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일  (No. 687)
배재고 감독은 왜 선수들을 제지하지 않았나?

5월 18일에 맞춰 '탱크 데이'라는 프로모션 배너를 앱에 버젓이 띄운 스타벅스코리아, 그리고 며칠 전 광주제일고와의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다 함께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며 리듬에 맞춰 야유를 퍼부은 배재고등학교 야구선수들. 스타벅스의 회의실에서는 여러 단계의 결재 라인을 거치며 누군가는 도장을 찍었을 것이고, 배재고 더그아웃에서는 감독과 코치가 팔짱을 낀 채 조롱 섞인 구호를 듣고 있었을 테죠.

흔히 위기관리라고 하면 "문제가 터졌을 때 어떻게 신속하게 보고하고 대처할 것인가"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조직을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위기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가 아니라, '아무도 그것을 문제라고 인지하지 못할 때', 그리고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침묵할 때' 찾아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문제라고 보고된 것' 앞에서는 훌륭한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어떻게 행동하고 조치할지를 정리한 체계대로 행동함으로써 리스크를 최소화하곤 합니다. 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는 리스크는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 무지에서 터집니다.

스타벅스와 배재고 야구팀은 왜 문제를 문제라고 여기지 않았을까요? '동질성의 함정(Trap of Homogeneity)'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조직 구성원들이 목표 달성에 동질화되면 성과 창출의 속도와 양이 확대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동시에 상식을 망각하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는 뜻입니다.


(최대한 좋은 쪽으로 추측하면) 스타벅스의 기획팀과 결재 라인은 '매출을 올릴 기발한 마케팅'이라는 터널 시야에 갇혀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배재고 야구팀은 '상대의 기를 죽여야 한다'는 승부욕에 매몰되었겠죠. 이런 내부 목표에 온 시선을 집중하다 보니, 외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던 겁니다.

사회학자 다이앤 본(Diane Vaughan)은 이를 '일탈의 평범화(Normalization of Deviance)'라고 불렀는데요, 잘못된 행동도 닫힌 조직 내에서 무비판적으로 반복되면 결국 그것이 정상적인 기준으로 굳어진다는 뜻입니다. 섬뜩하기 그지없는 집단적 착각이 바로 일탈의 평범화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수많은 관계자 중에서 "이건 선을 넘은 것 같은데?"라고 찜찜함을 느낀 사람이 과연 단 한 명도 없었을까요? 저는 분명 있었을 거라 짐작합니다.  그럼에도 사태가 터진 원인은 조직 분위기에 동조하기 위해 '침묵하기로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다들 괜찮다는데 나 혼자 딴지 걸었다가 유난 떠는 사람으로 찍히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입을 막고, 눈앞에 낭떠러지가 뻔히 보이는데도 브레이크를 밟지 못한 것이죠.

리스크 관리의 방향은 "사전에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미리 정해 놓는다"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최소한의 조치일 뿐입니다. 돌이켜 보면 "문제를 문제라고 알지 못하거나, 문제인 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조직문화에서 엄청난 리스크가 폭발했다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를 문제라고 제기하는 자와 침묵하지 않고 용기내어 발언하는 자들에게 보상이 주어지는 것 역시 리스크 관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의 조직에서도 스타벅스코리아와 배재고 같은 사태가 터질지 모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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