에요. 명품 패션으로서 갖고 있는 상징적인 역사를 반영해 '한정판 에디션'을 출시하는 방식이 대표적이죠.

• 하지만 F&B 브랜드가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강력한 팬덤을 지닌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명품 패션처럼 소비자들이 환호할 만한 상징적인 이미지를 보유하긴 어려우니까요.

• 이런 경우엔 단순히 오래된 전통과 역사만을 강조하기보단, 이를 재밌는 콘텐츠로 재가공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페리카나가 '42년 역사'를 주제로 추억의 사진들이 가득한 사진전을 연 것처럼요.

• 같은 맥락으로 하이트진로도 지난 7월 창립 100주년을 알리는 OTT 형식의 디지털 역사관을 론칭했어요. 100년의 브랜드 행보를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로 제작하고, 실제 OTT 플랫폼처럼 배치했습니다. 브랜드 역사를 소비자에게 쉬우면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알리기 위한 아이디어였다고 하네요.

• 포르쉐 자동차를 닮은 디자인이 포인트입니다. 1973년 타르카 플로리오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한 911 카레라 RSR 마티니 레이싱팀 에디션(이하 카레라 마티니)을 차용했어요. 하나씩 살펴볼까요?

• 하늘색과 빨간색이 섞인 카레라 마티니의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머신 전체를 꾸몄습니다. 스팀 기능용 손잡이는 차량의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본 따 디자인했고요. 머신 맨 하단에선 포르쉐와 라마르조코 로고가 남다른 분위기를 뽐내죠. 911 모델을 닮은 머신답게 911대만 한정 판매합니다.

• 포르쉐 입장에선 프리미엄 자동차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기존보다 친근하고 새롭게 알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스페셜 에디션으로 제작된 카레라 마티니가 포르쉐에게 상징적인 차량이긴 하지만, 많은 소비자가 직접 보기는 어렵죠.

• 포르쉐가 카레라 마티니의 디자인을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재해석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어요. 상대적으로 고급 자동차보다는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의 범위가 넓은 데다, 누군가 구매한다면 이 머신이 카페 혹은 집에서 더 많은 소비자와 만날 수 있으니까요. 또한 포르쉐 팬들이 탐낼만한 스페셜 굿즈이기도 하고요.

• 게다가 라마르조코는 에스프레소 머신계의 명품으로 불린다는 점에서 포르쉐에게도 어울리는 파트너사입니다. 일부러 'LAMARZOCCO' 로고가 더 잘 보이도록 머신을 배치하는 카페들이 있을 정도예요.

• 에스프레소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표현한 또 다른 자동차 브랜드로 '부가티'가 있습니다. 이 프랑스의 슈퍼카 브랜드는 2022년 런던 쇼룸에서 자사 최초의 에스프레소 바를 공개했어요.

• 최고급 이탈리아산 원두와 머신뿐 아니라 '잔'에도 주안점을 뒀습니다. 실제 부가티 슈퍼카에 쓰이는 탄소 섬유로 잔까지 개발했죠. 이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 '에토레 샷'은 당시 50 파운드(약 9만 원)에 판매됐습니다. 또한 에토레 샷을 마신 손님들에겐 사전 초대장이 있어야만 구경할 수 있는 런던 쇼룸의 입장 티켓을 제공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